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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스-10화 (10/517)

00010  3일째, 거대 두더지와 각성  =========================================================================

모양은 작은 소형 애완견인데 머리에 뿔이 나 있는 게 다르다. 저놈도 생물학책에서 본 적 없는 놈인데…… 체고는 30cm에 머리끝에서 엉덩이 끝까지 길이는 50cm, 꼬리 길이는 10cm 정도다.

저 뿔 강아지의 머리통은 내 주먹 두 개를 합친 크기 정도인데 뿔이 25cm나 돼서 꽤 언밸런스해 보인다. 뿔은 사람으로 치면 이마에서 조금 더 윗부분. 정수리보다는 조금 더 낮은 부분에 자라있었는데 무거워하지 않는걸 보면 저 뿔이 무기일지도 모르겠다.

감지 능력으로 저 뿔의 재질을 분석해보려 했지만 모르겠다는 생각만 든다.

근데 저런 건 이형 생물학에 없었는데!!

아, 진짜 절벽 아래쪽은 어떻게 되어 먹은 거야!

일단 긴장해서 굳어지려는 몸을 달래며 계속 감지를 해봤다.

위상력은 날 기준으로 하면 저놈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 근데 위상력으로 이형종의 등급을 나누는데 사람의 위상력과 이형종의 위상력을 같은 거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 일단 뿔 달린 개니까 뿔 강아지라고 하자. 저 뿔 강아지의 위상력은 내 몸속에 있는 위상력과 똑같은 종류라는 걸 감지로 이미 확인했지만 뿔 강아지는 10의 위상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내가 전혀 모른다는 게 문제다.

막말로 위상력 수치는 10이지만 인간보다 10배를 더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총량이 100인 나랑 똑같은 거잖아? 근데 난 위상력을 감지에만 쓸 수 있지 신체로 돌려서 움직임을 더 뛰어나게 만드는 방법 같은 건 모른다고!!

그건 S 클래스부터 I 클래스까지 10단계로 나뉘어있는 능력자 단계에서도 G 클래스는 되어야 쓸 수 있는 기술이란 말야!

게다가 뿔 강아지의 뇌를 감지해봤더니 평온 그 자체였다!!

위험이 득실거리는 이 절벽 아래 숲에 평온하게 있는 걸 보면 뭔가 대단한 능력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 거야?

후욱, 후욱.

진정하자. 판단력이 흐려지니까 흥분하면 안 돼.

내 나쁜 버릇은 긴장을 오래 하면 그 상황에서 나쁜 방향으로 생각이 치우친다는 거다.

심호흡하면서 계속 주시하고 있으려니 다행인 점은 뿔 강아지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을 씹어먹기 바빠 날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그래도 이형종의 습성을 생각해본다면 아마도 나의 존재를 정말 인식하지 못했을 거라 판단된다.

혹시 저놈은 새끼가 아닐까? 저 뿔 강아지 주변에 부모 뿔개가 있다거나? 아니면 저 모습이 성체인 데다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여자 거인이 상대하지 않고 거대 두더지도 못 건드는 건 아닐까?

계속해서 떠오르는 안 좋은 생각에 식은땀이 내 뺨을 타고 흘러 바닥에 떨어진다.

두 손은 이미 뾰족 나무 지팡이를 움켜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어쩌지? 싸워? 말아? 뒤돌아갈까?

위상 세계에 들어온 지 3일 차에 감지 능력을 얻게 된 건 완전 대박에 초 럭키! 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상황 자체가 개떡 같은데 감지능력 하나 얻었다고 15일을 버텨서 현실에 생환할 거라고 자신감이 급 차오른 게 이상한 거지!!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던 방금전의 나 자신을 저주하며 슬금슬금 물러나서 나의 감지 범위 끝에 뿔 강아지를 위치시켜놓은 뒤 분석을 계속했다.

아아! 하다못해 비교 대상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나 두렵지 않을 텐데 무지에서 오는 공포의 위압감은 장난이 아니구만!!

