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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귀신-368화 (368/432)

368화 - 제69장. 신마대전(神魔對戰) 상편(上篇) (3)

지잉……!

‘큭!’

충격 뒤로 기분 나쁜 감각이 주먹을 관통하면서 혁무술이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반사적으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가운데 백두기의 얼굴에선 자신과 같은 그런 반응이 없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부숴버리겠어!”

혁무술이 고함을 지르면서 황소 같은 기세로 백두기를 향해 돌진했다.

직전에 백두기의 공세를 받았으니 이번엔 반대가 돼야 한다는 심산.

주먹을 내지를 듯한 어깨의 움직임에 백두기가 반응하여 움츠러들 듯 방어자세를 취하는 순간, 혁무술의 오른발이 순간적으로 들렸다가 지면에 내리꽂혔다.

꽈앙!

경력이 지각을 관통하면서 일대의 땅이 뒤집혔고 조금이나마 가까이 있던 자들은 중심을 잡고 나자빠졌다. 그와 함께 뒤집히고 부서진 암석들이 공중에 떠오르자 혁무술의 두 손이 그것들을 낚아챈 채로 백두기를 향해 쏟아부었다.

쾅쾅쾅-!

‘기발하군!’

광혈신마에게 기대했던 공격방식과는 다른 요행이라는 점이 백두기를 조금 놀라게 했다.

사방에서 바위들이 쏟아졌다.

어떤 것은 혁무술이 직접 쥐고 후려치기도 했고 어떤 것은 툭 미는 것만으로도 포탄처럼 날아왔다. 큼지막한 바위들과 그의 방어에 막혀 부서지면서 비산하는 돌가루들이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그 뒤로 혁무술이 덩치에 맞지도 않는 기민한 움직임으로 사방을 빙 돌면서 바위들을 이용한 공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쿵쿵!

혁무술이 발과 주먹으로 지면을 때려 지반 암석들을 연달아 공중에 띄워댔다. 그리고 백두기의 두 손도 바쁘게 움직였다.

순간 백두기가 좌측으로 튀어 나갔다. 바위에 경력이 실리기도 전에 어깨로 밀쳐내면서 혁무술을 쫓아 갈고리처럼 손끝을 세운 손을 뻗었다.

툭!

백두기의 손에 걸린 건 혁무술 대신 날아드는 돌부리.

혁무술이 남긴 그림자와 기척에 속은 것이었다.

“크와아앙!”

동시에 사자의 울음소리가 등 뒤에 울려 퍼졌을 때는 백두기도 아차 싶었다.

혁무술 스스로 자화자찬할 만한 허장성세로 얻어낸 회심의 기회였으니 두 주먹에 담긴 광무혈폭마공의 경력은 그야말로 전심전력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쾅!

혁무술의 두 주먹이 백두기의 노출된 등에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두 주먹이 모인 경력이 폭발하는 순간, 동시에 혁무술의 거구가 뒤로 튕겨 나갔다.

비틀거리는 백두기의 뒷모습은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두 주먹에 전해지는 반복되는 기이한 충격도 그렇지만, 언제나 힘껏 짓뭉개버렸던 호신강기나 인간의 근골에서 느껴질 법한 감각이 아닌 물리적으로 단단한 반탄력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일시 시야를 가렸던 분진이 충격에 의한 돌풍에 의해 걷히자 혁무술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백두기의 상의가 방금 일격으로 완전히 터져나가며 맨몸이 드러나며 검으로 보이는 두 자루 무기가 백두기의 등에 끈으로 꽉 조여져 있는 모습도 함께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백두기의 신형이 휘돌면서 땅에 착지하는 혁무술을 향해 파고들었다.

파파앙!

같은 생각이라도 한 듯이 두 손끼리 동시에 부딪치더니 서로의 손을 으스러져라 꽉 쥐었다. 그리고 동시에 두 사람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꽈앙!

이마와 이마가 충돌했다.

포탄이 성벽을 때렸을 때 이런 굉음이 터져 나올까?

두 사람 사이를 가르는 단파가 백무당, 적멸당과 광혈마종의 전장을 일직선으로 가르고 지나갈 정도였다.

“크윽!”

“큭!”

그만한 충격은 백두기나 혁무술에게도 매한가지였으니 얼굴에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이 가득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눈빛의 투지만큼은 꺼지지 않은 채 곧장 기합을 내지르면서 동시에 발로 상대의 복부를 걷어차고 있었다.

퍼억! 퍼억! 퍼억……!

“끄윽……!”

매 일격들이 고통스럽게 꽂혔다.

호신강기의 형성은 외기의 침습을 방어하는 데 탁월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상대적으로 약한 기운의 공격에 주로 해당한다고 볼 수 있었다.

강기의 조성 측면에서 최소 비슷한 수준일 경우에 기운을 분출하는 식의 공격만 하지 않고 신체나 무기에 직접 실어서 공격한다면 그 뒤로 피해받는 자는 충격을 오롯이 외공과 내력으로만 견뎌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혁무술은 자신이 백두기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음을 깨달았다.

