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쉬이이이익!!”
“쉬에에엑!!”
후우욱!
후욱!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날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콜루베르의 숫자가 다섯에 이르고.
[칼리아스의 마력 방패]
우우웅!
캉―
찬란한 빛을 뿌리며 생성된 장막에 의해 놈들의 기습이 차단되었을 때.
[「콜루베르」의 ‘기습’을 사전에 차단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된 〈특수 퀘스트〉의 ‘트리거’가 발동되었습니다.]
소망하던 문장의 파도가 밀려왔다.
《특수 퀘스트 : 초감각》
- 행성 ‘에칸스(Ekans)’의 지배종 「콜루베르」는 강인한 근력과 재빠른 순발력을 동시에 지닌 놀라운 암살자입니다. 보호색으로 위장해 먹잇감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다 일시에 내리찍는 기습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극도로 낮습니다.
하기에.
그들은 뛰어난 감각 능력을 수련하는 데 최고의 교보재로 활용됩니다. 만일 「콜루베르」들의 급습을 감지하고 반격해 내거든 당신도 훌륭한 전사가 될 테니 말입니다.
(0/11)
┗특수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상대의 ‘반격 횟수’가 머리 위로 표시됩니다.
┗남은 시간 : 2일 23시간 59분 59초
“11회만―”
“쉬이이이이익!”
[웨루카의 베어 가르기]
탓―
후욱!
서걱!
“―반격하면 되는 건가.”
후드득―
거칠게 달려들던 구렁이의 몸뚱어리를 반으로 갈라 버리고서 미션을 확실하게 암기한 나는 더욱 깊숙한 곳으로 발을 뻗었다.
100m가량 전진했을 즈음 뭔가가 옆구리를 치고 들어왔다.
후화화화확!!
“쉬에에에엑!!”
묵직한 무게감과 날렵한 몸놀림이 일품인 습격의 주인공은 커맨더급 콜루베르였다.
기술을 발동했는지 전신에 초르스름한 기운이 일렁거리는 놈.
체색과 더불어 마력마저 보호색으로 물들었는지 청록빛으로 뒤덮인 몸통 박치기에 오른발로 반원을 그리며 회전했다.
비록.
신체 능력치가 절반으로 감소했다고는 해도, 나는 ‘순발력’이 300을 돌파했던 사람이었다.
게다가.
탁―
[가속]
슈우우욱!
적절한 버프까지 섞어 주면.
“쉬에에에엑!”
후우우욱!
딱 반보(半步) 차이로 피해 내는 것도.
나아가.
[스트랭스]
[강격]
[오르그의 파괴 본능 : 마력 권갑화]
꽈아아아아악―!
“후읍.”
후우우욱!
콰아앙!
반격도 간단한 일이었다.
“쉬에에엑!”
대미지가 부족해 한 번에 처죽이지는 못했지만, 굳이 신경 쓰진 않았다.
애당초 퀘스트의 요점은 ‘반격 횟수’다.
[반격 횟수 : 0회]
딸깍!
[반격 횟수 : 1회]
나는 이거면 충분했다.
* * *
[그림자 걸음]
파앗!
“쉬이이이익!!”
콰직!
좌측으로 돌기 무섭게 쇄도해 온 콜루베르가 내 그림자를 집어삼켰다.
환영을 미끼로 던져 주며 얻은 카운터 찬스.
[아쿠스의 연속 찌르기]
후욱!
콰드드드득!
주저 없이 빈틈을 향해 왼손을 찔러 넣은 순간 울리는 맑은 종소리.
띠링!
[축하합니다!]
[〈특수 퀘스트 : 초감각〉을 완료하셨습니다.]
[당신의 업적에 걸맞은 보상을 지급합니다.]
[보상으로 ‘칭호 : 감각의 귀재’를 습득합니다.]
[보상으로 모든 신체 능력이 3씩 상승합니다.]
《칭호 : 감각의 귀재》
- 특별한 업적을 달성한 대상에게 부여되는 칭호. 향후 누군가로부터 가해진 살기(殺氣)를 인지할 시 ‘상황 : 전투’ 종료 전까지 감각 인지 범위가 5% 늘어납니다. 또한, 「콜루베르」를 상대로 전투가 일어날 경우 모든 신체 능력이 5% 상승합니다.
됐다.
마지막 콜루베르를 마무리 짓고 안전한 장소에서 메시지를 정독한 나는 꽤나 만족스러운 얼굴로 주억거렸다.
