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키메라의 기억법-101화 (101/232)

101화

* * *

“공격.”

“공겨어어어어억!!”

“공겨어어어억!!”

한 여인.

기껏해야 20대 초중반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전투 개시에 삼십여 명의 무리가 일제히 꼬나쥔 창칼을 앞세우며 내게 달려든다.

무기를 비롯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세팅을 마친.

가장 질이 떨어지는 자의 무장이라 할지라도 최소 상·하의 갑옷은 착용해 사실상 완전 무장 상태의 집단의 움직임은 굉장히 전술적이었다.

근접과 원거리, 공격과 방어와 보조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었으니까.

다만.

“서른둘.”

의외로 그 중심에 갇힌 나는 무척이나 평온했다.

꽈아아아아악―

[축하합니다!]

[「발록 : 2등급」의 ‘왼팔’ 이식에 성공했습니다.]

[대상 「발록 : 2등급」이 보유 중이던 신체 능력 일부가 전이되었습니다.]

[「인간성」 15%를 소모합니다.]

소실되었던 왼팔을 복구했기 때문이자.

*변경 전

- 근력 : 123

- 체력 : 95

- 내구 : 94

- 순발력 : 94

- 마력 : 69

- 감각 : 59

- 저항 : 29

- 제어 : 18

*변경 후

- 근력 : 144

- 체력 : 106

- 내구 : 108

- 순발력 : 104

- 마력 : 82

- 감각 : 75

- 저항 : 44

- 제어 : 29

더불어 이 변화가 엄청난 나비 효과를 불러온 덕택이었다.

[축하합니다!]

[‘신체 능력 : 체력’이 「100」을 돌파했습니다.]

[‘신체 능력 : 내구’가 「100」을 돌파했습니다.]

[‘신체 능력 : 순발력’이 「100」을 돌파했습니다.]

이식이라는 나비의 날갯짓이 불러온 첫 번째 태풍은 얼마 전부터 벽을 두드리던 세 개 능력치의 한계 돌파였다.

[보상으로 ‘칭호 : 한계 돌파―체력’을 습득합니다.]

[보상으로 ‘칭호 : 한계 돌파―내구’를 습득합니다.]

[보상으로 ‘칭호 : 한계 돌파―순발력’을 습득합니다.]

[기술 ‘급속 회복’을 습득합니다.]

[기술 ‘도검불침’을 습득합니다.]

[기술 ‘가속’을 습득합니다.]

[체력, 내구, 순발력이 3씩 상승합니다.]

《기술 : 급속 회복》

- 등급 : 특수

- 단계 : -

- 설명 : 신체 능력치 중 ‘체력’이 「100」을 돌파했을 시 부여되는 기술입니다. 순간적으로 소모된 체력의 10%를 회복합니다. 발동 후 열두 시간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주어집니다.

《기술 : 도검불침》

- 등급 : 특수

- 단계 : -

- 설명 : 신체 능력치 중 ‘내구’가 「100」을 돌파했을 시 부여되는 기술입니다. 모든 물리 공격에 대한 저항력이 10% 상승하며, 방어력을 관통하는 ‘고유 능력’ 및 ‘기술’에 대한 저항력이 소폭 향상됩니다.

《기술 : 가속》

- 등급 : 특수

- 단계 : -

- 설명 : 신체 능력치 중 ‘순발력’이 「100」을 돌파했을 시 부여되는 기술입니다. 발동 직후 3초간 속도와 관련된 모든 행위에 30% 가속 효과가 적용됩니다.

그야말로 태풍처럼 시야를 가득 채우던 문장과 홀로그램 화면의 파도.

이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성과인데.

여기에 적응하기도 전에 두 번째 태풍이 들이닥쳤다.

띵!

[축하합니다!]

[기본 신체 능력 ‘근력’, ‘체력’, ‘내구’, ‘순발력’이 모두 「1차 한계」를 돌파했습니다.]

[당신은 진정한 의미의 ‘초인(超人)’으로서 거듭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보상으로 ‘환골탈태 : 1차’가 주어집니다.]

[신체 개조를 시작합니다.]

콰직―

‘……?!’

서둘러 출력된 메시지들을 지우고 ‘포식의 땅’으로 이동하려던 내 발목을 억세게 붙잡고 늘어졌다.

