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 제17장. 역전(逆轉)의 칼 (3)
챙! 챙!
이혁성은 자타공인 최고의 쾌검을 가진 자였고 천서은도 그에 못지않았다. 진검으로 대련하는 것임에도 두 사람의 공방은 거침없었고 보기에 위협적임에도 안정적으로 합을 이어 나갔다.
명징하게 터져 나오는 금속성은 외원으로 나가던 주유현과 청명의 발걸음을 다시 붙잡았다.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는 되돌아가 문밖에서 대련을 관전하는데 잠깐 지켜본 것만으로도 감탄하게 만들고 있었다.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구나.’
치열하게 검과 검이 부딪치는데 쉴 틈이 없었다.
무당파에서 추구하던 무학의 깊이란 초식이 가진 형(形)의 이해를 더해 가는 것이었다. 단단한 내공을 바탕으로 그 깨달음을 실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니 무공의 실전성보다 현학적으로 접근하기도 하여 난해한 부분이 있었다.
‘때로는 그동안의 배움을 버리고 마구잡이로 싸워 볼 필요도 있다. 수양의 하나로 무공을 공부하지만, 결국 그 효용은 사람을 해칠 때 나오는 것이다. 사람의 살의가 어디 정해진 상황만을 따른다더냐?’
문득 소요자가 지나가는 말로 했던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청명은 잠시 지켜보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가 몸을 다시 돌리자 주유현도 함께 돌아갔다.
카앙!
검광이 교차하는 순간 불꽃이 거칠게 튀며 천서은과 이혁성의 신형이 각자 뒤로 밀려났다. 천서은의 긴 소매가 일부 잘리는 바람에 축 늘어져 그녀의 하얀 팔이 드러났는데 전완의 근육의 결이 도드라져 보였다.
“공녀의 성취를 가늠할 수 없을 지경이군요.”
이혁성은 최소한 검속에 대해서는 팔 할 정도 실력을 보였다고 생각하는데 너끈히 따라오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검을 휘둘렀는지 오히려 자극이 되고 있었다.
“역시 이 당주님의 뛰어난 검공은 제게 좋은 기준이 되어주세요. 즐거웠어요.”
자신감과 여유가 묻어나 오는 말에 이혁성은 조심스럽게 고개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천서은도 거기에 화답했다.
두 사람의 비무를 지켜보던 천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공에 미친 놈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큰 목소리로 얘기했다.
“이젠 좀 쉬거라. 오늘 저녁엔 조카의 폐관 종료 기념으로 잔치를 열어야겠다. 검은 거두고 배에 기름칠할 준비나 하여라.”
천서은은 이혁성에게 인사하던 포권을 풀지 않고 바로 천준을 향해 다시 예를 갖추며 싱긋 웃었다.
* * * *
“방패를 세워라!”
대장군 남양의 명령이 떨어지며 깃발이 펄럭였다. 부장들의 외침이 전장에 울려 퍼지면서 보병들은 일제히 대방패로 앞을 막았다. 병사들은 서로의 어깨들이 맞닿을 정도로 촘촘하게 붙음으로써 방패 사이사이로 틈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투투투투툭-!
몽골군이 일제히 쏜 화살들이 대방패에 가로막혔다.
사상자도 거의 없어 진형에 흔들림이 없었다.
반대편에서 지켜보던 야율신이 오른손을 휘둘렀다.
두두두두두!
몽골군 보병대 우측면으로 5천 기의 기마대가 돌진했다. 곡사로 쏘아 올린 화살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고 5천 기의 기마대는 얼마간 전진하다 방향을 틀면서 전장의 중앙을 가로질렀다.
모두가 말 고삐를 놓고 오로지 다리와 허릿심으로만 말 속도를 제어하면서 각궁에 화살을 걸고 시위를 당겼다.
피피피핑!
화살로 하늘을 덮음과 동시에 달리는 기마대가 쏘는 화살들이 직사로 쏘아졌다.
하지만, 남양과 그의 군사들은 이미 몽골군의 전투방식에 이미 많이 시달린 상황이었다. 경험으로 쌓아 올린 군사들의 대비는 탄탄했다.
직사도, 곡사도 방어를 뚫기 어려웠다. 오히려 남양군 궁병대의 화살에 몽골군 기마대가 조금씩 쓰러지고 있었다.
‘자리만 지키면 된다 이건가?’
남양군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야율신은 남양의 생각을 눈치채고는 피식 웃었다.
