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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기억법-225화 (224/232)

225화

“…….”

나는 말없이 ‘감춰진 길의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다소 갑작스러운 현 상황의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머릿속을 갈무리하고 있으니.

[《이면 세계 전용 단체 퀘스트 : 최종 결전》의 일부 내용이 수정됩니다.]

《이면 세계 전용 단체 퀘스트 : 최종 결전(3)》

- 1 : 이 퀘스트는 오로지 ‘이면 세계 : 깃발의 무덤’에서만 진행 가능합니다. 이면 세계란 물질세계의 저편에 숨겨진 장소를 의미합니다. 평소에는 찾아올 수도, 존재감을 인지할 수도 없는 이 세계가 구축된 까닭은 한 가지뿐입니다.

차원 간 이동 장치 설치대…….(달성)

- 2 : 이 퀘스트는 오로지 ‘이면 세계 : 깃발의 무덤’에서만 진행 가능합니다. 도처에 설치된 수많은 「깃발」을 부수며 침략의 고리를 끊어낸 당신. 그러나 적들의 힘은 여전히 강대하여 당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습니다. 각 종족의 왕(王)들이 직접 나서는 것으로 말입니다…….(달성)

- 3 : 이 퀘스트는 오로지 ‘이면 세계 : 깃발의 무덤’에서만 진행 가능합니다. 자격의 증명, 힘의 증명. 두 가지를 완벽하게 완수해낸 당신에게 남은 목표는 이제 전진입니다. 험난하고 고된 길이 되겠지만, 쓰러지지 말고 나아가십시오. 그 끝에는 찬란한 보물이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감춰진 길의 지도’ 끝자락에 도착하시오

└달성 시 다음 목표 제공

짧은 알림과 동시에 새롭게 조정된 《이면 세계 전용 단체 퀘스트 : 최종 결전(3)》의 홀로그램 화면이 공중에 나타났다.

더불어.

[경고!]

[누군가 《이면 세계 전용 단체 퀘스트 : 최종 결전(1)》을 통과했습니다.]

[누군가 《이면 세계 전용 단체 퀘스트 : 최종 결전(2)》을 통과했습니다.]

[정해진 법칙에 의거하여 ‘이벤트 : ?’의 발발 시점이 사흘 앞당겨집니다.]

빠지면 섭섭할 경고까지.

다만.

대략적으로나마 혼란스럽던 머릿속을 수습한 덕택인지.

딸깍―

[이벤트 발발까지 남은 시간 : 1시간 57분 31초]

[이벤트 발발까지 남은 시간 : 1시간 57분 30초]

탁!

[이벤트 발발까지 남은 시간 : 0시간 0분 0초]

[때가 도래하였습니다.]

[‘이벤트 : ?’의 개최에 맞춰 〈차원 : 테라〉내에 존재하는 ‘간섭력’의 제한이 전부 해제됩니다.]

“으음!”

골이 울린다든가 하는 자극은 없었다.

단지.

하필이면 모두가 약해진 이 시기에… 라는 생각이 떠오를 따름이었다.

* * *

[지금부터 666초에 걸쳐 〈차원 : 테라〉로 향하는 모든 「침략의 문」에 적용되어 있던 제약이 전체 삭제됩니다.]

[‘말소 조항 1 : 이송 억제’에 의거하여 「침략군」의 이송 숫자가 무제한으로 상향됩니다.]

[‘말소 조항 2 : 족쇄’에 의거하여 「침략군」의 능력치가 100% 개방됩니다.]

[‘말소 조항 3 : 장벽’에 의거하여 「침략군」은 〈이면 세계 : 깃발의 무덤〉으로의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남은 시간 : 666초]

하나둘.

풀려나가는 사슬들.

개중.

다른 것보다 첫 단락이 유난히 눈에 밟혔다.

양적 리미트 라인의 소거.

즉.

바야흐로 무한정 쏟아져 나올 괴물들과의 전쟁을 예고하는 얘기였으니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슷한 심정인지.

“수천, 수만 단위로 돌아다닐 수도 있다는 건가.”

“절망의 파도나 다름없겠네요.”

“무칼라고 킹을 잡아서 다행입니다.”

“그러게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한세정들.

그나마.

곽재우의 말대로 ‘왕의 수급’으로 거점의 방호력을 향상해 놓아 망정이었다.

제아무리 십이지신(十二支神)이나 흑기사 부대 등의 골렘들이 대기 중이라 한들, 이렇다 할 대비책이 없었다면 결국 끊임없이 밀려오는 대군을 감당치 못하고 밀리다 한순간에 무너져버릴 게 뻔했으니까.

