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키메라의 기억법-188화 (187/232)

188화

우득―

우드드득―

[축하합니다!]

[「포타우스 : 2등급」의 ‘근육’ 이식에 성공했습니다.]

[대상 「포타우스 : 2등급」이 보유 중이던 신체 능력 일부가 전이되었습니다.]

[「인간성」 15%를 소모합니다.]

뼈 맞춰지는 파열음을 마지막으로 전신을 휘감았던 빛이 가라앉는다.

꽈아아아아악!!

‘근육’이 바뀌었기 때문인지.

종료와 동시에 온몸의 근질이 팽팽하게 조여 오는 듯한 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좋네.”

실제로 얼마나 변했는지 몸소 체감하고픈 고양감에 나는 누워 있던 자세에서 일어나 가볍게 손을 질렀다.

툭―

파아아아앙!

살짝 움켜쥔 주먹에 부서진 바람이 비명을 토해 낸다.

같은 형식을 몇 번 더 해 보며 간단하게라도 새로운 육체와의 동화감을 높인 나는 나름의 만족감을 가지며.

[그러나 ‘근육’에 남아 있는 「포타우스 : 2등급」의 기억마저 포식하지 않는 한 불완전한 성장에 지나지 않습니다.]

[온전한 진화를 위해 지금부터 ‘666초’ 내에 「기억 포식」을 성공해 내야 합니다.]

[「기억 포식」에 실패하거나 혹 「기억 포식」 행위 자체를 시도하지 않을 경우 향상된 능력은 4분의 1로 하락합니다.]

[남은 시간 : 666초]

“프레데터의 기억 포식.”

우우우웅!

[‘고유 능력 : 프레데터의 기억 포식’이 발동됩니다.]

[당신의 영혼이 〈포식의 땅 : 2등급〉으로 이동합니다.]

번쩍!

불빛을 깜빡이며 기다리던 다음 단계를 진행했다.

“크라라라라라!!”

“크라라라라!!”

심상 세계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환된 열두 마리의 나이트급 포타우스들이 내게 달려온다.

여기도 간섭력의 영향을 받은 건지.

아니면 애당초 간섭력의 영향을 받은 괴물을 잡아먹어서인지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는 놈들.

“크라라라라라!”

후우우욱!

[칼리아스의 마력 방패]

우우웅!

쾅!

쾌속하게 찔러 오는 공격에 방패를 세워 대응하자, 눈앞에 펼쳐진 검푸른 장막이 강력한 파괴력에 한 차례 출렁인다.

그러나.

깨질 기미 따윈 없다.

외려.

“……!! 크라라락!!”

“크라라라라!”

쏟아부었던 대미지가 되돌아오며 발생한 반탄력에 괴로워하는 포타우스들.

그 견고한 방어를 앞세운 나는 마력이 가미되지 않는 순수한 무력으로 하나하나씩 붙잡고 두들겨 팼다.

일종의 적응 연습.

곽재우를 비롯한 한세정들과의 제대로 된 훈련 전에 하는 몸풀기였다.

슈우우욱!

콰직!

[‘고유 능력 : 프레데터의 기억 포식’ 시뮬레이션이 종료되었습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기억 포식’을 성공하셨습니다.]

[육체가 온전한 진화를 이룩해 냅니다.]

[대상 「포타우스의 근육」에 담긴 ‘기억’을 포식합니다.]

“…벌써 끝났나.”

워낙 빠르게 죽어 버린 탓에 큰 의미는 없었지만.

[현재 당신이 흡수한 대상의 등급은 「2」입니다.]

[대상의 등급에 따라 포식 가능한 ‘기억’의 폭이 늘어납니다.]

[1. 기술]

[2. 특성]

[포식하고자 하는 ‘기억의 갈래’를 선택해 주십시오.]

[선택되지 않는 ‘기억’은 자동 삭제됩니다.]

“기술.”

[‘기억의 갈래 : 기술’을 선택했습니다.]

[해당 갈래와 관련된 ‘기억’의 포식을 시작합니다.]

* * *

3분여 만에 재회한 현실.

“아.”

번쩍하고 뜨인 눈에 녹음(綠陰)으로 가득한 천장이 들어올 즈음.

[축하합니다!]

[이식된 「포타우스의 근육」에 남아 있던 기억 속에서 ‘특별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기술 : 포타우스의 연속 폭격」을 습득합니다.]

[앞으로 7일간 「기억」 포식이 제한됩니다.]

[앞으로 50일간 종족 「포타우스」를 상대로 ‘기억 포식’이 제한됩니다.]

