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 제9장. 한계(限界) (4)
‘설마 늦었는가……?’
노지신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일단 부딪쳐 봐야겠다는 생각이 앞서 들었다.
노지신은 발을 떼며 일월신마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아무 말도 없이 먼저 앞으로 나서자 장학 등도 잠깐 멈칫하고 서로를 바라보았다가 곧 그 뒤를 따라갔다.
노지신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일월신마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초원으로 나서기 전부터 그의 몸은 이곳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 시선을 더욱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들의 거리가 처음보다 절반 정도 가까워졌을 때, 노지신은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일월신마를 중심으로 그 일대가 일부 땅이 파였거나 뭔가 할퀴고 지나간 듯한 긴 자국들, 짓밟혀 드러누운 잡초들이 가득했다. 이곳에서 격전을 치렀다는 증거인데 다만 그 흔적들의 모양새가 노지신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일월신마는 맨 손이고 진 위사는 검기를 잘 다루거나 그 위주로 싸우는 성향이 아닌데 이런 지면의 검상 흔적들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거리가 더 가까워짐에 따라 주변을 둘러보길 멈추고 다시 일월신마를 바라본다. 그때까지도 일월신마는 공격을 가하긴커녕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열 걸음 거리에서 멈춰서서 눈을 마주치며 서로의 행색을 살폈다.
일월신마가 노지신을 보며 씩 웃었다.
“과연 너희들이 믿음을 줄 만한 강자인 것 같군. 천무방 장로다운 기운이 느껴져. 어때? 너희들은 이젠 복수에 자신감이 생겼느냐?”
일월신마는 마지막 질문을 장학 등에게 시선을 주며 물어보았다.
그들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먼저 일월신마를 가까이서 보자마자 머릿속에 든 생각들 때문에 귀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거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일전의 일이 생각나며 두려움이 앞서 일어났다. 노지신이 정상적인 몸 상태라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노지신 본인도 운기조식을 통해 어느 정도 회복하긴 했지만, 아직 평소의 몸 상태와 비교하면 8할로 보아도 후하게 점수를 준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 본 순간 일월신마의 행색을 보며 도대체 무슨 일이 이 자리에서 벌어졌는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그들이 처음 보았던 일월신마는 백발을 단정하게 정리해 뒤로 늘어뜨리고 흑포도 어디 하나 흠집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입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기저기 터지고 찢어져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곳곳에 작은 상처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두 개의 열십(十)자 큰 검상이었다. 코 바로 옆을 중심으로 뻗은 십자의 상처는 이마에서 입술을 지나 턱으로, 양쪽 볼을 끝점으로 하여 코를 가르는 형상이 나 있었다. 또 그보다 상체는 좀 더 오른쪽에 더 큰 열십자 검상이 있어 상의가 모두 풀어져 상처 가득한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몸통의 상처는 특히 더 크고 깊어 보여 과다출혈로 목숨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얼핏 두 손바닥에도 무언가 상처가 보였는데 도대체 그 몇 시간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증이 두려움을 뒤덮을 정도였다.
“당신이 일월신마인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모습이군.”
“크크크크!”
노지신의 말에 일월신마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곤 숨을 크게 내쉬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진도건. 이 이름이 맞지? 강력한 검기, 검강 구사도 없이 본좌를 이 지경까지 몰아붙인 그 실력과 재능에 기꺼이 찬사를 보내고 싶군. 그래서 기꺼이 자네를 기다렸네. 천무방 일개 소속 무사가 이럴 진데 장로라는 자는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지.”
일월신마는 스스럼없이 실토했다.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죽음 직전까지 몰렸다는 사실을 마음속으론 부인하지 않는다.
노지신을 비롯한 네 사람은 설마설마했던 작았을 가능성이 현실이라는 답변으로 돌아오자 놀람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다. 일월신마를 상대해 보았던 장학, 관무영, 장우태, 하소정은 물론이거니와 한눈에 그가 자신과 동급의 강자임을 알아본 노지신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클클! 부하 동료 실력도 모르고 있었나? 어째 그런 표정들이지? 하긴 이해는 가. 중원의 강자들 이름을 대충 외우긴 했었는데 진도건이란 이름은 없었으니까. 너희들도 녀석의 실력을 제대로 몰랐던 게지.”
그들의 표정을 보고 일월신마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무명이라……. 아마 사패련 비무제 때문에 조만간 탈명검이라는 별호가 알려졌을 것이었네.”
