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
【 퍼즐 】
‘이벤트 : 절망의 파도’의 부속 편이었던 ‘축제의 땅’까지 종결되며 인류는 한동안 평화의 시기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가족, 친척, 지인 등 막대한 희생이 뒤따르며 얻어 낸 일시적인 안정기였기에 생존자들의 심정은 그닥 편치 않았다.
되레.
공허해졌다.
누군가의 죽음을 발판 삼아 살아남는 게 옳은 일인가, 이리 구차하게 살아남는 게 의미 있는가.
순서의 차이일 뿐.
결국 모두가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절대다수의 심리를 나락 저편으로 몰아붙였다.
그래서.
군중을 이끄는 소수의 리더들은 이 비관적인 현실을 뒤집기 위한 계기를 찾아 나섰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식의 흔해 빠진 개소리가 아니라.
왜 버텨야 하는지.
영원토록 지속될 것만 같은 모든 아픔을 견뎌 냈을 때 그 결말은 희망찬 미래가 존재할 거란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려 열과 성을 다해 애를 썼고, 그 갖은 노력 끝에 우리는 유의미한 결실을 보았다.
‘우주의 법칙’이 공언한 절대적 승리 요건.
‘특수 조건 : ?’의 쟁취 방법이 3레벨 상점에서 다시금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과거에도 상점 레벨을 2단계로 업그레이드하며 그 단서를 획득했었으나.
고작 실마리 하나 툭 던져 줬던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이번에는.
[단서 구매처]
구매자의 의사에 따라, 자신이 바라는 만큼의 퍼즐 조각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물론.
파편 하나하나를 수집할 때마다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했지만.
적어도 해피 엔딩이 실재한다는 명확한 사실에, 이 악물고 발악한다면 임시 딱지를 뗀 진정한 평화가 도래할 거란 사실에 인류는 주저 없이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바야흐로……(중략).
-‘종말 이후의 역사서 : 희망을 노래하다’ 中 일부 발췌
* * *
[〈축제의 땅〉이 정복되었습니다.]
[‘기여도’에 따른 보상을 선정 중입니다.]
“…아.”
검은 불꽃과 푸른 유성이 한데 뭉쳐지며 발생했던 폭발.
그 격렬한 충돌로 세계가 붕괴하고 난 후 정신을 차렸을 때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두 줄의 메시지였다.
정복과 보상.
간단하지만 명료한 단어에 그제야 전쟁이 종식되었음을 깨달은 나는 점차 선명해지는 시야에 눈을 깜빡이며 근처를 둘러보았다.
소복하게 쌓인 눈과 사방에서 불어오는 시린 겨울바람.
끝으로 십자가만 남은 교회 터를 통해 진정 돌아왔음을 실감했다.
“아으으…….”
“으음…….”
“아.”
그즈음.
비슷한 타이밍에 의식을 되찾으며 깨어나 짤막한 신음을 내뱉으며 흐릿했던 멘탈을 수습하는 한세정들.
다행히.
다들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폭발력이 꽤 컸던 탓에 뭔가 피해가 가진 않았나 불안했는데, 갑작스럽게 퉁겨져 나와 얼떨떨한 걸 빼고는 대체적으로 정상적인 모습.
이에.
‘…그래서 누가 먹은 거지?’
나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허공으로 눈동자를 움직였다.
퀸급 살라만드라의 목을 취하기 위해 전력으로 주먹을 뻗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다음이 어떻게 되었는지가 또렷하게 상기되질 않았다.
워낙에 이팩트가 화려했었거니와.
반대로 주변은 너무 어두웠던 까닭에 누구의 칼이 초거대 도마뱀의 생명을 끊어 냈는지 분간하기가 어려운 바.
시스템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 덕에 알게 되었다.
내가.
[현재 나의 기여도 : 57.61%]
“…이런.”
패배했다는 진실을.
퀸급 살라만드라는 처치 시 기여도가 50%나 주어진다.
심층부에 도착했을 시점에 이미 30%를 넘긴 상태였으니, 이를 고려하면 80%대에서 90%대를 찍었어야 하거늘.
채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걸로 보아…….
“진 건가.”
승전의 영광을 빼앗긴 것 같았다.
필시.
그 대상은 성십자가 클랜의 마스터였겠지.
