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 일곱 번째 날의 축제 】
“오셨습니까?!”
미궁을 깨부수고 복귀한 집.
골렘들과 나란히 서서 거점을 지키던 최홍진과 원앙 부대원들이 얼른 튀어나와 우리를 맞이한다.
하나같이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마.
우리의 귀환이 꽤 늦어진 탓에 혹여라도 무슨 변고가 생긴 건 아닌지 염려한 것 같았다.
[다음 검색까지 남은 시간 : 186분 41초]
[다음 검색까지 남은 시간 : 186분 40초]
[다음 검색까지 남은 시간 : 186분 39초]
‘한 시간쯤 걸렸네.’
평소라면 고작 이거밖에 안 걸렸나……. 따위로 치부했을 시간이지만.
시국이 시국인 데다가 목적지가 미궁이었다 보니 점점 미뤄지는 컴백 소식에 가슴을 졸였을 법했다.
우리가 쓰러지면.
골렘은 고사하고 ‘안전지대’도 사라진 전장에서 원앙 부대원들의 실력으로 3일 차 절망의 파도를 감당키는 불가능한 탓에.
저들에게 있어서 우리는 방벽이자 심장이나 매한가지였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지시하신 대로 30분씩 텀을 두고 인근 수색에 나섰으나 딱히 문제는 없었습니다.”
“좋아. 가서 편히 쉬어.”
“알겠습니다.”
옆으로 다가온 최홍진에게 간단히 보고를 받고서 휴식을 명한 후, 나는 한세정들과 모여 앉았다.
외출의 여독을 풀기 전에.
“어디에 쓸 건지 얘기나 들어 보려고.”
“아, 이거요?”
“진짜 고민된다. 뭘 골라야 하지…….”
방금 얻은 ‘기술 등급 성장권’의 사용처에 관해 논의하고자.
이런 것들은 순전히 개인의 생각에 맡기는지라 실상 논의라기보단 정보 공유라고 해야 맞으려나.
하여튼.
음료 대신 물을, 다과 대신 렌티아 열매를 깔아 두고 물꼬를 트자.
“오빠는요?”
도깨비불의 화력으로 따듯하게 데운 물을 건네주며 역으로 질문을 던지는 한세정.
헤실헤실 미소를 짓고 있으나 눈을 반짝이는 게.
마치 자신의 선택과 내 선택이 맞았는지 맞춰 보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동일한 기술은 없지만, 공격이나 방어 등의 ‘계열’ 정도만이라도 같기를 바라는 눈치랄까.
과연 어떠려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줄곧 고심을 거듭했던 나는 현재 후보군을 두 개로 좁힌 상태다.
‘베어 내기’와 ‘연속 찌르기’로.
방어 계통이나 회피&이동보다는 공격력 강화에 치중할 심산이었다.
전자는 근래 ‘머메른의 갑주’를 익힘으로써 확실하게 충당했고, 이동기 또한 ‘기속’과 ‘그림자 걸음’만으로 아직까진 부족함이 없었으니.
그래서 저 위의 두 가지를 최종 명단에 올려놨고.
결국.
“연속 찌르기, 연속 찌르기로 해야겠어.”
“연속 찌르기요?”
“응.”
길고 길었던 저울질 끝에 궁극적으로 ‘연속 찌르기’가 채택되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베어 내기’는.
《한계 돌파 : 베어 내기》
- 설명 : 행성 ‘버크(Buk)’의 지배종인 「웨루카」만이 개화 가능한 기술을 베껴 피나는 노력 끝에 원류에 올라설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주어진 임무를 해결하여 당신이 이룩한 결과물에 대한 자격을 증명받으십시오.
- 과제 : 1. 일백의 생명을 베어 낼 것
- 현재 과제 진행 중
- 달성률 : 67%
이 녀석은 이미 ‘한계 돌파 의뢰서’가 적용 중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달성률도 67%였다.
조만간 100%를 채울 예정, 굳이 이런 데다 아이템을 소모할 필요가 있나.
찌이이익―!
[‘기술 등급 성장권’을 사용합니다.]
[성장시키고자 하는 「사본(寫本)」 등급의 기술을 하나 선택해 주십시오.]
[기술 ‘연속 찌르기’를 선택했습니다.]
[이대로 진행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말 나온 김에 지체 없이 주문서를 양쪽으로 잡아 찢어 진화를 시도했다.
우우우우웅―!!
시야 한쪽을 채우는 홀로그램 화면을 손가락으로 몇 번 터치하길 잠시.
