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으음…….”
서서히 정상화되는 배경.
꽤나 갑작스럽게 맞이했던 변화가 마무리된다 싶은 차에 신음을 내뱉으며 깨어난 나는 다른 것보다 먼저.
“…아.”
마치 열 시간이고 열두 시간이고 푹 자다 일어난 듯 굉장히 상쾌한 기분에 잠겼다.
여기에 따스하게 내리쬐는 태양과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더해져 한시적으로나마 피비린내로 뒤덮인 전장에 놓여 있다는 사실도 잊고 분위기에 취해 있자니.
[축하합니다!]
어서 정신 차리라는 것처럼 알림음이 들리더니.
[당신의 「체질」이 개선되었습니다.]
[해당 사항이 ‘개인 정보’란에 추가됩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개인 정보’ 창이 열렸다.
[개인 정보]
*기본 사항
- 설명 : 아윤
- 종족 : 키메라―프레데터
- 칭호 : 인류 최초의 키메라(대표 칭호 변경▼)
- 고유 능력 : 프레데터의 기억 포식
- 특성 : 불굴(대표 칭호 변경▼)
- 체질 : 순양지체(효과 확인▼)
*신체
- 근력 : 340
- 체력 : 300
- 내구 : 300
- 순발력 : 312
- 마력 : 290
- 감각 : 163
- 저항 : 160
- 제어 : 126
- 투기 : 113
- 재주 : 23
[펼치기▼]
*기술
- 프레데터의 중위 진화론 [특수(特殊)]
- 신체 최적화 [특수(特殊)]
- 순간 회귀 [특수(特殊)]
- 스트랭스 [특수(特殊)]
- 급속 회복 [특수(特殊)]
- 도검불침 [특수(特殊)]
- 가속 [특수(特殊)]
- 마력 유체 [특수(特殊)]
- 감각 증폭 [특수(特殊)]
- 멘탈리티 가드 [특수(特殊)]
- 세밀한 컨트롤 [특수(特殊)]
- 전투광 [특수(特殊)]
- 강격 [특수(特殊)]
- 부분 복원 [특수(特殊)]
- 위력 감소 [특수(特殊)]
- 그림자 걸음 [특수(特殊)]
- 마력 변형술 [특수(特殊)]
- 일기당천 [특수(特殊)]
- 천강 [특수(特殊)]
- 분영일보 [특수(特殊)]
- 회귀 [특수(特殊)]
- 호신강기 [특수(特殊)]
- 비밀 엿보기 [특수(特殊)]
- 오르그의 파괴 본능 [원본(原本) / Master]
- 티그리스의 대지 비틀기 [원본(原本) / Master]
- 투르바의 포효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3/5]
- 발록의 투기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3/5]
- 머메른의 갑주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3/5]
- 아쿠스의 연속 찌르기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3/5]
- 웨루카의 베어 가르기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3/5]
- 풀루스의 돌진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3/5]
- 칼리아스의 마력 방패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3/5]
[펼치기▼]
[단계 설명▼]
*특이 사항
- 인간성 : 75% / 분노 조절 장애
- ‘기적의 조각(2/6)’ 보유 중
- 내성(목록 확인▼) 적용 중
- 동화(목록 확인▼) 적용 중
일부러 감소시켜둔 ‘인간성’이나 특성 아래칸에 신설된 체질란 등이 깔끔하게 정리된 홀로그램 화면.
다만.
집중적으로 눈길이 가는 대목은 전자도 후자도 아닌.
“287?”
매우 아쉽게도 300을 코앞에 둔 마력 스탯이었다.
남은 크루톤과 발록의 ‘특수 퀘스트’를 고려하면 근원석을 두어 개만 먹었어도 한계 돌파를 이뤄 냈을.
만약 그리했더라면 ‘고귀한 파편’과의 최후 결전에서 쓸 주력 무기가 추가되었을 텐데, 명검(名劍)이자 보도(寶刀)였을 신병의 획득 찬스를 지척에서 놓쳤다는 게 못내 속이 쓰렸다.
미리 계산해 두었다면 좋았을걸.
“쯧.”
하지만 어쩌랴.
지금의 아쉬움은 ‘체질 개선’으로 대신한 셈 치고.
[10초 후 마력 구체가 소멸합니다.]
[남은 시간 : 10초]
종료 안내 문구를 기점으로 바스러져 가는 베일 안에서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우우우우웅!!
