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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기억법-160화 (160/232)

160화

기상천외한 변수 창출.

기울어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그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걸어가 역전이라는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제일 필요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변수 창출’이 첫 손에 뽑힐 것이다.

예측 불허한 미지의 공포는 곧 대상을 경직되게 만들고, 수축된 신체 때문에 느려진 반응 속도는 결정적인 틈의 발생으로 연결될 테니.

하여.

상정 못 한 상황이 연출되었을 때엔 뭣보다 침착함을 유지하는 게 첫 번째 원칙이었고, 그런 점에 있어서 나는 꽤나 합격점이었다.

저놈이 어떤 방법으로 무려 오리지널 기술인 ‘영원토록 붕괴하는 대지’에서 풀려났는진 몰라도.

꽈아아아아악!!

후우우욱!

“크라라라라라라!!”

“······!”

최소한 어버버거리는 일 없이 준비한 이타(二打) 끝까지 밀어붙였으니까.

[오리지널 기술 : 군단을 파괴하는 본능]

“흐으읍!!”

고오오오오오오!!

긴급하게 비틀어 하늘로 휘어 올리는 궤적.

벌써 몇몇 발은 흙더미에 처박혀 소멸했지만, 아직 고공을 떠도는 수많은 별 무리가 내 의지에 호응해 묵직한 소음을 동반하며 위쪽으로 솟구쳐 오른다.

그 장대한 진풍경에.

“크라라라락!! 크라라라라!!”

서둘러 양팔을 허우적거리는 놈.

눈치챈 듯했다.

저 밑바닥의 지저 아귀(地底 餓鬼)보다, 눈앞의 천공 성운(天空 星雲)이 훨씬 위험하다는 걸.

“후아아아!”

쿠우우웅―

“크라라라―”

콰아아아앙!!

콰아아앙!

콰앙!!

터진다.

폭죽이 터진다.

여의도 불꽃 축제였던가.

다치기 전엔 이래저래 미루다가, 음주 차량과의 교통사고 이후엔 외출 자체를 극도로 꺼리게 되면서 TV나 인터넷 따위로만 구경했었던······. 살면서 한 번쯤은 꼭 가 보고 싶었는데.

“안 가도 될 거 같네.”

음.

비록 화려함은 덜할지언정.

콰아아아앙!!

현실감 부분에서만큼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했으니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누나에게도―

우우우웅!!

“······?!”

감상에 젖어 있던 차에 별안간 대기가 요동쳤다.

당연하게도.

“크라라라라라!!”

푸화하하하하학!!

놈의 소행이었다.

퀸급 포타우스가 지닌 고유 기술.

계속되는 폭발 속에서 웅크렸던 몸뚱어리를 쩍 하고 만개하며 발해 낸 기운으로, 제 몸을 속박하던 마광탄들을 깡그리 부숴 버린 것이었다.

정면 대결.

힘 대 힘으로 붙어 창살을 뜯어낸 놈의 육신이 밖으로 빠져나온다.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탈출한 탓에 상태가 아주 처참했다.

유난히 튀어나와 있던 좌완 두 개는 완전히 파쇄됐고, 우완 중 최상단에 위치한 팔도 골절이 된 듯 덜렁거렸다.

단순 계산만 따져도 3할에서 4할의 전력 손실이 난 셈.

본디 세상일이라는 게 고작 수치 놀음으로 성립되지 않는단 건 알고 있으나,

[가속]

[풀루스의 돌진]

[그림자 걸음]

탓―

후욱!

“그렇다고 아무짝에 쓸모없다는 말은 아니지.”

[웨루카의 베어 가르기]

슈우욱―

촤아아아악!!

“크라라라라라!!”

[아쿠스의 연속 찌르기]

탁!

파바바바박!

가공할 속력의 대시와 이어진 이연타.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연결되는 연속 동작에 하염없이 하강하던 놈이 훌쩍 떠오른다.

기껏해야 2m도 안 되는 인간이 몇 배나 큰 체구의 괴물을 강제로 띄운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싶지만.

평범함을 아득히 초월한 초인은 그 불가능을 완벽하게 실현시켰다.

[칼리아스의 마력 방패]

우우웅―

텁―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기술적인 활용으로 발판을 마련하고.

[풀루스의 돌진]

꾸우우우욱―!

파앙!

반쯤 굽혀졌던 무릎의 반동을 통해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강격]

[마력 변형술 : 거인의 주먹]

[순간 회귀 : 오르그의 오른팔]

우두둑!

