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 거점 생정 】
‘특수 퀘스트를, 판매한다고?’
‘업데이트’를 한다고 했기에, 그것이 완료되었을 때 크든 작든 뭔가 변화하리라 짐작은 하고 있었다만.
설마.
상점에서 ‘특수 퀘스트’를 구매할 수 있게 되니.
정말이지.
듣던 중 엄청나게 반가운 소리였다.
“당연히 비싸기야 하겠지만.”
가격은 문제가 아니다.
무려 ‘특수 퀘스트’였다.
하나만 완료해도 신체 능력치가 상승하는 건 물론이요, ‘칭호’를 통해 상시 유지되는 영구적인 버프가 각인되는 데다가 종류에 따라서는 ‘아이템’까지 수령할 수 있는.
습득할 수만 있다면 무조건 클리어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일석삼조의 임무였다.
단지.
습득 조건이 매우 난해한 탓에 ‘비밀 엿보기’와 같은 기술이 없다면 평상시에 접하기가 까다롭다는 게 결점일 뿐.
그런데 딱 짜증 나는 부분을 해결해 준다고 하니.
수지 타산이 아예 마이너스로 가는 막장 수준만 아니라면 근원석이 얼마나 들든 절대 놓쳐선 안 될 시스템이었다.
하여.
“바로, 봐 볼까?”
《차원 상점 Lv. 1》
[입장 가능 인원 : - ]
[입장 가능 조건 : 1등급 근원석 소지]
[폐점까지 남은 시간 : -]
굳이 미룰 거 없이, 상점 시공도 끝났으니 내친김에 단박에 확인에 들어갔다.
입구를 기준으로 농자재 백화점 좌측에 마련된 상점은 레벨이 같아서인지 일전에 입장해 봤던 곳들과 비슷한 구조로 돼 있었다.
무기, 방어구, 장신구, 그 밖의 기타 물약류 등.
공간 확장 마법이라도 걸린 듯 확 넓어진 시야를 따라 차례대로 나열된 상품들.
그리고.
[특수 퀘스트 판매처]
“아, 저기네.”
그 가장자리에 새로 개설된 창구까지.
참고로.
[근원석 교환소]
“근원석 교환?”
신설 창구는 두 곳이었다.
[현재 가능한 교환]
[1등급 근원석 50개 〈=〉 2등급 근원석 한 개]
[입구]
[출구]
“50개에 한 개라.”
‘기수 사냥’ 이벤트를 기점으로 2등급 개체들이 등장하게 된 터라, 그에 맞춰 생겨난 편의 시설이었다.
그런 만큼 앞으로 자주 이용하게 되지 않을까.
나는 그런 감상평을 중얼거리며 ‘특수 퀘스트 판매처’에 세워 둔 키오스크와 닮은 물체의 화면을 터치했다.
삑―
경쾌한 효과음을 내며 켜지는 스크린.
[특수 퀘스트 판매처]
[구매 방식]
[1. 무작위 선택 : 1등급 근원석 100개 / 2등급 근원석 두 개]
[2. 지정 선택 : 1등급 근원석 300개 / 2등급 근원석 여섯 개]
[근원석 투입구]
[퀘스트 의뢰서 배출구]
사용법은 무척이나 간편했다.
“비용도, 생각보다는 저렴하고.”
대개 불확실한 무작위보다는 인근을 수색한 후에 근방에 던전을 구축한 종(種)의 퀘스트를 지급받는 안전한 루트로 가려 할 테니, 300개를 평균값으로 놓고 본다면 싼 가격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해 봄 직하다.
던전의 영향으로 2등급 개체와 마주치는 게 비일비재해졌으니까.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단체로도 받아지는 건가?”
이렇게 구매한 ‘특수 퀘스트’가 1인 한정 지급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다는 것.
만일 여럿이서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300개를 지불하는 건 더더욱 아깝지 않을진대.
이게 확실치 않으니.
‘차라리 비밀 엿보기와 같은 형식으로 내주면 최고겠지만, 그렇게까지 퍼 줄 리는 만무하고.’
물론.
설령 구매자 혹은 퀘스트 습득자가 1인 한정이라고 한들 나를 비롯해 누구도 ‘특수 퀘스트 판매처’ 애용을 멈추진 않을 것 같다.
위에 말한 이득도 이득이지만.
[현재 클리어한 특수 퀘스트 현황 : 4/5]
“…이건 또 뭘까.”