명령에 반응하여 손끝으로 모여드는 기운.
순양지체를 이룸으로써 극한으로 순수해진 에너지는 그 색깔부터가 예전과 달랐다. 전체적으로 푸른빛을 띠는 건 동일했지만, 자세히 보면 바깥쪽에 이질적인 검은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흡사.
저 우주의 블랙홀을 연상케 하듯,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최상위 포식자 ‘프레데터’의 고유색이 뒤섞인 모습 같달까.
“더 파래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네.”
예상외의 광채라 다소 당혹스럽기는 하다만, 계속 보고 있자니 검푸른 불꽃도 제법 그럴싸했다.
물론.
중요한 것은 색채가 아니라 대미지가 얼마나 향상됐는가 하는 점이니.
“크허허허헝!!”
“크허헝!”
마침 시험해 볼 대상도 있겠다.
딸깍―
[남은 시간 : 0초]
파사사사삭―
“가자.”
나는 개운함에서 오는 산뜻한 발걸음을 내디디며 완전히 지워진 구체 밖으로 일격을 날렸다.
발바닥에서 허벅지, 허리와 어깨로 회전력을 연결하며 밀도높게 압축되었던 마력을 방출한 순간.
[오르그의 파괴 본능]
후우우욱!
콰아아앙!
콰과과과광!!
묵직한 파공성을 대동하며 날아간 권격이 부지불식간에 일대를 뒤집어엎으며 무지막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저 가벼운 손놀림이었을 뿐인데…….
상정했던 예측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파워에 적잖게 놀란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참혹한 현장을 바라보며 탄성을 토해 냈다.
“허…….”
분명 20%라고 하지 않았나?
2할 남짓 상향된 거치고는 끔찍할 정도로 업그레이드된 수준에 경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후, 다행이네.”
채택을 하지 못한 ‘격류지체’를 비롯해 특히나 미래가 보장되는 ‘단련신’을 포기하게 되었을 때 가졌던 불안감이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솔직하게 말해서.
퀸급 개체라는 최악의 숙제를 감당하고자 불가피하게 ‘순양지체’를 고르긴 했다만, 혹여라도 잘못된 초이스는 아니었을까 싶었다.
헌데.
직접 사용해 보고 나니 이만하면 최선이라 칭하긴 뭐해도 확실히 차선책쯤은 되는 듯 하니.
씨익―
이거…
활짝 웃어도 좋은 타이밍 같았다.
* * *
‘성장의 땅’ 2일 차.
이래저래 여러 일들이 있었던 1일 차의 밤이 가고 새롭게 마주한 새벽. 미처 동이 트지도 않은 오전이건만, 나는 어둠을 가르며 심상 세계를 활보했다.
Time is Gold.
늑장 부려 봐야 좋을 게 1도 없었기에 일찍부터 필드를 질주하며 날 기다리던 기억의 파편들을 수거해 나갔다.
방법은 간단했다.
[투르바의 포효]
“흐읍― 흐아아아!!”
쿠웅―
후우우우우욱!!
대략 500m에서 1km 간격을 주기로 한 번씩 괴성을 터트리며 근방의 괴물들을 내 곁으로 불러 모으는 식.
그 효능은 틀림없었다.
깊게 참았던 숨을 적당히 흩뿌려 주면.
“키에에에에엑!!”
“크허허허헝!!”
“그어어어어!!”
두 번에 한 번은 꼭 먹잇감들이 튀어나왔으니까.
그 결과.
《전직 퀘스트 : 등위 상향》
-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키메라 「프레데터」는 자신이 사냥한 개체의 신체 조직을 흡수해 끊임없이 성장한다.
그래서였을까. ‘우주의 질서’는 강대한 힘을 지닌 존재에게 합당한 제약을 선사했으니……(후략).
┗등위 상향에 필요한 평범한 파편 : (2,367/4,444)
┗등위 상향에 필요한 특별한 파편 : (1,142/2,222)
┗등위 상향에 필요한 진귀한 파편 : (390/1,111)
┗등위 상향에 필요한 고귀한 파편 : (0/1)
┗당신의 능력치 일부가 ‘잠금’되어 있습니다. / [자세히 보기▼]
┗진행률에 따라 ‘잠금’이 해제됩니다.