만약 여기가 초보자 지역이라고 생각이 되는 절벽의 위였다면 무기도 있겠다, 용감하게 덮쳤을 테지만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 절벽 아래쪽이라 섯부른 행동은 할 수가 없잖아!

뿔 강아지는 열심히 나뭇잎을 뜯어먹고 나는 정확히 60m 떨어진 곳에서 양손에 뾰족 나무 지팡이를 쥐고 긴장한 채 그 모습을 감지 능력으로 지켜보고 있는지도 30분이 지났다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뿔 강아지를 보고 있으니 심각했던 긴장도 적당히 풀어졌고 뻣뻣해졌던 몸도 어느 정도 유연해졌다. 정신적으로도 여유를 찾을 수 있었기에 갑작스레 전투가 벌어진다 해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을 거 같다.

나뭇잎을 뜯어먹는데 정신이 팔려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뿔 강아지는 생각보다 많은 심적인 피로감을 주고 있었다.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감지 능력의 최대거리인 60m 맞추고 있으려니 지속적으로 쌓이는 피로감이 상당하다.

그렇다고 쓸데없는 시간 낭비만은 아니었다.

이전에 본 거대 두더지의 근육 움직임과 뿔 강아지가 움직일 때의 근육 움직임을 비교해볼 수 있었거든.

4족 동물이라 그런지 팔다리 길이에서 차이가 나는 점과 뼈의 종류와 모양 등을 제외하면 약간은 다르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거 같다. 움직이기 전에 근육이 수축했다가 움직이면 근육이 늘어나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3박자.

이런 점을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너무 간단하게 설명하는 거 아니냐고 묻겠지만 감지 능력이 그렇게 알려주는데 뭐 어쩌라고. 게다가 내 감지 능력도 어떤 메커니즘으로 발동하는지도 모르는데 제대로 설명을 못 해주는 게 당연하지.

어쩌면 감지 능력이 어떤 식으로 발동되는지 알게 된다면… 이 능력도 한 단계 더 발전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대충 뿔 강아지가 열심히 보여주는 근육의 움직임 덕분에 어떤 움직임을 취할지 예상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전투에 들어가면 이건 상당한 도움이 되겠지.

……뿔 개새끼가 나뭇잎을 처먹고 있는 걸 발견한 지 1시간째.

더럽게 많이 처먹는구만!! 대체 자기 몸의 몇 배나 처먹는 거야!! 내가 발견할 때부터 먹고 있었으면서!!

내부를 감지해보면 먹는 족족 위상력에 의해 분해되는데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남은 걸 봐도 저 뿔 개새끼의 위장은 이미 가득 차다 못해 터지기 직전이었다! 외견만 봐도 이미 배가 빵빵해졌는데 대체 언제까지 처먹을 셈이냐고!!

아아 진짜! 누나랑 대전 격투 게임을 할 때면 언제나 듣는 말이 “먼저 조급해하는 쪽이 지는 법이란다~?” 였는데!! 그래서 최대한 참고 있었는데 1시간째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뿔 개새끼를 보고 있자니 정신적인 피로감 때문에 짜증이 벌컥벌컥 나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위상력도 1시간이 채 안 지났는데 4나 줄어들어서 96이 되었다! 정신상태에 따라서 위상력의 소비가 달라지고 회복력도 줄어든다니! 좋은걸 깨달았구만!!

끓는 머릿속을 다스려고 애쓰는데 뿔 돼지 개새끼가 다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앗, 드디어 움직이나?

내 짜증이 뿔 돼지 개새끼에게 닿았는지 먹고 있던 나뭇잎을 마지막으로 대가리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보다가 입 주변을 낼름 핥고는 절벽을 따라 내가 대기하고 있는 곳의 반대편으로 타박타박 걸어가기 시작했다.

분노하는 와중에도 저놈이 내 쪽으로 다가올까 봐 조금 쫄았었지만…… 그걸 본 사람은 없으니 괜찮아!

