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화 - 제18장. 종전계략(終戰計略) (3)
메구진은 혹시 자기 생각이 표정으로 드러냈나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흑풍대 병사 뒤통수에 눈치를 살폈다.
흑풍대 병사와 메구진은 세 차례 언덕을 넘을 때쯤에서야 마침내 숲에 가려진 위치에 세워진 흑풍대의 숙영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곧장 숲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구름도 거의 없어 보름달이 그렇게 환하게 초원을 비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거진 숲에 들어서자 사위가 깜깜해졌다. 병사의 말 뒤꽁무니를 바짝 쫓지 않는다면 길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것은 메구진이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이었다. 나무들은 잎들이 모두 떨어져 가지만 남았을 뿐이라 실상 달빛은 충분히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숲 사잇길도, 말발굽에 차여 흩어지는 눈더미들도 눈에 잘 들어올 정도였다.
그 정도로 그에게 있어서 흑풍대와 야율재의 존재는 하늘에서 내려다볼 텡그리조차도 가릴 정도의 암운(暗雲)과 같았다.
‘흑풍이 하늘을 덮으리라’라는 그들의 구호가 메구진의 뇌리에 새겨 놓은 인상이라는 것이 바로 그러했다.
숲은 길지 않았다. 별이 그득한 밤하늘 아래 흑풍대의 숙영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파오들이 줄지어 있었고 잠들지 않은 흑갑의 병사들은 숙영지로 들어온 메구진을 흘겨보곤 했다.
그들의 시선이나 표정엔 조롱기 있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
타타르족의 대족장으로서 자존심이 상할만한 일이었지만, 그런 불편한 감정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그는 숙영지 중앙의 가장 거대한 파오로 이끌려 들어갔다.
“오랜만이군. 세울투 족장.”
“흑풍대장 야율재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강녕하셨는지요?”
메구진은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땅을 짚으며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엎드려 절을 올렸다. 그리고 호피로 덮은 의자에 삐딱하게 앉은 야율재는 그 인사를 당연하다는 듯이 거만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메구진은 조심스럽게 상체만 일으킨 채 무릎 꿇은 상태로 옷가지를 정비하며 야율재를 올려다보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지 잘 나타내 주는 모습이었다.
“듣자 하니 족장의 진영에서 잔치를 벌였다고 하던데? 튀어나온 배를 보니까 배불리 즐긴 것 같구나.”
메구진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배를 가렸다.
“손님이 와서 대접하느라 그러했습니다.”
“손님? 그게 누구냐?”
“예수게이 바투르, 몽골족 키아트 가문 추장입니다.”
“그놈은 네 적수가 아니었던가? 그가 왜 너의 손님이지? 혹시 내 뒤통수를 치고 싶어서 그놈과 손잡으려 한 것인가?”
“서,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따위가 어찌 감히. 예수게이를 위해 잔치를 연 건 그가 아들의 정혼자를 구했다는 걸 축하해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것은 명목상의 이유일 뿐이었습니다. 전 그자가 마시는 술그릇에 독을 발라두었는데 그자가 돌아가는 길에 천천히 죽음에 이르도록 안배한 것일 뿐입니다.”
“흐음, 그래?”
야율재가 비릿한 조소를 머금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가 보인 반응에 메구진은 다시 고개를 깊이 숙이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크크크! 뭐, 좋아. 자네를 부른 건 그것보다는 다른 문제 때문이니까.”
“어떤…… 문제 말씀입니까?”
“타타르 군사 2만을 차출하여 지원토록 해라.”
메구진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떠올랐다.
“가, 갑자기 이게 무슨! 이미 지난해에 몽골족 1만 군사를 지원해드렸기 때문에 올여름까지는 케레이트 부족에서 지원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얼마 전에 그들로부터 2만 명을 지원받으시지 않으셨습니까?”
메구진의 목소리가 격앙되었다. 목에 핏줄까지 서고 얼굴도 빨개질 정도로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그것이 야율재의 심기를 건드린 결과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역정을 단단히 내는군. 내 명령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냐?”
