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2 시작, 1일째. =========================================================================
“으가아아아아아아앙!!”
아냐!! 이렇게 비명을 지를게 아니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에 입수할때의 자세가 분명히 다리를 아래로, 머리를 위로하고 최대한 수면에 닿는 면적을 적게 해야 한다고 했어!!
멍청하게 온몸으로 25층 아파트 높이에서 수면에 충돌할 때의 충격량은 그냥 아스팔트에 꼴아박는거랑 다름없는 충격이라던가??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용소에서 시작된 강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기에 난 최대한 차렷자세에서 몸이 틀어져 배나 등의 넓은 면적으로 강에 입수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용을 쓰며 겨드랑이를 옆구리에 붙이고 목을 움츠린 뒤 손바닥을 뺨에 대고 목을 고정하고 검지로는 귀를 막고 새끼손가락으로는 콧구멍을 막은 다음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온몸에 닥칠 충격에 대비했다.
생각은 길었지만, 준비는 짧아서 물에 닿기 직전에 겨우 입수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
콰르르르르르르륵
“부그르후르브흐브르그르륵!!”
끄아아아악!! 하느님 씨발!! 아파 죽을 거 같아!!
수영실습 시간에 물에 뛰어들 땐 보통 첨벙이나 풍덩 하는 소리만 나더니 25층 높이에서 뛰어내리니까 입수와 동시에 오는 충격에 온몸이 부서지는거 같았다! 게다가 입수와 동시에 귓가를 울리는 소리가 마치 벼락이 떨어지는 것 같아 고막이 터진게 아닐까 더럭 겁도 나고 제정신을 못차리겠다!
끄으으으. 다리가 부러지는듯이 아픈건 둘째치고 입수하는 충격에 고정시켜둔 팔이 풀려서 귀와 코에 물이 마구마구 들어오고 입수의 충격에 놀라서 들이마신 숨을 마구마구 내뱉어버렸다.
거기다 입수하면서 거하게 몸이 회전하는 바람에 수면이 어느 방향인지도 모르겠다!!
“그웨에에엑!”
귀아프고 코가 뜯어질 거 같은 데다 온몸이 욱신거려 죽을 거 같지만! 좀 있으면 숨을 못 쉬어서 진짜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필사적으로 아픈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면서 이세계 생존학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이 경우에 발버둥 치면 오히려 더 위험하니 몸에 힘을 빼고 축 늘어지듯이 있으면 저절로 수면으로 떠오른댔지?
과연 온몸에 힘을 빼고(사실 사지가 욱신거려서 힘을 더 줄 수가 없었다.) 가만히 있으니 잠시 후에 몸이 점점 떠오르는 게 느껴졌다. 하느님 방금 욕해서 미안해요. 그때에는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숨이 점점 더 가빠져왔지만 몸은 아직 떠오르는 중이고… 잉? 떠오르기 시작했으면 저 위쪽이 수면 방향이잖아? 그럼 헤엄치면 되겠네!!
“푸크허하아악!! 쿨럭 우웨에에엑 크헉 헠어!! 씨발, 살았다!! 살았다고!! 으아아아앙!!!”
난 가라앉지 않게 두 팔을 허우적거리고 다리도 버둥거리면서 눈물 콧물을 흘리고 부족한 산소를 있는 힘껏 들이마셨다.
일단 온몸이 아파서 죽을 거 같지만 진짜 죽을 리는 없으니 실질적으로 내 목숨을 위협하는 물을 피하기 위해 수영 실습시간에 여자애들한테 비웃음을 받으면서까지 억지로 배운(체육선생, 저주 할테다! 아니, 고마워해야 하나? 억지로라도 가르쳐줬으니까……)개헤엄으로 강기슭을 향해 헤엄쳐 나갔다.
“끄으으으…”
아… 진짜 죽겠다. 물리적인 고통으로 죽을 거 같아.
