00016 5일째, 절벽 위로. =========================================================================
“아아아하느님부처님알라님중얼중얼부글부글.”
개새끼에게 쫓길 때보다 더 전력으로, 더 빠르게 달린 나는 강이 눈에 보이자마자 다이빙했다.
그리고 온몸으로 물속에서 버둥거리다 멈춰서 위상 석으로 몸을 쓸어내리다가 다시 버둥거리고 또 몸을 훑어내리다가 발톱 창 때문에 걸리적거려서 물 밖으로 집어 던지려 했지만 이건 둘도 없는 무기라는 생각이 떠올라 멈추고 숨이 막혀 물 밖으로 튀어나왔다.
“푸헉! 허억! 허억!.”
아아아아 진짜 정신건강에 나빠!!
옷 너머로 느껴지는 물렁물렁하면서도 탄력이 느껴지고, 미끈거리면서도 몸을 휘감는 느낌이…….
어째서 이형종의 체내에 있는 위상석을 바람 능력자나 염동 능력자가 맡아서 꺼내는지 알 거 같다!!
직접 이형종의 몸 속에 들어가서 꺼내다간 이런 느낌에 중독돼버리면 그야말로 쾌락중독살인마가 될 테니까!!
헐떡거리며 숨을 고르다가 약간 진정이 되는 느낌에 강가로 걸어나가 발톱 창과 용케 안 빠졌던 뿔 송곳니를 내려놓고 위상석은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은 다음 다시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 첨벙거리면서 몸에 묻은 피를 씻어내기 시작했다. 피뿐만 아니고 뭔가 투명하고 걸쭉한 게 묻어있는 게…… 으으흐으으.
뭔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감지 능력적으로도 한계였는지 온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차라리 발톱 창으로 옆구리를 잘라냈다면 좋았을 텐데, 뒤늦게 떠오른 생각에 양 손바닥으로 머리를 두드렸다! 방법이 없다고 배를 가르고 그 안으로 들어간 내가 미친놈이지!!
으음. 어쨌든 점점 이성을 찾으면서 느낀 거지만 방금전까진 패닉에 빠지면서 감지 능력이 잠시 멈췄던 거 같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지도를 보면 여자 거인이 있던 폐허에서 지금 있는 강 사이에 감지 범위가 5m까지 줄었다가 70m까지 늘었다가 들쭉날쭉한 걸 보니 여자 거인의 몸에서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했을 땐 감지 능력이 완전히 멈춘 거겠지. 뭣보다 감지 범위가 5m까지 줄었다니.
진짜 위험했잖아!
“크으으으.”
아마도 내 정신상태가 극한에 이르면 감지 능력도 불안전해지거나 스위치가 내려가나 보다.
기절했을 때 외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생겼군.
한참 동안 옷을 씻고 몸을 씻었는데도 달콤한 피 냄새가 콧구멍 속을 계속 간지럽힌다.
역시 진흙팩을 해야겠어!
두 손을 모아 열심히 강기슭으로 물을 뿌놓고는 적당히 긴 나뭇가지를 집어 들고 땅을 푹푹 찌르고 가르고 뒤집으면서 물도 뿌려가며 진흙으로 만들었다.
어라? 개구멍 근처의 흙이랑 점성이 좀 다른 거 같은데?
엄지와 검지로 진흙을 비벼봤더니 확실히 거슬거리는게 적게 느껴졌다.
……?
분석을 돌려봐도 진흙의 알갱이가 이쪽이 훨씬 작고 가느다란 데다 뭔가 다르긴 한데 뭐가 다른지를 모르겠다.
이야~. 사용자의 지식이 형편없으니 사기 급의 능력이라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역시 많구먼.
난 억지로 여자 거인에 관해서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만들어둔 진흙밭에서 몸을 굴리고 얼굴과 머리에도 진흙을 마구 발라댔다. 그러자 옷과 피부에 달라붙은 차가운 진흙이 체온에 온도가 올라가면서 포근해지는 느낌에 정신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했다.
후우우. 아직도 가슴이 조금씩 떨리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어째서 돼지들이 진흙밭에서 뒹굴면서 몸에 진흙을 바르는지 알 거 같네.”
뭐 청결과 모기 파리 등의 해충에게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던데 거기다 따뜻하고 시원한 게 아주 좋다.
살짝 피부에 붙은 진흙에 감지 분석을 돌렸더니 피부의 노폐물이 조금씩 배출되는 것도 보였다.