야율재의 눈빛은 아주 싸늘하고 살기가 넘쳐흘렀다. 그 눈빛을 마주하고서야 메구진은 자신이 지나치게 흥분했음을 깨달았다.
쿵!
그는 이마를 바닥에 처박으며 납작 엎드렸다.
“흑풍대장께서는 몽골족 포로들로 병력을 지원하는 것으로 저희 부족에서의 징집을 거두겠다고 저와 약조하시지 않았습니까? 부디 명령을 거두어 주십시오.”
“네가 오늘 초대한 예수게이가 몽골족을 이끌고 북쪽으로 이동하고 다른 가문의 몽골족들도 그 방침을 따라 이동하면서 더는 같은 수급이 어려울 거라고 하던데?”
“누, 누가 말입니까?”
메구진이 머리를 불쑥 들어 야율재를 올려다보았다.
“토오릴 칸.”
메구진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토오릴은 케레이트족의 칸이자 몽골 초원에서 가장 유력한 부족의 칸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도 야율재의 폭력을 거스를 수 없었기에 몽골족과 다른 부족을 공격하여 포로들로 병력을 충당해 주곤 했었다. 즉, 타타르족과 같은 일을 자행했다고 볼 수 있는데 세세한 부분을 살펴보면 메구진 세울투와 토오릴 칸은 서로 처지가 다른 부분이 있었다.
“흐, 흑풍대장! 토오릴 칸이 몽골족의 서쪽 가문을 공격하여 포로를 바치긴 하였어도 키아트 가문만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토오릴 칸과 예수게이가 의형제이자 안다의 사이이기 때문임을 초원에 모르는 자가 없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토오릴을 문책하시고 케레이트족의 병력을 받으시는 것이 옳습니다.”
안다는 ‘피를 나눈 동지’를 뜻하는 초원의 언어였다.
“토오릴은 메그리트족, 오이라트 연합부족과 전쟁으로 북쪽으로 병력이 대부분 출병한 상태라고 내게 사과하더군. 대신 직속의 3천의 기마와 군사를 내게 바치는 것으로 대신했네. 그러나 너의 부족은 전쟁 중인 병력이 없지 않으냐?”
“도, 동쪽에서 금국과…….”
야율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명백히 노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금국의 황제 완안옹은 남송을 완전히 믿을 수 없어서 병력을 양분하고 있고 치세를 안정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고작 너희 부족 따위에 신경을 쓴단 말이냐?”
메구진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땅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엔 낭패의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그가 예수게이를 독살하기 위해 준비한 것은 그가 죽고 몽골족이 다시 한번 분열의 위기에 처했을 때, 준비한 병력을 대거 진군시켜 몽골 초원 동부의 패권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예수게이의 의형제 토오릴 칸이 케레이트족의 병력을 미리 전쟁에 투입하였고 야율재가 그 요구를 자신에게 돌리는 이 상황이 어쩔 수 없다 해도 너무 공교로웠다.
‘어찌 일이 이렇게 돌아갈 수가 있단 말인가? 텡그리께서는 정녕 이 메구진을 외면하신단 말인가? 이렇게 준비한 군사를 뺏길 수는 없다. 어떻게 만든 기회인데……!’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 버리면 메구진으로서는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타타르족 전임 족장 테무친 우게의 복수와 자신의 몽골 초원 통일을 위한 첫발의 꿈이 요원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메구진은 다시 고개를 들며 울 것 같은 얼굴로 야율재를 보며 입을 열었다.
“흑풍대장, 부디 고정하시어 제게 몇 달의 말미를 주십시오. 다행히 제게는 지원해드릴 병력이 있지만, 근시일 내로 예수게이가 죽어 몽골족이 분열하면 타타르족에겐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는 것입니다. 제게 시간을 주신다면 반드시 정벌을 성공시켜 그 포로들을 대거 바치도록 하겠나이다. 그때엔 저의 군사들도 같이 얹어서 3만의 병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부디 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흐음…….”
야율재는 못마땅한 얼굴로 메구진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손으로는 턱을 쓰다듬고 잠시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무거운 고민의 시간 끝에 야율재가 메구진을 내리깔아 보며 입을 뗐다.