온몸이 방망이로 두들겨 맞은 느낌에 입수하면서 입과 코로 들이마신 강물이 콧구멍을 통해 눈으로 쏟아져나오고 고막 너머까지 물이 차서 왱왱거리는 소리와 콧속을 자극하는 민물의 느낌에 눈물까지 튀어나오는 데다 머리가 쪼개질 거 같은 두통은 서비스에 수십 분(은 과장이고 수분)간의 전력질주로 심장도 벌렁거리고 허파도 쥐어짜는 느낌에 옆구리도 결리고 팔은 부들부들 다리도 부들부들.
“씨…발… 헉, 으웨에… 죽을… 여기서 죽을… 수는 없어… 웩 쿨럭. 근데, 헉헉, 진짜 죽을…거 같다. 쿨럭.”
내가 욕하는 걸 무진장 싫어하는 누나 때문에 평소에 바르고 고운말만 썼는데(물론 그 과정에 물리력을 동반한 설득이 잔뜩 있었다.) 이 상황에서는 욕을 안 하고는 못 배길 거 같다.
있는 힘 없는 힘 다 쥐어짜 내면서 엉금엉금 강기슭에서 기어나가는데 아까 개새끼한테서 도망칠때 끌어다 썼더니 지금 쓸 힘이 부족해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쉴 곳…. 헉헉 쉴 곳이…… 필요해.”
아, 저기 지팡이로 쓸만해 보이는 나뭇가지가… 후들거리는 팔다리를 놀려 내 키보다 커 보이는 나뭇가지를 향해 천천히 기어갔다. 그나마 오랜 시간 강가에 굴러다녔는지 자갈들이 전부 동글동글해서 무릎이 찍히고 팔꿈치, 손바닥이 찍혀서 피가 날 일은 없는 게 다행이었다.
“헉, 헉.”
눈앞이 핑핑 돌고 당장이라도 벌렁 드러누워서 자 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긴 주둥이 마른 늑대 같은 놈이 어딘가에서 튀어나와 날 냠냠 잡수실지도 모르니 최대한 안전한 장소를 찾아야 했다.
과연, 사람은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괴력을 발휘한다더니… 난 정신력을 발휘하는 거였나? 현실이었으면 아몰랑 잘래! 하고 드러누워 버렸을 텐데.
일단 나뭇가지를 손에 넣은 나는…여기저기 사방으로 뻗은 잔가지를 칠 생각도 못 하고 몸에 힘을 줘서 지팡이를 지지대 삼아 부러 진 쪽을 땅쪽으로 향한 다음 나뭇가지에 몸을 기대 일으켰다.
“흐헉.”
순간 손아귀에 힘이 빠져 나동그라질 뻔했지만 다행히 잔가지에 손이 걸려 볼썽사납게 넘어지는 건 피했다. 만약 쓰러졌다면 다시 일어날 생각을 못했을 꺼야.
어쨌든 일어나긴 했으니 숨을 돌리면서 이세계 생존학에서 본 것을 필사적으로 생각해냈다.
일단 여기 위상 세계에는 나 혼자뿐이고 이세계 생물학 책이 잘못되어있을 리는 없으니 이 세계의 이형종들은 내 위상력에 맞는 저급한 놈들 뿐일 거야. 난 오늘 처음 이곳에 휩쓸려 왔으니 내가 절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센 놈은 없을 테니까!! 대표적으로 그 개새끼가 있고 말이지.
주변을 둘러보니 저쪽, 그러니까 내가 떨어진 방향으로 용소와 폭포가 보이고 주변에는 거의 5~7m는 되어 보이는, 큰 건 10m도 넘게 곧게 자란 활엽수들이 한가득 보인다.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고 나뭇가지들은 보통 2.5~3m 정도 되는 높이부터 자라있으니 저 나뭇가지 위로만 올라가면 편히 쉴수 있겠지만……
“지금 몸 상태로는 절대 무리지… 멀쩡할 때도 힘 좀 써야 했을 텐데.”
폭포 쪽으로 가볼까? 아니면 그냥 여기에서 좀 쉬면서 기력을 회복했다가 나무를 타고 위로 올라갈까.