몇 줄의 문장이 ‘기억 포식’의 마무리를 알렸다.

오늘의 내 선택은 기술.

그것도 ‘포타우스의 연속 폭격’이었다.

일전에 기술서를 통해 배워 ‘단계 향상의 돌’을 사용해 원본(原本)급으로 진화시켜 두었던 녀석.

과거에 익혔던 기술을 구태여 왜 또 배우느냐.

[이미 동일한 기술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기술 ‘포타우스의 연속 폭격’의 단계가 「2→3」으로 상승합니다.]

[근력이 4 상승합니다.]

《기술 : 포타우스의 연속 폭격》

- 등급 : 원본(原本)

- 단계 : 3/5

- 설명 : 행성 ‘노타투스(Notatus)’의 지배종 「포타우스」만이 개화 가능한 기술이다. 다음 4회에 타격의 위력이 75% 향상되며, 반경 3~5m에 이르는 폭발력을 전방을 뒤흔든다.

오래전.

티그리스의 다리를 연달아 취하면서 ‘티그리스의 대지 비틀기’에 플러스가 박혔던, 기술 강화 효과를 재현하기 위함이었다.

‘칭호 : 기술자’가 있다 해도 원본(原本)급은 레벨 올리기가 매우 어렵다 보니.

요즘처럼.

발전시켜야 할 기술이 넘쳐나는 시국엔 이렇게라도 꼼수를 부려야 했다.

“가진 게 많아도 문제야.”

누군가에겐 배 아픈 부런 개소리겠지만.

정말이었다.

방금 막 3단계로 상향 조정된 ‘포타우스의 연속 폭격’뿐 아니라.

종말 초기에 얻었던 ‘투르바의 포효’를 필두로 ‘발록의 투기’와 ‘머메른의 갑주’, ‘아쿠스의 연속 찌르기’와 ‘웨루카의 베어 가르기’.

‘칼리아스의 마력 방패’나 ‘풀루스의 돌진’도 있다.

끝인가?

[무루의 광분 일격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1/5]

[콜루베르의 기합 습격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1/5]

그 밖에도 이식 수행 시절에 익혔던, 다만 사용법이 까다롭거나 해서 묵혀 둔 기술들까지 있었다.

《기술 : 포타우스의 연속 폭격》

- 등급 : 원본(原本)

- 단계 : 1/5

- 설명 : 행성 ‘우르수스(Ursus)’의 지배종 「무루」만이 개화 가능한 기술이다. 발동 시 일시적으로 ‘상태 : 광분’에 빠지며, 다음 타격이 이루어지는 동안 일정 수준 이하의 정신 이상 공격에 함락되지 않습니다. 본 기술의 단계가 향상될수록 저항 가능한 정신 공격의 단계도 상승합니다.

└현재 상태에서 저항 가능한 단계 : 사본(寫本)급 2단계

└본 기술보다 2단계 이하의 정신 공격을 방어합니다.

《기술 : 콜루베르의 기합 습격》

- 등급 : 원본(原本)

- 단계 : 1/5

- 설명 : 행성 ‘에칸스(Ekans)’의 지배종 「콜루베르」만이 개화 가능한 기술이다. 은신한 상태에서 숨죽이고 기다리다 먹잇감이 다가왔을 때 순간적으로 기습을 가하는 형식으로, 은신 상태가 오래갈수록(최소 1분~최대 5분) 다음 타격의 위력이 증가(최소 50%~최대 150%)한다.

“바다의 기사가 주는 갈증을 빼면 거의 안 쓰는 웨이브는 그렇다 쳐도…….”

마스터해야 하는 기술만 열 개.

게다가 ‘군단을 파괴하는 본능’이나 ‘영원토록 붕괴하는 대지’ 등 오리지널 기술도 레벨 업 시켜야 하니.

기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써먹어야 했다.

* * *

*변경 전

- 근력 : 359

- 체력 : 321

- 내구 : 317

- 순발력 : 324

- 마력 : 305

*변경 후

- 근력 : 372

- 체력 : 335

- 내구 : 325

- 순발력 : 330

- 마력 : 309

오랜만에 딱 기본 위주로만 증가한 스탯.

“근력은… 한양으로 가기 전에 400을 찍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찬찬히 살펴보던 나는 370을 넘긴 수치에 감탄사를 토해 내며 내친김에 나머지도 쭉 훑어보았다.

의외로 한계점에 다다른 것들이 많았다.