이 대목 때문에.
대놓고.
‘특수 퀘스트’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못 박아 둔 터라 손을 안 대려야 안 댈 수가 없을 듯했다.
따라서 적어도 한 개는 반드시 진행해야 했다.
때마침.
《2등급 근원석-프라구스》
《2등급 근원석-아라운다》
합당한 금액을 보유 중이기도 하기에.
“…근처 수색을 마치는 대로 투자해 봐야겠어.”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화폐를 지불해 보기로 마음먹은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상점을 나왔다.
이래저래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모두 처리했으니, 이제 그 밖의 변경 점에 대해서도 알아볼 순서였다.
‘개인 정보’, ‘아이템’, ‘기술’.
뭐가 달라졌는지 한 번쯤 훑어봐야 했다.
“개인 정보.”
《개인 정보》
*기본 사항
- 설명 : 아윤
- 종족 : 키메라 ― 프레데터
- 칭호 : 인류 최초의 키메라(대표 칭호 변경▼)
- 고유 능력 : 프레데터의 기억 포식
- 특성 : -
*신체
- 근력 : 103
- 체력 : 74
- 내구 : 63
- 순발력 : 77
- 마력 : 51
- 감각 : 44
- 저항 : 9
- 제어 : 5
*기술
- 프레데터의 중위 진화론 [특수(特殊)]
- 신체 최적화 [특수(特殊)]
- 순간 회귀 [특수(特殊)]
- 스트랭스 [특수(特殊)]
- 비밀 엿보기 [특수(特殊)]
- 오르그의 파괴 본능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3/5]
- 플뤼의 탄성 일격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3/5]
- 티그리스의 대지 비틀기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4/5]
- 투르바의 포효 [원본(原本) / 체화(體化) 진행 중 : 1/5]
- 끈질긴 추적 [사본(寫本) / 원본(原本)화 진행 중 : 1/3]
- 돌진 [사본(寫本) / 원본(原本)화 진행 중 : 2/3]
- 베어 내기 [사본(寫本) / 원본(原本)화 진행 중 : 1/3]
- 마력 방패 [사본(寫本) / 원본(原本)화 진행 중 : 1/3]
[단계 설명▼]
*특이 사항
- 인간성 : 100% / -
- ‘기적의 조각(1/6)’ 보유 중
- ‘혹한의 안전지대’ 효과 적용 중
화면을 띄우자마자 바뀐 항목이 확연히 드러났다.
‘특성’이라는 대목과 기술란 하단에 적힌 ‘단계 확인’이라는 글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기술에만 집중된 변화가.
덕분에.
알아보기는 참 편했다.
“특수, 원본, 체화, 사본……. 기술마다 단계가 생겼다.”
기술의 단계 구분.
기실 이게 전부였으니까.
[단계 설명▼]
[1: 사본(寫本) / 어떤 종(種)의 기술을 베껴 습득한 단계]
- 기존 기술에 비해 위력이 떨어지며 마력 소모량이 심각하다.
[2. 원본(原本) / 어떤 종(種)의 기술을 완벽하게 습득한 단계]
- 기존 기술에 비해 위력이 떨어지지 않으며 마력 소모량 역시 동일하다.
[3. 체화(體化) / 어떤 기술을 본인의 것으로 승화시킨 단계]
- 기존 기술과 비교 불가능한 위력을 담고 있다.
- 기술에 ‘특성’이 혼합되어 있다.
[4. 각성(覺醒) /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도록 ‘고유 능력’화한 단계]
- 타인에게 ‘전수’ 가능
[5. 특수(特殊) / 어느 등급에도 속하지 않으며, 동시에 등급 간 전환이 불가능한 기술]
[각 기술의 등급은 ‘사용 횟수’에 지대한 영향을 받으며, ‘특별한 조건’을 달성하거나 혹은 ‘특별한 아이템’을 소모하여 승급 가능하다.]
“…호.”
펼치기 기능을 눌러 기술의 단계를 쭉 읽어 본 나는 여기에 꽤나 재미난 특징을 눈치챘다.
예전부터 궁금해했던 것.
‘기억 포식’으로 획득한 기술과 근원석 복용으로 획득한 기술의 차이를.
“이래서였나.”
왜 어떤 건 종(種)의 명칭까지 기재되고, 어떤 건 단순하게 구성되는 것인지 의문이었는데.