애당초.

주요 무력을 담당하는 우리가 회복되지 않는 한 여전히 위험한 건 변함없지만 말이다.

“해자나 함정이라도 설치할까 봐요.”

“그래야겠다. 식량도 충분하니 거점 주위로 50미터 이상 되는 해자를 파고, 그 테두리에 함정을 묻어두자.”

“함정은 제가 맡을게요. 언니.”

“지유가? 아, 요번에 매직 트랩 기술을 원본급으로 올려두었다고 했지?”

“네. 큰 위력은 없어도 방해는 가능할 거 같아요.”

“좋아, 가자.”

“네!”

“지운이도!”

“네엡!”

조금이라도 방비를 보강하고자 신지유를 데리고 나가는 한세정.

토목 공사라던가 함정 매설이라던가.

실질적인 업무가 전부 신지유의 몫이라 한세정으로서는 도움보단 혹시 모를 경계를 위한 동행이었다.

신지운을 데려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고.

“오빠는 가서 쉬고 계세요. 여긴 제가 정리할게요. 재우 씨도 쉬어.”

“그래. 고맙다.”

“감사합니다.”

“고맙고 감사하긴 뭘.”

셋이 나가는 사이.

조이령의 배려로 먼저 일어난 나는, 슬슬 무력감에도 적응되는 듯 처음보다 훨씬 나아진 몸동작으로 방에 들어와 책상에 앉았다.

어찌어찌 〈이면 던전 : 분열의 늪〉에서의 싸움에 승리하면서.

킹급 개체 처치와 던전 클리어로 단번에 올 스탯 플러스 20이라는 선물을 받게 되어 한계를 돌파한 능력치들이 꽤 있었다.

‘속성’과 ‘집중’, ‘균형’이 그 대상들이었다.

특히.

[축하합니다!]

[‘신체 능력 : 속성’이 「500」을 돌파했습니다.]

[보상으로 ‘칭호 : 5차 한계 돌파 - 속력’을 습득합니다.]

[기술 ‘대재앙’을 습득합니다.]

“500, 마력 다음으로 빠른 녀석이 속성이 될 줄이야.”

이쪽은 5차 한계 돌파였다.

《기술 : 대재앙》

- 등급 : 특수

- 단계 : -

- 설명 : 신체 능력치 중 ‘속성’이 「500」을 돌파했을 시 부여되는 기술입니다. 막대한 마력을 소모하는 대신 9대 속성(불, 물, 바람, 대지, 번개, 얼음, 강철, 초목, 중력) 중 한 가지를 골라 해당 속성에 걸맞은 대재앙(大災殃)을 선사합니다. 단, 1회 발동 시 15일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갖습니다.

“재앙의 진화판… 정도로 해석하면 되려나.”

대재앙이라.

무칼라고들을 상대로 기술 ‘재앙’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여실히 느낀 뒤라 고작 기술명만 봤을 뿐인데도 제법 기대가 됐다.

《기술 : 몰아》

- 등급 : 특수

- 단계 : -

- 설명 : 신체 능력치 중 ‘집중’이 「300」을 돌파했을 시 부여되는 기술입니다. 어떠한 일을 진행할 때 본인이 원한다면 그 일에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오감을 제어해 방해되는 요소들을 잠시 시야 밖으로 밀어냅니다.

《기술 : 흔들리지 않는》

- 등급 : 특수

- 단계 : -

- 설명 : 신체 능력치 중 ‘균형’이 「100」을 돌파했을 시 부여되는 기술입니다. 주변의 흔들림에도 육체가 요동치지 않는 균형 감각을 갖게 됩니다.

“이건… 뭐 그럭저럭.”

나머지 2개는 딱 적당한 수준이었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티가 나지 않는.

여하간.

새로운 기술들을 뇌에 완전히 저장한 나는 한층 진지해진 얼굴로 ‘개인 정보’를 열어 한 곳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중단에 위치한 기술란.

그 안에서도 중앙 부근에 놓인 기술들을 향해.

*기술

[각인_강]

[각인_활]

[각인_방]

[각인_쾌]

[각인_마]

이것들은 무엇인고.

다섯 번째 환골탈태하던 때에 「권능 : 파멸자」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함께 배웠던 ‘기본 스탯 500 돌파 특전’과 기본 스탯처럼 치부되는 ‘마력 스탯 500 돌파 특전’이었다.

안타깝게도.

킹급 무칼라고와의 교전 당시에 써먹지 못한 녀석들이기도 했다.

그래.

