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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기억법-192화 (191/232)

192화

기본적으로 우리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매일 훈련에 임한다.

서울 여정을 떠난 오늘조차도 간단하게나마 육체 단련을 했을 지경이니, 기실 무협지 속 무림인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레벨이었다.

그러한 연유로.

수련법도 상당히 다양하다.

수십 킬로미터를 달리거나 신지유가 건축한 수십 층 규모의 목탑을 맨손으로 등정하는 등 마력을 다 써 버리거나 ‘마력 전개’처럼 기술 사용이 차단되었을 때를 대비해 새벽에는 오직 육체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아침을 먹고 오전이 되면.

그때부터는 원본(原本)급 기술들을 마스터하는 것에 할애한다. 적게는 네 시간에서 많게는 여섯 시간쯤.

오후로 접어들면 일대일에서 이 대 일.

형편에 따라서는 오 대 일이나 십이지신(十二支神)을 필두로 제작형 골렘들을 총동원해 일대다 전투에서의 생존법을 스스로 강구해 내 연습한다.

그 과정에서 피를 토하거나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아니.

거의 100에 99는 다쳐 쓰러지지만, 웬만한 증상은 흉터도 남지 않게끔 회복이 됐기에 참고 인내하며 발전에 몰두했다.

이 극한의 트레이닝은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최종 단계에 접어드는데.

우리끼리는 그 파이널 스테이지를 ‘환경전’이라고 불렀다.

열기와 불꽃으로 휩싸인 ‘청염의 화열지옥’.

공기의 흐름마저 얼려 버리는 ‘얼음꽃의 혹한 지대’.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빽빽한 초목의 땅 ‘드라이어드의 흑야수림’.

인간의 생존에 필수 요소인 호흡과 자유로운 움직임을 앗아가는 ‘웨이브(물줄기를 흐르게 하는 기술)의 호수의 세계’ 등등등…….

명명한 대로.

필드를 송두리째 바꿔 버리기 때문.

그 덕에 우린 이나고르트들과의 교전이 벌어졌음에도, 놈들의 정체가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비행형이자 원거리에서 번개를 떨궈 공격하는 특수 타입이었음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나고르트’라는 종(種) 자체는 생면부지의 관계일지언정.

“암전류의 뇌옥이다!”

작금의 형세만큼은 전격 속성의 소환수 ‘암전류’와 오리지널 기술 ‘천공의 문’을 결합해 생성해 낸 필드 ‘뇌옥(雷獄)’과 닮아도 너무 닮아 익숙하다 못해 지겨울 정도였으니까.

그 유사성을 캐치하자마자.

“방진 구성!!”

“방진 구성!”

한세정들은 영혼에 각인된 대처 방안을 자연스레 밟아 갔다.

곽재우를 중심으로 모여.

[철혈의 술 : 2단계]

[대군 방벽]

우우우우우웅!

쿠구구구구구궁!!

일차적으로 방패를 들고.

“산지기! 드라이어드! 발판!!”

[고유 능력 : 초목의 정령 드라이어드]

[환수 소환 : 산지기]

후우우우욱―

촤르르르르르르륵!!

쿵!

콰과과과과광!!

혈벽에 기대어 뇌격을 방어해 내며 배턴을 이어받은 신지유가 나무와 거석으로 사방에 계단을 만든다.

무엇을 위한?

당연하게도.

“가자!”

“오케이!”

“네!!”

[풀루스의 돌진]

[풀루스의 돌진]

[풀루스의 돌진]

탓―

날개 없이 비상하기 위한 발판이었다.

콰과과광!

슈우욱!

한세정, 조이령, 신지운은 무대가 마련되는 즉시 주저하지 않고 땅을 박찼다.

신지유의 ‘흔들바람’을 이용한 비행술도 있었으나.

단순한 부유라면 몰라도 행동에 제약 없이 자유자재로 비행하려면 ‘천공의 문’을 열어야 한다.

허나.

오리지널 기술은 마력 소모량이 막대한 탓에 기왕이면 아끼면서 하는 편이 좋은 법. 고로 퀸급 개체라도 등장하지 않는 한 우선은 전력을 아끼며 승리하고자, 셋은 신지유가 설치해 주는 수천 개의 도약판을 밟고 솟구쳐 괴조들 앞에 섰다.

“끼에에에에엑!!”

“끼에에에엑!!”

이나고르트들은 세 사람이 순식간에 구름 위로 올라서자 비명 같은 포효를 내지르며 극도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제 영토가 침범당했다고 여긴 걸까?