[다가올 고통에 대비하십시오.]

결코.

다른 상념은 눈곱만치도 끼어들지 못할 정도로.

그나마 다행이라면.

[남은 시간 : 10초]

[남은 시간 : 8초]

[남은 시간 : 7초]

[남은 시간 : 1초]

[완료!]

[‘환골탈태 : 1차’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존의 부상 및 ‘상태 이상’이 회복됩니다.]

신체 개조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도 10초 만에 마무리됐다는 점이었다.

나아가.

[축하합니다!]

[‘근력’, ‘체력’. ‘내구’, ‘순발력’을 제외한 모든 신체 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폭발적인 선물과 함께.

[「초인(超人)」의 영역에 발을 들이신 것을 기념하여 보상으로 ‘특성’ 한 가지를 무작위로 부여합니다.]

[선택 완료!]

[「특성 : 다 대 일」을 습득합니다.]

《특성 : 다 대 일》

- 설명 : 초인의 영역에 든 당신의 업적을 기념하며 선물 받은 특성이다. 선결 과제를 이행할 시 특별한 힘이 부여된다.

- 과제 : 주변 30m 이내에 ‘아군’이 존재하지 않을 것, ‘아군’에게서 그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을 것, 주변 100m 이내에 당신을 ‘적’으로 인식하는 인원이 최소 열 명 이상 존재할 것.

- 옵션 : 선결 과제 달성 시, 적의 숫자가 ‘아홉 명’ 이하로 감소하기 전까지 「승리」할 때마다 체력과 마력을 0.1%씩 회복한다.

가히 진통을 감내한 보람이 있었다.

물론.

애초에 거부할 권리도 없었지만, 여하튼 메시지에 나와 있는 대로 진정 ‘초인’의 영역을 밟은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보상이었다.

아직.

[‘고유 능력 : 프레데터의 기억 포식’ 시뮬레이션이 종료되었습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기억 포식’을 성공하셨습니다.]

[육체가 온전한 진화를 이룩해 냅니다.]

[대상 「발록의 왼팔」에 담긴 ‘기억’을 포식합니다.]

[포식하고자 하는 ‘기억의 갈래’를 선택해 주십시오.]

세 번째 태풍이 불어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기억의 갈래 : 기술’을 선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이식된 「발록의 왼팔」에 남아 있던 기억 속에서 ‘특별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기술 : 발록의 투기’를 습득합니다.]

[투지가 11 상승합니다.]

《기술 : 발록의 투기》

- 등급 : 원본(原本)

- 단계 : 1/5

- 설명 : 행성 ‘어비스(Abyss)’의 지배종 「발록」만이 개화 가능한 기술이다. 그들은 언제나 싸우기를 즐기고, 또 투쟁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합니다.

그런 탓인지 평범한 생물들은 그들이 내뿜는 ‘투기’만으로도 짓눌려 쓰러지고는 합니다. 평생을 갈고닦으며 날카로워진 그들의 투기는 이미 하나의 무기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순간적으로 10m 범위에 기파를 내뿜어 상대를 ‘상태 이상 : 공포’에 빠지게 합니다. 마력 소모량에 따라 범위가 최대 30m까지 증가하나, 거리에 비례하여 영향력이 감소하며, 체력 50% 미만의 적은 ‘상태 이상 : 격통’이 추가 적용됩니다.

단순히 발록을 닮은 생물이라고 여겼으나, 고블린과 마찬가지로 진짜 발록이었던 괴물에게서 빼앗은 기술.

당장 전투를 앞두고 있기에.

전제조건이 다수 존재하는 특성보다는 기술을 획득하는 게 좋으리라 판단해 얻게 된 ‘발록의 투기’는 내가 바라마지 않았던 광범위 디버프였다.

흡수한 기억에 따르면 2등급 개체만이 배울 수 있는 기예로, 성십자가 클랜과의 전쟁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무기의 장착이었다.

단지 아쉬운 점이라면.

[「흡수 이식」으로 인하여 ‘왼팔’이 교체되었습니다.]

[‘추가’가 아닌 ‘교체’에 따른 「기억 적출」을 시작합니다.]

[기술 ‘플뤼의 탄성 일격’이 삭제되었습니다.]