휘황찬란한 빛줄기가 휘몰아치며 확 뻗어 나갔다가 되돌아와 내 몸속으로 흡수된 찰나.
황금색으로 칠해진 문장이 허공을 수놓았다.
[축하합니다!]
[기술 ‘연속 찌르기’가 기술 ‘아쿠스의 연속 찌르기’로 성장했습니다.]
[순발력이 5 상승합니다.]
[명중이 6 상승합니다.]
《아쿠스의 연속 찌르기》
- 등급 : 원본(原本)
- 단계 : 1/5
- 설명 : 행성 ‘스코피온(Scopion)’의 지배종 「아쿠스」만이 개화 가능한 기술이다. 모래로 뒤덮인 천혜의 사냥터를 누비며 먹잇감을 닥치는 대로 찔러 죽이는 포악한 사냥꾼들의 찌르기는 보고도 피할 수 없으며, 닿지 않았음에도 꿰뚫리는 신묘하고 기괴한 능력일지니.
시전 시 순간적으로 순발력이 향상되며, 최대 8회에 한하여 ‘찌르는 동작’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창날이 최대 10m까지 발사된다.
“좋네.”
전방을 대문짝만하게 차지하고서 어서 읽어 달라 보채는 글귀를 꼼꼼하게 정독한 나는 간결하지만 명확하게 호감을 표시했다.
5m 안팎이던 사거리가 10m로 늘어났거니와.
‘순발력 향상이라.’
무엇보다 이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일시적인 증기일지라도 원체 기본 스탯 자체가 높아 흡사 ‘가속’이 발동된 것처럼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한 상념을 하며 만족스럽게 화면을 닫으니.
번쩍―
번쩍!
한세정들도 하나둘 결정을 마치고 빛무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나만큼이나 즐겁게 성장을 마친 다섯 사람이 고른 건.
[선택 목록]
[한세정 : 포이즌 미스트 → 베놈 포그]
[조이령 : 진격의 함성 → 군악대의 전쟁가]
[곽재우 : 하울링 → 매드 스크림]
[신지유 : 기초 속성 친화력 → 하위 속성 친화력]
[신지운 : 오토 실드 → 오토 베리어]
세 가지 독을 동시에 퍼트리는 ‘베놈 포그’.
전투 시 아군의 전체의 신체 능력치를 일정량 상향시키는 ‘군악대의 전쟁가’.
광범위한 도발과 정신 착란 증세를 일으키는 ‘매드 스크림’.
정령 드라이어드와 자연계 소환수들과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해 주는 ‘하위 속성 친화력’.
물리 피해를 넘어 속성력에 의한 피해도 막아 주는 상시 방어 체계 ‘오토 베리어’.
저마다 특색 있고 강력한 기술들이었다.
* * *
“이걸 이제야 꺼내 보네.”
기술 진화 파티가 일단락되고.
모두에게 자유 시간이 주어진 바. 각자 쉬거나 훈련을 나서며 한가롭게 여유를 만끽하는 동안.
나는 홀로 회의실에 남아 책상에 수북하게 쌓아 둔 열세 개의 아이템을 끌어당겼다.
무기와 방어구에 기술서 등.
3일 차 첫 번째 파도를 7분 만에 궤멸시키며 습득한, 골렘과 ‘안전지대’를 제작하던 당시에 뒤로 빼 두었다가, 정비를 하자마자 미궁에 갔다 오느라 그대로 방치해 뒀던 타임 어택 특전이었다.
나는 그중 1번 타자로 조그마한 상자에 들어 있던 녹색 구슬을 살펴봤다.
《피독주》
- 등급 : 특별
- 분류 : 장신구
- 설명 : 몸에 지니고 있을 시 각종 독이 체내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 주며, 중독 증상 역시도 무리 없이 해결해 준다. 단, 본 효과는 중위급 이하의 독에만 적용된다. 구슬 내부에 축적된 독의 양이 100%가 되면 ‘배출’을 통해 비워 줘야 한다.
- 옵션 : ‘상태 이상 : 독’ 치료 / ‘속성 친화력 : 독’ 부여 / 기능 ‘축적&배출’ 사용 가능 / 속성 +17
“피독주.”
옵션을 보아하니.
이건 한세정에게 어울린다기보단 나를 포함한 한세정의 주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었다.
