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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기억법-161화 (161/232)

161화

넘어간다.

콰아아앙!!

하는 격렬한 충돌 후.

“그워어어어어!!”

“크라라악— 카악!”

목표를 달성했다는 골렘의 화통한 포효와 둔중한 무게에 밀려 나가는 퀸급 포타우스의 황당한 괴성이 뒤섞이는 가운데.

기이이이익—

쿠우우웅!!

족히 2~3m는 더 큰 체구에 깔려 뒤뚱뒤뚱하던 괴물의 육체가 기어이 꺾여 불규칙하게 갈라진 대지 위로 고꾸라진다.

그 과정에서.

푸화학!

‘…열렸다!’

날 가두었던 수옥(手獄)도도 말끔하게 해제되었다.

“크라라라라!!”

쿠웅!

쿵!

고꾸라지는 와중에 최대한 피해를 줄여 보겠다고 무의식적으로 땅을 짚으려다가 발생한 실수이자, 그만큼 당황했다는 증거였다.

이를 인지한 나는.

“하아!”

[그림자 걸음]

탓—

사아악!

일말의 주저함 없이 몸을 내던졌다.

쉬이 찾아오지 않을 적기를 놓칠 수는 없었다.

“—! 크라라라!!”

후욱—

퍼어어억!!

그 탈주를 알아챈 놈이 뒤늦게나마 손바닥을 부딪치며 응수했으나, 타이밍을 놓친 손길에 걸린 건 마력으로 이루어진 허상뿐이었다.

본체는 이미.

[풀루스의 돌진]

[웨루카의 베어 가르기]

탁—

촤아아아악!!!

“후아!”

멀쩡히 살아 나가 반격을 꾀하고 있었다.

서걱!!

“크라라라라!!”

짤막한 절삭음과 함께 터져 나오는 처절한 비명.

부지불식간에 가한 공격은 우완 중 하나의 팔뚝을 쭈욱 찢어발기며 기다란 상처를 새겨넣었다.

아쉽게도 힘줄까지 끊어 내지는 못했으나.

검붉은 피가 쉴 새 없이 치솟는 걸로 보아 한동안은 무력화됐다 여겨도 무방해 보였다.

사실.

아니어도 딱히 상관은 없다.

파운딩(pounding)은.

[가속]

[스트랭스]

[마력유체]

[일기당천]

“가 보자.”

이제 막을 올렸으니까.

쿠웅—

[오르그의 파괴 본능]

콰아아앙!!

* * *

콰아아앙!

‘휴우…….’

일대를 떨쳐 울리는 폭발음을 듣고서 아윤이 위기를 극복했구나 하며 안도한 한세정은 길게 참았던 호흡을 내쉬며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소 마음 졸이기도 했지만.

여하튼 다시금 여유를 벌었으니, 이 점을 기반으로 남은 40%가량의 포타우스 무리를 궤멸시키고 아윤과 합류하리라.

한껏 각오를 다진 그녀는 칼날에 독기가 집약된 ‘베놈 소드’를 휘감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부드럽게 내디딘 발걸음.

사아앗!

탓—

“크라라라라!!”

“어딜.”

후우욱!

서걱!

단박에 몇 미터를 전진해 곽재우의 옆구리를 노리던 포타우스의 상반신을 쪼갰다.

상대를 무참히 썰어 버리는 소검 모르드.

암살자용답게 평범한 장검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 소검의 형태였음에도 불구하고 3m 남짓한 거구를 종잇장 가르듯 간단히 집어삼킨 어둡고 칙칙한 보랏빛의 블레이드는 시산혈해(屍山血海)로 변모한 전장을 거닐며 눈에 보이는 먹잇감들을 닥치는 대로 물어뜯었다.

열, 스물, 서른…….

“다음.”

“크라라라락!!”

서걱!

“다음.”

“크라아아악!”

콰직!

“다음.”

몇을 죽였나.

쉰을 돌파한 뒤로는 세기를 포기하고서 오로지 생명을 앗아 가는데 몰두했다.

그런 한세정의 전의에 전염됐는지.

[미래예지]

[웨루카의 다중 베기]

“하압!”

후우욱—

촤좌좌좌좌좍!!

“다 잡았어! 몰아붙여!!”

[풀루스의 돌진]

[발광하는 이무기]

투웅—

콰앙!

콰과과과과광!!

양쪽에서 화력을 집중하는 조이령과 신지운도 더더욱 기세를 불태우며 참살에 박차를 가했다.

열의가 더해질수록 전세는 가파르게 기울었고, 그 선전이 거듭되며 마침내 바라던 대사가 귓바퀴를 자극했다.

