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키메라의 기억법-220화 (219/232)

220화

딸깍―

[이벤트 발발까지 남은 시간 : 2일 11시간 56분 03초]

[이벤트 발발까지 남은 시간 : 2일 11시간 56분 02초]

[이벤트 발발까지 남은 시간 : 2일 11시간 56분 01초]

도착 후.

간단하게 점심을 챙겨 먹은 나는 한세정들과 주변 던전을 돌며 근원석 수확을 개시했다.

‘이면 던전’ 내에서 드랍되는 전리품이라고는 종족의 씨앗이 전부인 터라.

황 노야와 유신이를 만나며 무더기로 넘겨주고 오느라 빈곤해진 자금 사정도 해결할 겸, 부족한 고기도 채울 겸.

“꾸이이이이이익!!”

“꾸이이이익!!”

“한참 못 보다가 다시 보니까 왠지 정겹네요.”

“그러게. 설마, 괴물들한테 반가움을 느낄 줄이야.”

한세정과 조이령의 담소 내용처럼 무척 오래간만에 골갑의 기사들이 득실거리는 초원에 발을 디뎠다.

한 번씩, 한 번씩 수를 조절시켜주던 우리가 자리를 비웠던 탓인지.

예전에 비해 2배에서 3배 이상 커진 들판엔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스랄레오들이 나가고 들어오기를 반복하는 중이었다.

이를 보았을 때.

자세히 살펴봐야겠지만, 일단은 놈들의 깃발이 아직 파괴되지 않고 멀쩡히 살아있는 모양이다.

“다행이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육류 확보 처가 사라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러니 이참에 넉넉하게 구해놓아야겠어. 적어도 몇 달은 넉넉하게 먹을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형님.”

던전 근처 건물 옥상에서 짤막하게 대화를 나눈 우린 바깥쪽에서부터 골갑의 기사들을 공략해나갔다.

설정한 목표치는 4등급 근원석 10개.

3등급 이하는 되는대로 구해가잔 심산으로 가차 없이 마력을 투입했다.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식자재용 육고기야 솔져급으로도 충분하니.

[오리지널 기술 : 군단을 파괴하는 본능]

[오리지널 기술 : 절대 물러서지 않는 용]

[오리지널 기술 : 일도양단]

[오리지널 기술 : 천공의 문 – 청염]

우우우우우우우웅!!

콰아아앙―――

콰콰과과광!!

“꾸이이이익!!”

“꾸이이익!”

“꾸이이이이익!!”

설령 퀸급이 걸리더라도 단박에 찢어 죽일 정도로 강력하게.

소위 ‘초전박살’이란 표현을 고스란히 재현해내며 스랄레오들을 상대로 거침없이 학살극을 벌였다.

[축하합니다!]

[과제의 달성률이 100%에 도달했습니다.]

[「기술 : 이나고르트의 감전류」가 온전하게 승격됩니다.]

[「기술 : 이나고르트의 뇌공 쇄도」가 온전하게 승격됩니다.]

《기술 : 이나고르트의 감전류》

- 등급 : 원본(原本)

- 단계 : 1/5

- 설명 : 행성 ‘마누비아(Manubia)’의 지배종 「이나고르트」만이 개화 가능한 기술이다. 순간적으로 전신에서 전류를 방출해 반경 1m 내에 존재하는 적을 감전시킵니다. 전류에 직격당한 적은 30% 확률로 ‘상태 이상 : 마비’에 빠집니다.

《기술 : 이나고르트의 뇌공 쇄도》

- 등급 : 원본(原本)

- 단계 : 1/5

- 설명 : 행성 ‘마누비아(Manubia)’의 지배종 「이나고르트」만이 개화 가능한 기술이다. 벼락을 몸에 두르고 적과 충돌합니다. 방향 전환이 불가능한 단점을 갖고 있으나, 충돌 시에 30% 확률로 ‘상태 이상 : 마비’를 선사합니다.

완료 메시지와 함께 하나둘 진화하는 기술들.

‘멀리 보기’나 ‘무기 활용’, ‘끈질긴 추적’같이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들을 뺀 나머지는 모두 자금을 들여 원본(原本)급으로 상향시켰다.

더하여.

[‘한계 돌파 의뢰서 : 체화’를 구입하셨습니다.]

[‘최상위 물약 세트’를 구입하셨습니다…….]