본래 남양군은 10만 대군의 정벌군처럼 전진해 왔으나 몽골군의 각궁을 이용한 강력한 견제 전략에 야금야금 병력을 깎아 먹다가 결국 정벌한 거리만큼 다시 후퇴한 상황이었다. 이제 단순 병력으로는 오히려 지속적인 지원을 끌어오는 몽골군이 근소 우위에 있었고 병사들의 사기도 역전된 상황이었다.
남양은 토벌, 정벌의 목적은 결국 버리고 방어에 집중하고자 했는데 다행히 몽골족들의 야율군에 대한 지원이 끊어지고 혹한기가 찾아오면서 시간을 번 것이 다행이었다.
대방패의 제작은 귀갑진(龜甲陣)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화살 세례의 견제를 견고하게 버틸 수 있게 만들었다.
“흑풍대가 있었으면 그냥 뚫어 버렸을 텐데.”
야율신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대방패를 무장했어도 남양군의 보병대는 기본적으로 경장이었기 때문에 중갑기병인 흑풍대의 돌격은 막지 못했을 것이다. 야율재나 자신이 직접 선봉으로 세운 돌격 앞에선 장창 견제 조차 수수깡처럼 부러질 게 틀림없었다.
그는 잠시 시선을 돌려 전장 전체를 보았다.
기마대는 화살견제를 받으며 전장의 좌측으로 쏠리자 아니나 다를까 좌측 언덕 위 숲에서 화살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우측 언덕에서는 진을 치고 있는 보병대가 보였는데 묘하게 먼지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이 병력이 결집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었다.
‘속임수일 가능성도 있지.’
야율신이 병력을 끌고 진군한 것은 남양군의 완전 격퇴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야율재의 뜻은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서 야금야금 국력 자체를 갉아먹는 것이었다. 그게 청해, 감숙, 사천 경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위한 야율군의 역할이었다.
다만 저들이 방어준비를 착실히 해 놓았다면 이번에 그 힘을 틈틈히 소모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이 전투를 유도한 것이었다.
“전군, 전진하라!”
야율신의 명령이 떨어지자 보병대와 궁병대가 전진하기 시작했다. 주기적으로 화살들이 쏟아질 때마다 몸을 숙이고 방패로 화살을 막고 다시 전진하길 반복했다.
둥둥둥!
야율신의 북소리가 터졌다.
전장을 가로질러 달리던 기마대가 화살을 접고 전력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궁병대는 조금씩 나아가면서 화살로 꾸준하게 견제했고, 보병대는 일정한 속도로 나아갔다.
몽골군의 군세가 달라지자 남양대의 보병들은 수적으로 두 배나 우위에 있음에도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 경험들로 몽골병들의 전투력이 얼마나 두려운지 뼈에 깊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몽골 기마대가 빠르게 언덕을 올라갔다.
험산이 아니었고 경장 기마대였기 때문에 오르막길에도 돌진 속도가 쉽게 죽지 않았다. 화살로써 서로 견제를 하면서 병력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었지만, 전진은 멈추지 않았다.
보병대는 긴장 어린 기색으로 언덕 위에서 방진을 짜고 있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지자 기병대가 속도를 조금 줄이면서 병사들 간의 간격을 조금씩 좁히기 시작했다. 오합지졸을 상대로는 그대로 들이받아도 되지만, 지형의 이점이 남양군의 보병대에 있었기에 제대로 진형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진형을 갖추어라! 이대로 돌격한다!”
기마대 장수의 외침에 5천 기마대가 세 갈래로 나뉘면서 보병대를 향해 속도를 다시 붙이기 시작했다. 견고하게 선 장창의 방진을 향해 뛰어들었다.
콰드득! 콰득!
몽골기병들은 근접거리에서 화살로 보병대의 전열을 무너뜨리면서 노련하게 창들을 비껴냈다. 꽤 많은 수가 창살에 꼬챙이가 되면서도 거대한 군마의 말발굽은 보병대의 전열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기마대 중군이 중앙을 직접 뚫기 시작하며 난전에 돌입하는 순간, 좌우군은 마치 껍질 벗겨내듯 보병대와 충돌한 지점에서 말머리를 바깥 측면으로 틀며 보병대의 앞 열을 쓸어내기 시작했다. 전면을 향해 장창을 겨누면서 주춤거리던 병사들이 기마대에 의해 쓸려나가기 시작했다.