“적 90% 섬멸!”

9할.

천여 마리를 웃돌던 숫자가 10% 아래로 줄어들었다는 소식에 한세정들의 혈색이 밝아졌다.

머릿수 일백 정도는.

‘5분.’

아니.

3분이면 정리할 수 있었으니까.

…하고 중얼거리던 그때였다.

“크라라라라라라!!”

쿠웅!

저 멀리.

아윤과 퀸급 포타우스가 치고받고 싸우던 장소에서 심상찮은 하울링이 고막을 두들겼다.

반사적으로 회전하는 고개.

‘…뭐지?!’

결코 예사롭지 않은 음파에 본능적인 위기감을 캐치한 직후.

면전에 세 줄의 문장이 떠올랐다.

[〈던전 : 쌍수 증량의 폭력〉의 ‘던전 전용 기술 : 지원 요청’이 발동되었습니다.]

[해당 던전과 연결된 행성 ‘노타투스(Notatus)’로부터 지원군이 전송됩니다.]

[해당 ‘던전 전용 기술’은 발동 이후 〈차원 : 테라〉의 시간으로 일주일간 봉인됩니다.]

“아, 이런……!”

다름 아닌 ‘던전 전용 기술 : 지원 요청’의 발동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70%를 지나 80%가 넘게 소멸하였음에도 조용했기에, 더불어 진작에 ‘총공세’라는 기술이 가동된 실정이었기에 추가적인 ‘던전 전용 기술’의 시행은 없으리라 안심했거늘.

착각이고 오판이었다.

예측과 달리.

여러 개를 연달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한 듯했다.

그러나.

당혹스러워할 시간은 없다.

“재우 씨!!”

사건이 발발한 건 발발한 거고.

과거로 되돌릴 순 없으니 대처가 시급했다.

“예! 후으으읍, 으아아아아!!”

[‘매드 스크림’이 전장을 가로지릅니다.]

[「아군」으로 지정되지 않은 모든 존재가 도발에 걸려듭니다.]

후우욱—

슈화아아아악!

일차적으로 광역 도발을 시전해 새로 투입된 포타우스들이 아윤에게 가지 못하게끔 붙잡아 두는 동시에.

“지유야! 벽!”

“넷! 산지기! 얼음꽃!”

우우우웅!

쿠구구구구구궁—

쩌저저저저적!!

신지유의 두 소환수로 하여금 거대한 벽을 건축해 적들을 일자로 유도하여 기존의 포타우스들과 합치며 차분하게 대응해 나갔다.

그러면서.

“지운아!!”

“네?”

“뒤로 빠져!”

“네! 알겠— 네?”

“어서!”

돌격 태세를 갖추던 신지운을 후방으로 빼내었다.

왜?

어째서 그런 본부를 내리느냐고 묻는 소년의 똘망똘망한 눈빛이 따가웠다. 이에 그녀는 어색하게 뒷걸음질 치는 간결하게 지시했다.

“당장 아윤 오빠한테 가! 가서 저쪽을 끝내!”

라고.

한세정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명확했다.

솔져, 나이트, 커멘드.

세 계급으로 꾸려진 군단과 맞서 싸우며 여태껏 소모한 체력과 마력이 제법 상당했다. 한데 여기서 또 전투를 치르게 된다면… 정작 아윤을 도와 퀸급 포타우스 공략해야 할 시기엔 칼 한 번 휘둘러 보지 못하고 짐 덩어리가 될 공산이 컸다.

일반적인 괴물들이라면 몰라도.

홈그라운드 이점에 ‘총공세’의 효과로 적잖게 강화된 상태였으니까.

그러니.

과감하게 수를 뒀다.

이곳은 자신과 조이령, 곽재우, 신지우가 골렘들과 같이 맡아서 버티고.

「신력」이라는 기이한 능력으로 오리지널 기술을 습득한 신지운을 파견해 퀸급을 먼저 끝장내기로.

우두머리가 무너지면 개판이 되는 것은 사람이나 괴물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아, 알겠어요!”

이 생각을 온전히 공감했는진 확실치 않으나.

신지운은 지휘관인 한세정의 의사라면 충분히 믿고 따를만하다 여겼는지, 군말 않고 우측으로 쭉 달려가기 시작했다.

발판.

“수호병!”

골렘의 근력을 빌려.

“던져!!”

후우우욱—

탁!

“그워어어어어어!!”

후화하하하하학!!

인간 투사체가 되기 위함이었다.

* * *

[〈던전 : 쌍수 증량의 폭력〉의 ‘던전 전용 기술 : 지원 요청’이…….]

[해당 던전과 연결된 행성 ‘노타투스(Notatus)’로부터…….]