오리지널 기술 제작용 재료와 무려 4등급 근원석이 요구되는 ‘최상위 물약 세트’도 아낌없이 투자해 구비해두었다.

포션은 곧 목숨.

생명선이 끊기지 않게 도와줄 대비책에 한해서는 결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게 없었으니까.

정리가 끝난 뒤에는 당연하게도 짐가방을 챙겨 근방에 존재하는 빛의 기둥으로 재 여정을 떠났다. 웬만하면 휴식도 주고 싶고, 더 여유롭게 정비하도록 놔두고 싶다만… 아쉽게도 상황이 따라주질 않았다.

딸깍―

[이벤트 발발까지 남은 시간 : 2일 11시간 36분 22초]

[이벤트 발발까지 남은 시간 : 2일 11시간 36분 21초]

[이벤트 발발까지 남은 시간 : 2일 11시간 36분 20초]

대략 60시간여.

낭비할 틈이 없었다.

“가자.”

“네!”

“네!”

“네!”

“네!”

“네!”

각자 한 개씩 두툼하게 부풀어 오른 배낭을 이고.

“그어어어어어!!”

“그워어어어!!”

만나자마자 찾아온 헤어짐에 슬퍼하는 흑기사들에게 안녕을 고하며 집을 나섰다.

농자재 백화점에서 가장 가까운 빛의 기둥은, 거점에서 남동쪽으로 5km 즈음 남하하면 나오는 〈던전 : 흡혼의 협곡〉이었다.

처음 와보는 이곳은.

푸드덕―

푸드덕―

“박, 쥐……? 박쥐네요?”

“어유, 징그러워. 왜 이렇게 큰 거야.”

“으으…….”

초대형 박쥐들이 폐허가 된 건물 천장이나 기둥에 다닥다닥 붙어서 여성들로 하여금 압도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장소였다.

3m, 5m, 7m, 10m.

단계 상승에 맞춰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체구 때문인가.

검은 천 자락 같은 날개로 몸을 감싸고 가만히 매달려 있는 모습이 언뜻 동굴에서 볼법한 종유석처럼 느껴지는 놈들은, 특이하게도 지구의 박쥐와 다르게 날개와 팔이 분리되어 있었다.

[축하합니다!]

[〈던전 : 흡혼의 현곡〉에 입장하셨습니다.]

[해당 공간에서 활동하는 동안 〈던전 전용 퀘스트 : 송곳니 부수기〉가 진행됩니다.]

《던전 : 흡혼의 협곡》

- 이곳은 행성 ‘수코(suco)’의 지배종 「크리포테라」의 영역입니다. 석양이 저무는 저녁이 되어서야 비로소 활동을 시작하는 이 밤의 주인들은 에너지가 가미된 음파를 퍼트려 수백 미터 밖에서도 먹잇감을 탐지해 사냥합니다.

그리고.

흡입한 핏물에 새겨진 이종(異種)의 능력을 베껴 자신의 것인 양 활용합니다. 반영구적이라는 기간적 제한, 한 종에 하나이며 후입된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선입된 능력이 삭제되어야 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으나,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하오니 만일 「크리포테라」와 싸우려 한다면 늘 그들의 변칙성을 경계하십시오. 긴장을 늦춘 순간 목덜미를 물어뜯길 테니까.

└던전 입장 시 ‘던전 전용 퀘스트’가 자동 진행됩니다.

└던전 전용 퀘스트 : 송곳니 부수기

《던전 전용 퀘스트 : 송곳니 부수기》

- 이 퀘스트는 오로지 〈던전 : 흡혼의 협곡〉에서만 진행 가능하며, 영혼마저 빨아먹는 「크리포테라」 종(種)의 무기를 부수는 것으로부터 개시됩니다. 짧게는 2~30cm에서 길게는 1m까지 자라나는 송곳니는 「크리포테라」들의 애병이자 성적 어필 수단입니다.

그러므로.

이 송곳니를 부러뜨린다면 단순한 무력화를 넘어 종(種)의 생산성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될 터이니.

└현재 파괴한 「크리포테라」 의 송곳니 수 : (0/~)

└나이트 등급 「크리포테라」 의 송곳니 파괴 시 ‘x3’만큼 추가 적용

└커맨더 등급 「크리포테라」 의 송곳니 파괴 시 ‘x5’만큼 추가 적용

└퀸 등급 「크리포테라」 의 송곳니 파괴 시 ‘x10’만큼 추가 적용

“음… 제가 나설까요?”