“내 사촌 신이가 대장군 남양을 괴롭히기 위해 남하했었다. 아마 병력의 손실이 있을 테지. 토오릴이 준 2만 3천의 군사면 다음 달 치를 전투에는 충분하겠지만, 석 달 뒤에는 너의 지원군이 반드시 나의 병영에 도착해야 할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반드시 보답해 보이겠습니다!”
메구진이 반색하여 대답했다.
야율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가 엎드려 있는 메구진의 두 팔을 붙잡았다. 그는 그대로 메구진을 번쩍 들어 땅에 바로 설 수 있게 해 주었는데, 메구진은 잠깐이나마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낄 정도로 자신을 아기 다루듯 하는 야율재의 신력에 내심 그 존재의 두려움을 상기하게 됐다.
야율재는 씩 웃으며 메구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찌나 세게 두드리는지 퍽퍽! 소리가 날 정도였다.
“메구진 세울투가 타타르족의 칸이 되길 기원하지.”
“하, 하하……! 그렇게 되어 꼭 대장을 물심양면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나가지.”
메구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밖으로 나가는 야율재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야율재가 막 파오의 출입구 천 자락을 밀어낼 때였다.
꺄아악-!
백군(白君)은 그 이름처럼 새하얀 가죽과 풍성한 갈기, 늠름한 체격이 일품이었다. 백군이 초원을 질주할 때 울리는 말발굽 소리는 언제나 그녀의 가슴을 뛰게 만들 정도였다. 그랬기에 그녀는 마음이 심란하거나 혹은 귀찮은 일을 피할 때 항상 자신의 파오로 돌아와 이렇게 애마의 피부 가죽에 쌓인 먼지를 솔로 털어 내주곤 했다.
푸히힝-!
쓱싹거리는 솔질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백군이 가볍게 투레질을 하며 머리를 내밀어 제 주인의 어깨에 비벼댔다.
“큰 오라비는 왜 여기까지 와서 그 늙은이를, 어? 그것도 이 오밤중에 부른담? 성질머리하고는 참.”
야율균은(耶律均恩)은 야율재의 변덕스러운 결정에 품은 불만을 백군에게 털어내고 있었다. 케레이트족의 숙영지에서 타타르족의 숙영지까지 거리는 상당하였기에 그녀도 피로감이 꽤 쌓여 있었다.
“숙영지도 왜 이런 숲에다 치라고 하는지. 행여나 벌레들이 물면 피부가 상하는데 말이야. 여자의 고민을 몰라도 너무 몰라. 안 그래?”
백군이 알아들었는지 다시 투레질해대자 야율균은은 피식 미소를 흘렸다.
“아, 맞다. 넌 남자라 모르지? 그나저나 신 오라비는 왜 그렇게 전쟁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남양군은 약해 빠져서 시시한 전쟁이 될 게 뻔한데. 큰 오라비는 왜 이렇게 질질 끄는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또 흑풍대 선봉에 서는 걸 좋아하시니. 하여간 남자들이란 힘자랑을 못 해서 안달이야, 그치? 하긴 백군이 너도 뛰어다니는 거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야.”
야율균은은 야율신의 친동생으로 여자의 몸이었지만, 자부심 넘치는 거란의 여걸이기도 했다. 그녀도 흑풍명천마공을 이었고 재능도 있었으니 흑풍대 서열 5위의 어엿한 장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야율재와 야율신의 압도적인 무력과 선봉에 대한 욕심으로 정작 그녀가 전장에서 홀로 실력 발휘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
야율균은의 호전성은 두 오라비 못지않음에도 주도적으로 활약할 기회가 없으니 전쟁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지루해하는 것이었다. 물론 여동생을 보호하려는 오라비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었지만, 그녀는 사실 언제든지 선봉에 설 준비가 되어 있는 여자였다.
다그닥다그닥…….
그때였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에 그녀의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한 병사가 말을 타고 흑풍대 병사의 인솔하에 숙영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 행색이나 혹은 무언가가 꺼림칙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깊이 들어오면서 그녀와의 거리도 조금 더 가까워졌을 때, 그녀는 그 꺼림칙한 기분의 원인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야율균은은 급히 들고 있던 솔을 손에서 놓고 그 병사에게로 뛰어갔다.
