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키메라의 기억법-227화 (226/232)

227화

《오리지널 기술 : 끝없이 진보하는 갑옷》

- 등급 : 체화

- 단계 : 1/7

- 설명 : 행성 ‘구르케스(Gurkes)’의 지배종 「머메른」만이 개화 가능한 기술이었으나, 이제는 누군가의 개성이 더해져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된 기예(技藝)일지니.

특성 ‘탈피’와의 결합으로 생성된 갑주는 마치 과거의 허물을 벗어버리며 성장해나가는 파충류처럼 파괴되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이전보다 견고하고 단단해지는 기물이 되었다.

비록 무한한 발전은 불가능할지언정.

이 살아있는 아티펙트의 기능을 적절히 활용할 수만 있다면 이는 전장에서 당신의 목숨을 몇 번이고 구하게 될 것이다.

시전자의 마력이 공급되는 동안 갑옷은 5회까지 재구축되며 수복될 때마다 방어력이 7%씩 상승하며, 3회 차부터는 속성 방어력이 4%씩 추가된다.

《오리지널 기술 : 분쇄하는 학살자의 검》

- 등급 : 체화

- 단계 : 1/7

- 설명 :행성 ‘버크(Buk)’의 지배종 「웨루카」만이 개화 가능한 기술이었으나, 이제는 누군가의 개성이 더해져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된 기예(技藝)일지니.

특성 ‘섬멸’과의 결합으로 다수의 적을 궤멸할 때 한층 효과적인 검술이 되었다.

기술에 의해 사망한 생명체가 50단위를 넘어갈 경우 시전자의 모든 신체 능력이 1분간 3% 증가하며, 신체 능력이 강화된 상태에서 직접적인 행동으로 적을 죽음에 이르게 할 시 신체 능력 강화의 지속 시간이 초기화된다.

같은 방식으로 500단위를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신체 능력 강화 효과가 유지되는 동안 모든 공격에 ‘속성 : 위압’이 부여된다.

《오리지널 기술 : 광풍의 비행》

- 등급 : 체화

- 단계 : 1/7

- 설명 : 행성 ‘루이나(Luina)’의 지배종 「풀루스」만이 개화 가능한 기술이었으나, 이제는 누군가의 개성이 더해져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된 기예(技藝)일지니.

특성 ‘바람 타기’와의 결합으로 기본적으로도 ‘행동 : 돌진’ 시에 바람과 같은 속력으로 내달리게 되며, 주변 환경에 따른 보너스가 적용된다.

기술 ‘광풍의 비행’ 시전 중에는 ‘상황 : 역풍’에도 이동 속도가 감소하지 않으며, 반대로 ‘상황 : 순풍’을 맞이할 시 바람의 세기에 따라 이동 속도가 최고 15%까지 상승하고 주위에 ‘바람 칼날’이 형성돼 이동 경로 내의 대상과 격돌 시 상대의 피륙을 베어 넘긴다.

‘바람 칼날’의 위력은 증가한 이동 속도에 비례하여 결정된다.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절기들.

다만.

그 능력을 제대로 이끌어 내기 위해 우리를 옥죄던 72시간의 사슬이 끊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세정들과 하루를 더 머무르며 각자가 새롭게 익힌 비기들을 연습하는 데 전념했다.

중간중간.

‘발록의 투기’나 ‘칼리야스의 마력 방패’ 같이 마스터 레벨에 근접한 다른 기술들의 수련도 곁들였다.

세 개가 추가되어 총 다섯 개.

결코 적지 않은, 대다수의 생존자들과 비교해도 절대적 우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이지만…….

이제부터 마주해야 할 각 종족의 킹급 개체들을 생각한다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랐다.

비장의 한 수인 ‘권능 : 파멸자’와 ‘작은 이적 : 사슬을 끊는 자’ 콤보는 문자 그대로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만 쓸 수 있는 긴급 탈출용이었으니까.

고로.

[오리지널 기술 : 끝없이 진보하는 갑옷]

우우우우우웅!

촤르르르륵!!

“좋아. 와봐.”

“옙!”

온종일을 한세정들과 쉼 없이 치고받으며 단련에 힘썼다.

그 트레이닝 속에서 우린 서로의 신기술에 관해서도 공부했다.

