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칼의 귀신-70화 (70/432)

70화 - 제14장. 한파(寒波) 속에서 (4)

* * * *

안휘는 북부엔 회하(淮河)가, 중부는 양자강(揚子江)이 동쪽으로 흐르면서 지역 일대에 택지가 아주 많았다. 회하는 화북(華北) 평원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었고, 양자강 남쪽엔 험준한 산맥이 깔려 지역의 특색이 구분되기도 했다.

안휘 중앙엔 소호(巢湖)라는 유명한 담수호가 있었고, 이 외에도 크고 작은 호수가 무수히 많은 편이었다. 소호에서 합비성(合肥城)을 지나 좀 더 북으로 올라가면 길고 갈라진 형태의 와부호(瓦埠湖)가 있었다. 이 호수는 일곱 개나 되는 선창(船艙)들이 있어 짐과 사람을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강을 따라 수송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와부호 주변 일대는 택지와 평지가 대부분이었지만, 북쪽으로 이어지는 지류를 따라 조금만 가면 울창한 숲 지대와 함께 작은 산을 볼 수가 있는데 이곳이 바로 검림이 본거지로 삼고 있는 팔공산이었다.

팔공산은 산세가 완만하고 분지 형태의 지형이 많았다. 숲을 뚫고 산 깊숙이 들어가면 산줄기마다 따라오는 계곡이 모여 물길을 옆에 낀 넓은 분지 지형을 만드는데 이곳이 바로 검림촌이었다.

원래 지역 날씨가 매우 덥고 습하여 겨울도 서늘할 뿐 눈이 잘 내리지 않는 지역이었지만, 올해 겨울은 특이하게 폭설이 내려 팔공산도 보기 드물게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내공을 수련한 검림의 검객들도 이 날씨가 적응되지 않아 옷을 두껍게 입는 등 모두가 이 이상기후가 지나가고 눈이 녹아내리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딱 한 사람만 빼고.

팔공산 가장 꼭대기의 검총궁(劍總宮)이라고 명명된 전각과 그 주변에도 눈이 제법 많이 쌓여 있었다. 검총궁 서쪽에는 거대한 바위 하나가 풍화되면서 뾰족하게 각을 세우고 있었는데 그 형상이 새 부리 같다 하여 훼검암(喙劍岩)이라 불렀다.

이 훼검암을 멀리서 보면 다른 부분과는 다르게 부리 끝부분만 볼록 솟아 있었다. 자세히 보면 머리카락과 수염으로 보이는 하얀 털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으니 한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오랫동안 좌선(坐禪)하고 있던 것이었다.

뽀드득뽀드득…….

오랜 시간 아무도 들이지 않아 발길이 끊어진 이곳에 한 반백의 건장한 체격의 노인이 검총궁을 바라보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는 바로 천무경이었다. 푸른 장포의 긴 옷자락이 움직일 때마다 펄럭이는데 등에 수 놓인 ‘창천(蒼天)’이라는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천무경은 검총궁 앞에 서서 잠시 전각 안으로 시선을 주었다. 전각 문이 반쯤 열려 있었지만, 안에선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옛날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그래도 하인들 네다섯 명이 꾸준히 주변을 청소하고 관리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주변 일대로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다. 지난 3년간 여기에 올라온 사람이 강정학의 첫째 제자이자 아들인 강도혁뿐이었다는 얘기가 사실인 모양이었다.

천무경은 걸음을 다시 떼며 훼검암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바위 위로 훌쩍 뛰어올라 눈앞에 등을 보인 채 좌선하고 있는 노인을 보았다.

그는 바로 강정학이었다.

천무경은 뒷짐을 지고 훼검암 너머 하얗게 눈 덮인 평야로 시선을 던졌다. 넓게 일대를 두르고 있는 화북평야 속에서 몇 개의 작은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느닷없는 추위 때문인지 어느 지점에 시선을 던져보아도 사람들이 이동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사위가 조용하여 바람 소리만이 귀를 간질이고 있었다.

바람만 감도는 고요도 잠시.

“창천맹주께서 예까지 무슨 일이신가?”

이미 천무경의 접근을 느꼈던 강정학이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3년 전에 사패련에서 만났던 강정학의 목소리는 노년에 이른 탁하지만, 그래도 기운이 넘치고 명징한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탁도가 강해지고 가래 끄는 듯 갈라지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천마신교 염황종과의 충돌 그리고 염황신마와의 대결.