“멈춰라!”
흑풍대 병사와 함께 온 병사 모두 그녀를 알아보고 급히 말을 멈추었다.
야율균은은 흑풍대 병사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뒤쫓아 온 병사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흑풍대를 제외하고 야율재를 따르는 오천인대의 거란족 일반 병사였다. 이들은 절대 전장의 선봉에 화살받이로 세우지 않고 군영 관리나 전쟁 후 잔적 소탕 상황에서 주로 기용하는 자들이었다. 배신의 염려가 없기에 전령으로도 활용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은 단 한 곳이었다.
“너, 전령이냐?”
“예, ……그렇습니다.”
야율균은은 거란 병사의 얼굴에서 시선을 아래로 조금 내렸다.
거란 병사는 품에 묵직한 목함을 안고 있었는데 표정이 왜인지 크게 낙담한 표정이었다.
“그 손에 든 것은 무엇이냐?”
“그, 그것이…….”
“말에서 내려와 내게 보여라.”
거란 병사는 품에 든 것을 떨어뜨릴까 조심하면서 말안장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그는 들고 있는 나무상자를 보여 주길 왜인지 주저하고 있었다.
“뭐하나? 열어보지 않고.”
“대장께서 직접 보시는 것이…….”
“나, 야율균은이다. 설마 모르지 않겠지?”
야율균은 또한 야율재와 같은 황족 출신이자 흑풍대의 장수. 일개 병사에 불과한 자가 끝까지 명령을 거스를 만한 위치의 여인이 아니었다.
거란 병사는 상자의 덮개를 열기에 앞서 먼저 그 자리에서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에서부터 야율균은은 아주 강한 불길함을 감지해 냈다. 여자의 촉이라는 게 뭔지. 그녀는 본능적으로 심각한 얼굴이 되어 머릿속은 조금씩 생각이 지워지고 눈은 상자에 고정한 채 가늘게 몸을 떨고 있었다.
거란 병사는 무릎 앞에 놓은 상자를 앞으로 밀고서 머리까지 땅에 닿을 정도로 깊이 조아렸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상자의 봉인을 풀고 덮개를 열기 시작했다.
달빛 아래에서 조금씩 열리는 덮개 아래로 드리워진 그림자 때문에 그 안이 바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반쯤 열리고 나서는 달빛과 숙영지의 횃불 빛이 닿으면서 상자 안에 무언가 털 같은 것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완전히 개방되었을 때, 야율균은이나 옆에 서서 지켜보던 흑풍대 병사는 그 털이 바로 사람의 머리카락임을 깨달았다.
상자에 든 것은 다름 아닌 참수된 사람의 머리인 것이다.
“……드, 들어라.”
명령을 내리기 전 야율균은은 깊이 망설였었다. 그러나 이미 보기 시작한 이상 피할 길은 없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고 옆에 섰던 흑풍대 병사는 그녀의 명령에 조심스럽게 상자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머리를 꺼내기 시작했다.
야율균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꺄아악-!”
털썩!
날카로운 비명 끝에야 오금에 힘이 풀리며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흑풍대 병사가 그 머리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놓자 그녀는 엉금엉금 그 앞으로 기어갔다. 부들부들 떠는 두 손을 조심스럽게 가져갔으나 끝내 손대지 못했다.
“아아, 아… 아……!”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는 눈물이 눈 앞을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미 수급의 얼굴을 모두 보고 난 후였다. 차마 다물지 못하는 입 사이로 떨림과 함께 흘러나오는 탄식은 듣는 이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신 오라버니!”
야율균은은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그녀의 입에선 절대 이 자리에서만큼은 부르고 싶지 않았던 그 이름이 튀어나오고야 말았다.
먼 길을 달려 흑풍대 숙영지에 도착한 그 머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야율신.
어느새 그녀의 뒤에까지 달려온 야율재와 메구진 세울투는 그녀의 절규를 들은 그 자리에서 목석처럼 굳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