감각 인지 범위가 늘어난다는 말도 좋았지만.
뭣보다 ‘콜루베르를 상대로 전투가 일어날 경우 모든 신체 능력이 5% 상승합니다.’라는 문구가 유난히 반가웠다.
‘특수 퀘스트’를 받아야겠다 결정한 진정한 목적이 저 조항 때문이었으니까.
살면서 한 번은 들어봤을,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표현대로
5%.
저 작은 수치가 훗날 퀸급 개체와의 승부에서 적의 심장을 꿰뚫는 비수로 작용할 수도 있기에 도전하게 된 것이었다.
따라서.
“이제 네 개.”
승률을 1푼이라도 올려 보고자 약간의 휴식을 취한 나는 미련 없이 콜루베르의 권역을 벗어나 다음 구역으로 이동했다.
* * *
[축하합니다!]
[〈특수 퀘스트 : 안력 강화〉를 완료하셨습니다.]
[당신의 업적에 걸맞은 보상을 지급합니다.]
[보상으로 ‘칭호 : 안법 보유자’를 습득합니다.]
[보상으로 모든 신체 능력이 3씩 상승합니다.]
《칭호 : 안법 보유자》
- 특별한 업적을 달성한 대상에게 부여되는 칭호. 특별한 문제가 발생치 않는 한 시력이 항시 최상의 상태로 유지되며, 상대의 속도에 적응하는 시간이 매우 짧아집니다. 또한, 「머메른」을 상대로 전투가 일어날 경우 모든 신체 능력이 5% 상승합니다.
콜루베르에 이어 두 번째로 머메른의 ‘안력 강화’를 이수했다.
근처 강가에서 발견한 놈들을 적당히 유인해 낸 이후.
스무 번의 창격을 오로지 회피하는 것으로 칭호와 스탯을 확보한 나는 쉬지 않고 질주해 3km쯤 떨어진 지역에서 몇 톤의 체중을 자랑하는 무루들과 뒹굴었다.
“크허허허헝!!”
“크허허헝!”
적갈색으로 불타오르는 마력으로 휘감긴 앞발을 내지르는 놈들.
압도적인 중량을 앞세운 격렬한 기세에 맞대응하듯 가진 최강의 한 방을 선사했다.
“흐읍!”
[스트랭스]
[강격]
[마력 변형술 : 거인의 주먹]
[오르그의 파괴 본능]
우우우우웅!!
후우우욱―
쾅!
서로가 보내는 격렬한 인사의 중앙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파장.
폭발을 대동하며 쏟아진 마력 파편 아래로 본래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 으깨진 너덧 마리의 무루들이 나뒹군다.
즉사.
약해진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강력한 권격이었다.
“후.”
그 참혹한 참상을 빚어낸 나는 호흡을 길게 내쉬며 일어섰다.
콜루베르, 머메른.
여기에 무루까지 한꺼번에 주파한 데다.
《특수 퀘스트 : 격살》
- 행성 ‘우르수스(Ursus)’의 지배종 「무루」는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바탕으로 최상위 포식자의 권좌를 차지한 족속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기점을 지난 후로부터 그들은 피식자를 만나면 ‘일격’에 살해하는 행위를 명예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종잇장처럼 찢겨 죽는 피식자들을 보며 즐기게 된 것이지요.
그로 인해 행성 ‘우르수스(Ursus)’의 피지배종들은 항상 「무루」들이 일격에 맞아 죽는 모습을 보고자 했습니다. 본인들이 당한 슬픔을 그대로 돌려주기를 기원했습니다.
하오니.
타격 횟수 1회를 초과하지 않고 열세 마리의 「무루」를 살해해 원한과 분노의 염원을 이뤄 주십시오.
(13/13)
┗특수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상대의 ‘타격 횟수’가 머리 위로 표시됩니다.
┗남은 시간 : 2일 23시간 59분 59초
이걸 클리어하려거든 전력을 동원해야 하는지라, 힘이 쭉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축하합니다!]
[〈특수 퀘스트 : 격살〉을 완료하셨습니다.]
[당신의 업적에 걸맞은 보상을 지급합니다.]
[보상으로 ‘칭호 : 파괴하는 자’를 습득합니다.]
[보상으로 모든 신체 능력이 3씩 상승합니다.]