그 해답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더불어.
이러한 근거가 있었기에 내가 불곰파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저 근원석을 과다 복용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이뤄 낸 결과라고 추정했거늘.
실제로는 기억을 집어삼켜 이종(異種)의 기술도 완벽하게 빼앗아 왔던 ‘프레데터’의 능력 덕택이었다.
즉.
나 또한 다른 출발선에서 달렸다는 의미였다.
“이런데도 안전지대 생성권이나 주고 끝내려고 했다니.”
황 노인.
아무래도 그분을 다시 뵙게 된다면 ‘기적의 조각’에 준하는 보답을 해 드려야 할 것 같았다.
성격상 받지 않으려고 하실 테지만, 정 안 되면 유신이에게라도 넘겨주리라.
나는 어찌 지내고 있을지 모를 노인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하며 ‘개인 정보’ 창을 닫고, 품에서 ‘기적의 조각’을 꺼내 아이템 설명 창을 열었다.
마지막 작업.
《기적의 조각》
- 등급 : 유일
- 분류 : 소모품
- 설명 : 이름 그대로 ‘기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신묘한 ‘마석(魔石)’의 조각이다……(후략).
- 옵션 : 신체 능력치 10% 상승 / 체력 및 마력의 회복 속도 9% 상승 / 양도 불가 / 소유주 사망 시 무작위 전이
[등급 구분▼]
[낮은 등급 순 배열 : 일반-비범-특별-유일-신화]
“여기도 간단하네.”
아이템 시스템은 딱 ‘보기 편하게’, 그 정도 변경에 불과했다.
이로써.
체크할 건 다 체크했으니 남은 건 하나밖에 없었다.
* * *
“왔던 길이 서쪽 방향이니, 그쪽은 제외하고… 북쪽, 북쪽부터 수색하겠습니다.”
먼지가 그득하던 내부를 조악하게나마 청소하고서 조이령이 보았다던 침구류 매장에서 이불 등을 챙겨 와 집처럼 꾸며 놓길 대략 세 시간여.
힘겹게 정리를 끝낸 우린 곽재우가 메고 있던, 아라운다 던전에 휘말리면서 쫄딱 젖어 버린 가방에 넣어 둔 물 두 병과 통조림 몇 개로 대강 배를 채운 후 무기를 챙겨 거점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특수 퀘스트’ 진행을 위한 수색 겸.
“사람의 흔적이라고 생각되면 필히 보고하세요. 아니어도 좋습니다. 시간이 지체되어도 좋고. 놓치지만 않으면 됩니다.”
인간의 흔적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불곰파, 착호 부대.
만나는 족족 전투가 벌어지니, 집단은 물론 개인의 흔적까지도 샅샅이 긁어모을 예정이었다.
고치를 분해하느라 손이 상처투성이가 된 한세정을 비롯해 다들 피로가 잔뜩 누적되어 컨디션이 좋진 않았지만, 불씨 하나 잘못 놔두었다가 산불이 일어나기 마련이라 참고 외출을 나서려던 직전.
“출발합니다.”
“아윤 씨, 잠시만요.”
“……?”
나를 부르는 한세정.
그녀가 날 멈춰 세운 까닭은.
“저희 거주지도 생겼고, 진짜 동행이기도 하니까… 호칭도 정리하는 게 어떨까요?”
“아.”
호칭 정리 때문이었다.
존대가 불편한 건 아니지만, 존칭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거리감을 줄이고 싶은 모양이었다.
뭐.
“저는 좋습니다.”
팀으로서 더 긴밀해진다는 건 나로서도 좋은 일이었기에 나는 한세정의 제안에 찬성했다.
조이령과 곽재우도 동의하는지 수긍하는 의사를 보였고, 이참에 여태껏 어영부영 넘겼던 통성명을 제대로 했다.
“제 이름은 아윤, 나이는 스물일곱 살, 본래는 대학생이었습니다.”
그닥 대단한 내용은 없더라도.
“저는 한세정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물두 살, 저도 학생이었어요.”
“저는 조이령이라고 하고 나이는 스물두 살, 학교는 가지 않았고 미용실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중이었어요.”
서로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기에는 나름 좋은 시간이었다.
“전 곽재우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물한 살, 공무원 준비 중이었습니다.”
“…스물한 살?”
“정말이요?”
“우리보다 동생이라고……?!”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