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 제8장. 마인(魔人) (5)
진도건은 지나온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일월신마가 향한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일월신마는 제가 추적하겠습니다.”
“너 혼자? 안돼. 위험하다.”
장학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은 노 장로님이 처한 상황을 빨리 풀어내서 이 길로 서둘러 모시는 일이 중요합니다. 무작정 기다려서야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추격도 난감해질 수 있습니다.”
진도건은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밝혔다. 일리는 있으나 일월신마의 고강함을 떠올린다면 불리함이 너무 컸다.
“……홍천환을 포기하는 것도 방법인데.”
관무영이 옆에서 중얼거렸다.
내공의 엄청난 상승을 줄 수 있다는 환단의 확보. 그러나 혈마를 만들어 냈었다는 의미에서 누구도 쉽게 복용할 수 없을 그런 것이라면 욕심을 내는 것은 한심한 일일 지도 몰랐다.
이번엔 장우태가 고개를 저었다.
“여태까지의 일들이 천마신교라는 사교가 대대적으로 준동하려는 신호라고 한다면 홍천환은 반드시 중원 무림을 겨누는 칼로 쓰일 것이다. 우리가 사파 소리 듣고 있지만, 천무방이 그동안 질서유지에 기여한 길을 생각하면 포기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알겠습니다.”
관무영은 조용히 대답했지만, 탐탁지 않은 상황에 미간을 좁혔다.
나자룡을 잃은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원인이 홍천환에 있었으니 분을 삼킬 만했다.
중요한 것은 일월신마가 홍천환을 들고 있는지도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그들은 오는 길에 하오문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갈림길에서 헤어진 노지신의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장학은 진도건의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좋다. 네 뜻대로 해. 대신 우리가 또 동료를 땅에 묻어야 하는 상황은 만들지 마라. 네 능력을 믿지만, ……일월신마의 무공은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진도건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는 다시 한번 나자룡의 무덤을 바라보며 포권지례를 올렸다.
‘자룡 형님, 절은 돌아와서 올리겠습니다.’
진도건은 돌아서서 다시 장학을 비롯한 모두를 바라본다.
“가 보겠습니다. 모두 몸조심하십시오.”
“부디 몸조심해.”
하소정이 진도건의 팔을 꼭 붙잡고 당부했다. 아직 슬픔이 채 지워지지 않은 그녀의 눈에서 깊은 걱정의 뜻을 읽을 수 있었다.
진도건은 그녀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도건은 일월신마가 떠난 북서 방향으로 달려갔다. 장학 등도 노지신을 찾아 반대 방향으로 출발하였다.
진도건은 달리면서 하소정이 붙잡았던 오른팔을 잠시 쓰다듬었다. 그녀의 눈빛을 마주친 순간 천서은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잘 있는지, 비무제는 우승을 하였는지, 잡생각이 잠시 떠올랐다. 보고 싶다는 생각도 제법 간절하게 떠올랐다.
지금 가는 길이 섶을 지고 불길로 뛰어드는 길일 지도 모르는 불안감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월신마.
아직 만난 적 없지만,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 나자룡과 장학 등이 처했던 상황을 떠올려 본다면 최소한 그의 강함은 최소한 천무방 당주들 이상 혹은 장로급으로 봐도 무방할 터였다. 또 직전에 만났던 두 흑포인을 떠올려 본다면 마지막까지 싸웠던 자의 쌍도술과 기이한 공력의 흐름은 일월신마의 것이라 보아도 될 것인데, 그가 보여 주는 힘은 어떨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몸조심하라는 천혼당 동료들의 말이 떠올랐다.
진도건은 결코 보신주의로 대응할 생각이 없었다. 나자룡의 죽음에 눈물 대신 침묵으로 애도하였지만, 이미 마음 한구석에서 복수의 불길이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적의 능력을 짐작하기는 어려웠지만, 진도건은 자신의 성장을 꾸준히 객관적으로 살피고 있었다. 파천신공을 수련을 시작한 이후로 날이 갈수록 그의 몸은 달라지고 있었다.