분노를 속으로 갈무리하며 난 서둘러 그 뒤를 따라 쫓아가기 시작했다.

혹시나 저 뿔 돼지 개새끼의 부모가 나타나는 건 아닐까 긴장한 채로 조심조심 뒤를 쫓아갔는데 50m를 이동했는데도 주변에 저 뿔 돼지 개새끼 외에는 이형종의 존재는 없었다.

저거 한 마리 뿐인가? 누군가를 찾아 이동하는 거 같지도 않고 말이지.

내 생각이야 어떠냐는 듯이 내 쪽으로는 신경도 쓰지 않고 절벽을 따라 무사태평하게 걸어가던 뿔 개새끼는… 갑자기 절벽에 달라붙더니 절벽 속으로 쑥 들어가버렸다!!

벽을 뚫고 들어가는 줄 알고 순간 흠칫했지만 조금 다가가 보니 뿔 개새끼가 벽을 뚫고 들어간 게 아니라 개구멍을 통해 동굴 안으로 들어간 걸 알 수 있었다.

높이가 50cm에 넓이는 70cm인 자그마한 틈이 감지됐거든.

으음……

뿔 돼지 개새끼는 이미 구멍 속으로 들어가버리면서 내 감지 범위를 벗어나 버렸다. 구멍… 개구멍은 내 감지 범위 너머로 계속 이어져 있는 거 같고.

높이가 50cm이고 넓이가 70cm이면 내가 기어서 겨우겨우 들어갈 만한 폭인데. 혹시 저 안에 저 뿔 돼지 개새끼의 가족이 있으려나?

일단은 내 감지 범위에서 벗어난 뿔 돼지 개새끼를 다시 찾기 위해 천천히 개구멍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혹시라도 가족이 있어서 뛰쳐나온다고 해도 내가 입구를 틀어막고 뾰족 나무 지팡이질을 해대면 잘 못 나오겠지?

예상외로 강하다거나 특별한 능력은 쓰지 않을까 조금 불안해졌지만……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 버릴까? 빠르게 뛰어서 지나가면 맞싸울 일은 없을 거 같은데……

조금 빠르게 20m를 움직이니 다시 감지 범위의 끄트머리에 뿔 돼지 개새끼가 걸려들었다.

약간 구불구불하지만…. 거의 직선이라고 봐도 무방할 구멍이었다.

저 구멍은 어디까지 나 있는 거지? 장소가 바뀌었으니까 어쩌면 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까? 다시 한 번 뇌를 감지 해 봐야 겠,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히익?! 무, 뭐야?! 여자의 비명?

귀가 찢어질 듯한 성량의 여자 비명이 갑자기 들려와 나는 나무 지팡이도 놓쳐버릴 만큼 놀라며 비명이 들려온 방향으로 고갤 돌렸는데 그와 동시에 개구멍 속에 있던 뿔 강아지도 겁에 질려 마구 뒹굴면서 발광하는 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온몸이 저릿저릿한 게 몸속의 위상력이 제멋대로 꿈틀거리는 게 느껴진다! 비명 소리의 영향인가?! 위상력은 위상력으로만 어찌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비명에 위상력이 담긴 게 틀림없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

또! 이렇게 큰 사람의 비명에 여자 목소리면 그 여자 거인뿐이잖아! 어떻게 된 거지?! 거대 두더지랑 또 싸우는 건가?!

두 번째 들은 비명에 이젠 손과 발마저 벌벌 떨리기 시작했고 숨결도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가슴이 꽉 죄면서 울렁거리는 느낌이 최악이다!!

공포심에 머릿속이 헝크러지는 기분이었지만 필사적으로 개구멍이 있는 방향으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단 두 번의 비명소리에 뿔 강아지는 이미 피 거품을 물고 자지러지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내부를 감지해보니 위상력이 나보다 더 엉망으로 꼬이며 뇌가 곤죽이 되고 내장이 가닥가닥 끊기며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꺽꺽거리고 있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그 모습에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이빨이 딱딱거리며 부딪치기 시작했다! 장난이 아냐! 이대로 있다간 죽는다! 하지만 어떻게 피하지?!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는 거야?!