염황신마는 패퇴하여 왼팔을 잃고 도망쳤지만, 승리한 강정학도 중상을 면치 못하였는데 그것이 목소리가 탁해진 원인이었다.

그 이후 강정학은 팔공산으로 돌아와 칩거하였으니 천무경은 그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영감이 멀쩡한지 보러 왔소이다.”

“클클! 그걸 인제야?”

“웃는 거 보니까 괜찮으신 거 같소.”

“천 맹주께서 공사다망하셨을 테니 노부가 이해해야지.”

천무경은 강정학의 뒷모습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상체를 완전히 드러낸 채 찬 바람을 맞고 있었고, 어깨에 쌓인 눈은 휘날리는 머리카락에 이따금 조금씩 떨어지곤 했다. 하체는 허리까지 눈에 파묻혀 있었다.

몸이 비쩍 말라 있어서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 듯했지만, 은연중에 흘러나오는 기도는 벼려진 검과 같은 차가움을 품고 있어서 한 시대를 대표하는 검객다움이 살아 있었다.

“창천맹의 도움은 필요 없겠소이까?”

“검림은 본디 검객들의 자유로운 논검(論劍)을 위한 곳이지, 금전을 탐하여 모인 자들이 아니네. 모두 묵묵히 칼을 갈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영감은 어떻소이까? 지난 3년간 무뎌지지 않았는지 시험은 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크크! 나를 의심하는 겐가?”

“장성 밖이 모두 마교도들의 소굴처럼 변해 버렸다 느낄 정도로 그 기세가 대단하오이다. 마교와 싸우기 위해선 우리의 역할이 필요한데, 영감의 검이 부러졌다면 계획에서 지워야 하지 않겠소이까?”

“끌끌끌!”

강정학의 어깨가 들썩거리면서 쌓인 눈이 부스스 떨어졌다. 천천히 한쪽 무릎을 짚으며 일어서면서 하반신에 쌓였던 눈들도 같이 떨어졌다. 그리고 맨다리가 바람에 그대로 드러났다. 강정학은 하의를 입고 있었으나 허벅지 절반부터 뜯어버린 것이었다. 눈더미의 냉기에 피부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보게나.”

강정학이 몸을 돌려 정면으로 천무경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 천무경은 강정학의 몸 상태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꽤 비쩍 마른 모습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근육들은 모두 살아있었으니 식사만 잘하면 금방 회복될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오른팔과 상체 오른쪽 대부분에 걸쳐 엄청난 화상으로 인한 짙은 갈색 흉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얼굴의 오른쪽 눈 주변이 화상 자국이 있어 눈썹이 아예 없었고 그 흉터가 귀에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신선과도 같은 고고함과 수려함을 갖춘 노년의 용모를 갖고 있던 강정학이었다. 더는 과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그 자리엔 인상 찌푸릴만한 끔찍함만이 있었다.

강정학은 오른손바닥을 하늘을 보도록 하여 앞으로 반쯤 내밀었다. 이내 강력한 진기의 파동이 느껴졌다. 내공을 오른쪽에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자 흉터가 뻘겋게 달아오르며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그것은 강정학의 내력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다.

“마공이라. 놀랍지 않은가?”

강정학이 쓴웃음과 함께 질문을 던지며 내력을 거두었다. 흉터가 뻘겋게 달아오르고 그 열기가 느껴지는 것들이 쉬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즉, 그것은 단순한 화상이 아니라 마공의 흔적인 것이었다.

천무경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도 화산에서 만났던 일월신마가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느껴지는 진기의 총량은 위협적인 수준이 아니었음에도 상반된 성질의 기운을 충돌시켜 아주 파괴적인 폭발을 만들어내는 그것은 중원 무림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상식적이지도 않았다.

‘염황(炎皇)이라더니.’

일월신마와 맞붙었을 때, 그가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님은 알고 있었다. 만약 그의 상태가 아주 좋았더라면 똑같이 빠르게 승기를 잡았을 수 있을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내공을 운기 할 때마다 이 흉터에서 발생하는 열기와 고통이 아주 지랄 맞다네. 크크크! 그래도 오랜 시간 도사 놈들 하듯이 화식(火食)을 끊고 벽곡단이나 쌀죽으로만 먹으면서 관리하니까 좀 나아. 마침 생각지도 않게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한기(寒氣)로 회복에 도움이 되고 있어.”