“아, 탈명검이라. 과연 꽤 짜릿했지. 그만큼 재밌는 싸움은 아마 생애 모두를 통틀어 돌이켜 봐도 손에 꼽을 것 같아. 어때, 장로께서도 어디 본좌를 재밌게 해 줄 수 있겠는가?”
“얼마든지. 허나 그 전에.”
“뭔가?”
“진도건은 어디에 있지?”
일월신마가 두 다리로 서 있다는 뜻은 진도건이 졌다는 뜻일 텐데 주변에 시체는커녕 파묻은 흔적도 눈에 뜨이지 않았다.
“아아……, 그렇군. 하긴 궁금할 만하지. 흐음.”
왜인지 일월신마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는 백발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머리를 긁적거렸다.
뭔가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곧 씩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놈은 살아 있네. 한 가지 알려 주자면 아마 탈명검이란 이름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야. ……여기까지. 만약 본좌를 이긴다면 원하는 것 모두 알려 주도록 하지.”
“나쁘지 않은 조건이군.”
노지신은 너덜너덜한 상의를 아예 벗어 던졌다. 건장한 신체만큼이나 75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근육질의 육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백발 수염과 풀어헤쳐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까지 그 노장의 풍채가 흡사 전한 말기의 촉장 황충(黃忠)을 떠올리게 했다.
“클클! 생각보다 화통한 양반이군.”
일월신마도 이미 그 형체를 잃어버린 긴 소매를 부욱! 하고 양쪽 모두 뜯어 버렸다. 노지신보다 조금 작은 체격이긴 해도 그에 뒤지지 않게 다부진 팔근육이 드러냈다.
노지신이 장학을 힐끔 돌아보았다.
“멀찍이 물러서거라.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장학을 비롯한 나머지 세 사람은 노지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신뢰의 눈빛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하소정이 노지신의 상의를 들고 오길 기다렸다가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충분한 거리 이상을 벗어난 걸 확인한 노지신은 패도를 든 오른팔을 휙휙 돌리면서 근육을 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일월신마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싸우기 전에 이름이나 듣지. 내 천산에 틀어박혀 있느라 중원 무림 공부가 얕아 기억을 못 해서 말이야.”
“노지신.”
“별호는?”
“태원도왕.”
“크으! 기대되는군.”
“나도 기대하는 중이네. 일월교 마공의 진짜 힘이 궁금하거든.”
쿠오오오!
노지신이 다리를 벌리고 무릎을 조금 굽혀 중심을 낮추었다. 두 손으로 손잡이를 말아 쥐고 비스듬히 세워 들었다. 그의 주변으로 회오리바람이 살짝 부는 듯하더니 그로부터 엄청난 기운이 폭발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그의 패도엔 선명한 도강이 그 영롱한 빛을 뽐내고 있었다.
“크하하하! 과연! 과연!”
우우우웅!
일월신마도 자세를 낮추며 두 팔을 활짝 펼쳤다. 두 손에 힘을 주어 허공을 움켜쥐는 시늉을 하는 순간 두 팔뚝의 혈관이 투둑투둑 불거지더니 왼손엔 서리가 끼고 오른손은 열기에 의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확연하게 구분되는 음양의 기운에 그치지 않고 손 위로 더 큰 형상이 겹친 듯한 기운의 응집체가 맺혔다.
그들의 투기의 충돌만으로도 이미 그들 주변으로 인위적인 돌풍이 격렬하게 불어댔다. 그 긴장감에 장내 유일한 관전자인 장학, 관무영, 장우태, 하소정이 침을 꼴깍 삼켰다.
투퉁!
콰앙!
사전에 짠 것처럼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서로를 향해 뛰쳐나가며 충돌했다.
무엇이든 절단을 하여 버릴 듯한 도강은 일월신마의 쌍장에 부딪쳐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일월신마의 일월반전수로 만들어 낸 장력은 강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의 응집체라는 것과 두 개 상반된 기운을 한데 모음으로써 더 강한 파장을 만들어 내는 효과 때문에 강기 그 이상의 효력이 있었다.
쾅쾅쾅!
막대한 내공을 분출시키며 충돌하니 그 후폭풍이 그치질 않았다. 땅의 흙들과 풀잎들은 그 후폭풍에 뽑혀나가 산산이 흩어지며 시야를 가리기 일쑤였다. 마치 천계의 두 법왕이 자웅을 겨루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용호상박(龍虎相搏).