┗현재 진행률 : 50%
[잠금 목록(접기▼)]
- 신체 능력치 80% 이상 발휘 불가
- 기술 위력 80% 이하로 절감
- 체화(體化) 등급 기술 중 한 가지 지정 사용 가능 : 군단을 파괴하는 본능
- 유일 등급 아이템 중 한 가지 지정 사용 가능 : 기적의 조각
2일 차 점심이 될 즈음 퀘스트는 반환점에 다다랐고, 그 덕에 날 속박하던 제약도 대부분 해소됐다.
나는 그 점을 바탕으로 더욱 가열 차게 교전을 이어 나갔다.
“키에에에에엑!!”
“키에에에엑!”
“5백……. 많이도 몰려왔네.”
[오리지널 기술 : 군단을 파괴하는 본능]
후우우우우웅―
쿠구구구구구궁!!
사방을 빼곡하게 메운 괴물들에게 쏟아 내는 화력.
암청색으로 채색된 유성우(流星雨)를 앞세워 나아가는 보보에 진행률은 빠르게 채워져 갔고.
저녁노을이 저물어 가던 밤.
[현재 진행률 : 99%]
“키에에에엑!!”
‘고귀한 파편’을 제외한 7,777마리의 기본 파편 중 7,776마리를 처치해 낼 수 있었다.
“닥쳐.”
후욱!
빡!
“케엑!”
한 마리는 일부러 죽이지 않고 생포해 두었다.
이제껏 소모했던 체력과 마력 등의 회복 및 컨디션 조절을 위한 설계였고.
그 빈 공간이 100% 채워졌을 시점에 드디어.
“케에엑! 켁!”
슈우욱―
콰직!
3일 차 오전.
털썩―
[모든 ‘파편’이 소멸하였습니다.]
[앞으로 44분 후 ‘고귀한 파편’이 소환됩니다.]
[고귀한 파편이 소환되기까지 남은 시간 : 43분 59초]
나는 퀸급 개체의 소환 주문을 외웠다.
* * *
[고귀한 파편이 소환되기까지 남은 시간 : 9초]
[고귀한 파편이 소환되기까지 남은 시간 : 8초]
[고귀한 파편이 소환되기까지 남은 시간 : 7초]
‘온다.’
10초 대로 들어온 타이머.
제로를 향해 가는 카운트다운에 맞춰 긴장감도 점차 고조되던 나는, 마음을 다스리고자 최대한 담담한 눈빛으로 전방을 주시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쿵―
쿵―
쿵―
자꾸만 빨라지던 맥박이 차분해질즈음.
스윽―
손아귀에 쥐고 있던 큼지막한 물체를 입가로 가져왔다.
시뻘건 피가 뚝뚝 떨어지는, 방금 전까지 몸속에서 힘차게 박동하던 장기.
으적!
[「괴물의 심장」을 섭취했습니다.]
[마력 순환 속도 및 기술 위력이 150% 향상됩니다.]
비릿한 혈향을 풍기는 ‘괴물의 심장’이었다.
언제였던가.
한동안 삼켜 본 적 없었던 심장이 오래간만에 식도를 타고 위장에 입성했다. 콜루베르의 위액이 더해졌는지 매섭게 녹아 흡수되는 심장.
[일기당천]
[스트랭스]
[마력 유체]
그에 더불어 가진 버프를 모조리 꺼내 장착하고 나자 푸르렀던 창공 한쪽에 커다란 금이 갈라진다.
던전의 균열이 오버랩되는 현상.
그러나.
구경은 잠시였다.
끼이이이이이익!!
[때가 도래하였습니다.]
[〈성장의 땅〉에 ‘고귀한 파편’이 소환됩니다.]
[전투에 대비하십시오.]
곧.
귀청을 먹먹하게 만드는 기괴한 개방음을 동반하며 상공에 자리잡은 통로가 쩍하고 개방되더니.
쿠웅!
쿠웅!
무언가 그 안쪽에서 걸어 나왔기 때문이었다.
거진 8m에 이르는 체구에 근육으로 이루어진 검붉은 피부와 그 위로 솟은 두 쌍의 날개, 체형에 비해 기형적으로 거대한 양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
‘성장의 땅 : 2단계’의 대미를 장식할 주인공은…
“그어어어어어어!!”
“…발록.”
푸화하하하학!!
진입 첫날 장난스레 중얼거렸었던 그 녀석.
‘퀸급 발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