발동 시 손에 모든 독과 관련된 행위(기술, 고유 능력, 아이템 전부)의 효과를 극대화하며, 직접적인 터치 시 상대의 체력을 최대 30%를 깎아 먹는 ‘검은 죽음의 손길’이나.

나와 똑같은 테크 트리를 타 동일한 기예를 갖게 된 조이령의 ‘광풍의 비행’.

극도로 압축된 마력을 검에 둘러 오리지널급 기술마저도 갈라버리는 신지운의 ‘오러 블레이드’ 등.

부딪쳐봐야만 알 수 있는 부분까지 세세하고 세밀하게 공부했다.

이러는 와중에 다치거나 심각한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으읍……. 형, 재우 형……!”

“조금만 기다려라. 다 됐다.”

[오리지널 기술 : 초고속 세포 분열]

우우우우우우우웅!!

촤아아악!

촤아악!

거대 슬라임 무칼라고 종(種)의 대표적인 ‘특성 : 분열’과 융합한 치유가 미친 듯한 회복력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팔다리가 잘려 나가도.

장기 몇 곳이 파열되고 뼈마디 열댓 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단 10여 초 만에 복구하는 그의 치료술 덕택에 죽지만 않는다면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알뜰하게 하루를 보낸 다음 날.

“준비는.”

“10일 치의 식량, 최상급 포션 세트, 여분의 옷 등 빠짐없이 준비했습니다.”

“좋아. 그럼……. 가자.”

“넵!”

마침내 우리는 다시금 빛의 기둥 안으로 걸었다.

푸우우우욱!

[「이면 세계 : 깃발의 무덤」으로 향하는 통로에 닿았습니다.]

[자격 ‘원정대원’이 확인되었습니다.]

[현재 원정단 구성원 : 원정대장 1인 - 원정대원 5인]

[「이면 세계 : 깃발의 무덤」으로 입장합니다.]

번쩍――――――!!

* * *

휘황찬란하게 솟구쳤던 빛무리가 가라앉을 무렵.

[「이면 세계 : 깃발의 무덤」임이 확인되었습니다.]

[‘감춰진 길의 지도’가 활성화됩니다.]

짤막한 메시지 출력과 함께 내 시야에 푸른색으로 반짝이는 선이 쭉 펼쳐졌다.

우리를 ‘차원의 깃발 : 테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으로 인도해줄 내비게이션이었다.

시선에 잡히는 건 또 있었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억!!”

“끄르르르르륵!”

“아우우우우우우!”

도마뱀, 고릴라, 늑대 등 지구의 동식물을 닮은 종(種)들부터 흐물거리는 액체 형태나 전신에서 불을 뿜어내고 있는 상상과 전설로 접할만한 외계 생명체 특유의 기질이 여실히 드러나는…….

도대체 몇 마리인지 셀 수도 없는 다양한 「침략군」들의 군단이었다.

1만? 2만?

아니.

뒤에 0 하나는 더 붙여야 하지 않을까 싶은 어마무시한 숫자.

그로 인해.

‘회피? 싸움?’

나는 땅에 발을 딛자마자 판단을 내려야 했다.

도망칠지, 싸워야 할지.

두 개의 물음표를 띄웠던 자문자답(自問自答)의 결론은.

“지유야!”

“노대바람!!”

후욱!

휘우우우우우욱!!

도주였다.

1~2천 마리라면 모를까.

어림잡아도 10만을 훌쩍 넘어가는 양이었다.

더군다나.

쿠우웅!

쿵!

파직――――!

파직――――――!

‘킹급!!’

예상했던 대로.

이곳에는 킹급 개체들도 적잖게 돌아다녔다.

이런 마당에 전투라니.

깃발 파괴라던가, 괴물왕의 수급을 베어야 하는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이면 세계 전용 단체 퀘스트 : 최종 결전》의 첫 번째 과제와 두 번째 과제를 클리어한 우리로서는 굳이 죽자사자 결전을 치를 필요가 없었다.

그저.

‘감춰진 길의 지도’가 가르쳐주는 방향으로 전력을 다해 질주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가장 빠르게!!”

후우우욱!!

이런 나의 의지를 고스란히 전달받은 신지유의 부탁에 사익조 노대바람이 두 쌍의 날개를 힘차게 펄럭였다.

과연 체화(體化)급 소환수답게 풍력에 휘감긴 노대바람은 쾌속 그 자체였다.

흔히.

