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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기억법-212화 (211/232)

212화

과연.

신(新) 한국 정부 산하 최강의 부대라는 명성이 아깝지 않게.

“…추격! 추격을 시작한다! 7열 선두로! 8, 9, 10열도 따라와라!!”

충령 부대의 대응은 신속했다.

당황스러운 건 분명하나, 감정은 감정일 뿐. 상관의 명령은 곧 왕명과도 같을지니, 김한수의 지시가 떨어진 이상 일단은 수행해야 했다.

“7열 선두로!!”

“7열 선두로!!”

“8열 합류!”

“9열 합류!”

“10열 합류!”

척척척.

어리둥절하다가도 금세 4개 분대가 부대장이자 통칭 ‘성지 원정군’의 부사령관을 역임 중인 이지형의 포효에 호응하며 전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우리를 쫓았다.

곽재우의 적벽과 한세정의 독 안개.

“얘들아! 길을 막아!”

신지유가 내보낸 초목의 정령 드라이어드 및 다섯 소환수가 각자의 색깔이 담긴 저지선을 세우며 그들의 발을 묶었으나.

“정면을 뚫는다! 돌파 진형으로!!”

“돌파 진형!”

“돌파 진형!”

비교적 멀쩡했던 7열이 전위로 나서며 펼친 돌파에 무력하게 찢겨나갔다.

기본적으로 수적 차이도 심각했거니와.

버프를 받았을 때와 받지 않았을 때, 디버프를 걸었을 때와 걸지 않았을 때 상대가 느끼는 심적 부담이 하늘과 땅만큼 클 거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천지 부대’의 힘이 더해진 상황이었다.

여기에.

끼이이이이이익―

투웅!

콰아아아앙!!

“어서 가요!”

아직 정상적인 컨디션은 아니나 서포트 정도는 충분하다는 듯 나선 이연화와 ‘주몽 부대’의 도움까지 합쳐진 터라 훨씬 빠른 속도로 간극이 좁혀지자.

“…형님! 먼저 가시죠. 여긴 제가 막다 가겠습니다.”

최후방에서 일행의 안전을 담당하며 달리던 곽재우가 방패에 마력을 응집시키며 외쳤다.

일반적인 기술로는 시간을 끄는 것조차 어려워 보이니 본인이 직접 칼을 빼 들겠다는 의미 같았다. 방어 특화형 오리지널 기술 ‘철혈의 요새’라면 설령 충령 부대 전체가 달려든다고 하더라도 너끈히 버텨낼 테니까.

하지만.

“계속 달려”

내가 말렸다.

“네?”

곽재우의 의도야 잘 안다.

‘천강’이나 ‘군단을 파괴하는 본능-일격 태세’ 등의 반동이 돌아올 것을 감수하면서라도 파트로누스의 목을 치기 위해 무리했던 내가 회복할 여유를 벌어주겠다는 걸.

그러나.

괜찮았다.

과거였다면 몰라도.

[남은 시간 : 3초]

[남은 시간 : 2초]

[남은 시간 : 1초]

[남은 시간 : 0초]

[융합이 완료되었습니다.]

“방법이 생긴 것도 같으니까.”

〈던전 전용 퀘스트 : 수호의 돌파〉를 클리어하며 거머쥔 보상.

기대했고, 소망했으며, 간절하게 기원했던…….

[축하합니다!]

[수호자 「파트로누스」의 목을 베었습니다.]

[‘업적 : 유일한 참수자’를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업적을 세운 당신의 ‘정보’가「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됩니다.]

[보상으로 ‘칭호 : 거인을 벤 자’를 습득합니다.]

[보상으로 ‘기적의 조각’을 습득합니다.]

[보상으로 모든 신체 능력치가 15씩 상승합니다.]

위험을 자초하면서 얻어낸, 기어이 김한수와 신(新) 한국 정부에게서 빼앗아 온 보물이 진정한 모습을 되찾으며 선물을 가져다줬거든.

“아.”

[‘기적의 조각 : 3단계’에 「추가 옵션」이 강화됩니다.]

[‘기적의 조각 : 4단계’에 「추가 옵션」이 부여됩니다.]

《기적의 조각 : 4단계》

- 등급 : 유일+++

- 분류 : 소모품

- 설명 : 이름 그대로 「기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신묘한 ‘마석(魔石)’의 조각이다. 본래는 하나의 차원을 온전히 발아래에 둔 지배자에게 수여되는 보물이나, 이따금씩 해당 조각처럼 주인 잃은 별을 떠나 우주를 떠돌다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기도 한다.