다행히 강정학의 목소리엔 충분한 힘이 실려있었다.

천무경이 피식 웃었다.

“몸 좀 풀어야 하지 않겠소이까?”

“크하하핫! 이 사람이 노구가 비실비실할 때를 노려서 한 번 이겨보려 하는 게로구만. 천하제일의 칭호가 그리 탐나는가?”

“신마들의 무력이 우리를 애먹일 정도라면 천하제일인은 마교주일게 뻔한데, 영감과 내가 다툴 필요가 무에 있겠소이까?”

“허허허! 겸손하기는. 내 다 들어서 알고 있네.”

강정학은 훼검암에서 가볍게 뛰어 내려왔다. 그 뒤를 천무경이 따라 내려왔다. 그리고 창천포를 벗어 가볍게 던지니 부드럽게 날아가 강정학의 어깨를 감싸며 걸쳐졌다. 양털을 얇게 내피로 짠 데다가 천무경이 장시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 온기가 느껴졌다.

“고맙군. 안으로 들지.”

강정학과 천무경은 검총궁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넓은 수련장과 한쪽엔 팔공산과 그 옆 호수 위 학을 그린 산수화가 그려진 병풍(屛風)이 있었다. 병풍 앞엔 낮은 탁상을 가운데 두고 방석이 양측에 있었으니 강정학이 병풍 쪽에 앉고 천무경이 맞은편에 앉았다.

강정학은 옆에 있던 다반을 들어 탁자 위에 놓았다. 그는 찻잔에 찻주전자를 기울여 찻물을 따랐다.

“내 몸 상태 때문에 차를 미리 달여서 차갑게 두고 마신다네. 나쁘지 않을 게야.”

천무경은 고개를 끄덕이고 찻잔을 들었다.

수색(水色)은 투명한 연둣빛과 노란빛이 적절히 어우러졌고 김이 피어오르지 않았지만, 코로 숨을 천천히 들여 마시니 가벼우면서도 향기로운 청향(淸香)이 느껴졌다.

“철관음(鐵觀音)이군.”

“잘 아는군.”

강정학도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이 같이 찻잔을 입에 가져가며 찻물을 입에 머금었다.

두 사람은 잠시 고요를 즐기며 다도를 즐겼다.

다시 먼저 입을 뗀 것은 강정학이었다.

“그래서 아직 겨뤄 보지도 않은 마교주를 천하제일로 인정할 셈인가?”

“글쎄요.”

“화산에서의 일은 다 들었네. 일월신마를 쉽게 꺾었다지? 게다가 제2의 혈마까지 꺾었으니 자네야말로 천하오절 중 으뜸이네. 창천맹주 자리에 올라갔다고 공무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수련을 계속하게나. 마교주가 그 정도로 강하다면 그자를 상대할 자는 자네뿐일 걸세.”

“허허…….”

“설마 노부에게 마교주 힘 좀 빼달라고 온 건 아닐 테고. 염황신마는 노부가 잡아줌세. 거기까지가 이 몸을 끌고 해야 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네.”

천무경은 피식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다시 마셨다.

사실 강정학이 이야기하는 부분들은 천무경에게 딱히 중요한 사안들이 아니었다. 그의 말마따나 애초에 강정학에게 기대한 것은 염황신마를 다시 상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였다. 적수의 한쪽 팔을 잘라냈다고는 하지만, 소문의 화룡도(火龍刀)는 오른손으로 든다고 하였다. 즉, 두 사람이 다시 붙는다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가 될 것이었다.

하지만,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단어가 그의 심기를 조금 거슬리게 했다.

제2의 혈마.

그것은 다름 아닌 진도건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조강선이 나타나 데려간 그의 생사여부를 천무경은 알지 못했다. 그때의 일은 그에게도 고통이었고 무엇보다 산서 천무방 본방에 더욱 고통을 삼키고 있는 딸아이가 있었다.

그때 나타난 노인의 정체가 조강선이며 진도건과 사제지간이라는 정보는 두 명의 부맹주 중 한자리를 맡은 개방 용두방주 홍두형 덕에 알게 되었다. 물론 주백자의 존재까지 함께 알게 된 것은 덤이었다.

‘천하제일이라, 생각해보니 주백자가 있었지.’

