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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귀신-372화 (372/432)

372화 - 제70장. 신마대전(神魔對戰) 중편(中篇) (2)

알 수 없는 이유로 신체 변형이 일어난 광혈마종 마교도들이 얻은 것은 명확했다.

특히나 변형된 부위의 근력 같은 것이 크게 상승하였고, 전체적으로는 신체 내구성이나 반응속도 같은 것들이 광무혈폭마공의 내공과 신경계 작용이 함께 맞물려서 고른 상승도 일어났다.

반면에 짊어져야 할 위험도 있었는데 특정 신체부위의 변형은 목숨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으며 기본적으론 광무혈폭마공의 신경계 작용이 뇌에 강한 반작용으로 되돌아가면서 과부하가 걸려 이성을 쉽게 상실하고 본성과 본능만 남게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채모조와 같이 이성을 유지하는 사람도 일부 있었으나 이런 자들은 아주 소수에 불과했고, 그렇게 운이 좋게 이성을 지켜내더라도 살육본능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으니 그들이 짐승처럼 싸우는 건 당연한 광경이었다.

살육의 본능과 생존의 본능이 있다면 보통은 생존본능이 더 앞서 작용하기 마련이었지만, 지금의 광혈마종 마교도들은 또 그렇게 볼 수 없었다.

죽음, 부상, 위협 등을 염두에 두고 싸우는 방식이라 결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온몸이 변형이 일어나 거대한 괴물로 변해버린 오규의 모습과 그가 뿜어내는 위압감은 그런 본성만 남은 광혈마종 마교도들을 절로 위축하게 만들어 반사적으로 거리를 벌리려는 움직임들을 보였다.

이는 달리 말하면 오규가 본래 갖고 있던 무공으로 드러낼 수 있는 전투력보다 지금이 더 강력하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꽈앙!

그런 오규의 신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백두기가 뿜어내는 전심전력의 권강은 일반의 강기와 달리 유형화된 가운데서도 기운이 고착화하지 않고 특수한 형태의 기류를 품고 있었다. 그래서 오규의 강건한 육신이 그의 주먹을 견디는 걸 정말로 견뎌내었다고 얘기할 수 없었다.

호흡과 내공이라는 개념이 구축되면서 초기의 무공은 피륙을 뚫고 내부에 상해를 가하는 내가중수법이 기를 활용하는 주요 방법이 되었지만, 시대가 흐르고 방법이 발전하면서 점점 바깥으로 분출하고 또 유형화하는 단계에 이르러선 실질적 파괴 효용성이 주목되었다.

그런데 백두기는 그런 파괴효용성이 높은 강기에 내가중수법의 원리를 담아냈으니 그가 이룩한 무학의 깊이는 분명 대단한 수준이었다.

거기에 뒤늦게 가세한 남궁평이 오규의 육신에 무수히 많은 상처를 새기고 있었다. 백두기의 공세로 신체 균형이 무너지면서 그 틈을 제대로 파고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걸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굉음과 짐승의 울부짖음, 그리고 사람들의 비명.

하늘에서 느닷없이 웬 마물이 쿵! 하고 떨어진 게 아니었다.

백두기의 관점에서 저 뿔 달린 마물은 분명히 혁무술이 틀림없었다.

그런 마물이 전장 한 축을 휩쓸고 있었다.

백두기로서도 당장 달려가고 싶었지만, 남궁평이 오규에게 크게 밀렸던 것과 더불어 백무적멸당원들을 위협했던 걸 보았기 때문에 서둘러서 끝낸 다음에 혁무술 쪽으로 날아가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 여겼다.

꽈앙!

백두기의 주먹이 명치에 제대로 꽂히면서 오규의 신형이 앞으로 훅 굽어졌다. 그러자 백두기가 몸을 던지더니 두 손으로 한쪽은 오규의 머리를 붙잡고는 다른 손 주먹으로 턱을 후려갈겼다.

빠각!

턱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질 정도의 충격이었지만, 그것만 노린 것이 아니었다.

오규의 두개골을 흔들어놓은 백두기는 그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머리를 비틀 듯 당기면서 목을 빼는 자세로 강제했다.

“베어라!”

그의 외침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들 위로 남궁평의 신형이 솟구쳐 올랐다.

새하얗게 빛나는 검강의 빛무리가 꼬리를 물고 떨어지면서 오규의 목을 지나갔다.

쿠웅!

마침내 오규의 거대한 육신이 무너졌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저 짐승을 잡으러 가자!”

“예!”

백두기와 남궁평의 신형이 동시에 날아올라 전장의 하늘을 가로질렀다.

한눈에 보더라도 혁무술의 변형된 모습은 오규보다 더 크고 흉포하며 위압적인 기세가 처절하게 느껴졌다.

그런 혁무술이 누군가를 상대로 발이 묶인 형국처럼 느껴졌는데 때마침 오른팔을 내려치려는 자세에서만도 엄청난 위협이 절로 느껴졌다. 느껴지는 기세만으로 그를 상대하는 누군가가 위태로울 것이라고 느껴졌다.