본래 검기 같은 기공의 구사는 그의 장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공의 소진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원류검결은 사람의 진기가 검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도하는 공능이 있었는데 이것은 파천신공의 발생 흐름을 가속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절대적인 내공의 양은 장학 등의 동료들에 비교해도 아직 부족하지만, 그 누구보다 효율적인 진기의 흐름이 그의 체내에서 갖춰지고 있었다.
후성과의 싸움은 그 효과를 증명하는 싸움이었다.
원래도 인혼당주 이혁성과 비견될 정도의 쾌검을 가졌었지만, 후성을 베어 낸 마지막 일격은 이혁성과 대련 때보다, 그리고 양자성과의 비무 때보다 훨씬 빨랐다.
그는 자신의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지금의 내 검이라면 분명 벨 수 있을 것이다.’
패배라는 불길한 가정은 하지 않는다.
강력한 믿음을 굳은 의지에 반영하여 불태울 뿐이었다.
‘……찾았다.’
진도건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흑포의에 백발을 휘날리며 내리막을 달리는 모습이 나뭇가지와 수풀들 사이에서 눈에 들어왔다. 속도는 진도건도 충분히 쫓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지 않았다. 뒷짐을 지고 쭉쭉 내려가는 모습에서 여유가 가득 느껴졌다.
진도건은 장학 등처럼 거리 유지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그의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며 어색하지 않게 거리를 조금씩 좁혀 갔다.
일월신마는 진도건이 그를 발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존재를 감지해 냈다.
‘……뭐지?’
존재감이 앞서 만났던 천무방 무사들보다 미미해서 처음엔 그저 등산객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그러나 내공을 가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고 달리는 경신술도 그 내공 수준에 어울리는 어설픔이 느껴졌기에 경계심이 들지는 않았다. 거리가 점점 좁아지는 것으로 봐서는 분명 의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긴 했지만, 기척을 일부러 지우려 하거나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의아함도 들게 했다.
일월신마와 진도건의 거리는 자연스럽게 조금씩 가까워졌다. 아직 멀다고 느껴졌던 거리가 좁혀지면서 어느덧 그 존재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지점까지 왔다.
능선길 내리막의 경사가 완만해지고 점점 주변 지대도 완만하게 펼쳐졌다.
산길을 꾸준히 내려왔으니 이 속도로 반 시진 정도 더 가면 종남산 자락을 벗어나 섬서 지역의 마을들도 시야에 잡힐 것이었다.
일월신마는 걸음을 계속 옮기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달 밝은 밤 일대의 풍경이 명료하게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지형들도 눈에 보였다.
그는 달리던 방향을 비스듬히 틀었다. 빽빽하던 나무들의 간격이 점점 벌어지더니 십여 장 일대로 나무 한 그루 없이 잡초들이 무성하게 바닥에 깔린 벌판에 들어섰다. 며칠 전에 사공흠을 쫓아 이곳으로 오면서 봤었던 지형이었다.
그가 벌판 한가운데 들어설 때 진도건도 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내 일월신마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진도건은 속도를 조금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달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일월신마가 돌아섰고 진도건도 그제야 비로소 멈추어 서며 그를 마주 보았다.
백발의 수염 없는 인상착의가 그의 두 눈에 분명하게 들어왔다. 진도건도 눈앞의 노인이 일월신마임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
“넌 처음 보는 얼굴이구나.”
“당신이 일월신마요?”
“그래. 네 이름은 무엇이냐? 복장을 보아하니 천무방 천혼당인거 같은데.”
“맞소. 천혼당 진도건이오.”
일월신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겠지만, 일월신마와 같은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면 자신의 눈과 감각이 주는 정보는 거의 확실하다고 말할 자격이 있었다. 그런 그의 눈으로 눈앞의 남자는 천혼당이라는 조직에 어울릴만한 실력을 갖추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웠다.
일월신마는 난감한 표정으로 웃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하, 이거 참. ……얼마든지 쫓아오라고 얘기하긴 했지만, 본좌의 기대는 이런 것이 아닌데 말이야.”
“당신의 기대라면 곧 뒤따라올 것이오. 내가 쫓아온 것은 그 연결 다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니까.”
“크크! 그게 네 역할이라면 너의 본심은 무엇이냐? 이렇게 대놓고 따라오는 것을 보면 본심은 따로 있을 텐데.”