베놈 포그를 비롯한 다량의 독을 실전에 투입하다 보면 이따금씩 원치 않은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을 텐데, 이 피독주를 갖고 있으면 치료가 요구될 때에 값비싼 해독 포션을 먹지 않아도 되기 때문.
일종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셈이었다.
스윽―
“한세정보고 잘 챙겨 두라고 해야겠어.”
첫 개봉부터 보물이 등장해 한껏 텐션이 오른 난 활짝 미소를 지으며 2번 아이템을 손에 쥐었다.
《칼론드 기사단 단원 배지》
- 등급 : 특별
- 분류 : 장신구
- 설명 : 이제는 파괴된 어느 차원에 존재했던 왕국 ‘칼론드’의 일반 기사들이 입단을 축하하며 선물 받았던 배지다. 고귀한 명예와 끝없는 용맹을 상징하기도 한다.
- 옵션 : ‘칼론드 기사단’ 관련 기술 위력 18% 상승 / 근력 10% 상승 / 체력 9% 상승 / ‘지속형 기술―무너지지 않는 정신’ 상시 발동
*지속형 기술―무너지지 않는 정신 : 상태 이상 및 저주 등의 방어 확률 22% 상승
동그란 베이스에 칼과 창, 방패가 교차하여 양각된 배지는 조이령의 것으로 오직 그녀를 위해 준비된 물품이었다.
게임으로 치자면 ‘전용 아이템’이라고 할까.
성능이 괜찮으니 다른 사람이 착용해도 손해는 아니지만, 구태여 시너지를 포기하면서 그럴 까닭은 없지.
헌데.
“그건 그렇고, 장신구 비중이 높네.”
스탯, 기술, 장비.
모든 방면에서 완벽하다시피 한 우리에게 유일하게 빈 부분이 장신구라 그런가.
한세정에 이어 조이령도 액세서리더니.
《아가른의 수호 팔찌》
- 등급 : 특별
- 분류 : 장신구
- 설명 : 동족을 끔찍하게도 아끼는 행성 ‘코그나티오(Cognatio)’의 지배종 「아가른」의 근원석을 재료로 제작된 팔찌. 제작자의 의도대로 ‘아가론’의 특성이 고스란히 적용되어 소유주가 ‘동족’을 보호할 시에 방어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 옵션 : ‘동족 : 인간’을 보호할 시 물리 방어력 13% 상승 / ‘동족 : 인간’을 보호할 시 속성 방어력 11% 상승 / ‘동족 : 인간’을 보호할 시 체력 및 마력 소모량 감소 / 내구 +14
곽재우에.
《자연의 친구》
- 등급 : 특별
- 분류 : 장신구
- 설명 : 불, 바람, 물, 대지 등 자연을 구성하는 원소들을 조금씩 담아 완성한 목걸이. 착용 시 자연의 신비로운 힘이 전해져 정신이 맑게 유지되며, 자연과의 친화력이 크게 상승한다고 전해진다.
- 옵션 : 모든 속성 친화력 12% 상승 / 모든 속성 저항력 9% 상승 / ‘지속형 기술―멘탈 케어’ 상시 발동 / 속성 +11
*‘지속형 기술―멘탈 케어 : 피로 누적 속도를 줄여 주고, 누적된 피로 회복 속도를 높여 준다.
《백전노장의 유산》
- 등급 : 특별
- 분류 : 장신구
- 설명 : 어떠한 의뢰든 백이면 백 수행해 냈다던 전설적인 용병이 은퇴식에서 남긴 유산 중 하나. 용병계에 몸담은 자들에겐 황금으로도 살 수 없는 진정한 보물이라 칭해진다.
- 옵션 : 근력 7% 상승 / 순발력 7% 상승 / 체력 7% 상승 / 내구 7% 상승
신지유와 신지운마저도 빠짐없이 장신구가 주어졌다.
물론.
《포식자의 송곳니》
- 등급 : 특별
- 분류 : 장신구
- 설명 : 차원을 떠돌며 무언가를 잡아먹기 위해 살아가던 포식자의 송곳니 일부로 제작한 목걸이. 단지 파편에 불과할 뿐이나, 흉폭한 살기(殺氣)는 명검보도에 견주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 옵션 : 상대를 ‘사망’에 이르게 할 때마다 체력 및 마력 0.01% 회복 / ‘지속형 기술―먹잇감을 쫓는 감각’ 상시 발동 / 감각 11% 상승 / 감각 +14
*지속형 기술―먹잇감을 쫓는 감각 : 전투 시 육감(六疳)이 극도로 예민해진다.
“…허.”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