아직 거리를 좁히지 못한 상태에서 백두기가 한 손에 들고 있던 오규의 머리통을 혁무술을 향해 던졌다.

퍽!

공력을 싣긴 했어도 오규의 큰 머리통이 마물로 변한 혁무술에게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기대 따윈 하지 않았다.

시선을 끌어서 공격의 시점을 늦출 수 있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혁무술의 고개가 돌아가면서 자신에게 날아오는 백두기와 남궁평을 인지하는 것이 눈빛에 담겼다.

노려진다는 본능적 감각과 더불어 적 또는 사냥감이라는 명확한 인식.

“카아아앙!”

혁무술의 포효가 절로 움츠러들게 하고 움찔거리게 했다.

그것은 공중을 가르는 백두기나 남궁평에게도 해당되는 반작용이었다.

“헉!”

그 순간 혁무술의 거대한 육체가 포탄처럼 두 사람에게 날아왔다.

백두기와 남궁평 모두 어깨를 흠칫 떨었다.

혁무술의 돌진 기세가 대단히 위협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후웅!

“어?”

남궁평은 자신이 옆으로 밀리는 것을 느꼈다.

공중에서 방향을 바꾸는 능력은 없었기 때문에 정면으로 방어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백두기가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기풍을 일으켜 그를 밀어낸 것이었다.

반면 백두기는 능력이 있었다.

포환처럼 날아오는 혁무술의 공격은 주먹도, 발도, 두껍게 솟아오른 뿔도 아닌 집어삼킬 듯이 벌려온 거대해진 아가리와 날카롭게 돋아난 이빨들이었다.

허리를 물어뜯으려는 그때, 백두기가 허공에서 몸을 틀면서 두 발과 두 손으로 위아래 턱을 지탱했다. 거대한 압력이 백두기를 짓눌렀지만, 능히 그것을 견뎌냈다. 역으로 두 팔과 두 발로 각기 어긋나게 당기니 거대한 완력이 혁무술의 몸을 휘감아 공중에서 몸을 뒤집었다.

콰앙!

‘역시 대호거궐…….’

천무방에서도 힘의 상징이라 여겨졌던 백두기의 명성이 한쪽으로 날아가면서 그 장면을 모두 지켜본 남궁평의 뇌리에 다시 한번 되새겨졌다. 그에 이어서 착지하려는 자리로 다른 마교도가 있음을 보면서 검기를 펼쳐 착지 자리를 휩쓸었다.

파파파……!

남궁평이 검기가 일으킨 모래바람 속으로 착지했다. 그리고 다시 백두기 쪽으로 이동하려는 그때, 한 사람이 그의 눈에 밟혔다.

“문 부당주!”

남궁평이 바로 몸을 날려 붙잡은 사람은 문중이었다. 그리고 그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쿨럭, 쿨럭……, 남궁 당주…….”

“어찌 이렇게……!”

남궁평은 혁무술을 묶어두고 있던 게 바로 적멸당 부당주 문중이었음을 확신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문중의 별호는 금검성(金劍星).

지금 주인의 팔에서 흘러내린 피로 색이 바래진 금색 자루와 호수를 가진 성명병기 금검(金劍)에 더불어 신성(新星)처럼 떠올랐던 과거 신진 후기지수 때의 기대감이 더해진 그런 별호였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천혼당과 적멸당의 부당주들을 역임할 정도로 천무방 내에서 인정받은 실력자가 부하들의 피해 확대를 막기 위해 홀로 혁무술을 상대로 버티고 있던 것이다.

“난 괜찮으니 장로님을 도와주게.”

문중의 말에 남궁평의 눈이 흔들렸다.

괜찮다고 했지만, 남궁평의 눈엔 그렇지 않았다. 내외상 모두 깊어서 바로 치료하지 않아 자칫 시기를 놓치면 목숨이 위태로워 보였다.

“자네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와서 싸우는가? 마도의 종언을 이루어 강호의 질서를 다시 돌려놓으려는 것일세. 여기가 내 무덤이 된다면 영광스러운 길이 될 것이요, 승리의 밑거름이 된다면 여한도 없겠지. 저 마물은 강해. 자네가 도와야 백 장로님이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야. 어서 가게.”

문중은 지혼당의 부당주이자 현재는 방주대행으로 천무방에 남은 천준과 함께 남궁평이 가까이 지냈던 동갑내기 지우(知友)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같은 당주인 천준과 교류가 더 잦긴 했지만, 문중과는 상호 간에 존중이 있었다.

그런 사람의 말에 담긴 진중한 의미를 남궁평이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알겠네.”

남궁평은 고개를 끄덕이곤 바로 몸을 날려 백두기와 혁무술이 싸우는 지점으로 움직였다.

그가 떠나가는 모습을 흘깃 바라본 문중은 눈을 감고 잠시 호흡을 골랐다.

온몸을 저미는 듯한 통증이 정신을 무너뜨리기 위해 온갖 공격을 감행해오고 있었으나 문중은 다시 두 발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적된 충격은 한계치에 와 있었지만, 아직 내공 운용도 가능한데다가 갈빗대에 금이 간 듯한 느낌 외에는 뼈가 부러지진 않아 움직일 수 있었다.