이 네 글자의 어구가 이만큼 들어맞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두 사람의 보여 주는 육체적인 힘과 속도 그리고 기공 모두 내로라하는 절정고수들보다 한 단계 위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콰아아!
노지신이 축발을 중심으로 휘돌며 쌍수도로써 횡격을 휘둘렀다. 도강만이 아니라 강기에 필적하는 도기가 광역적으로 발생해 뒤따르며 넓은 권역을 덮치는 것이었다.
일월신마는 전신을 매개로 좌우 음양의 기운을 뿜어내며 쌍장을 휘둘렀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벽이 되어 수공은 도강을 막고 음양기벽으로 도기를 막아 내었다.
꽈릉!
일월신마는 거기에 거치지 않고 순간 양손의 기운을 뒤바꿔 버렸다. 애초에 방출되었던 음양기가 좌우 반대로 양음기로 분출되니 폭발의 힘이 원래도 특출나게 강한데 배로 더 강력하게 방출되었다. 그야말로 음양혼극마공의 경지가 극의에 이르러야만, 가능한 무공이었다.
음양기의 폭발은 노지신이 일으킨 도기들까지 휩쓸고도 남았다. 그러나 어느 정도 그 위력을 예측한 노지신은 이미 신형을 옆으로 날린 이후였다.
노지신은 일월신마의 측면을 파고 들어갔다. 계산된 행동이었기에 일월신마의 반응보다 노지신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랐다. 다만 폭풍의 여파로 발생한 기의 파편들이 바람처럼 그를 덮쳤다. 그것을 올곧이 얻어맞으면서도 적절한 순간에 절초를 펼치기 위해 뚫고 들어가는 것이다.
태원구패도법 태원항룡(太元降龍).
도강의 예리함 뒤로 진기의 연소가 일어나는 듯 기운이 활활 피어오른다. 내력의 중첩으로 일구어 낸 강기 그 이상의 도강이다. 뚫지 못한다는 현실마저 부술 일격이 일월신마를 덮쳤다.
계산된 일격이었음에도 일월신마는 적수공권이라는 점에서 아무래도 자신의 몸을 지키는 움직임은 빠를 수밖에 없었다. 우수를 당겨 기벽을 펼치고 좌수로 음양융폭(陰陽融爆)의 극의 기술로 참격의 옆을 때렸다.
콰쾅!
일월신마가 일으키는 기운의 폭발은 언제나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여 상대의 기운마저 벗겨 내거나 퉁겨 버리곤 하는데 노지신의 도강은 그대로 일월신마의 방어를 짓눌렀다.
‘뭣?’
폭발이라는 것은 그 여파가 지나면 중심의 압력 같은 힘이 약해지는 법이다.
여태껏 노지신의 공격을 모두 퉁겨내 왔지만, 이렇듯 버티고 있으면 얘기가 달라졌다. 응축된 기운이 쌍수를 보호하고 있음에도 태원항룡의 일격은 그것을 뚫고 들어갔다.
“큭!”
급히 손을 빼지만 타는 듯한 통증이 오른팔을 타고 번졌다. 네다섯째 손가락 두 개가 주인을 잃고 공중에 떠오르는 것이 시야에 잡혔다.
고통은 분노로 치환되면서도 이미 자리한 차가운 이성이 이를 통제했다.
‘과연 도왕(刀王)이라 부를 만하다!’
손가락을 잃어 고통스러워할 겨를 따위 없다.
일월신마는 즉각적으로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리려 했고, 노지신은 반사적으로 바짝 따라붙으며 사정거리 안에 두었다.
태원구패도법 태원항룡, 도룡연환.
노지신이 강력한 도강을 유지하며 연환격을 펼쳐 냈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노지신의 두 눈에 그의 도강으로 적의 육신을 베어 버리겠다는 일념이 그득했다.
일월신마는 빠르게 물러나며 연환격을 피했는데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 두 팔로는 좌우에 음양기를 펼쳐 내어 영역을 펼치고 있었다. 이 순간 속에 두 사람의 성패를 가르는 원인이 집중적으로 모여들었다.
