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 제18장. 종전계략(終戰計略) (2)
풍백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오제본기(五帝本紀)와 산해경(山海經)에 기록된 황제(黃帝)와 탁록(涿鹿)에서 전쟁을 벌인 치우(蚩尤)를 도운 바람의 신이었다. 즉, 조태상은 남양이 얘기한 텡그리 신앙이라는 유목민족의 전통신앙에 빗대어 풍백이라는 고대 신적 존재로 대꾸한 것인데 팽무양은 그 말이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진도건이 보여 준 능력이라는 것은 무공이라는 말로 치환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주백자와 같은 반선지경에 이른 존재에게 기대할 법한 신위나 다름없었으니 팽무양은 오히려 조태상처럼 기대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였다.
“팽 부장의 생각은 어떠한가? 무림에서 일가를 이끄는 그대의 의견이 듣고 싶군.”
“오랫동안 봉문을 한 가문의 가주이기 때문에 소인의 견식은 얕사옵니다. 하지만, 정파가 봉문을 해제하고 창천맹으로 함께할 수 있었던 과정에서 저 청년이 걸어온 족적의 가치는 분명합니다. 야율재와 대등한 일월신마를 몰아붙이고 화산에서 혈마가 되어 창천맹주와 혈투를 벌인 일.”
때마침 남양의 물음에 팽무양이 하고 있던 생각을 바로 드러내었다. 그리고 마지막 말에 진도건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혈마, 천무경과의 혈투는 그의 심기를 자극하는 단어였다.
“자네가 기다림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후자의 그것에 있다면 나는 자네를 믿어 볼 수 있을 것 같군.”
“다시 혈마가 될 일은 없겠지만, 나는 그 이상의 경지로 갈 것이오.”
팽무양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남양을 향해 포권하는 것으로 대답을 마무리 지었다.
“흐음!”
남양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진도건과 팽무양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팽무양 개인의 무력은 그의 군영 내에서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었다. 그가 인정하는데 남양도 더 토를 달 이유는 없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조태상을 바라보았다.
“군략의 대전제가 그러하다면 그것을 성사시키기 위한 전략과 전술은 무엇이 있는가?”
조태상은 눈을 감고 잠시 침묵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적군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거란족을 중심으로 한 흑풍대, 몽골족을 중심으로 한 보기병의 일반 군사들. 이 둘의 연결고리를 끊어 와해시켜야 합니다.”
“어떻게 말인가?”
“야율재는 요국(遼國) 황족 출신입니다. 그러나 그 윗세대를 살펴보면 그의 부친 야율강은 서출(庶出)이었고 흑풍대라는 사병을 조직하여 치안을 어지럽힌 죄가 있기에 사실상 요국으로부터 버림받은 처지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주 병력인 몽골족은 카마크 몽골의 쿠툴라 칸 사후 여러 부족으로 분열되어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그중 몽골족 남쪽의 타타르 부족들이 야율재의 무력에 굴복하여 휘둘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타타르 부족은 혼란스러운 몽골 부족들 상대로 분쟁을 일으켜 사람과 물자를 약탈하고 이를 야율재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고리를 끊어내야 합니다.”
“야율재와 흑풍대를 타타르족, 몽골족으로부터 분리하고 고립시켜야 한다는 말이군.”
조태상이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
타타르 부족 족장 중에서도 가장 큰 족장인 메구진 세울투는 뜻밖의 손님을 맞이하여 가장 큰 파오 문을 열었다. 손님을 위한 잔치를 준비하기 위해 양 네 마리를 잡아 고기를 찜통에 찌고 탕을 끓였다. 마유주는 통째로 옮겨 파오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메구진은 음식을 준비하는 곳에서 퉁퉁한 체형의 여인네가 술잔을 쟁반에 쌓아두는 것을 보고 그곳으로 다가갔다.
“딱 보기에도 들기 불편하게도 많네. 이건 내가 들 테니 내 파오로 가서 이번에 구해 온 웅담(熊膽)을 좀 가져와라. ”
“에구, 고맙습니다요.”