‘후우, 아직 내가 이 전장에서 쓰러뜨릴 적이 더 있을 것이다.’

문중은 자신의 금검에 묻은 피를 옷소매에 닦았다. 그리고 자신을 덮치려는 광혈마종 마교도를 인지하고 검을 휘둘렀다.

퍽!

“일단 하나.”

검기가 치솟으며 일도양단을 해버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를 노리기 위해 짐승처럼 달려드는 마교도 여럿의 기척을 보고 또 느꼈다.

검기의 예리함은 살아있다고는 하나 한계에 이른 신체는 알 수 없는 향취를 풍겨 본능만 남은 짐승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은 여전했으나 심한 부상을 가져서 움직이기 불편해하는 호랑이가 이리 떼에 둘러싸여 노려지는 형국과 같았다.

“후후! 다 죽여주마.”

피로 물든 수염 아래로 문중의 치아가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났다.

백두기와 혁무술 그리고 남궁평까지 가세한 싸움은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만한 싸움이라 할 수 있었다.

힘 대 힘으로 부딪히지만, 백두기가 연신 밀리고 있는 형국을 남궁평이 가세하면서 대등한 위치까지 끌어올려 승부는 알 수 없게 흘러가게 되었다.

반면 신체 변형이 일어나며 괴물처럼 변해버린 광혈마종 마교도들은 그 변형 직후에 일시적인 승세가 맴돌긴 했으나 얼마 싸우지 못하고 자멸하는 자들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기세를 점점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적멸당과 백무당의 손실은 그 숫자가 본래 규모의 2, 3할 수준으로 쪼그라들 정도로 큰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으나 마침내 주변에 적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수준까지 이르렀다.

오직 하나 혁무술을 제외한다면 전장에서의 승리를 끝내 가져온 것이다.

콰르르르릉!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콰콰쾅! 촤촤촥!

충돌에 의한 굉음과 검기에 의해 살갗이 갈라지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질 때마다 살아남은 적멸당, 백무당원들은 어깨를 움찔움찔 떨었다.

백두기와 남궁평 사이에서 혁무술을 노릴 수도 없었고 팽팽하게 맞부딪치는 듯한 단지운과 천무경의 대결 자리는 감히 근처에 가기조차 두려울 정도였다. 그런 가운데서 반대쪽의 창천단의 전장을 돕자는 얘기도 흘러나왔으나 누구 하나 쉬이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데다가 그쪽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어서 이동이 성급하다는 나름의 핑계였다.

두 당주의 지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쿠오오오!”

하늘을 보며 울부짖는 혁무술의 포효가 전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것은 고통에 찬 신음처럼도 들렸다.

남궁평이 기어이 검강을 이용해 혁무술의 겨드랑이를 꿰뚫었기 때문이었다.

남궁평도 간신히 얻어낸 깊은 공격이었기에 그것으로 그칠 생각이 없었다.

“흐아압!”

기합일성을 부르짖으면서 검강에 공력을 집중했다.

푸학!

어깻죽지를 뚫고 나오는 선명한 강기의 빛무리가 남궁평의 눈에 비쳤다. 그리고 그 빛무리 뒤로 혁무술의 거대한 손이 그를 덮쳐오는 것도 함께 보았다.

그 순간, 남궁평이 검을 뽑아내면서 동시에 공중에서 절초를 펼쳐냈다.

창궁무애검법 창궁무하(蒼穹無瑕).

혁무술의 겨드랑이에서부터 이어진 강기의 빛무리가 어둠을 몰아내어 작은 틈조차 허용치 않을 듯한 기세로 확장되면서 순식간에 혁무술의 날갯죽지를 통째로 갈라버렸다.

쿠웅!

마침내 혁무술의 무릎이 꿇려졌다.

광기로 가득 찬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눈빛에 담긴 불안감으로 혁무술은 그의 앞에서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백두기를 보았다.

적멸신공 공멸극진타(攻滅極震打).

이미 혁무술의 전신은 백두기가 심어놓은 균열로 만신창이가 되기 일보 직전의 상태.

투긴나공의 확장된 공극이 연타를 퍼붓는 주먹들 매 일격에 실려 혁무술의 전신을 뒤덮었다.

우우우웅……!

타격음이 타격음에 파묻히고 살가죽과 두꺼운 근육이 폭발하는 소리마저 집어삼켰다.

혁무술의 거대 변형되어 얻은 짐승의, 마물의 육체 전면이 완전히 짓이겨지고 터져나가서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어설프게 남아서 반쯤 열린 입과 콧구멍으론 핏물 섞인 숨결이 힘겹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쿠궁!

앞으로 무릎 꿇고 주저앉듯이 쓰러지는 혁무술을 보면서 백두기는 당당한 선 채로 마주했다. 그리고 그 머리가 그의 앞으로 맥없이 수그렸을 때, 백두기가 한쪽 뿔을 손에 왼손으로 붙든 채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하여 오른손 주먹에 공력을 집중했다.

팟!

그 순간 혁무술의 다른 쪽의 본래 둥그렇게 말려있던 뿔이 갑자기 촥 뻗으면서 백두기의 심장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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