광무혈폭마공으로 강화된 그의 신체는 이미 인간 한계를 초과한 규격과 근력, 반응속도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광마의 마기는 오직 신체에 직접 영향을 끼치므로 마천경에 의한 폭주효과는 기실 다른 마교도들에 비해선 제대로 받고 있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물론 반응속도나 인지능력 등이 보다 날카로워지고 움직임에 실리는 경력의 밀도도 높아졌음을 느끼고 있으나 극적인 효과라고 보긴 어려웠다.

그것은 무공의 경지가 화경에 달하여 내외공 모두 매우 깊은 수준에 이른 백두기의 무력을 온전히 감당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커헉!”

마침내 혁무술의 입이 벌어지면서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검은 핏방울이 튀었다.

맞잡은 채 서로 상대를 억누르려고 했던 양손에도 일시 힘이 살짝 빠지면서 여태껏 버티는 데 집중했던 백두기가 혁무술의 손가락을 꺾어 누르는 수준까지 되어버렸다.

퍽!

다시 한번 백두기의 발이 복부를 노리고 솟구치는 순간, 이번엔 혁무술이 무릎을 들어 공격을 빗겨냈다.

덩치가 더 큰 자신이 내리눌리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맞대결보다 방어를 택한 것이다.

물론 거기에 그치지도 않았다.

꺾인 두 손을 당기자 백두기가 당겨져 왔고 혁무술이 벌떡 일어서면서 머리로 턱을 노렸다.

백두기가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들어 피해냈으나 혁무술은 그 점까지 노려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으득!

“크윽……!”

사자처럼 크게 벌린 혁무술의 아가리가 그대로 백두기의 승모근을 물었다.

그의 강력한 신체와 그것을 받쳐주는 단단한 내력이 아니었다면 혁무술의 말도 안 되는 턱힘에 의해 순식간에 물어뜯겼을지도 몰랐다.

반대로 여기엔 혁무술의 노림수도 있었다.

그는 입에 문 걸 절대 놓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만약 백두기가 그를 떼어내기 위해 걷어찬다면 그것 또한 물어뜯는 힘에 추가 작용하기 때문에 백두기의 신체도 견뎌낼 수 없을 거라 확신하고 있던 것이다.

승모근은 목과 어깨의 움직임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근육이었으므로 그것을 끊어버리는 것만으로도 백두기의 신체 균형을 크게 무너뜨릴 수 있는 이득을 취할 수 있었으니 불리할 수 있었던 전세를 역전할 기회인 셈이었다.

그것은 백두기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혁무술을 걷어차는 대신에 꺾어버릴 듯 억누르던 그의 손을 손아귀에서 놓아주었다. 그러자 혁무술이 반사적으로 자유로워진 두 손을 들어 백두기의 어깨를 놓칠 새라 꽉 움켜쥐었다.

반대로 백두기는 혁무술이 어깨를 물고 있느라 시야에 가려진 몸 아래로 두 손을 모아 공력을 집중했다.

우웅……!

그 순간 혁무술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 품 가까이에서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하며 흠칫 어깨를 떨었다.

지금이라도 어깨에서 입을 떼야 하는지 잠깐의 주저함.

그 잠깐이 백두기에겐 충분한 시간이었다.

‘……조금 이르지만.’

두 손 사이에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모인다. 그러나 그것은 여타 무림인들과 마찬가지로 회전력의 효과를 가져오려는 단순한 노력 따위가 아니었다.

작은 공간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기운은 고체에 가까울 정도로 초고밀도를 형성하며 소라 껍질과 같은 기운의 껍질을 이룬다. 그리고 그 초고밀도를 이룬 기운의 흐름은 공간을 비틀어 공허(空虛)의 구멍을 형성한다.

적멸신공 투긴나공(透緊螺孔).

투긴나공이라는 백두기가 창안한 고도의 기공술이 지금 그의 손안에서 완성되었다.

가볍게 두 손바닥을 혁무술의 명치 부근에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소용돌이 껍질에 갇힌 공허의 구멍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혁무술의 몸속에 스며 들어가 봉인된 힘을 해제한다.

타앙!

단말의 탄음이 전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반대편인 창천단의 전장에서도 들렸지만, 그 탄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오직 단 한 명, 천무경뿐이나 그는 완전히 단지운과의 전투에 몰입해있었다.

그만큼 그것은 바깥에 드러난 적이 거의 없었던 백두기만의 비기나 다름이 없었으니 이곳 광혈마종을 상대하는 전장의 상황이 급변한 것도 바로 이 순간부터였다.

“푸웁-!”