‘써먹지 않은’ 게 아니라 ‘써먹지 못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패시브 혹은 엑티브 형태로 나뉘어 일상과 투쟁에 혁혁한 역할들을 하는 통상의 기술들과 달리.

《기술 : 각인_강》

- 등급 : 특수

- 단계 : -

- 설명 : 신체 능력치 중 ‘근력’이 「500」을 돌파했을 시 부여되는 각인(刻印)입니다. 속성은 ‘강’. 보유한 기술 중 최소 원본(原本)등급 이상의 기술을 선택하여 ‘강’ 속성을 부여할 시, 해당 기술의 공격력이 영구적으로 대폭 상승합니다. 단, 한 번 새겨넣은 각인은 삭제 또는 회수가 불가능합니다. 또한, 각인을 시도할 경우 사흘간 해당 기술의 사용이 제한됩니다.

- 특이사항 1 : 특수(特殊) 등급 기술은 각인 불가

- 특이사항 2 : 각인 이후 등급 성장 시 자동 이전

이처럼.

타 기술을 보조 및 진화시켜주는 용도이기 때문이었다.

해서 묻어두었다.

마음 같아선 나도 바로 활용하고 싶었으나, 그랬다간 말미에 적힌 대로 적게는 1개에서 최대 다섯 개에 달하는 기술이 봉인되었을 터인데.

1분 1초가 아쉬운 와중에 팔다리 묶고 돌아다닐 순 없는 노릇이었기에 기회를 봐서 쓰려고 미뤄둔 것이었다. 그 덕에 킹급 무칼라고와 대면하고도 무사히 생존하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지.

노림수는 아니었을지언정 어쨌거나 고대하던 타이밍도 생겼고.

그나저나….

“배치를 어찌할까가 문제인데.”

최소 원본(原本)등급.

설령 오리지널급으로 승격하더라도 자동적으로 이전이 된다고 하니 고르기만 하면 된다만.

찍고 나면 되돌릴 수 없기에 나는 심사숙고하며 고심을 거듭했다.

그러다.

“그나마 이건 확정인가.”

일단 제일 손쉬는 것부터 마무리짓기로 결정 후 한 치의 망설임없이 중얼거렸다.

[각인_강]

우우우우우웅!!!

[기술 ‘각인_강’이 발동되었습니다.]

[「강(強)」 속성을 각인하고자 하는 기술을 선택해 주십시오.]

“군단을 파괴하는 본능.”

공격력의 극대화.

여기에 부합되는 기예는 단연 ‘오리지널 기술 : 군단을 파괴하는 본능’밖에 없었다.

[기술 ‘군단을 파괴하는 본능’에 「강(強)」 의 속성 각인을 시작합니다.]

[남은 시간 : 71시간 59분 59초]

“오케이.”

원래.

뭐든간에 스타트가 관건이라고들 하던가.

나도 똑같았다.

[각인_마]

[기술 ‘각인_마’가 발동되었습니다.]

[「마(魔)」 속성을 각인하고자 하는 기술을 선택해 주십시오.]

“영원토록 붕괴하는 대지.”

[기술 ‘영원토록 붕괴하는 대지’에 「마(魔)」 의 속성 각인을 시작합니다.]

[남은 시간 : 71시간 59분 59초]

하나를 결론짓고 나니 2차, 3차 선정도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기술 ‘각인_활’이 발동되었습니다.]

[「활(活)」 속성을 각인하고자 하는 기술을 선택해 주십시오.]

“머메른의 갑주.”

[기술 ‘머메른의 갑주’에 「활(活)」의 속성 각인을 시작합니다.]

이 부분에선 ‘칼리아스의 마력 방패’와 살짝 저울질을 하기는 했으나.

“그래, 이건 여기다 붙이자.”

[각인_방]

[기술 ‘각인_방’이 발동되었습니다.]

[「방(防)」 속성을 각인하고자 하는 기술을 선택해 주십시오.]

“칼리야스의 마력 방패.”

[기술 ‘칼리야스의 마력 방패’에 「방(防)」의 속성 각인을 시작합니다.]

그마저도 길지 않은 고뇌였다.

내 나름대로의 계산을 거치며 적합하다 사료되는 기술들끼리 매칭해나갔고.

[각인_쾌]

[기술 ‘각인_쾌’가 발동되었습니다.]

[「쾌(快)」 속성을 각인하고자 하는 기술을 선택해 주십시오.]

“풀루스의 돌진.”

[기술 ‘풀루스의 돌진’에 「쾌(快)」의 속성 각인을 시작합니다.]

[남은 시간 : 71시간 59분 59초]

마침내 모든 고리가 가열차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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