마하(Mach)라고 하던가?

전투기의 고속 비행을 간접 체험하는 기분이었다.

다만, 그럼에도 괴물들의 추격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았다.

“키에에에에에엑!!”

“그워어어어어!”

“캬르르륵!”

지상에서, 공중에서.

혹은 간간이 보이는 강줄기의 세찬 물살에 몸을 싣고 맹렬하게 쫓아오는 수만 마리의 괴물들 중엔 퀸급만 수백에 킹급도 서넛이지만 섞여 있는 탓이었다.

때문에.

“내가 후방을 맡을 테니 둘이 좌측, 둘이 우측을 막아!”

“넵! 이령아!”

“바로 갈게!”

“재우 형! 제가 먼저 할게요!”

“그래.”

나는 아예 신지유에게 지도를 건네주고 한세정들과 포메이션을 잡으며 추격자들을 떨쳐내는 데 주력했다.

[오리지널 기술 : 군단을 파괴하는 본능]

“하아!”

우우우우우우우우웅!

투투웅――――!

콰앙!

콰과과과광!!

공격 한 번, 한 번에 모두 진심을 담았다.

‘권능 : 파멸자’를 꺼내거나 ‘건곤일척’ 등의 풀파워까지는 아닐지라도.

[순간 회귀 : 발록의 왼팔]

[괴령화 : 발록]

[‘발록의 영혼’이 당신의 전신을 휘감습니다.]

[지금부터 3분간 기본 공격 및 마력 활용의 위력이 11% 증가하며, 공격 범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적들에게 9% 확률로 ‘상태 이상 : 공포’를 부여합니다.]

[오리지널 기술 : 분쇄하는 학살자의 검]

후우우우욱―

촤아아아아아악!!

서거거걱!

체내의 마력을 아낌없이 투자했고.

“하아압!”

“핫!”

“으아아아아아아!!”

“후!”

한세정들 제각기 오리지널 기술들을 주저하지 않고 발현하며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려 힘을 모았다.

이러는 와중에도 소란이 점점 커지며 오히려 다른 괴물들의 어그로까지 끌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연출되기도 했으나.

[오리지널 기술 : 천공의 문]

[「대상 : 노대바람」이 선택되었습니다.]

[기술 등급 및 단계 : 체화(體化) - 1/7]

[‘등급’과 ‘단계’에 비례하여 〈대차원 : 환계〉에서 「대상 : 노대바람」 2개체가 추가 소환됩니다.]

[등급 및 단계에 따른 추가량 상세보기▼]

“얘들아!!”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마력을 고려하지 않고 ‘오리지널 기술 x 오리지널 기술’이라는 무지막지한 연계를 보여준 신지유의 희생 덕에 차츰차츰 그들과 우리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더하기를 넘어선 곱하기.

그 성능은 가히 ‘권능’과 견줘도 전혀 밀리질 않았다.

해서 조금 아쉬웠다.

저러한 신지유가.

나아가 한세정이나 조이령들이 나처럼 5차 환골탈태까지 달성하여 ‘권능’을 가질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에.

허나.

나는 얼추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란 걸.

우주의 법칙은 꽤나 공평했으니까.

각 행성의 지배자.

즉 킹급 개체들마저 죽음에 이르게 하는 ‘권능’을 인간들이 남발하게 두지 않을 게 뻔했다.

아마도.

여러 차원의 균형을 고려한다면 나와 더불어 ‘근원의 열매’를 섭취한 몇몇 소수의 생존자만이 올라설 수 있는 경지이리라.

그래서 오리지널 기술을 최대한 많이 보유하는 게 포인트가 된 거다… 라며 상념을 떨쳐내고 거듭 양팔에 마력을 모으던 차에.

“…아아!!”

“…?!”

앞서 가던 신지유의 입에서 탄성이 튀어나왔다.

무얼 발견했길래?

설마.

또 다른 킹급 개체라도 달려들었나?!

머릿속에서 교차되는 걱정과 불안을 억지로 털어내며 신지유에게 시선을 돌리니.

“저기! 저기! 노대바람! 저기로!!!”

신지유가 빈 공터 한쪽을 팔로 가리키며 노대바람들에게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 동작을 보며.

“…아!”

우리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기 어딘가에.

허락되지 않은 자들은 눈으로 보는 것조차 불가한 숨겨진 통로가 존재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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