오오. 이래서 진흙팩 머드팩을 하는 건가? 근데 진흙팩이랑 머드팩이랑 무슨 차이지? 뜻은 똑같은데. 중학교 때 집 안 거실에 드러누워서 얼굴에 진흙을 펴서 바르는 누나를 보고 얼굴에 흙 바른다고 놀렸다가 이건 머드팩이라며 화내는 누나한테 걷어차인 기억이 있는데 두 개가 차이가 있는 건가 싶어서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하지만 누난 그때부터 진흙팩의 효과를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집안에서 얼굴과 손등 같은 드러나는 피부에 바르고 엄마를 억지로 붙잡고 팩을 발라줬었겠지.
처음에는 이게 다 뭐냐고 질색하던 엄마도 나중에는 오히려 더 좋아하시던데, 아빠는 엄마 피부가 더 고와진다고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누가 도둑놈 아니랄까 봐…….
아무튼 잡생각으로 신경을 돌리고 진흙팩으로 정신의 안정을 취했더니 생각이 빠른 속도로 제정신을 찾아가는 게 느껴졌다.
앞으로도 혹시나 이런 비슷한 일이 생기면 위상석은 몸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빼내는 방향으로 해야겠다. 이런 일이 앞으로 한 번만 더 일어나면 내 정신이 진짜 위험해질 테니까!
무기를 챙기고 여자 거인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면서 강가에서 폐허까지 거리가 3km는 된다는 걸 알았다. 강을 따라 상류로 10km를 이동하면 내가 처음 거대 두더지를 만난 곳이 나오니까 도로 되돌아온 셈인가?
어, 길이는 대충 내 키를 기준으로 걸을 때의 보폭으로 거리를 계산하고 있다.
내 키가 162cm니까 칼같이 정확한 감지와 분석을 자랑하는 내 능력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기준으로 계산하거든.
근데 내 키를 정확히 모르니까 대충 어림짐작이 될 수밖에.
대충 다 씻고 진흙도 다 발랐으니 되돌아가야지.
돌아가면서 분석 능력으로 머릿속에 기록된 여자 거인과 거대 두더지의 사체 주변과 황폐해진 나무들의 영상을 살펴보는데 뭔가 내가 놓쳐버린 게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내 능력과 관련된 사항인 거 같은데 대체 뭘까…….
혹시 능력이 분화되려는 건가?
아닌 거 같은데.
혹시 기술이 생기려는 건가?
그것도 아닌 거 같은데.
으으, 뭐지? 생각이 날 듯 말듯 머리가 간질간질 가슴도 간질간질한 게 사람 애간장을 태우네!
에이 몰라. 나무 위에 올라가서 위상력이나 느끼면서 생각을 하다 보면 떠오르겠지.
미친 듯이 뛸 때는 몇 분 안돼서 강가에 도착했는데 천천히 걸어오니 1시간 가까이 걸렸다. 걸어오면서 진흙도 적당히 굳어서 나무 위에서 진흙이 떨어져 내려 위치가 들통 날 일은 없을 거 같군.
난 어제 쉬던 나무를 올려다보며……. 어라?
나……. 어떻게 나무 타고 올라갔더라?
왼손에 들린 발톱 창을 내려보다가 다시 나무를 올려다보며 어제는 어떻게 나무를 탔는지 의아해졌다. 분명히 한 손과 두 다리로만 나무를 올라탔었는데?
생각하니 어젯밤 나무를 기어오르던 내 모습이 영상으로 머릿속에서 재생되기 시작했다.
아아!! 이거였어!!
깨달음과 동시에 눈을 번쩍 뜨고 나무 기둥의 여러 곳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러자 몇 군데가 유독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바로 어제 오른손과 두 다리만으로 나무를 타고 올라갈 때 손과 발을 디뎠던 그 위치다!
근데 눈을 다시 감았더니 위치 표시가 사라졌다.
다시 눈을 뜨니 위치가 표시됐다.
“……뭐야 이거. 눈을 떴을 때만 표시 되는 거야?”
일단 올라가서 마저 생각하자.
나는 왼손에 발톱 창을 들고 표식대로 오른손과 발을 디디자 움직여야 할 방법이랑 써야 할 신체 부위가 저절로 떠오르면서 감지와 분석이 나무를 타는 법까지 가르쳐줬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자세대로 움직였더니 엄청 쉽게 10m 높이까지 나무를 타고오를 수 있었다.
유레카!! 아까 느꼈던 놓친 부분이라는 게 이거였어!
감지와 분석의 도움으로 내 몸으로 할 해야 할 행동을 눈앞에 표시해주는 거지만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거라는 느낌이 팍하고 왔다! 생각해보니까 발톱 창의 손잡이를 만들 때 나도 모르게 사용한 거였구나. 근데 잡생각을 하느라 딴생각으로 흘러가 버려서 무의식 속에 묻혀버린 거야.