노지신은 전력의 9할 이상을 태원항룡의 강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일월신마의 일월반전수를 뚫고 손가락을 잘라 내는 순간, 그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불이 붙었다. 기필코 끝을 내려고 하는 집념이 그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일월신마와 일으킨 기운의 폭발 반동과 그로 인한 후폭풍들은 노지신이 운기조식 끝에 내공을 안정시킨 결과를 점점 불안정에 빠뜨리고 있었다. 그것이 그의 심리에 영향을 주며 조급함을 자신감으로 덧씌워 버렸다.
일월신마는 손가락이 잘리자마자 이성을 붙잡고 그동안 잘 해 오던 맞상대를 회피했다. 대신 넓게 펼친 두 손으로 음양기를 퍼뜨리며 달려드는 노지신의 주변을 둘러칠 수 있었다.
일월반전수 천번양화(天飜兩和).
넓게 퍼진 좌우 음양의 기운들을 단숨에 두 손에 결속시킨다. 그 결속된 기운을 움켜쥐고 밧줄을 꼬듯 뒤틀었다. 그 압력의 물결이 노지신의 신형을 덮쳤고 이내 좌우 기운 각각 상하체를 연달아 때렸다.
“윽!”
서로 다른 방향으로 상하체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으로 안정된 자세가 흐트러지자 노지신도 어쩔 수 없이 휘청거렸다. 그러면서도 부릅뜬 두 눈은 오른손에 들린 도강을 피해 좌측으로 파고드는 일월신마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사술 같은 무공에 좌우로 움직이기엔 중심이 흐트러졌으니 필사적으로 땅을 밀어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그것을 예상하고 재차 추격하는 일월신마를 향해 패도를 내리꽂았다.
제대로 틈을 파고들었다고 생각했던 일월신마가 황급히 미리 공력을 집중시켜 두었던 쌍수를 머리 위로 쳐올려 막았다.
콰아앙!
음양기운이 강력한 도강의 충돌은 예의 강력한 폭발과 기운의 폭풍을 동반한다. 그 속에서 섣불리 움직이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거대한 압력과 충격을 그 시전자들에게 안겨 주었다. 후폭풍으로 인해 자욱이 낀 먼지구름에서 일월신마의 인형이 튀어나왔다.
“큭!”
뒤로 솟구치듯 폭발 속에서 빠져나온 일월신마의 신체 어디 하나 상처 없는 곳이 없었다. 충돌로 폭발하는 기운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온몸으로 뒤집어쓴 셈이었다. 무엇보다 일월신마의 얼굴과 몸통에서 출혈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었다. 바로 마공으로 지혈시켰던 진도건의 검에 당한 상처가 방금의 충격으로 부분 터져 버린 것이었다.
부웅부웅!
패도를 휘둘러 먼지를 걷어내는 노지신도 상태가 좋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진기 사이의 충돌에 의한 반작용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야 하면서 내상이 다시 도진 상태였다. 한쪽 눈이 기압으로 핏줄이 터져 흰자위가 붉게 물든 상태였고, 패도를 쥔 오른손바닥은 충격에 터져 피가 도신을 타고 뚝뚝 흐르고 있었다. 입안까지 역류한 핏물을 강제로 삼켰지만, 입가로 새어 나오는 것까진 막지 못했다.
“하아, 하아……!”
두 사람은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
일월신마는 마공이라는 이름답게 말도 안 되는 폭발력과 공간을 비트는 것만 같았던 사술을 부림으로써 백전노장인 노지신을 무너뜨렸다. 또 노지신의 도법은 형식을 탈피한 것을 뛰어넘어 그 궤적과 노림수가 절묘하여 일월신마도 적잖이 감탄했었다. 태원도왕이라는 별호가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일월신마는 최소한 그보다 빠른 진도건의 검속을 경험한 바 있었다. 그리고 강한 내공을 동반한 싸움은 이미 일월신마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어쨌든 두 사람 모두 한계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일월신마는 봉합해 둔 외상이 터져 버리는 위험을, 노지신은 다시금 축적되는 내상의 피해량이 무시 못 할 수준에 이르렀다.
“끝낼 때가 됐다.”
“동감이다.”
서로 차갑게 중얼거리는 일월신마와 노지신, 노지신과 일월신마.
지금, 이 순간 준비할 수 있는 최강의 일격을 위해 단전의 문을 열어젖혀 모든 기운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거기에 뒤를 돌아볼 여유 따위 한 줌 남겨 둘 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