*신체

- 용기 : 84

- 의지 : 90

- 저항 : 175

- 감각 : 178

1차 한계 돌파를 앞둔 ‘용기’와 ‘의지’.

2차 한계 돌파를 노리는 ‘저항’과 ‘감각’.

근력도 근력이지만.

기회가 되면 저 네 가지 스탯들도 모조리 벽을 뚫어 놓아야 할 거 같다.

“의지나 용기는 너무 희귀해서 어렵더라도… 저항이나 감각은 찾아보면 나오겠지.”

음.

혼잣말을 중얼거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흐트러져 있던 장포의 옷매무시를 가지런히 정리하고서 밖으로 나왔다.

* * *

“오시죠!”

후우욱―

쿵!

담담하되 힘이 들어간 음성으로 크게 외치며 방패 아랫단을 내리찍는 곽재우.

그의 방패가 육중한 무게감을 선사하며 지면을 흔들기 무섭게.

우우우우웅―

쿠구구구구구구궁!!

거리에 메웠던 빌딩과 전봇대 따위가 말끔히 사라져 휑하기 그지없던 공터가 지진이라도 인 듯 진동하며 무언가로 뒤덮여 간다.

[오리지널 기술 : 철벽의 요새]

“하!”

곽재우가 자랑하는 철옹성(鐵甕城)의 출현이었다.

나는 그 찬란한 성채가 완공되기까지 대기하다 마침내 성문마저 자리를 잡자 즉시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탓―

[풀루스의 돌진]

콰아아앙!!

추진력을 받으며 발사되는 한 발의 미사일처럼.

발판을 부수며 단숨에 간격을 좁힌 나는 펄럭이는 장포 사이로 꺼낸 팔에 마력을 주입하고서 주저 없이 전방을 짓뭉갰다.

[포타우스의 연속 폭격]

후우우욱!

콰아앙!

왼팔 손바닥으로 목표를 고정하고 발해 낸 첫 타.

전력을 다한 공세에 터져 나온 폭발음이 인근을 떨쳐 울린다.

“후!”

귀가 먹먹해지는 굉음을 흘러 넘기며 곧바로 연타를 날렸다.

슈우욱―

슈욱

콰아앙!

콰과과광!

마치 복싱을 하는 양.

레프트 훅(Left Hook), 라이트 훅 (Right Hook)에 이은 좌완 어퍼컷(Uppercut)을 잇달아 쏘아 내고서.

타닷―

후방으로 살짝 물러난 찰나.

“얼음꽃! 흔들바람!”

어디선가 들릴 듯 말 듯 한 외침과 함께 수백 개의 고드름이 내 주위를 집어삼킨다.

신지유였다.

꼭꼭 숨어 급습할 타이밍만 노리던 소녀는, 날 죽일 각오로 초목의 정령 드라이어드와 다섯 소환수를 총동원했다.

아군인 곽재우는 ‘철벽의 요새’로 보호받고 있기에 일절 신경 쓰지 않겠단 움직임.

그 자연재해급 얼음 폭풍에 난 회피보다 방어를 택했다.

[칼리아스의 마력 방패]

우우우웅!

일부는 공중에서 커트하고.

[머메른의 갑주]

촤르르르륵!

“흡!”

슈우우욱―

퍼버버벅!

일부는 몸으로 때우며 다시금 곽재우에게 전진한다.

“청염! 불태워! 산지기와 드라이어드는―”

‘천년목의 나무 지팡이’와 ‘소환의 서’를 양손에 쥔 신지유가 체내의 마력을 아낌없이 소모하며 날 저지하려 애썼으나.

[웨루카의 베어 가르기]

후우욱―

촤아아아악!!

불꽃, 거목, 암석.

전부 잘라 버리며 기어코 나아가.

[포타우스의 연속 폭격]

우우우웅!!

후우욱―

콰아아아아앙!!

치고 또 쳐서 성벽을 두들긴다.

이 치열한 공방은 1~20분을 넘어 한 시간.

훈련장에 모인 나와 곽재우, 신지유의 마력이 한 방울도 남지 않고 텅 비어 버릴 때까지 종일토록 계속됐다.

겨울 날씨에도 땀에 젖을 만큼 격렬했던 단련은 하루가 지난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그렇게 보낸 이틀.

한세정, 조이령, 신지운과도 한 번씩 겨루며 각자가 거둔 변화에 완벽하게 융화되었을 무렵.

딸깍―

[이벤트 발발까지 남은 시간 : 17일 23시간 59분 59초]

우린 흑기사들에게 거주지를 맡기고 신(新)한국의 수도.

한양으로 길을 떠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