“복수. 당신의 심장을 내 검으로 뚫고 싶은 것이 내 본심이오.”
“크하하! 그렇지! 고녀석 배짱은 좋구나.”
펄럭!
일월신마가 양팔을 활짝 펼치자 그의 장포가 바람을 직접 받으며 옷자락을 휘날렸다. 긴 옷소매에서 손을 꺼내어 앞으로 내밀며 손바닥을 까딱까딱 올렸다.
“심심하기도 하고, 어디 한 번 덤벼 보아라. 네 배짱이 시원스러우니 한번 놀아 주마.”
진도건은 대답하지 않고 잠시 가만히 있었다. 그의 태도나 말투, 여태껏 말한 내용을 미루어 보아 그가 싸움을 얼마나 유희로 보고 있는지가 느껴졌다. 그의 성격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겁나느냐? 해치지 않을 테니 들어와 보아라.”
“해치지 않는다는 말은 듣기는 좋은 것 같소.”
진도건은 발걸음을 떼어 일월신마를 향해 걸어갔다.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일월신마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 그래, 남자가 그 정도 대범함은 있어야지. 본좌와 너의 격차가 하늘과 땅의 비교와 같을 진데, 그저 이 무료함을 달래주는 것으로 너의 가치는 충분 하느니라.”
“그럼 사양하지 않겠소.”
“그래, 복수심도 극한까지 불태워서 덤비거라.”
천천히 걸어가는 진도건.
일월신마의 말을 듣고 나서는 조금씩 달리기 시작한다. 속도를 점점 높이면서 발걸음에 발뒤꿈치를 세운다. 왼손으로 검집을 받치고 오른손은 검을 가볍게 말아쥐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온몸의 감각을 일깨웠다.
타다다닷-!
참(斬).
그 한 가지 단어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베었다’라고 결과를 얘기할 수만 있다면 그 목적을 다 한 것이기 때문에 복수심은 불순물에 불과하다.
신검합일을 이루고 거기에 정신까지 더한다. 파천신공은 불꽃이 더욱 불사를 수 있도록 하는 강풍이 될 것이다. 정신이 통하니 의지가 닿는 곳에 검이 닿을 것이다. 그것이 원류검결이고 그 제시하는 길은 다른 애매하게 정의할 수 없는 길보다 명확하다.
스릉!
가볍게 뽑아내어 시선의 정중앙에 검을 세워 든다.
점점 가까워진 거리가 마침내 다섯 걸음 정도까지 좁혀진 순간.
이 거리에서 마주 보는 각자의 두 눈에 담긴 눈빛과 그 속의 의도는 멀리 떨어졌을 때보다 더 명확하게 읽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일월신마는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다.
퉁!
팽팽하게 당겨진 발 앞축이 지면을 순간적으로 강하게 밀어내며 진도건은 다섯 걸음 거리를 세 걸음 거리까지 단 한 걸음으로 좁혔다.
그 지점에서 진도건은 그의 발 앞축만큼이나 전신은 이미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언제든지 쏘아 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슈칵!
정면으로 바로 세워 들었던 걸음은 그 자리에 잔상만을 남긴 채 찰나 반월의 검광을 뿌렸다. 그 검광은 수직으로, 정확히는 조금 비스듬히 호를 그리며 일월신마를 베어 냈다.
검에 전해지는 확실한 감촉.
당겨진 화살은 아직 남아 있다.
슈카카칵!
한 호흡, 한순간에 네 번이나 종횡으로 더 베어 냈다.
일월신마의 신체를 관통하는 검광과 그 충격 때문인지 뒤로 밀려나는 모습이 이어지는데 누가 봐도 그 결과를 확신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복수를 완수했는가?
“후우……!”
진도건이 깊은 호흡을 토해 내며 검을 사선으로 늘어뜨린 채 일월신마를 바라보았다.
일월신마의 두 눈은 빛을 잃은 듯했다. 뚫고 지나쳤던 검광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있던 옷자락이 잘리며 맨살을 드러냈다. 곧이어 그 자리에 붉은 혈선(血線)이 피어났다.
푸슛!