메구진은 여인네가 자신의 파오로 향하자 잠깐 눈치를 보고는 쟁반 위에 놓은 술그릇을 잘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중 밑에 깔려 있던 가장 화려한 장식의 술그릇을 제일 위로 꺼내놓고는 품속으로 손을 넣었다. 다시 꺼낸 그의 손에는 작고 붉은 병이 들려 있었는데 그는 조심스럽게 마개를 열고 위로 꺼낸 술그릇에 조심스럽게 두 방울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두툼한 옷소매를 밖으로 끌어당겨 손가락으로 모양을 만든 후에 술그릇에 떨어뜨린 액체를 그릇 안에 넓게 펴 발랐다. 그러자 무언가를 떨어뜨린 흔적을 찾기가 어렵게 되었다.
메구진은 쟁반을 들고 잔치가 열리는 파오로 향했다.
안에 들어서자 십여 명의 몽골족과 타타르족 사람들이 어우러져 음식을 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메구진이 들어오자 가까이 있던 부얀투가 허겁지겁 일어나 쟁반을 받아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한 중년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타타르의 대족장이신 세울투께서 본인의 일행을 이리 환대해 주실 줄은 몰랐소이다.”
“카마크 몽골의 위대하신 키야트 가문의 추장 예수게이 바투르께서 여기까지 행차하신 것도 귀한 일인데, 경사스러운 일을 성사시켰다고 하니 어찌 축하하지 않을 수야 있겠소이까?”
메구진과 예수게이는 서로의 두 손을 맞잡고 고개 숙여 인사하며 서로에 대한 예의를 갖추었다.
사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렇게 좋다 보기는 어려웠다.
타타르족은 예수게이의 몽골족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치열하게 전쟁을 벌였던 관계였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카마크 몽골 체제가 칸의 후계를 찾지 못하고 분열되면서 부족의 결집력이 약해지자 메구진은 몽골족을 상대로 잦은 전쟁과 약탈을 일삼아 왔었다.
예수게이는 몽골족의 통일에는 실패했지만, 메구진과 전쟁을 중재하여 정전협정을 맺는 데는 성공하면서 가까운 몇 년간은 평화롭게 지내 왔었다. 하지만, 최근 메구진이 이 협정을 깨고 몽골족을 공격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모른 척 회피하면서 관계가 껄끄러웠다.
“예까지 먼 길을 오셨는데 어서 앉으시구려. 그래야 제가 드리는 술도 받아주시지 않겠소이까?”
“고맙소이다.”
예수게이가 늑대 모피를 두껍게 깐 의자의 푹신함에 몸을 맡기자 메구진이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았다. 그리고 쟁반 위의 화려한 장식의 술잔을 들고 술통 옆으로 갔다.
메구진은 주걱으로 그릇에 넉넉히 마유주를 담아 예수게이에게 건네주고 자신도 그릇 하나를 꺼내어 마유주를 담았다.
“위대한 보르지긴 키야트의 추장 예수게이의 방문을 다시 한번 환영하외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세울투 족장과 타타르 부족의 영광을 위하여!”
두 사람이 술잔을 마주 부딪쳤다. 가득 담긴 마유주가 출렁거리더니 조금 넘쳐흘러 바지를 적셨지만, 아무렴 상관없는 일이었다. 예수게이는 메구진의 환대에 충분히 기뻐하고 있었다.
꿀꺽! 꿀꺽!
메구진은 술잔을 입에 대고 기울이는 척하면서 예수게이가 마시는 모습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시원스러운 목젖의 움직임과 마유주의 노란 액체가 수염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그도 시원하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 마시는 모습도 과연 영웅의 풍채가 느껴지는구려. 내 한 잔 또 드리리다.”
“고맙소이다.”
메구진은 다시 그의 술그릇에 마유주를 부어 주었다.
“그래, 이번 여정이 추장님 장자의 정혼자를 구해 주기 위함이라 들었소만.”
“그렇소이다. 올크누트 부족의 세첸 족장을 뵈어 그분의 딸과 정혼의 약속을 하고 오는 길이오.”
“데이 세첸 족장도 영웅인데 정말 경사스러운 일이오. 그러고 보니 아드님의 이름이…….”
“테무친이라오. 올해 9살이지요.”
“맞다, 그렇지! 나도 기억이 나오. 아무래도 아드님 이름이 우리 부족의 전임 족장의 이름과 닮아서 말이오.”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던 잔치의 분위기가 잠깐이지만, 묘한 정적에 휩싸였다. 메구진은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로써 예수게이를 보고 있었지만, 양측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서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예수게이는 침착하게 고개부터 숙였다.