[해당 ‘던전 전용 기술’은 발동 이후…….]

“크라라라라라라!!”

연신 처맞던 퀸급 포타우스의 주둥이에서 광소가 튀어나온다.

제 동족들이 구원하러 와 준다는 뉴스를 놈도 접한 듯. 대강 ‘네 동료들은 다 죽게 될 거다!’ 따위의 얘기를 지껄이는 느낌이었다.

물론.

나는 일절 동요치 않았다.

대충 훑어보니 일천 내외로 추정되는데, 저 수준으로는 한세정들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터이니.

다 잡고 났을 때가 걱정이기는 하다만…….

그거야 그때 가서 보고 판단하면 된다.

“우린 하던 거—”

“혀어어어어엉!!”

“—해야, 음?”

주먹을 말아쥐던 차에 누군가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신지운?”

신지운이었다.

녀석이.

“혀어어엉!!”

길게 포물선을 그리며 창공을 날아오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인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기 무섭게 후우욱 하고 지면에 착지한 신지운이 빠르게 내 곁으로 다가오며 본인의 이동 경위를 설명했다.

“세정 누나! 퀸급 먼저!”

극단적으로 짧은 두 개의 단어였으나.

그것만으로도 나는 신지운이, 소년을 보낸 한세정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도를 바로 이해했다.

이 판단이 옳은가에 관해서는 미지수다만 일단 벌어진 상황인 데다가.

“크라라라라라라!!”

지속된 파운딩에 흙더미를 뒹굴던 퀸급 포타우스가 잠시 딴청부리는 새를 노려 육중한 몸체를 일으키는 중이라.

더 이상 딴 데 한눈팔 겨를이 없었다.

“시선 끌 테니 전력으로 치고 빠져!”

“네!”

네 벼락같은 노성에 주억거린 신지운이 주력에 가속을 더하며 칼을 치켜들었다.

사아아아아아아!!

곱게 선 날의 표면으로 몰려드는 에너지.

통상적인 마력이 아니다.

오직 신지운만이 다룰 수 있는, 때로는 이적(異跡)을 행하기도 하는 「신력」이라는 이름의 제3의 기운이 소년의 무기를 휘감으며 칼날의 형태로 발아하는 중이었다.

[오리지널 기술 : 신력 발현]

“으아아아아아!!”

사아아아아아아!!

그 강대한 살의에 깜짝 놀랐을까?

“크라라라라!!”

반쯤 기립했던 퀸급 포타우스가 눈을 부릅뜨며 다급히 백 스텝을 밟았다.

내 오리지널 기술과 다르게 특수(特殊) 등급인 탓에 성장이 불가할지언정 위력만큼은 전혀 꿇리지 않은 기예이기에 맞상대보단 회피를 선택한 것 같았다.

감히 말이지.

“수호 기사! 몸으로 막아!”

“그워어어어어!!”

쿠웅!

콰아아아앙!

사전에 아군이라면 누구든 원하는 대로 지휘하게끔 체계를 정해 둔 덕택에 수호 기사는 거리낌 없이 내 명령을 따라 자리를 피하려던 놈의 후면을 점하고서 허리춤을 틀어쥐며 태클을 걸었다.

딸리는 능력치 차이를 체중으로 메꾸며 버티기에 돌입한 골렘의 악다구니에 제동이 걸린 퀸급 포타우스.

어떻게든 떨쳐 내려 안간힘을 썼으나.

[티그리스의 대지 비틀기]

쿠웅—

콰과과과광!!

“크라라라라락!!”

붕괴된 지반으로 다리가 풀리고 축이 틀어져 골렘을 떨쳐 내기도, 마저 일어나기도 불가 마땅치 않았다.

그게.

[가속]

[그림자 걸음]

[풀루스의 돌진]

“흐아아아아!!”

“크라라라라라라라!!”

참격을 허용하게 된 원인이었다.

후우욱!

4m? 5m?

집채만 한 크기를 자랑하는 백색의 검격이 퀸급 포타우스의 하체를 쓸고 지나간다.

구름이 일렁거리는 듯한 광경을 펼쳐 낸 칼날이 상단에서 하단으로 대각선을 그리며 떨어진 순간.

촤아아아아악!!

핏줄기가 튀었다.

너무나도 반듯하게 잘려 나간 놈의 오른쪽 다리의 혈관들이 아픔을 못이기도 내뱉은 절규였다.

더 정확하게는.

“수고했다.”

[오리지널 기술]

곧이어 가해질 절망에 울부짖는 걸지도 몰랐다.

우우우우우우웅!!

[군단을 파괴하는 본능]

후우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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