“그러는 게 좋겠다.”

“넵!”

권역에 진압하자 주르륵 출력되는 설명문을 쭉 읽어 내려간 신지유가 자발적으로 선두를 맡았다.

아무래도 비행형 타입에는.

[천공의 문 : 암전류]

“벼락의 소나기.”

파직―

콰앙―――

콰과과광!!

전뢰(電雷)만한 게 없었으니 말이다.

[축하합니다.]

[「원정대원」 이 ‘차원석 : 켄티페다’를 파괴했습니다.]

[〈차원 : 테라〉와 연결된 행성 ‘뷔루스(vīrus)’의 통로가 특수한 경구를 거치지 않는 한 영구히 차단됩니다.]

[〈이면 던전 : 독공의 영지〉에서 퇴장합니다.]

[남은 시간 : 5초]

[남은 시간 : 4초]

[남은 시간 : 3초]

[남은 시간 : 2초]

[남은 시간 : 1초]

[남은 시간 : 0초]

[퇴장합니다.]

번쩍!

“후… 드디어 여섯 개인가.”

퀴퀴하고 메케한 독연으로 가득하던 공간에서 탈출해 맑은 산소를 벌컥벌컥 들이킨 나는, 머릿속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고서야 보상으로 지급된 ‘켄타페다의 씨앗’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던전 : 흡혼의 협곡〉을 통해 재진입한 뒤로 어느덧 이틀 차.

전투를 거듭하며 하루를 꼬박 소모한 지금.

드디어 ‘씨앗’의 업그레이드 기능을 활용할 기반이 마련됐다.

[현재까지 파괴한 깃발 수 : (17/44)]

주어진 할당량을 대강 3분의 1쯤 채운 시점이었다.

달리.

[이벤트 발발까지 남은 시간 : 1일 12시간 03분 13초]

‘왕(王)’의 출현을 고작 36시간 남짓 앞둔 시점이기도 했다.

따라서.

“바로 해야겠네.”

나는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씨앗들을 싹 꺼내 하나로 합쳤다.

[여섯 개의 ‘씨앗’이 모였습니다.]

[‘씨앗’에 내재 된 3번 특이사항이 발동됩니다.]

[융합을 시도합니다.]

[남은 시간 : 60초]

우우우우웅!!

나지막하게 읊조린 명령이 하달되자 즉시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가 인력에 이끌리는 행성처럼 서서히 뒤섞이는 조각들은, 마치 작은 태양이라 칭해도 좋을 강렬한 섬광을 뿜어내며 한데 뭉쳐 몹시도 영롱한 보석을 창조해냈다.

혼합되었음에도 도리어 그 무엇보다 순수한 기운을 풍기는….

[‘근원의 열매’가 피어났습니다.]

《근원의 열매》

- 등급 : 유일+

- 분류 : 소모품

- 설명 : 도합 여섯 종족의 근원이 한데 뭉쳐 탄생한 열매입니다. 차원 간의 통로를 균열을 여는 데 쓰일 정도로 강대한 힘을 품고 있는 보화로, 담긴 기운이 너무나도 거대하여 아무도 함부로 다루지 못합니다. 허나, 제약이 따르는 만큼 그 어떤 과실보다도 달콤한 이적을 선물해주리니.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주저 없이 취해보십시오.

- 옵션 : 복용 시 개방된 능력치 중 다섯 가지를 선택해 25씩 상승 / 다른 씨앗과 합성 가능

- 특이사항 1 : 복용 시 옵션은 「6차 내성」 이상에는 효과가 반영되지 않습니다.

- 특이사항 2 : 총 여섯 개의 ‘열매’로 아이템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 제한사항 : ‘환골탈태 :4차’ 이하의 존재가 복용할 시 폭사(爆死)합니다.

아이템 중에서는 최초로 ‘유일+’등급을 달성한 「근원의 열매」였다.

우리는 이 휘황찰란한 보물을 손에 넣음과 동시에.

――――삐이이이이익!

[경고!]

[〈이면 세계 : 깃발의 무덤〉에 존재하는 ‘깃발’ 중 176개가 파괴되었습니다.]

[정해진 법칙에 의거하여 ‘이벤트 : ?’의 발발 시점이 하루 앞당겨집니다.]

딸깍―

[이벤트 발발까지 남은 시간 : 11시간 59분 59초]

“…?!”

정확히 반나절로 줄어든 카운트 다운을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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