모든 행동, 자세와 힘의 강약 등을 알려주는 간단한 응용이지만 나 같은 몸치한테는 굉장히 유용할 거 같다.
아까 거대 두더지의 몸통을 타고 올라가려 한 것도 이 능력을 무의식적으로 쓰려고 해서였나?
어쩌면 절벽도 타고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몰라!
직접 눈으로 절벽을 봐야 알 수 있을거 같다. 감지 & 분석으로 기억한 절벽 영상으로는 확인이 안 되지만 불가능할거 같진 않다. 5일 동안 꾸준히 내 몸도 바뀌면서 신체능력도 골고루 올라갔으니까 말이지!
대충 성인남성보다 조금 더 뛰어난 수준인 거 같은데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그 조금이라고들 하니까!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 위상석을 꺼내보았다.
위상 석은 조금 진한 물빛이었는데 크기는 지름이 10cm 정도였다. 겉표면은 약간 우둘투둘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동그란 원형 모양이었는데 일반 감지를 돌려봤더니 외부에 뿜어져 나오는 위상력이 느껴졌는데 정신을 집중해서 집중 감지와 분석을 해봤더니 내부에 엄청난 양의 위상력이 고요하게 존재하는 게 느껴졌다. 꽉꽉 압축되어있는 건가? 대충 위상력으로 환산하면…….
으음. 모르겠다. 감지 분석을 돌려봐도 무지막지한 양이라고만 느껴지지 정확한 수치가 표시되지 않아. 압축되면서 성분이 약간 변화한 걸지도… 그에 관한 분석도 발동 안 되는걸 보면 내 감지 분석도 완전 만능은 아닌가 보다.
그래도 전신을 통해 흡수되는 위상력을 제외하고도 위상 석을 쥐고 있는 손을 통해서 다른 위상력이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그 양은 몸으로 흡수하는 양의 2/3 정도 되는 거 같아.
이 정도면 굳이 위험도가 높은 이곳에서 버틸 필요가 없을 거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공중에 퍼져있는 위상력은 점점 퍼져나가면서 농도가 옅어질 테니까.
아까 강가에 갔다 오면서 느꼈지만, 여자 거인의 위상력이 퍼져나간 범위가 어제보다 3km가 늘어났다. 그만큼 중심부의 위상력이 빠져나갔단 말이 되겠지. 아직은 최중심부라 그런지 공기와 위상력의 비율이 1:9지만 대충 3일? 그 정도면 농도가 4:6까지 내려갈 거 같다. 그러니까 3일이 버틸 수 있는 최대한 일 거 같은데…….
몸으로 흡수하는 위상력과 위상 석으로 흡수하는 양을 합치면 무지막지한 수준이니까 이곳에서 3일 동안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티면서 위상력을 흡수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하지만 주의해야 할 건 난 별다른 공용 기술도 없고 공격 기술도, 공격 능력도 없는 R 클래스의 최하위 이형 능력자라는 거다. 거기다 여긴 내가 시험받고 있는 위상 세계이기도 하고 비정상적인 이형종 들이 나타나는 절벽 아래이기도 하다.
주변에 퍼져있는 막대한 위상력이 아깝기는 하지만 이쪽은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게 더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절벽 위에 내가 처음 나타났던 그 근방에서 몸을 숨기거나 단련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낫겠지?
이윽고 결심한 나는 나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줬지만, 각성과 위상석을 선물로 안겨준 두 시체를 잠시 바라보았다.
거대 두더지는 처음 모습 그대로 등을 땅에 대고 누운 채였고 여자 거인은 내가…… 험하게 다룬 덕분에 가슴에서 배꼽까지 배가 갈라지고 다리 사이에 엄청난 피가 흘러나와버렸고 옆구리에는 도 내장과 피가 마구 흘러나온 비참한 모습이었다. 그 외에도 거대 두더지한테 베인 자국이 수도 없이 많고.
몸 속에서 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허리도 곧게 펴져서…… 상처만 없었다면 편안하게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만약 능력이 됐다면 구덩이라도 파서 묻어주고 싶은 기분인데 너무 커서 저 몸이 들어갈 구덩이를 파려면 하루로는 부족할거 같다. 감지 분석 덕분에 단축된 시간으로 하루!
저 여자 거인은 이성적으로 따지면 이형종으로 받아들여야겠지만, 아무래도 첫인상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완전히 이형종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을 거 같다.