총 ‘여섯 개’를 모아야 진정한 힘을 발휘하나, 단지 조각을 지닌 것만으로도 적잖은 능력을 손에 넣기도 한다.

현재 ‘네 개의 조각’이 융합된 상태이며 〈특수 퀘스트 : 선택〉과 〈업적 : 유일한 참수자〉를 훌륭히 이행함에 따라 「추가 옵션」이 부여 및 강화되었다.

- 옵션 : 신체 능력치 31% 상승 / 체력 및 마력의 회복 속도 27% 상승 / 모든 속성 저항력 19% 상승 / 기술 위력 12% 상승 / ‘운명의 고리’ 회피 기능 추가 / 양도 불가 / 소유주 사망 시 무작위 전이

- 추가 옵션 1 : 특수 기능 ‘휴대용 안전지대’ 생성 가능

- 추가 옵션 2 : 특수 기능 ‘유성의 궤적’ 발동 가능

- 추가 옵션 3 : 특수 기능 ‘작은 이적-사슬을 끊는 자’ 발동 가능

《특수 기능 : 작은 이적-사슬을 끊는 자》

- 설명 : ‘기적의 조각’이 네 개 이상 결합했을 때만 발동가능한 작은 이적(異跡)으로, 발현 시 본인에게 적용된 모든 해로운 것을 일시에 해제하고 중경상 이하의 상처를 전부 재생하며, 3분간 저항력이 30% 향상된다. 1회 시전 시 사흘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가진다.

- 현재 상태 : 활성화

- 재사용 대기 시간 : 0시간 0분 0초

희망하긴 했으나, 정말로 ‘기적의 조각’을 받게 될 줄이야.

며칠 전.

마녀 위성령과의 결투에서 세 번째 조각을 획득했을 때, 그것만으로도 무척이나 보람 있는 여정이라 여겼는데.

거진 일주일 만에 4단계까지 이룩하다니.

덕분에.

[사슬을 끊는 자]

우우우웅!

[‘천강’의 후유증이 소멸됩니다.]

[중경상 이하의 상처가 재생합니다.]

[3분간 ‘저항력’이 30% 향상됩니다.]

절반으로 내려갔던 근력도 완벽하게 복구된 데다가, 무려 31%라는 어마어마한 추가 스탯이 생겼다.

‘회귀’가 빠진 치유계 기술의 빈자리도 거의 다 메꿔냈고.

즉.

굳이 곽재우를 내던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계속 달려.”

나는 깊게 내려앉았던 무력감에서 해방되자마자 몸을 회전시키며 발끝으로 대지를 찍어 눌렀다.

맹렬하게 뒤쫓아오고 있는 수십 명의 왕실군.

따지고 보면 잘못은 이쪽이 했고, 저들은 그저 휘말린 피해자일 뿐이니 쓸데없는 사망자를 만들지 않으면서도 완벽하게 멈춰 세울 수 있도록.

탁―

[오리지널 기술 : 영원토록 붕괴하는 대지]

쿠웅!

쿠구구구구구구궁!!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목을 제외한 전 방위를 싸그리 뒤엎었다.

“뭐, 뭐야!”

“땅이 갈라진다! 멈춰!”

“뒤로 물러나라!”

지진을 방불케 하는 광범위한 기술이 발현되자.

수백 미터에 달하는 지반이 거칠게 물결치는 광경에 압도당한 듯 곳곳에서 당혹감에 물든 고성이 솟구쳤다.

역시.

지상 생물에게 ‘영원토록 붕괴하는 대지’보다 좋은 대응책은 없었다.

그로 인해 지근거리까지 좁혀졌던 간격은 재차 벌어져 버렸고.

[오리지널 기술 : 군단을 파괴하는 본능]

후우우욱―

쾅!

콰과과광!

콰광!

위협 사격용으로 흩뿌린 일격이 추격 의지를 깨끗하게 말소시켜버렸다.

아마.

마음이 남아 있었더라도 더 이상 뒤따라오긴 힘들었을 것이다.

“흔들바람! 우리를 띄워 줘!”

두 기술의 합작품이 충돌하며 일으킨 거대한 흙먼지가 시야를 차단하는 사이 하늘을 날아 구름 너머로 숨어버렸으니 말이다.

* * *

“저기, 저 건물엔 아무것도 없어요.”

“거기로 가자.”

“넵!”

신(新) 한국 정부와의 짧은 추격전을 마치고 도착한 텅 빈 건물의 최상층.

언제든 공중으로 날아오를 수 있게끔 일부러 하늘과 근접한 장소를 휴식처로 정한 우린 청염의 불길로 냉기를 털어내며 간단하게 휴식을 취했다.