혈선이 입을 벌리며 피가 솟구쳤고 온몸을 피로 적셨다.
복수를 완수했는가?
진도건은 다시 자신에게 되물었다. 분명한 감촉을 느꼈지만, 지나치게 분명해서 문제였다.
살과 뼈를 억지로 갈라내면 그 반발력이 전해지기 마련이지만, 그 감촉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일월신마를 베어 낸 감촉은 그것 이상이었고, 그래서 진도건의 두 눈은 일월신마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왜 쓰러지지 않지?’
그 생각이 머릿속에 닿았을 때, 진도건은 들고 있던 검을 비틀어 날을 세웠다. 그리고 다시 출수하려는 찰나.
“이거…… 놀라운 광경이로군.”
생소한 목소리.
가래 끄는 늙수그레한, 그런 탁한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등골이 오싹했다.
그 목소리가 들린 방향은 바로 등 뒤에서부터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접근할 수 있을 정도의 고수일까.
진도건은 뒤돌아볼 수도 없었다. 노골적으로 뿜어내는 살기가 그의 움직임을 강제로 옥죄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그 존재감이 결코 일월신마와 비교해서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월신마가 싸움을 유희로, 놀이로 바라본다면 뒤에서 나타난 자는 싸움을 살인의 목적으로 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 벌써 그렇게 확신할 정도로 그 살의와 살기가 명명백백하게 느껴졌다.
다시금 온 신경을 뒤에 집중하여 언제든지 반격할 수 있게 마음을 다잡을 때였다.
“사혈(死血)인가. 내 장난감이니 건들지 마라.”
등골이 오싹한 느낌은 끝이 없는가.
진도건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다시 일월신마를 바라보았다. 빛을 잃었던 눈에 생기가 돌아오며 그 형형한 눈빛으로 진도근의 눈을 마주 보았다. 피에 적신 얼굴 사이로 비춘 눈빛을 마주 보는 것만큼 섬뜩한 느낌을 자아내는 일이 많지 않을 터인데 잠시 마주 보던 눈을 내려 몸에 생긴 검상을 더듬거리며 내려다보는 모습은 기괴하기 그지없었다.
“이거이거…… 정말 놀라워. 더 쎈 놈 올 때까지 놀아 줄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몸을 더듬어 상처를 살피던 일월신마가 두 손으로 얼굴에도 새겨진 검상을 더듬었다.
어느새 출혈은 대부분 잦아들었다. 최초의 출혈이 심해서 약간의 기력을 상실한 기분이 느껴지긴 했지만, 정신이 돌아온 이상 검상의 깊이가 아무리 심해도 지혈이 되는 것은 그에겐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크으, 쓰라리구만! 꽤 깊이 베였어.”
너덜너덜해진 코를 붙잡아 두 손으로 조심스레 모양을 맞추어 갖다 대자 피부조직이 조금씩 엉겨 붙기 시작했다. 그런 식으로 다른 베인 부위들도 상처가 달라붙고 출혈이 줄어드는 기괴한 광경을 진도건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쯧! 볼썽사납군.”
저벅저벅 다가오는 듯하더니 진도건의 옆으로 지나쳐 걸으면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표피(豹皮)를 덧댄 녹의(綠衣)에 부산하게 산발한 반백의 머리털과 짙은 수염, 구릿빛 피부. 마른 듯하지만, 부분부분 피부가 드러난 부분에서 근육 결이 눈에 바로 잡힐 정도의 거친 신체.
사혈이라 불린 노인이 팔짱을 끼고 일월신마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그러면서도 그 상처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고는 진도건을 힐끔 돌아보았다.
“기가 차는구먼.”
“사혈신마(死血神魔)야! 본좌를 비웃으려고 나타났느냐?”
“정말 뒤진 줄 알았거든. 끌끌!”
비로소 기력을 되찾은 일월신마가 말을 받아치며 반백의 노인 사혈신마도 웃음을 터뜨렸다.
‘하아……!’
진도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름만 들어도, 눈에 보이는 존재감에 사혈신마라는 자가 일월신마와 같은 반열에 서 있는 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월신마가 살아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같은 수준의 괴물이 한 명 더 나타났다는 사실은 지금의 현실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적나라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