《칭호 : 파괴하는 자》
- 특별한 업적을 달성한 대상에게 부여되는 칭호. 앞으로 ‘지형 파괴’를 실행하는 경우 최대 위력이 5% 증가합니다. 또한, 「무루」를 상대로 전투가 일어날 경우 모든 신체 능력이 5% 상승합니다.
공들인 노력에 대한 결실이 뒤따라왔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이번엔 하나가 아니었다.
[축하합니다!]
“음?”
흡족해하던 차에 등장한 메시지.
의아한 표정으로 갸웃거리는 내게 도착한 선물은.
[‘신체 능력 : 속성’이 「100」을 돌파했습니다.]
[보상으로 ‘칭호 : 한계 돌파―속성’을 습득합니다.]
[기술 ‘자연 친화’를 습득합니다.]
[속성이 3 상승합니다.]
‘속성’ 능력치의 100 달성 기념용 칭호와 기술이었다.
크루톤의 독낭을 이식하면서 90대에 이르렀던 게 ‘특수 퀘스트’ 보상으로 추가되면서 기어코 벽을 넘긴 것.
상당히 기꺼운 이야기였다.
《기술 : 자연 친화》
- 등급 : 특수
- 단계 : -
- 설명 : 신체 능력치 중 ‘속성’이 「100」을 돌파했을 시 부여되는 기술입니다. 자연과의 친화력이 향상되어 관련 기술의 위력과 저항력이 7%씩 증가합니다.
“꽤 많이 늘어나네.”
한세정이나 신지유와 다르게 내가 보유한 속성 공격이라고는 마비 독이 전부인 터라 효율을 뽑아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다 차치하고서 저항력만으로도 굉장히 마음에 드는 효과라고 중얼거리던 찰나.
[축하합니다!]
“…또?”
또다시 축하 문자가 날아들었다.
더 이상 이야기할 거리가 없는데 뭐지?
의문 어린 시선으로 물음표를 띄우며 서 있던 나를 찾아온 건
[‘신체 능력 : 체력’이 「300」을 돌파했습니다.]
[‘신체 능력 : 내구’가 「300」을 돌파했습니다.]
[보상으로 ‘칭호 : 3차 한계 돌파―체력’을 습득합니다.]
[보상으로 ‘칭호 : 3차 한계 돌파―내구’를 습득합니다.]
[능력치 ‘체력’에 한하여 「내성 : 3단계」가 적용됩니다.]
[능력치 ‘내구’에 한하여 「내성 : 3단계」가 적용됩니다.]
“아.”
바로 ‘성장의 땅’ 입장 직전에 무루의 쓸개를 이식함으로써 발생한 여파가 한가득 몰려오고 있었다.
* * *
[기술 ‘회귀’를 습득합니다.]
[기술 ‘호신강기’를 습득합니다.]
《기술 : 회귀》
- 등급 : 특수
- 단계 : -
- 설명 : 신체 능력치 중 ‘체력’이 「300」을 돌파했을 시 부여되는 기술입니다. 발동 시 최대 중상에 이르는 상처를 지정한 지점으로 되돌리며, 1회 시전 후 한 달의 유예 기간을 가집니다.
《기술 : 호신강기》
- 등급 : 특수
- 단계 : -
- 설명 : 신체 능력치 중 ‘내구’가 「300」을 돌파했을 시 부여되는 기술입니다. 상시 유지되는 지속형 기술로, 마력이 육체 위를 순환하며 모든 공격을 방어해 냅니다. 본인의 의지와 마력이 더해질 경우 순간적으로 최대 방어력이 50% 상승하며 사본(寫本) 등급 이하의 모든 공격을 절대 무시합니다..
“허…….”
새롭게 획득한 두 개의 기술을 살펴본 나는 작게 탄성을 토해 냈다.
‘호신강기’도 ‘호신강기’지만.
특히나 내 눈길을 잡아끄는 작품은 ‘회귀’. 한 달의 쿨타임이 있는 걸 고려하더라도 중상 이하의 상흔을 모조리 복원해 낸다니.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효능이었다.
물론.
놀라기엔 아직 일렀다.
[기본 신체 능력 ‘근력’, ‘체력’, ‘내구’, ‘순발력’이 모두 「3차 한계」를 돌파했습니다.]
[육체적으로 완성된 당신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보상을 부여합니다.]
[보상으로 ‘환골탈태 : 3차’가 주어집니다.]
[신체 개조를 시작합니다.]
콰직―
한 가지 단계가 더 남아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