기마대 좌우군이 거의 동시에 보병대 방진의 밖으로 탈출했다. 이 기병들은 빠져나온 자리로부터 말머리를 돌려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보병대 뒤에 숨은 궁병대도 지나쳤다. 일정 거리만큼 오르자 안으로 모일 듯 말머리를 돌리더니 다시 돌진하기 시작했다.
바로 뒤를 치지 않고 일부러 지나친 것이었다.
이번엔 언덕의 위에서 아래로, 지형의 이점을 단숨에 가져왔다.
기마대의 강력함은 그 돌진력으로 적의 전열을 무너뜨리는 것에 있었다.
진형을 촘촘하게 짜기보다 넓게 퍼져 전력으로 달린다. 몽골병들의 기마대만큼은 현장 상황에 맞게 능동적이고 전술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적의 궁병대는 돌진을 막을 위협적인 장창도 없었다. 말이 번쩍 날아올라 병사들 머리 위로 떨어지는 걸 칼과 맨몸으로 막을 수 없었다. 육중한 군마의 도약은 재앙이 떨어짐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이런!’
지휘대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남양과 마량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우측 언덕의 전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형적 유불리 때문에 견제를 피하거나 설령 공격해 오더라도 어느 정도 잘 막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몽골기병의 전투력이 너무 강력했다.
게다가 야율군의 보병대도 때마침 거리를 꽤 좁히자 돌진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야율군 궁병이 쏜 화살들이 정확성을 가지고 견제를 하는 탓에 귀갑진을 바로 풀기도 어려웠다.
“후열을 넓게 펼쳐 적군을 포위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적들의 궁병대가 두 번째 파도로 올 것인데 진형을 벌써 무너뜨리면 야율신의 기마대가 우리 목을 치러 올 것이다. 절대 전열이 얇아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전령을 보내라!”
아직 지휘대에는 병종별로 혼합된 6천 명의 후군이 더 있었지만, 만약 야율신이 방진을 뚫고 들어온다면 결코 막을 수 없었다.
“우측 언덕이 중요하다. 소정휴(消正烋) 부장에게 전령을 보내 우측 산길을 틀어막으라고 전해라. 남은 보병대는 후열을 펼쳐 우측을 보강하라 전해라”
우측 언덕의 전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산길을 따라 내려오면 본진이 위협받을 수 있음을 고려한 포진이었다.
만약 빠져나온다면 적군의 숫자는 대략 3천 기 전후일 테니 4천 창병으로 방진을 구축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전령들이 연속적으로 말을 타고 명령을 하달하기 위해 전장으로 달려 나갔다.
와아아아아!
때마침 몽골병의 보병대가 함성과 함께 돌격을 시작했다. 이미 거리를 충분히 좁혀 놓았기 때문에 남양군의 보병대와 충돌하기까지는 금방이었다.
퍼퍼퍼퍽!
자리를 단단하게 지키며 방패를 세우고 창끝을 겨누었다. 단단하게 방진을 갖춘 덕분에 백에 가까운 몽골병들이 꼬챙이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전열이 무너지는가 싶었지만, 몽골군이 동료의 시체를 밟고 넘어서며 일제히 달려들자 순식간에 난전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채챙! 챙! 챙!
츄악!
“끄악!”
칼끼리 부딪치고 살갗이 갈라지며 비명이 난무했다.
몽골병의 전투력은 높았다.
1만 대 2만 병력의 충돌이었음에도 전혀 불리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단순한 난전이라기엔 전열을 꾸준히 갖추면서 충돌하는 전선의 면적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다수, 소수가 갖는 유불리가 잘 성립되지 않고 있었다.
“2진 보궁수들을 조금씩 전진시킨다.”
야율신의 명령이 떨어지자 몽골 궁병들은 전진의 속도를 좀 더 높이면서 보병대 너머로 활을 쏘기 시작했다. 남양군의 궁병대도 맞대응하여 접근해 오는 몽골 궁병대를 향해 활을 쏘기 시작했다.
“소적문(蕭赤門)! 기병 2천을 끌고 적 보병대의 우측을 공격해라. 외곽으로 돌아나가면 견제가 약할 것이다. 오히려 너희들이 화살로 견제하면서 우측 언덕 병력이 허세인지 살펴봐라. 별도 지시를 내리기 전까진 자의적으로 통솔하도록.”
“옛!”
소적문은 흑풍대 장수였기에 믿을 수 있었다. 그는 즉시 대답하며 말을 몰아 뛰쳐나갔다.