“후아!”

콰앙!

“크라라락― 케렉!”

샌드백같이 놓여 있는 뱃가죽에 욱여넣는다.

빠각!

손끝으로 뼈 부러지는 촉감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인간형 괴물들의 특징은 외형처럼 내형도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

즉.

이 또렷한 촉감을 토대로 보건대, 갈비뼈 한두 대는 틀림없이 아작 났다는 의미였다.

“케헤에엑!”

촤아아악―!

그걸 증명하듯.

퍽 하고 열린 놈의 주둥아리에서 누런 타액이 뒤섞인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눈알이 뒤집힌 걸 보아하니 대미지가 적지 않은―

“크라라락!!”

“…!”

왼손을 찔러 넣으려던 직전에 놈이 순간적으로 눈을 번쩍 뜨더니.

흡사 파리를 잡으려 하는 듯 남은 팔을 죄다 끌어모아 날아오르던 내게 붙잡기를 시도했다.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으면서도.

“크라라라라라!!”

때를 기다린 모양이었다.

퀸급은 퀸급이라고 해야 할까.

“젠장!”

뭐가 됐든.

유인에 걸렸음을 확신한 나는 늦었단 판단이 서자 즉시 가드를 세우며 뇌에 저장된 모든 방어 수단을 꺼내 들었다.

[순간 회귀 : 스랄레오의 골갑]

[머메른의 갑주]

[마력 변형술 : 전신 갑주]

[칼리아스의 마력 방패]

우득―

우드득!

촤르르르르륵!!

하는 음율을 내며 빗장뼈에서부터 자라난 백골갑을 기점으로 피부 위를 감싸는 스케일 아머와 전신을 뒤덮는 마력까지.

순식간에 완성된 몇 겹의 방패.

과연 이걸로 막아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그 타이밍에 놈의 손바닥이 날 짓눌렀다.

후우우우욱―

꽈아아앙!!

폭탄이라도 격발한 듯.

귓구멍을 얼얼하게 만드는 충격파가 채 지워지지도 않았거늘.

부우웅―

부우웅!

콰아앙!

이번엔 상하로 울려 퍼지는 폭음.

“크아악!”

이대로 날 압사시켜 버리려는 건지.

사방에서 전해지는 가공할 압력에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 나왔다.

대체 얼마 만에 느껴 보는 고통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던 통증이란 감각에 세포 하나하나가 일깨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빠르게 생성해 낸 갖가지 갑옷과 ‘도검불침’이나 ‘위력 감소’ 등의 패시브 기술이 충격을 줄여 준 덕분에 일격에 뭉개지는 사태는 어찌어찌 막아 냈다만······.

‘이것도― 잠깐, 이다!’

당장에야 버텨 낸다 해도 시간이 흐르면 틀림없이 찌그러질 터.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옴짝달싹 못 하게 붙잡힌 시점에서 수비 태세를 풀기라도 했다간 곧장 압축되어 버릴 텐데.

‘생각해라, 생각해······!’

적당히 관심만 끌어 두려다 되레 독 안에 갇힌 생쥐 꼴이 되니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았으나.

억지로라도 두뇌 회전을 시키며 필사적으로 방안을 강구했다.

내가.

이 압축기 안에서 해방될 비책을.

‘···아!’

그리고 고안해 냈다.

의외로.

[마력 변형술]

우우웅―!!

손쉬운 대책을.

[마력 변형술 : 산미치광이]

탁―

촤좌좌좌좌좌좍!!

“크라라라라락!!”

산미치광이.

다르게는 호저(豪猪)라고도 불리는 이 동물은 매우 특별한 무기를 달고 다닌다.

한번 박히면 단숨에 근육까지 파고들어 가 생살을 찢어 꺼내지 않는 한 절대로 뽑아내지 못하는 가시를.

나는 그 강력한 장비를 베껴 왔고.

‘하나 더.’

[아쿠스의 연속 찌르기]

콰직!

콰드드드득!!

“크라라라락!!”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나름의 첨가물을 가미해 놈의 두꺼운 손바닥에 강침을 쑤셔 넣었다.

푸화하하학―!!

뿜어져 나오는 선혈 사이로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과 마주하게 되었다.

‘지금!’

기회였다.

이 빌어먹을 손아귀에서 벗어날 찬스. 하기에 이래저래 늑장 부릴 거 없이 즉각적으로 발을 구르며 벌어진 구멍을 향해 쇄도했다.

[풀루스의 돌진]

타앗!