‘적출?’

세 번째 태풍은 내게 마냥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는 것이었다.

언젠가 고민했던 문제.

이미 이식한 육체 위에 새로운 육체를 이식하면 어찌 될까. 그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됨과 동시에 정들었던 기술 하나가 삭제되었으니까.

설마.

아예 지워져 버릴 줄이야.

최악의 경우에도 등급이 하락하는 것으로 마침표가 찍히리라 여겼는데, 퍽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허나.

오래 마음에 담아 두진 않았다.

‘프레데터’라고 만능일 수는 없는 법. 본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어야 하는 게 인지상정 아니던가.

지금은 그저.

눈앞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뭐.

“죽어!!”

탓―

슈우우욱―

“어어?”

“서른하나.”

‘집중’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상황이었지만.

콰직!

어깨를 살짝 틀어 첫 타로 날아든 창을 피하며 가볍게 내지른 손짓에 잘 익은 수박처럼 터져 나가는 머리.

왼팔이다.

‘신체 최적화’가 적용됐음에도 팔목에서 검지까지의 길이가 30cm에 다다르는 거대한 발록의 손아귀를 버티기에 인간의 두개골은 너무나도 허약했다.

이는.

갑옷으로 보호받는 중이어도 결과는 같았다.

“유, 유준이를!!”

“이런 개자식이이!!”

[가속]

후화하하하하학!!

일순간 급격하게 빨라지는 세계.

그래서인지 되레 시간의 흐름이 극단적으로 느려진 듯한 공간 속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파상공세를 지나쳐 멈춰 선 장소.

“서른하나, 아니, 스물다섯.”

[베어 내기]

비록.

잘 벼려진 칼날에 비견될 만큼 예리한 플뤼의 손톱은 아니나, 제법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발록의 손끝을 대각선으로 휘두르자.

촤아아악!

기형적으로 뒤틀렸던 시간의 흐름이 돌아오는 타이밍에 맞게 여섯 구의 시신이 하나의 선을 공유하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동댕이쳐진다.

참살.

그 이후로 두 번.

[스트랭스]

[오르그의 파괴 본능]

[순간 회귀 : 오르그의 오른팔]

후우우우욱―

콰아아앙!!

“스물.”

[발록의 투기]

[돌진]

[베어 내기]

후화하학!

서걱!

“이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두 번의 참극이 더 벌어지고 나서 모두가 깨달았다.

우리의 위치가 어떻게 조정되었는지를.

“열일곱.”

* * *

붉은 노을이 저물어 가는 저녁.

“…후.”

나는 피와 시신으로 범벅이 된 옥상에 홀로 서서 하늘을 바라봤다. 자칫하면 꼼짝없이 죽을 뻔하다 살아나서 그런가.

괜히 감상에 젖는 것 같았다.

아니면.

성십자가 클랜과의 끝맺음을 제대로 짓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날 먼저 공격했던 이들이기에, 설사 살인을 즐기지 않는 성격이라고 해도 받은 건 돌려주고 싶었다만…….

‘워, 워프!’

‘……?!’

파아앗!

“단체 이동이라니.”

역시 집단이라는 건가.

대체 어떤 삶을 살아야 단체 이동 같은 ‘고유 능력’을 얻는 것인지……. 하기야 내가 할 말은 아니다.

당장 내 옆에만 해도 사기적인 능력을 지닌 일행이 둘이나 있으니까.

지잉―

[‘반대편 신호기’에서 신호가 전달되었습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본인들 얘기하는 건 어떻게 알았나.

“가자.”

나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린 성십자가 클랜 사람들을 되돌아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대로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된통 당했으니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지.

복수를 꿈꾼다 해도 개의치 않았다. 그들이 노력하는 만큼, 나도 노력하고 있을 테니, 다시 전쟁을 벌이려 한다면 그때 가서 멸망시켜 버리면 될 일이었다.

* * *

“아아, 그렇습니까?”

하나둘 떨어지는 눈송이가 창가에 쌓여 달빛을 반사하는 밤. 이회건은 의자에 기대고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방금 전.

아주 재미난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받아들인다고 전해 주세요.”

수락하지 않을 수 없는, 퍽 마음에 드는 제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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