새 대가리의 정확한 속내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미쳐 날뛰는 괴조들은 셋이 지척에 다다르자 전신을 빛으로 휘감으며 발작적으로 달려들었다.

스으으윽―

파아아앙!

양쪽으로 뻗쳐 있던 날개를 힘차게 펄럭이며 대기를 가르고 돌격해 오는 놈들.

그 맹렬한 기세에 칼을 빼 든 신지운이 폭발적으로 기운을 풀어내며 전방위로 검을 휘둘렀다.

[웨루카의 다중 베기]

[가속]

탁―

슈우우우욱!

슈슈슈슈슈슉!

겨우 3초간이지만.

속도를 30%나 상향시켜 주는 ‘가속’이 가미된 검격.

한순간에 수십 차례의 참격을 형성해 내며 일대를 집어삼킨 첫수에 지근거리까지 근접해 왔던 이나고르트들이 속절없이 베여 나간다.

그 참혹한 살육이 잠잠해질 즈음.

[독사 지옥]

[발광하는 이무기]

각기 좌우로 소환된 독기를 품은 뱀들의 파도와 용이 되지 못해 격분한 이무기가 참상의 현장을 한 번 더 짓이긴다.

“끼에에에엑!!”

“끼에에엑!”

이나고르트들은 맥없이 쓸려 나가는 동족들의 죽음에 괴성을 지르며 분개했으나.

그게 끝이었다.

“더 몰려오기 전에 마무리 짓자.”

“흐읍, 하!”

“아자아자!”

[마력 변형술 : 거신의 비수]

[마력 변형술 : 거신의 창]

[마력 변형술 : 거신의 대검]

우우우우우우웅!!

쿠우우웅!

쿠구구구구구구구궁―

마침표를 찍듯.

삼등분으로 나뉘어 갈라가는 세 종류의 초대형 무구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은 처참하게 뭉개지고 분쇄된 시체 더미뿐이었으니까.

탓―

타다닷―

한세정과 조이령, 신지운은 제 역할을 완수하자 미련 없이 지면으로 내려왔다.

두어 마리가량이 살아남아 뒤쫓아 왔지만.

“얼음꽃! 청염!”

쩌적!

화르르르륵―

슈우우욱!

쾅!

서포트를 담당하던 신지유의 구령에 따라 발포된 빙각과 화구에 육신이 꿰뚫리고 불타올라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전체 추출.”

“전체 추출.”

깔끔하게 승전을 이끌어 낸 우린 근원석을 쫙 회수한 후에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피했다.

“끼에에에에에엑!!”

번쩍!

콰아아아앙!!

뒤늦게 괴주들의 여왕이 찾아와 우레를 퍼부었으나, 이미 생기를 잃은 시신 무더기만이 들썩이나 재가 될 따름이었다.

* * *

《3등급 근원석 : 이나고르트》

- 대상 ‘이나고르트’의 에너지를 품고 있는 근원석이다. 복용 시 ‘마력’ 또는 ‘속성’이 상승한다. 낮은 확률로 기술 ‘전격 방출’, ‘번개 가르기’, ‘벼락 치기’ 중 하나를 습득하고 매우 낮은 확률로 ‘특성’을 얻는다.

통상의 아이템과 동일한 취급을 받아 정보 창도 똑같은 형태로 구성되는 4등급 근원석과 다르게 다소 축약된 채로 출력되는 3등급 이하의 근원석.

“속성이다!”

뭣보다 ‘속성’ 스탯 전용이라는 점에 신지유의 입에서 환호성이 치솟았다.

정령 및 원소 계열이 전공인 소환사의 입장에선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다름 없는바.

하여.

뇌력을 사용할 때부터 예견은 했지만, 실제로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자 더욱더 방방 뛰어다녔고.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이걸 여기서 보네.”

“이렇게 되면 세정이랑 지유를 몰아줄까?”

“그러게 말입니다.”

독 전문가인 한세정은 한세정대로.

그 밖에 속성과 연관된 ‘고유 능력’이나 기술을 쓰지 않더라도, 그저 특수 스탯을 향상시킬 찬스는 반드시 잡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훗날 관련 계열을 배우게 될 가능성도 있거니와.

일단 비축해 두면 ‘저항’ 스탯만큼은 아니더라도 속성력에 대한 방어력도 올라갈 테니.

그래서.

“한동안 여기서 머물러야 하나.”

나는 일정의 변경을 생각했다.