허리부터 고개까지 완전히 뒤로 젖혀진 혁무술의 입술 사이로 엄청난 양의 검은 피가 하늘 높이 화살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버섯이 포자를 터뜨리듯 온몸에서 검은 피가 안개처럼 분사되어 혈무를 피워냈다. 활짝 열린 몸은 완전히 무방비였으나 파르르 떨고 있는 상태와 더불어 이미 흰자위만 드러낸 두 눈은 의식이 끊어졌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혈무 속 무너지는 혁무술 앞에서 백두기는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았다.

콰앙!

백두기의 품에서 뿜어져 나온 정권이 혁무술의 명치를 노리고 비스듬히 내리꽂혔다.

그 무자비한 일격에 혁무술의 뒤로 꺾였던 거체가 앞으로 확 꺾이면서 혁무술 자신이 두 발로 뒤집어놓아 불안정해진 지면 깊숙이 처박혀 버렸다.

감히 죽음을 의심할 수 없을 정도의 광경.

이미 직전의 탄음에서부터 상황을 목격한 광혈마종의 마교도들은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였는데 그것에 적응하고 인지하기도 전에 마치 사형을 선고하듯 가해진 일격으로 혁무술이 땅에 완전히 처박힌 순간부터는 이성이 완전히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광혈마종의 구성원들은 전투 방식이 잘 맞아 합류한 자도 있었지만, 대부분 중원 전토부터 서역까지 죄인들을 모은 것이 바탕이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비록 천마신교와 광혈마종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자신들은 언제고 기회만 있다면 사리사욕을 채울 수 있는 길을 모색하리라는 생각들을 알게 모르게 공유하고 있었다.

광혈마종 그 자체나 다름없는 광마의 거인(巨人).

그 혁무술의 패배와 죽음으로 보여지는 상황이 그만한 분노로 연결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할 수도 없었다.

“크아아악!”

“으아아!”

“개자식들! 다 죽여!”

구주마종 가운데 머리가 죽으면 팔다리가 흩어지기 가장 쉬운 조직을 꼽는다면 하나같이 광혈마종을 꼽았건만 지금 그들은 분노와 복수라는 일념만을 동력 삼아 단결한다.

그로써 원래도 치열했던 전투가 더욱 혹독하고 피 튀기는 전투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후욱, 후욱, 후욱…….”

백두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좀 떨어진 지점의 지면에 파묻힌 혁무술을 바라보았다.

혁무술의 기지에 당해 등뒤로 일격을 허용했던 건 아찔한 위기라고 할 수 있었다.

‘……장 형의 쌍검이 도왔구료.’

백두기의 등 뒤에 매여진 쌍검은 바로 장태환의 일월쌍고검이었다.

그 두 자루 검엔 백두기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던 귀기가 흐르고 있었는데 백두기의 호신강기와 맞물리면서 혁무술의 일격을 튕겨낼 정도의 방어력을 제공했던 것이다.

그 뒤로는 혁무술과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혁무술의 몸속 여기저기에 박아넣은 파천황에 의한 보이지 않는 균열을 투긴나공의 무리로 일제히 터뜨려버린 것이었으니 누군가 볼 때는 힘만으로 무식하게 싸운다고 여겨질 장면들이 실상은 완벽하게 구성된 계획을 실행에 옮겼던 셈이었다.

하지만, 백두기라도 몸 상태가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혁무술의 외공은 그야말로 파괴적이어서 백두기조차 혹독하다 느낄 정도이니 온몸이 저릿하고 손발에 힘이 완전히 들어가지 않는 지금의 상태는 정면으로 맞섰던 게 꽤 무리한 것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잔적들을 처리하자.’

백두기는 생각을 정리하곤 빠르게 호흡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들끓는 기혈을 가라앉히고 내공을 올바른 방향으로 순환시키면서 몸의 감각을 가다듬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을 소비한 끝에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판단한 백두기는 다시 전장에 합류하기 위해 몸을 날리려다 멈칫하며 잠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칠흑의 마기로 이뤄진 폭풍 구름과 번쩍번쩍 기세를 끝없이 올리는 푸른 전격이 가득한 죽음의 공간이 있었고 그 속에서 천무경과 단지운이 여전히 격렬하게 맞부딪치고 있었다.

거리가 제법 있었어도 백두기의 눈엔 그들의 움직임이 대략적으로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단지운이란 존재가 상상을 초월한 괴물임을 깨닫게 됨과 동시에 천무경은 대체 어떤 경지의 전투로 자신을 몰아세우고 있는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팽팽한 듯 보이는 저 힘의 균형은 언제고 깨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피부를 타고 흐르는 꺼림칙한 기분에 따르면 어쩐지 불리한 구도가 펼쳐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지속적으로 엄습해오고 있었다.

가급적이면 그전까진 각 전장을 제대로 정리해둘 필요가 있었다.

‘광혈신마를 생각보다 일찍 꺾을 수 있었던 건 그나마 다행인 일. 서둘러 전장을 정리해야 한다.’

천무경과 단지운의 대결로부터 다시 고개를 돌린 백두기의 신형이 전장의 한 지점을 노리고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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