잠시 눈을 감고 묵념을 해준 다음 다시 나무를 타고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와서 절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에잉. 조금만 일찍 깨달았어도 왔다 갔다 하는데 2시간이나 허비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강기슭에 도착하니 해가 절벽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대충 11시 정도인가? 8시에 일어났으니 3시간이 흐른 셈인데 기분으로는 열 몇 시간이 흐른 거 같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압박이 컸던 3시간이었다는 거겠지.
내가 이동하면서 확인했던 절벽 중에는 높이가 가장 낮았던 곳이 50m 정도였고 가장 높은 곳은 60m였다. 능력이 없을 때는 25층 아파트 높이일 거라 생각했는데 한 층이 3.5m 정도인걸 생각해보면 아파트 전체 높이는 90m 가까이 되겠지.
25층이 아니라 15층 정도 되겠네. 그래도 높아!!
사실 정말 25층 높이였다면 그 높이에서 물에 떨어져도 충격으로 죽었을 거 같다. 15층이라 격통속에서 살아남은 거고.
“아, 맞다. 가죽.”
맨손에 꺼끌꺼끌해지기 시작한 발톱 창의 손잡이를 내려다보고는 뿔 강아지를 구워 먹은 곳에서 가죽을 회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다시 강을 건너고 진흙밭을 만들어 그 위에 몸을 굴린 다음 뿔 강아지의 가죽을 널어놓은 곳으로 이동했다. 조금 빠르게 이동하면 40분 정도면 도착할 거리다.
절벽 쪽에 붙어서 이동하기 시작한 나는 놓친 활용법이 없나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이전보다 눈을 뜨는 빈도도 높이고 절벽도 올려다보며 이동했다.
절벽에는 확실히 내가 손과 발을 디뎌야 할 장소가 눈에 표시된다. 이게 홀로그램(가☆칭) 능력이군! 하지만 그게 끝까지 이어지지 않고 도중에 끊기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한참 위에 다시 연결되고. 아마 내 신체능력으로는 저 부분은 올라가지 못한다는 거겠지.
어떤 곳은 아예 중간에 완전히 뚝 끊어져 있었는데 그런 곳은 반들반들하거나 축축해서 내가 손과 발을 고정할 장소가 없거나 너무 험해서 체력이 도중에 다하는 곳 처럼 보였다.
그러면서도 왼손으로는 발톱 창을 들어 올려 찌르거나 휘두르는 행동을 했는데……. 격투 만화에서 본 지식은 대부분이 도움이 안되는구만!
아주 기본적인. 찌르고 뺄 때 손아귀에 힘을 줘야 한다거나 하는 건 당연한 내용이고!
그렇게 몇 번 휘두르고 찌르다 보니 한가지 자세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강한 힘은 단단한 하체에서 나오기 때문에 제대로 위력을 내기 위해서는 왼쪽 다리는 45 각도로 굽히고 오른 다리는 대각선 뒤로 단단히 내디딘 다음 상체를 약간 낮추고 왼손은 손잡이 가장 안쪽에. 손잡이는 팔뚝에 붙이고 오른손은 손잡이의 끝 부분을 잡아 고정하는 자세였다.
얼굴과 팔뚝과 왼쪽 다리의 무릎이 위에서 보면 일직선으로 연결되어있었는데 오른쪽이 좀 허전한 자세인걸?
게임 같은 데서 보면 창을 쥐는 자세는 몸은 대각선 60도 방향으로 두 다리는 무릎을 어깨너비로 벌린 채 약간 굽히고 양손의 폭은 자기 몸통 길이 정도라고 했는데 발톱 창을 들고 자세를 취해보니 손잡이가 너무 짧아 요상한 자세가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창이랑 랜스랑은 사용법에서 모양까지도 완전히 다르니 자세도 틀릴테지. 아무튼 타고 오를 때에 쓸 발톱 창을 집어넣을 집도 필요하겠다. 등에 메고 올라야 할 텐데 막 움직이면 내가 다칠 수 있을 테니까.
생각만으로도 간단한 모양의 창 집이 떠올랐다. 그저 지름이 50cm 정도 되는 나뭇조각을 구해서 발톱 창 모양으로 가운데를 쪼갠 다음 끈으로 끝과 끝 부분을 묶으면 되니까. 손잡이 부분 나무와 연결할 고리는 대충 나무를 갈아서 C자 모양으로 갈면 되겠지.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는걸? 가죽 무두질도 해야 하고 발톱 창을 집어넣을 집도 만들어야 하고 몸을 가볍게 하고 시험 삼아 아주 낮게 절벽 올라보면서 테스트도 해야 할 테니까.
오늘 하루는 준비하는 걸로 보내자. 발톱 창 휘두르고 찌르는 연습도 하고.
본격적인 도망만 다니던 상황은 끝나고 본격적으로 위상 세계에서의 생활이 시작될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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