스탯과 기술에 장비까지.
스펙이 대등하다면.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던 나보단 거리상으로 훨씬 근접해 있었던 놈의 칼날이 닿았을 공산이 클 테니.
“젠장.”
빠득―
그걸 극복하려 가진 패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던 것이지만, 기어이 이겨 내지 못했다는 쓰라린 성과에 무의식적으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눈앞에서 무너졌다는 점도 그렇고.
뭣보다 하고많은 이들 중 하필이면 복수를 다짐한 성십자가 클랜의 수괴 놈이 영예를 차지했을 거라 상상하니 노성을 터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후…….”
지끈거리는 관자놀이.
머리를 쑤셔 대는 두통에 미간을 찌푸리던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휘휘 저어 분노를 털어 냈다.
돌이켜 보면.
이 열패의 원인은 전적으로 내게 있었으니.
좀더 일찍 ‘축제의 땅’으로 진입할 기회가 제공됐음에도 타임 어택 특전에 랭킹 특전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으려 한 욕심에서 비롯된 사고였으니 원망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그래.
못내 아쉽지만…….
나는 이쯤에서 만족하기로 하고 곁으로 다가온 한세정들과 함께 보상을 기다렸다.
과연.
‘축제의 땅’ 클리어 대가로 무얼 제공하려나. 난이도가 낮지 않았기에 적잖은 기대감이 차올랐다.
현재 우리 일행의 평균 기여도는 20%.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었다.
만일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기여도가 상승하는 퀸급 살라만드라 공략에 동참했다면 더욱 높았을 테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배제시켰던 터라.
그나마.
“그래도 특수 퀘스트를 깨서 다행이에요.”
“그러게. 그거라도 없었으면… 어휴.”
한세정과 조이령의 대화 내용처럼 ‘특수 퀘스트 : 살라만드라의 분노’를 진행해서 망정이었다.
[축하합니다!]
[〈특수 퀘스트 : 살라만드라의 분노〉를 완료하셨습니다.]
[당신의 업적에 걸맞은 보상을 지급합니다.]
[보상으로 ‘칭호 : 갑옷 파괴자’를 습득합니다.]
[보상으로 모든 신체 능력이 3씩 상승합니다.]
《칭호 : 갑옷 파괴자》
- 특별한 업적을 달성한 대상에게 부여되는 칭호. 본 칭호 소유 시 상대의 방어력을 3% 감소시킨다. 또한, 「살라만드라」를 상대로 전투가 일어날 경우 모든 신체 능력이 5% 상승한다.
그 덕택에.
[현재 당신의 위치가 〈축제의 땅〉임이 확인되었습니다.]
[특별 보상으로 ‘기여도’ 10%를 획득합니다.]
‘축제의 땅’에 숨겨져 있던 히든 피스를 습득했기 때문이었다.
기여도 쌓기가 하도 힘들다 보니 넣어 둔 설정 같았는데, 우리에겐 가뭄의 단비나 마찬가지라고 회상하던 그때.
[전 참가자 ‘기여도’ 집계 완료!]
[각자에게 합당한 보상 지급을 시작합니다.]
“떴다!”
“무기나 하나 주면 좋겠는데…….”
“저는 방어구였으면 좋겠습니다.”
드디어 산정을 마쳤다는 메시지가 출력되며 저마다의 손바닥 위로 무언가가 생성됐다.
찬란하게 휘날리던 빛무리가 빚어내는 건.
펄럭―
“종이?”
중앙에 살라만드라 그림이 대자로 새겨진 한 장의 문서였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기여도’는 현재 57.61%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축제의 땅〉의 전 참가자들과 비교한 결과, 당신의 순위는 「상위 10%」입니다.]
[보상으로 ‘살라만드라 전용 금색 교환권’을 습득했습니다.]
《살라만드라 전용 금색 교환권》
- 등급 : 특별
- 분류 : 소모품
- 설명 : 오직 〈축제의 땅〉 내에 ‘기여도’ 집계 순위 상위 10%만이 획득 가능한 보상으로, 반으로 가를 시 장비, 기술, 특성 등 「살라만드라」 종(種)과 관련된 대부분과 교환할 수 있다.
- 옵션 : 반절 시 ‘금색 교환 창’ 생성
“호?”
뭔가 했더니.