나는 일행이 쉬는 동안 미쳐 체크하지 못한 잔여 전리품을 정리했다.

이래저래 읽을 게 많았다.

《특수 기능 : 유성의 궤적》

- 설명 : ‘기적의 조각’이 4단계에 도달하며 강화된 특수 기능으로, 사방 100m 내에 존재하는 ‘기적의 조각 소유자’의 흔적과 이동 경로를 읽을 수 있다. 이때 탐지가 가능한 흔적과 궤적은 최대 3일 이내의 것으로 제한된다.

우선 이것.

본래 ‘유성의 흔적’이었던 기능이 발전된 형태로.

“호.”

일종의 추적 기술이었다.

사흘 이내라는 제한이 붙어있기는 해도, 이번처럼 특수한 경우를 배제하고는 오로지 ‘운명의 고리’에 의존해야 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반가운 옵션이었다.

기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으니까.

《칭호 : 거인을 베는 자》

- 유일무이한 업적, 수호자 「파트로누스」의 목을 벤 자에게만 부여되는 칭호. 앞으로 종합 체급 5m 이상의 「침략군」을 상대할 때 모든 신체 능력치와 기술 위력 및 시전 속도가 최소 9% 증가하며, 사냥 대상의 체구가 5m를 초과할 시 3m 당 1%가 추가되어 최대 15%까지 증폭된다.

“이것도 좋네. 아니, 미쳤네.”

기꺼운 심정으로 확인한 두 번째 전리품 ‘칭호 : 거인을 베는 자’의 효과도 대단했다.

‘괴물의 원수’보다 나은 건 더 없으리라 싶었는데.

퍼센티지도 한결 높고, 게다가 기술에도 영향을 끼치니 맥시멈으로 증폭시킬 수만 있다면…….

“격류지체도 부럽지 않겠어.”

상상만으로도 감탄이 튀어나왔다.

그게 쉽진 않겠지만, 혹시 킹급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그런 혼잣말을 내뱉으며 세 번째 전리품으로 시선을 옮겼다.

[축하합니다!]

[‘신체 능력 : 용기’가 「100」을 돌파했습니다.]

[보상으로 ‘칭호 : 1차 한계 돌파 ― 용기’를 습득합니다.]

[기술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을 습득합니다.]

[용기가 3 상승합니다.]

[‘신체 능력 : 감각’이 「200」을 돌파했습니다.]

[보상으로 ‘칭호 : 2차 한계 돌파 ― 감각’을 습득합니다.]

[‘신체 능력 : 저항’이 「200」을 돌파했습니다.]

[보상으로 ‘칭호 : 2차 한계 돌파 ― 저항’을 습득합니다.]

[기술 ‘생존 본능’을 습득합니다.]

[기술 ‘반격의 서막’을 습득합니다.]

[감각이 6 상승합니다.]

[저항이 5 상승합니다.]

《기술 :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

- 등급 : 특수

- 단계 : -

- 설명 : 신체 능력치 중 ‘용기’가 「100」을 돌파했을 시 부여되는 기술입니다. 사본(寫本) 등급 이하의 정신 조작을 전부 무효화합니다.

《기술 : 생존 본능》

- 등급 : 특수

- 단계 : -

- 설명 : 신체 능력치 중 ‘감각’이 「200」을 돌파했을 시 부여되는 기술입니다. 당신의 목숨이 경각에 처할 시 극대화된 생존 본능이 당신의 오감을 극한으로 증폭시켜줄 것입니다.

《기술 : 반격의 서막》

- 등급 : 특수

- 단계 : -

- 설명 : 신체 능력치 중 ‘저항’이 「200」을 돌파했을 시 부여되는 기술입니다. 저항은 저항으로 그치지 않는다. 저항에 성공했다면 이제 반격을 시도할 차례입니다. 무언가에 저항을 성공할 시 다음 공격의 위력이 15% 향상됩니다.

도합 330이나 되는 스탯량이 증가하며 딸려온 세 가지 특수 기술들로, 세 개 모두 부족한 점이 없는 것들이라 앞으로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듯했다.

딱.

그리 생각하며 마지막 전리품인 〈던전 전용 퀘스트 : 수호의 돌파〉의 기여도에 따른 보상으로 눈을 돌리던 참이었다.

잠잠하던 허공에.

[축하합니다!]

[누군가에 의해 ‘수호자’가 처치됐음을 확인했습니다.]

[정해진 법칙에 의거하여 남은 236명의 ‘수호자’가 자동 소멸되며, 세계 각지에 「깃발의 무덤」으로 입장 가능한 문이 개방됩니다.]

문장의 파도가 출렁이기 시작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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