그러고 보면 이 위상 세계는 활엽수가 가득하고 개새끼가 있고 탄탄한 흙에 나뭇잎들 사이로 따뜻한 햇볕이 내려쬐는걸 보면 버티기 쉬운 지역 중 손에 꼽을 활엽수림 지역인 거 같다. 은근히 햇빛이 따가운 걸 보면… 여름인가.
침엽수림 지역은 추운곳 일 경우가 많고 최악이라 할 수 있는 사막이나(모래만 가득 있는 남아프리카 사막 말고 먼지 풀풀 날리지만, 풀도 있고 선인장도 있는 미국 사막 같은 곳)설원 지역이 아닌 게 어디야.
아니 그보다 쉴 곳을, 쉴 곳을 찾아야해. 좀 쉬었다가 이 나뭇가지 지팡이를 다듬으면 나무 방망이로도 쓸 수 있을 거 같으니 무기도 어느 정도 해결됐고. 역시 용소 쪽으로 가봐야겠다.
힘겹게 나뭇가지 지팡이에 체중을 나눠 실으면서 눈물 콧물 침을 질질 흘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영웅 소설들을 보면 꼭 저런 폭포 뒤쪽에 쉴만한 공간이 있던데, 제발 저기도 그런 장소가 있어 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바램? 씨발, 그런 형편 좋은 게 있을리가 없지!!
귀를 따갑게 울리는 폭포 소리는 둘째치고 쉴 만한 곳은 커녕 발 잘못 디뎌 용소로 빠졌다간 폭포에 얻어맞으면서 바닥까지 가라앉아 영원히 떠오르지도 못하고 뒈질 거 같다.
거기다 물이 까매!! 얼마나 깊은 거야? 넓기도 더럽게 넓어서 이쪽에서 반대편 끝까지 200m는 되는 거 같네! 게다가 바닥이 안 보여! 용소 끄트머리는 맑은 푸른색이지만 중앙으로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까매져서 용소의 중앙은 그야말로 암흑!!
혹시 여기에 진짜 용龍이 되려고 수행하는 이무기라도 있는 건 아니겠지? 용소가 龍沼 즉 용의 못, 용의 연못이라고 부르거나 용추라고 부르니까…
……웬지 뒷골이 서늘해져서 천천히 뒷걸음질 쳐서 용소에서 떨어졌다.
끊임없이 실없는 생각을 했더니 코 아픈 것도 줄어들었고 온몸이 쪼개질 거 같은 쑤심도 어느 정도 줄어서 인내심만 가진다면 움직이는데 크게 지장이 없을 정도까지 회복이 된 거 같다. 근데 귀에 가득 찬 물은 어떻게 빼지? 고막 뒤쪽으로 차서 머릴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 느낌이 꽤나 거슬린다.
아무튼, 위상 세계로 소환되면 회복력이 늘어나고 신체구조가 위상력을 받아들이면서 위상력을 쓰기 쉬운 체질로 바뀐다고 했는데 위상 세계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효과가 나는 거지?
물론 아파서 죽을 정도라는 건 변함이없다. 아파서 죽을 단계로 1단 2단 3단 4단계가 있고 4단계가 진짜 꽥하고 죽을 정도라면 3단계에서 1단계로 줄어든 정도랄까.
그래… 이런 식으로 15일 이상만 이형종들을 피하면서 버틴다면 나도 위상력을 쓰는 이형 능력자가 되는거야!! 능력이나 기술을 빨리 깨우치면 더 쉽게 버틸 수 있을 테고!
난 근처에 자란 나무 아래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쉴 곳을 찾아 또 움직이기보단 여기서 몸을 추슬렀다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본격적으로 쉬는 게 더 나을 거 같거든. 게다가 바로 옆에 물이 있으니까 적어도 물만 마시면서 5일은 버틸 수 있을 테니까. 거기다 비장의 비상식량도 있고.
귓가를 울리는 폭포 소리를 음악 삼아 주변을 살펴보기를 멈추지 않았다. 넋을 놓고 있다가 습격이라도 받으면 낭패잖아.
음… 그냥 앉아있기보단 나무 지팡이를 나무 몽둥이 겸 나무창으로 업그레이드시켜야겠다.