곧 2천 기의 기마대가 나아가기 시작했다. 5천의 보궁사들이 남양군 궁병의 이목을 끌고 있었기 때문에 2천 기는 우측 언덕까지 매우 빠르게 주파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먼저 남양군 보병대에 일정 거리를 두고 화살로써 대응하기 시작했다.
몽골 기마대가 전장의 한끝에서 커다란 원을 그리듯 기동하면서 보병대와 우측 언덕을 향해 화살을 쏘는데 보병들의 난전과 대비되는 신기한 움직임이었다.
함께 기동하던 소적문은 물끄러미 언덕 위를 올려다보았다.
보병대가 방진을 구축하고 있었고 뒤에서 꾸준히 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시야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지만, 오히려 너무 꾸준하게 먼지가 보이니 의심스러웠다.
소적문은 빠른 판단력을 가진 장수였다.
‘대군이 있는데 궁병 편제가 없을 수가 있나? 어차피 우리 기마대의 움직임을 따라올 수는 없다. 차라리 적의 좌군을 치는 것보다 언덕 위의 적을 치는 게 낫겠다. 대군이 있다면 치고 빠지면 되는 것이고.’
어차피 좌군의 귀갑진에 화살 공격의 효용성은 떨어졌으니 차라리 대방패 편제가 보이지 않는 언덕 위를 노리는 게 좋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올라간다!”
소적문의 명령으로 2천의 기마가 그의 뒤를 따라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때맞춰 움직이는 부대가 있었다.
소적문 부대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남양은 전령을 띄웠고 전언을 받은 공손숙은 기병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소적문이 움직이는 신호를 받자마자 바로 언월도를 번쩍 들었다.
“모두 나를 따르라!”
공손숙과 2천 기마가 언덕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언덕 위에서 허장성세를 펼치던 심규봉은 앞뒤로의 이런 움직임들을 침착하게 살피고 있었다.
“창을 앞으로 세우고 대열을 정비하라! 적의 기병이 올라오고 있지만, 우리의 공손숙 장군도 올라오고 계시다! 모두 정렬하라!”
적은 기마 2천이었고 심규봉 측은 보병 2천5백에 공손숙의 기마 2천이니 숫자상으론 완전히 유리한 구도였다. 하지만, 심규봉은 절대 유리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몽골군은 언제나 두 사람 이상의 몫을 해내는 전투력을 가졌다. 특히 몽골 기병은 황군의 기병과는 차원이 다른 전투력을 자랑해 왔기 때문에 이미 적들이 온다는 것만으로도 공포심이 배양되고 있었다.
“몸을 낮춰라! 방패로 머리 위를 가리고 창은 겨드랑이에 바짝 붙여 고정해라!”
심규봉은 계속해서 병사들을 독려했다. 머리 위로 이미 소적문 부대 측으로부터 날아든 화살들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아래에서 위로 쏘는 화살이기에 직사가 아닌 화살들은 명중률이 떨어졌지만, 이미 우수수 쓰러지는 병사들이 보였다.
‘온다, 온다, 온다…….’
두두두두!
떼 지은 말발굽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기마대의 선봉이 점점 분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가죽이 대부분인 다른 경장 기병들과 다르게 돌진하는 기마대의 첨병(尖兵)에 선 자의 행색이 흙먼지를 뚫고 확실하게 보였다.
‘제, 젠장……! 흑풍대의 장수다!’
군마부터 안장 위에 탄 장수의 갑주까지 검은색 중갑을 걸친 선봉의 장수는 분명 흑풍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자리를 지켜라!”
심규봉이 할 수 있는 것은 진형을 유지하면서 장창의 가시밭과 지형의 유리함으로 버텨내길 바라는 것뿐이었다.
“가소로운 것들!”
그 모습을 보며 소적문이 외쳤다. 강력한 투기와 살기를 뿜어내며 중갑의 무게감이 무색하게 그의 군마가 높이 뛰어오르며 장창의 가시진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리고 두 손에 쥔 대부(大斧)에 경력을 담아 크게 호를 그렸다.
콰아앙!
장창들이 산산이 부서지고 군마는 보병들을 짓밟기 시작했다. 뒤따라 돌진하는 기마대들도 그 만들어진 빈틈으로 뛰어들었다. 일부 쓰러지는 기병들도 있었지만, 쏟아지는 기병대들로 방진의 전열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으하하하! 별 것 없구나! 모조리 쓸어버려라!”
단번에 언덕 위의 먼지들이 결국 헛것임을 알아챈 소적문이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