다만.

슈우우욱―

텁!

‘······!’

나는 목표와 달리 바깥으로 나가지 못했다.

아무렇게나 놀고 있던 나머지 손들이 덧씌워지며 내 도주로가 차단됐기 때문이었다.

그래.

손‘들’이다.

멀쩡한 팔 한 짝과 굴절상을 당했다 여겼던 우수가 어느새 회복되어 나를 조여 오는 중이었다.

그로 인해.

고생해서 뚫었던 공간이 재차 폐쇄되려던 찰나.

'젠장,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최후의 한 수를 꺼내려던 내 귓가로.

부웅―

‘······?’

자그마한 부양음(浮揚音)이 들렸다.

뭔가.

굉장히 무겁고 커다란 물체가 비상한 듯한 그 소리의 정체는.

부우우우우웅!!

“그워어어어어어어어!!”

‘···골렘?!’

10m쯤 되는 초대형 골렘이었다.

콰아아아아앙!!

* * *

“적!! 60% 섬멸!!”

바람 속성 소환수 흔들바람의 힘을 빌려 창공에서 전장을 굽어보던 신지유의 외침에 모두의 눈빛에 불꽃이 튀었다.

오늘의 사냥에서 제일 중요한 항목은 두 가지.

첫째는 아윤이 퀸급 포타우스의 어그로를 담당해 주는 것이고, 둘째는 아윤이 시간을 벌어 주는 동안 커맨더급 이하 괴물들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미끼 역을 맡은 아윤에게 엄청난 부담이 가는 미션이었으나.

스스로가 자신한 데다 이 방향으로 갔을 때에 성공 확률이 가장 높았기에 일행은 해당 작전에 동의했다.

고로.

종착지가 보인다는 얘기에 열의가 불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여길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아윤의 목숨도 장담치 못할지니.

그랬는데.

일이 틀어졌다.

삑!

[‘반대편 신호기’에서 신호가 전달되었습니다.]

[‘반대편 신호기’의 위치가 「미니 맵」에 표시됩니다.]

[「미니 맵」은 10분 후 자동 삭제됩니다.]

“······!!”

문제가 생겼음을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시야가 탁 트인 신지유에게 맡겨 두었던 ‘고주파 신호기’로부터 미리 정해 두었던 신호가 전면을 가득 채웠으니까.

이에.

“크라라라라라!!”

“아윤 오빠!!”

한세정의 머리가 아윤과 퀸급 포타우스가 대치 중인 장소로 홱 꺾였다.

허나.

무슨 사고가 벌어졌는진 불명확했다.

떼거지로 몰려오는 괴물들을 상대하기 위해 설치한 장벽으로 좌우가 쫙 가로막힌 탓이었다.

그렇기에.

한세정은 지체 않고 작금과 같은 변고가 발생했을 시를 대비하여 짜 두었던 패턴을 그대로 시행했다.

“봉인!”

우선적으로 ‘수호 기사’를 소형화시키고.

파앗!

탁!

급격하게 작아진 녀석을 쥐며 벽과 바닥을 박차 최대한 신지유와의 거리를 좁힌 뒤.

“지유야!!”

꾸우우욱―

[중급 투척술]

[‘명중률 보정’이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후욱!

파앙!

한 줌 망설임 없이 던진다.

세트 플레이었다.

마치.

배구 경기 중 세터가 공격수에게 공을 토스해 주면 그걸 놓치지 않고 적 진영으로 스파이크를 내리꽂는 연계처럼.

“흔들바람!”

휘우우우웅!!

퍼어엉!!

한세정이 날려 보낸 거신상을 받아든 신지유가 아윤이 있는 곳으로 쏴주면.

“봉이이이인!! 해제!!”

탄환이 되어 질주하는 골렘의 봉인을 일순간에 해방시키는 것으로 그 우람한 덩치를 앞세워 몸통을 부닥쳐 버리는 지극히 원초적인 합격술.

이른바.

현대식 수동 투석기의 재림이었다.

유도자인 신지유가 실수하지만 않는다면 웬만해서는 실패할리 없는 이 치명적인 연계기의 효력은.

“그워어어어어어어어어!!”

콰아아아아아앙!!

역시나 만족스러운 결실을 가져왔다.

여전히 보이진 않았지만.

삐이이익!

[‘반대편 신호기’에서 신호가 전달되었습니다.]

[‘반대편 신호기’의 위치가···]

'···됐어!'

머지않아 돌아온 회신이 연수가 통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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