“테무친 우케는 타타르족의 진정한 영웅이셨고 그분의 무용은 언제나 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소. 비록 우리 손에 그분이 돌아가셨지만, 나는 그분을 진심으로 존경하였소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내 장자의 이름을 그분과 똑같이 지을 수 있겠소이까?”
“영웅의 이름은 초원 모두의 것인데 부족을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소? 하하하하!”
예수게이가 존경을 표시하자 메구진이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그러자 잠깐 경직되었던 분위기가 다시금 풀어지며 다시 웃음과 대화 소리가 이어졌다.
메구진이 씩 웃으며 예수게이의 그릇에 다시 술을 따라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그릇에도 가득 담았다.
“나는 그 이름이 예수게이라는 영웅의 아들이 이어갈 수 있음을 몹시 자랑스러워하고 있소이다. 그리고 그만큼 적을 존중할 줄 아는 예수게이라는 사람을 존경하오!”
“고맙소이다!”
“추장의 아들 테무친은 필시 텡그리의 축복과 함께 이 초원에 명성을 드높일 것이오. 자, 다시 축배를 듭시다! 테무친을 위하여!”
“테무친을 위하여!”
메구진의 외침에 파오 안의 모두가 연호하며 잔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마유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한동안 서로에 대한 환담이 계속 오고 갔다. 찜통에 푹 쪄서 내왔던 고기들이 있던 자리는 살점을 발라낸 뼈만 남아 갔다. 그 큰 술통도 절반 넘게 비워지며 다들 술 꽤나 얼큰하게 취하게 되었다. 메구진은 부족 여인이 가져다준 웅담이 담긴 목함을 예수게이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추장의 경사를 축하하고자 내가 주는 작은 선물이오.”
“이 귀한 약재를! 정말 고맙소! 허허허!”
예수게이는 선물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메구진과 그들 부족 사람들이 연방 분위기를 띄우는 탓에 예수게이는 본래 이곳을 방문하며 전하고자 한 말을 모두 꺼내지 못하였다.
제 작년부터 시작된 타타르족의 몽골족을 향한 공격과 약탈은 점점 심해져 가고 있었다. 또 일부 작은 가문들은 아예 타타르족과 밀월관계를 맺으며 남쪽 장성을 향한 전쟁에 동원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여진의 금국으로 인해 이미 몽골 초원의 동부는 날이 갈수록 피폐해져 가는데 남쪽마저 장기간 수탈이 일어나자 몽골 부족 안에서도 반목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예수게이는 데이 세첸 족장을 만나고 오는 길에 이곳에 들러 정전협정을 다시 지켜달라는 얘기를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메구진이 워낙 적극적으로 그의 아들의 정혼을 축하하는 것처럼 보여서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웠다.
예수게이는 내일 아침을 기약하기로 마음먹고 이 분위기를 계속해서 즐겼다.
이 잔치는 보름달이 제법 높게 떠올라 초원에 어둠이 완연하게 깔릴 무렵까지 이어졌다. 그 무렵에 메구진은 취기에 비틀거리는 예수게이를 부축하여 파오를 빠져나왔다.
“저쪽이 추장께서 머무실 숙소라오.”
“크음…….”
예수게이는 메구진의 부축을 받으면서 어지러움 때문에 이마를 짚고 있었다.
“내 평소보다 조금 마신 듯…… 한데 어째 취기가 심하구려. 족장께 추태를 보이다니 면구스럽소.”
혀도 많이 꼬여서 발음이 이상했는데 메구진은 가까이 붙어있어서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기분이 좋으셔서 더 빨리 취하신 게 아닐는지요. 한숨 푹 자면 괜찮아지실 게요.”
예수게이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뒤쪽 파오에 들어갔다. 메구진은 점점 잠에 빠져들려 하는 예수게이를 침상에 눕혔다. 그리고 예수게이는 곧장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메구진은 눌린 허리를 쭉 피고는 머리를 들어 좌우로 돌리며 근육을 풀었다. 잠에 든 예수게이를 내려다보는 메구진의 눈빛은 이전 잔칫상 앞의 호의적인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감히 테무친의 이름을 멋대로 조롱하는 것도 모자라 내 영역에 당당하게 발을 들이다니. 그 죗값은 톡톡히 치러야지. 안 그런가, 예수게이?”