굉장히 재미난 아이템이었다. 장비나 기술은 둘째 치고 특성과도 맞바꿀 수 있는 옵션이라니.
비록.
상위 10%로 뭉뚱그려 지급된 탓에 희소성 메리트는 다소 떨어졌지만.
이만하면 나름 괜찮은 듯싶었다.
안 그래도.
곧 ‘티그리스의 대지 비틀기’가 마스터 레벨을 찍을 걸로 예상되어 다양한 특성을 구비해 둬야겠다 계획 중이었으니까.
“혹은, 특성 반복이 있으니 기술을 얻어도 되고.”
원하는 갈 골라서 가지는 개념이고, 또 부작용이 따라오는 방식도 아니니 어느 쪽이든 귀중하게 쓰이리라.
나는 보너스 스테이지치고 제법 보람찬 마무리에 기분 좋게 웃으며 교환권을 품에 챙겨 넣으며.
“개인 정보.”
이래저래 끝난 김에 체크나 해 볼 겸 오랜만에 ‘개인 정보’ 창을 열었다.
[개인 정보]
*기본 사항
- 설명 : 아윤
- 종족 : 키메라―프레데터
- 칭호 : 인류 최초의 키메라(대표 칭호 변경▼)
- 고유 능력 : 프레데터의 기억 포식
- 특성 : 불굴(대표 칭호 변경▼)
*신체
- 근력 : 281
- 체력 : 274
- 내구 : 273
- 순발력 : 272
- 마력 : 273
- 감각 : 161
- 저항 : 154
- 제어 : 111
- 투기 : 107
- 재주 : 24
- 소환 : 8
- 협동 : 10
- 동화 : 7
- 적응 : 6
- 순환 : 35
- 인내 : 35
- 속성 : 84
- 교감 : 7
- 용기 : 64
- 의지 : 66
- 명중 : 11
[접기▼]
*기술
- 프레데터의 중위 진화론 [특수(特殊)]
- 신체 최적화 [특수(特殊)]
- 순간 회귀 [특수(特殊)]
- 스트랭스 [특수(特殊)]
- 급속 회복 [특수(特殊)]
- 도검불침 [특수(特殊)]
- 가속 [특수(特殊)]
- 마력 유체 [특수(特殊)]
- 감각 증폭 [특수(特殊)]
- 멘탈리티 가드 [특수(特殊)]
- 세밀한 컨트롤 [특수(特殊)]
- 전투광 [특수(特殊)]
- 강격 [특수(特殊)]
- 부분 복원 [특수(特殊)]
- 위력 감소 [특수(特殊)]
- 그림자 걸음 [특수(特殊)]
- 마력 변형술 [특수(特殊)]
- 일기당천 [특수(特殊)]
- 비밀 엿보기 [특수(特殊)]
- 오르그의 파괴 본능 [원본(原本) / Master]
- 티그리스의 대지 비틀기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4/5]
- 투르바의 포효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3/5]
- 발록의 투기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2/5]
- 머메른의 갑주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2/5]
- 아쿠스의 연속 찌르기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1/5]
- 웨루카의 베어 가르기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1/5]
- 풀루스의 돌진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1/5]
- 칼리아스의 마력 방패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1/5]
- 웨이브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1/5]
- 군단을 파괴하는 본능 [체화(體化) 숙련 중 : 1/7]
- 끈질긴 추적 [사본(寫本) / 원본(原本)화 진행 중 : 1/3]
- 무기 활용 [사본(寫本) / 원본(原本)화 진행 중 : 1/3]
- 멀리 보기 [사본(寫本) / 원본(原本)화 진행 중 : 1/3]
[접기▼]
[단계 설명▼]
*특이 사항
- 인간성 : 100% / -
- ‘기적의 조각(2/6)’ 보유 중
- 내성(목록 확인▼) 적용 중
- 동화(목록 확인▼) 적용 중
“이야…….”
펼치기 기능까지 눌러 모든 사항을 공개해 놓고 보니 감탄사가 자연히 흘러나왔다.
보물을 놓쳤음에도 이 정도라니.
조만간 ‘티그리스의 대지 비틀기’마저 체화(體化) 등급으로 성장하고 나면, 설령 퀸급 개체와 일대일로 대치하더라도 어떻게든 승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그런 자신감이 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