이 같은 경우가 흔치 않다 보니 그냥 지나치기가 아쉽달까? 최소한 일행 전원이 ‘1차 한계 돌파’쯤은 얻어 가도록 맞춰 가고 싶었다.

솔직히 말해.

퀸급 개체의 전리품인 근원 수정만 잘 먹어도 손쉽게 2차를 돌파할 터.

“좋아.”

“……?”

“이틀, 내일까지 이쪽에 임시 거점을 세우고 2일 동안 던전을 클리어한다.”

“정말요?”

“물자도 그렇고, 추후에 다시 들를 수도 있으니 우선은 이틀가량만 머무르며 이나고르트들을 사냥해 못해도 200을 찍고 간다.”

“넵!”

“넵!”

“넵!”

“넵!”

“넵!”

결국.

결정했다.

전원 ‘2차 한계 돌파―속성’의 벽을 부숴버리고 가기로.

‘운이 따라준다면… 3차도 이룰 수 있겠지.’

* * *

딸깍―

[이벤트 발발까지 남은 시간 : 15일 18시간 41분 12초]

[이벤트 발발까지 남은 시간 : 15일 18시간 41분 11초]

[이벤트 발발까지 남은 시간 : 15일 18시간 41분 10초]

빠르게 흘러가는 물결같이 후다닥 넘어가는 달력.

약속했듯이.

어제부터 ‘던전 : 천둥 벼락의 폭풍’ 근처에 거주지를 설정하고 보이지 않는 전류의 그물을 의도적으로 건드려 이나고르트들을 유인해 사냥한 끝에.

[축하합니다!]

[‘신체 능력 : 속성’이 「200」을 돌파했습니다.]

[보상으로 ‘칭호 : 2차 한계 돌파―속성’을 습득합니다.]

[기술 ‘자연 차력’을 습득합니다.]

[속성이 3 상승합니다.]

《기술 : 자연 차력》

- 등급 : 특수

- 단계 : ―

- 설명 : 신체 능력치 중 ‘속성’이 「200」을 돌파했을 시 부여되는 기술입니다. 순간적으로 자연의 힘을 불러와 본인의 마력에 4대 속성(불, 물, 바람, 대지) 중 한 가지를 부여합니다. 발동 시 최대 30초간 유지되며 해지 후 육십 분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갖습니다.

두번째 진화를 건너.

[축하합니다!]

[‘신체 능력 : 속성’이 「300」을 돌파했습니다.]

[보상으로 ‘칭호 : 3차 한계 돌파―속성’을 습득합니다.]

[기술 ‘대자연의 격노’를 습득합니다.]

[속성이 6 상승합니다.]

[‘신체 능력 : 속성’이 「300」에 도달했습니다.]

[능력치 ‘속성’에 한하여 「내성 : 3단계」가 적용됩니다.]

《기술 : 대자연의 격노》

- 등급 : 특수

- 단계 : ―

- 설명 : 신체 능력치 중 ‘속성’이 「300」을 돌파했을 시 부여되는 기술입니다. 막대한 마력을 소모하는 대신 7대 속성(불, 물, 바람, 대지, 번개, 얼음, 강철) 중 한 가지를 골라 해당 속성에 걸맞은 자연재해를 불러일으킵니다. 단, 1회 사용 시 3일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갖습니다.

“드디어 됐네.”

세 번째 진화를 거머쥐게 되었다.

나도.

“축하드려요, 오빠!”

“아윤 오빠도 달성하셨으니, 여섯 명 전부 완성이네.”

“고생하셨습니다.”

한세정들 모두.

아이러니하게도 간섭력의 해소로 괴물들의 숫자가 늘어나게 된 게 도리어 도움이 되었다. 다른 것보다 퀸급 개체가 대량으로 증식하면서 3차 내성 극복의 계기가 주어진 덕택이었다.

심지어.

- 전격 방출 [사본(寫本) / 원본(原本)화 진행 중 : 1/3]

- 번개 가르기 [사본(寫本) / 원본(原本)화 진행 중 : 1/3]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연달아 흡입한 근원석이나 근원 수정을 통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나고르트들이 드랍하는 기술들까지 보유하게 된 상태였다.

당장은 ‘단계 향상의 돌’이 없어 사본(寫本)에 그쳤으나.

뭐가 됐든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든든해지는 성과가 한가득이었다.

물론.

제일 큰 수확은 역시나.

“오빠, 여기요.”

“고맙다.”

“뭘요.”

《나이트급 이나고르트의 안구(x2)》

이 녀석이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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