그의 목소리는 매우 작고 낮았으며 듣기에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몸을 돌려 파오를 빠져나왔다. 마침 예수게이의 수행원들도 터벅터벅 힘없는 발걸음으로 마주 걸어오고 있었다.
“추장께서는 안에 주무시고 계시네. 모두 평안하게들 쉬시게.”
“감사합니다, 족장님.”
“족장님의 환대에 배가 터질 것 같습니다요.”
꾸벅꾸벅 허리 숙여 절하는 수행원들에게 메구진은 미소와 함께 가벼운 손짓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그들이 파오 안으로 모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자 나직이 중얼거렸다.
“버러지 같은 것들.”
메구진은 자신의 파오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취기는 있었지만, 애초에 그의 주량이 워낙 대단하여 다리가 풀릴 정도로 만취하려면 마유주 한 통은 더 비워야만 했다. 그의 파오까지는 열 개의 파오를 더 지나야 할 정도로 멀었다. 이미 부족민들은 대부분 잠을 청하고 있었고 일부 병사들만 보초를 서다가 그를 보고 인사하곤 했다.
초원이 밤은 무척 추웠다. 아직 눈은 녹지 않아 오래 땅을 밟으면 덧신이 젖어 들 정도였고 세찬 바람은 칼처럼 날카로워 두꺼운 양모로 몸을 꽁꽁 싸매야 했다. 늦은 밤에도 휘영청 뜬 보름달과 무수한 별들이 어둠의 기세를 누르는 대신 찬 바람을 부르고 있는 듯했다.
보름달 밤 아래에서 수십 채의 파오 사이사이로도 눈 덮인 초원과 언덕들은 꽤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응……?’
무심코 동쪽의 작은 언덕을 흘겨보았을 때였다.
메구진는 자신의 파오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어느새 겁에 질려 오들오들 떨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자는 없었다.
그는 덜덜 떨면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다시 동쪽으로 돌렸다.
하얀 언덕.
아이러니하게도 달빛과 설원에 반사된 빛까지 빨아들여 오히려 검게 빛나는 존재가 거기에 있었다.
한 기의 인마(人馬)가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걷고 있었는데 그 시선이 정확하게 메구진을 향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칠흑의 마갑과 칠흑의 갑주를 입고 창대는 어깨에 걸친 그 인마는 분명히 흑풍대의 거란병사가 틀림없었다.
‘케레이트 부족의 지원을 받고 떠난 것이 아니었나? 왜 또 날 부르는 거지…….’
타타르족이 초원의 동남부를 지배하고 있다면 케레이트족은 초원 남부를 지배하고 있는 큰 부족이었다. 이들도 몽골계인데 타타르족과 뜻을 같이하여 카마크 몽골을 상대로 약탈을 일삼고 있었다.
메구진은 잠시 주변을 살피고는 눈에 들어오는 자가 없자 파오 옆에서 풀을 뜯고 있던 말에 올라타 언덕으로 향했다. 그리고 흑풍대의 병사 앞에 다다르자 취한 척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으……. 대체 이 늦은 시각에 무슨 일이오? 떠난 게 아니었소이까?”
“대장께서 널 찾으신다.”
“내가 술에 취해 실례를 범할 것 같소이다. 내일 아침에 인사드리는 게 어떻겠소?”
“거부한다면 위장에 들어간 모든 걸 게워내도록 두들기고선 밧줄로 묶어 끌고 오라는 명령이 있으셨다.”
흑풍대 병사의 냉담한 말에 메구진이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그도 한 부족의 족장이었기에 무용이 뛰어난 편이었지만, 흑풍대 병사 한 명, 한 명은 그보다 더 강한 괴물 같은 족속들이었다.
“크흠! 가, 가겠소이다. 앞장서시오.”
“흥!”
병사가 말머리를 돌려 달리기 시작하자 메구진도 서둘러 그 뒤를 쫓아갔다. 냉큼 칼을 뽑아 뒤통수를 쪼개 버리고 싶다는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을 더듬거렸지만, 다행히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메구진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취하긴 했나. 미친 망상을 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