미친 듯이 뛰는 가슴을 움켜쥐고 40m를 달리니 뿔 강아지가 들어간 자그마한 구멍이 보였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악!!

뇌가 엉키고 불타오르는 거 같아!!

다시 들려온 비명소리에 머리카락을 잡아 뜯을 듯이 움켜쥐며 바닥을 나뒹굴었지만, 온몸에서 느껴지는 둔탁한 충격에 정신을 차리고는 필사적으로 기어서 구멍으로 들어갔다!

거인의 세 번째 비명소리에는 내 머리에도 영향을 미치는건지 그야말로 머리통이 쪼개지고 뇌가 손으로 주물럭거려지는 듯한 고통에 속이 메스꺼워졌다.

능력을 얻을 때보단 덜하지만, 한 번만, 한 번만 더 대비 없이 비명을 들었다간 진짜 죽을 거야!

굴 안에는 이미 숨이 끊어졌는지 아무런 미동조차 없는 뿔 강아지의 모습이 감지되는데 구멍이란 구멍에는 죄다 피가 흘러나오는 걸 보니 그 모습에 내가 오버랩되는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뇌가 곤죽이 되는 거 같은 느낌에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리며 미친 듯이 기어서 뿔 강아지가 죽어있는 곳까지 도착했는데 뿔 강아지의 뒤쪽으로 더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이 개새끼는 거치적거리게 중간에서 뒈져있고 지랄이야!!

“쿨럭!!”

씨……발!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어떻게든 개새끼의 시체를 옆으로 밀쳐놓고 다시 굴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후욱! 후욱!”

20m 정도를 더 기어들어 갔더니 꽤나 넓은 타원형의 굴이 나타났다. 비릿한 피 냄새가 코와 폐 속에 가득 찬 거 같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더듬어보니 뜨끈하고 끈적끈적한 느낌이 드는 게, 피눈물? 코피? 숨 쉴 때마다 피가 기도를 넘어가는 느낌에 쿨럭거렸더니 뜨겁고 끈적한 게 교복의 앞자락에 가득 묻는 게 느껴진다.

아아…… 머리가 멍하다. 귀에서도 이명耳鳴이 들리며 정신이 아득해지다가도 또렷해지고 빛이 한점도 없어 분명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야 할 텐데 어슴푸레 굴 안의 모습이 보인다. 감지로 보는 것과 눈으로 보는 장면이 겹쳐 기묘한 울렁임이 생기는 게 몽환적이라는 건 이런 거구나 싶다.

쿠우웅……

콰아아아앙……

점점 눈이 가물거리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시간이 길어지는 와중에 무언가 터지고 땅이 울리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온다…

쿠오오오오오……

이건… 짐승 울음소리인데…… 고통이 섞인 울음소리다.

킥킥. 여자 거인이 이기고 있는 건가?

쿨럭.

……피다. 어쩐지 가슴이 답답하더라니……

쿨럭쿨럭.

피를 토할 때마다 어쩐지 가슴이 시원해진다.

그와 동시에 점점 의식이 희미해지고 있다.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 내 몸속을 감지 해봤는데 폐에 조금 피가 차기 시작했있고 식도와 위장에도 출혈이 생기고 있었다. 눈에도 핏발이 서 있는 게, 더럭 겁이 났다.

여기서 죽는 건가.

아무것도 없는 굴속에, 어쩐지 누나의 심술궂게 웃고 있는 얼굴이…… 떠오른다.

누나가, 쿨럭.

호랑이 등에, 올라타도…….

쿨럭쿨럭.

정신만, 차리고…… 있으면,

살, 수 있다고…

했…는 데…………

누나…… 미안.

이제,

무…리야.

============================ 작품 후기 ============================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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