주백자는 만나보지 못했지만, 조강선은 화산에서의 그 짧은 만남만으로도 천무경은 그가 자신보다 더 강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하고 있었다. 그 점을 생각해보니 조금 전 천하제일을 논한 것도 우스갯소리나 다름없었다.

강정학도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는 천무경의 이런 심경까지 헤아리진 못했지만, 혈마가 진도건이라는 이름의 호위무사라는 사실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도 천무경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떠올랐다.

“일전에 서신으로 부탁했었던 건 기억나는가? 양자성을 찾아봐달라는 것.”

염황종과 염황신마와 벌인 격돌의 혼란 끝에 적들은 도주하였고 살아남은 강정학과 검림의 검객들은 피해를 추슬렀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양자성이 사라졌음을 알게 되었는데 분명 난전을 함께 치렀음에도 종적이 묘연해지자 모두 당황에서 쉬이 철수하지 못했다. 그러나 강정학과 염황신마의 격돌로 일대가 초토화되면서 추적할만한 흔적들이 거의 소멸했기에 수색은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들은 그곳에 의문만을 남긴 채 팔공산으로 철수해야만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양자성은 팔공산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창천맹의 창설 소식을 들은 강정학은 천무경에게 서신을 보내 추적을 의뢰하였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강정학은 여전히 의문스러운 심정을 갖고 있었다.

천무경은 창천맹의 정보조직으로서 힘을 합치게 된 하오문과 개방의 인적체계를 이용하여 양자성의 흔적을 쫓기 시작했다.

“정확한 위치는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이지만, 단편적인 흔적들을 취합해보면 서쪽의 새외무림까지 나간 것으로 추측되오.”

강정학의 얼굴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검림에 협력하고 있는 비혈단을 통해 어느 정도 보고받은 바 있었다. 그러나 쉽게 믿어지지 않아 개방과 하오문을 거느린 창천맹의 대답을 듣고 싶었었다. 그리고 원하지 않았던, 그러나 머릿속으로는 인지하고 있던 대답이 흘러나오자 실망과 분노가 동시에 밀려왔다.

“한심한 놈….”

강정학이 나직하게 중얼거렸지만, 천무경의 귀에는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것 같은 소리로 들렸다.

과거에 그의 실종은 의문으로 남았었지만, 지금 그의 흔적은 ‘배신’이라는 단어로 귀결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점을 강정학도, 천무경도 이해를 공유하고 있었다.

“추적은 계속하고 있습니다만, 원하시면 좀 더 힘을 써 보겠소이다.”

“됐네. 언젠가 내 앞에서 해명할 날이 오겠지.”

강정학은 찻잔 속 찻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들고 입에 모두 털어 넣었다. 탁, 하고 탁상에 내려놓은 그의 눈빛에 어떤 회한(悔恨)이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제자 셋을 거두었는데, 아들 녀석 하나만 남을 줄이야.”

강정학은 양자성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둘째 제자 천잔살검 마산호가 염황신마의 화염에 불타 죽었고 셋째 제자 양자성도 염황신마와의 싸움 속에서 사라졌다. 그러니 이젠 강정학으로서는 염황신마를 반드시 그의 검으로 죽여야만 하는 이유가 넘쳐흐르게 되었다.

“먼 길 찾아오느라 고생했네. 도혁에게 가면 좋은 방 하나를 내어줄걸세. 편히 쉬다 가게나. 검림의 검이 필요할 때 언제든 연락 주시고.”

“그래도 건강하신듯하니 믿음이 가외다. 다시 연락할 때까지 몸에 근육 좀 붙여 놓으시구려.”

“끌끌끌! 나이가 이미 천수를 바라보고 있는데 쉽게 붙여지겠는가?”

천무경은 남은 찻물을 모두 마시고 찻잔을 내밀었다.

“하하하하! 차나 한잔 더 주시오. 영감과 이런 자리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 우리 잡담이나 나눕시다.”

“그것도 좋지.”

강정학은 자신과 천무경의 찻잔에 차가운 철관음을 다시 따랐다.

정말 3년 만에 검총궁 안에서 대화 소리가 오랜만에 조용히 울렸다. 본래 세 명의 제자들을 세워놓고 검법 초식의 시범을 보이며 훈계하던 소리만이 허용됐던 곳이었다. 그때의 기억은 알 수 없는 감정의 한이 되어 조용히 마룻바닥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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