“어우, 씨ㅂ…… 흠흠 더럽게 단단하네.”
안돼. 이제 생사의 고비는 넘겼으니 욕은 자제해야지. 욕이 입에 달라붙은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갔다간 누나의 철권 제제가 내 몸을 대상으로 터져나갈꺼야. 으으.
내 몸무게를 버틸 정도로 튼튼한 걸 보면 이 나뭇가지 지팡이를 훌륭한 몽둥이 겸 창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거 같다. 적당한 탄력도 있어서 휘두르면 바우웅하면서 공기를 찢는 소리가 나면서 내 가슴을 서늘하게 할 정도니까.
근데 문제는….
“이걸 어떻게 잔가지를 치지? 튼튼하긴 더럽게 튼튼하고 질겨서 잔가지가 잘 뜯어지지도 않네.”
내 새끼손가락보다 가는 잔가지는 어떻게 잡고 빙글빙글 돌려서 끊어냈지만 겉보기에는 힘주면 똑! 하고 부러질 거 같은 게 질기긴 더럽게 질겨요.
손으로 뜯어내는 건 포기하고 주변에 뭔가 연장으로 쓸만한 게 없나 살펴보다가 눈에 들어온 게 용소에서 강으로 연결되는 곳에 쌓여있는데 짱돌들!
크기도 내 주먹만 해서 투척용…… 아, 난 힘없어서 던져봤자 화만 돋구겠네. 어쨌든 적당히 모서리가 나 있는 돌을 들고 나뭇가지 지팡이를 땅에 대고 잔가지를 향해 짱돌을 내려쳤다.
퍽 퍽 퍽퍽퍽 퍽 팍!
“칵!!”
아옥 씨발!! 내 대가리는 왜 이렇게 멍청한 거지?! 그냥 바닥에 내려놓고 찍으면 될걸 잔가지를 끊어낼 근처에 나뭇가지를 잡고 고정하고 있는 내 오른손을 향해 짱돌을 찍어버렸다!!
아무리 몸 상태가 안좋다지만 내가 내 손을 찍다니.
“쓰읍… 하, 진짜 멍청하면 머리가 고생이라더니. 크으으으.”
아, 머리가 아니라 몸이 고생이지 참.
위험을 감지하고 힘을 줄여서 다행이었지 세게 내려쳤으면 웃기지 않은 자학개그가 완성될뻔했다.
근데 손으로 고정시키지 않으니 이리저리 나뭇가지가 튀어서 좀… 짜증 난다. 하여튼 한참을 짱돌로 내려쳐서 잔가지를 대충 다 끊어냈더니 꽤나 흉악한 지팡이가 완성됐다.
“와. 뾰족한 거 봐라. 이걸로 후려치면 그 비루먹은 개새끼는 사지가 피투성이가 되서 널브러지겠네.”
좋은데? 맘에 드는걸. 근거 없는 자신감이 막막 차오른다!
대충 길이는 내 키 정도니까 170cm 정도인가? 두께는 나무 지팡이 끝을 쥐었을 때 한 손에 다 안 잡힐 정도인데… 조금만 더 얇았으면 좋으려나? 반대쪽은 그래도 조금 얇은지 엄지 끝과 검지 끝이 겨우 닿을랑 말랑… 양손으로 쥐고 이리저리 흔들어봤더니 무게감과 흉악한 쇳소리가 꽤나 마음에 든다.
낭창거리면서 휘어지는 게 적당히 어깨 간격으로 벌려서 잡고 찌르거나 휘두르면 그 개새끼!! 정도는 가볍게 동네북으로 만들 수 있을 거 같다!
“쩝. 근데 저 절벽을 타고 올라갈 수도 없으니 그 개새끼한테 복수도 못 하겠네.”
난 왼쪽에 보이는 절벽을 올려다보곤 원망스러워하며 중얼거렸다.
개새끼와 나의 만남을 방해하는 저주받을 절벽 같으니.
============================ 작품 후기 ============================
잘 부탁드립니다.
1월 18일 수정---
진행 순서를 1화 / 외전 / 2화에서 1화 / 2화 / 3화+외전/으로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