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 제7장. 바람이 변하다 (4)
황사열의 신형이 공중에 떠올랐다. 수직으로 내려치는 참격을 따라 거대한 도기가 뿜어져 나왔다. 옆에서 보면 마치 호랑이 한 마리가 사냥감을 향해 덮치는 듯한 형세였다.
백호군왕도(白虎君王刀) 호도광멸(虎跳洸滅).
그 도기를 피해 천서은이 몸을 옆으로 날렸다. 황사열은 그녀를 쫓아 더 도기를 방출시켰다.
쾅쾅쾅!
천서은이 세 번째 도기를 아슬아슬하게 피해내자마자 지면을 박차며 황사열을 향해 몸을 날렸다.
카앙!
황사열과 천서은의 도검이 공중에서 거세게 부딪치면서 불꽃이 튀었다. 황사열의 패도에 맞서서 첨예하게 강검으로 부딪치는 천서은의 검격이 거칠게 그를 몰아붙였다.
카카카캉!
두 사람의 비무는 말 그대로 팽팽했다.
황사열의 도법은 패도요, 강도(强刀)였다. 초식의 변화는 화려하진 않으나 빈틈이 없었고 무척이나 직관적이었다. 거기에 더해 거의 강한 신체적인 능력과 암연소혼신공으로 받쳐 주는 내공은 상대하는 이로 하여금 흔들림 바위를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을 안겨 주었다. 무엇보다 그의 백호군왕도법은 그 이름처럼 펼쳐 내는 도세가 용맹하기 그지없어서 어설픈 허실로써 상대하려고 하다간 큰 피해를 당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천서은은 처음에만 야천유운검법을 사용하였다가 그를 상대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 북천검법을 위주로 대응하였다.
카앙!
다시 한번 도검이 불꽃을 뿌렸고 그것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신형이 떨어졌다. 이미 수십 합을 장시간 주고받은 터라 옷은 먼지로 더럽혀지고 군데군데 터지고 잘려나가 피부를 드러내고 있었다. 거칠게 몰아쉬는 두 사람의 호흡이 치열한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이 비무의 격렬함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후우……!”
천서은은 이 비무에 임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집중하고 있었다.
직전에 있었던 불쾌한 기억과 강정학과의 대치는 정신적으로 고비를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천서은은 과거에 대한 가정법을 통해 추악한 상상을 끌어내서 자기 자신을 괴롭게 만들 수 있을 생각들을 철저하게 배제했다. 현재의 할 일을 생각하고 미래를 기대했다.
현재라 하면 이 비무제에서 황사열을 꺾는 것이요, 미래라 하면 진도건을 만나 그로부터 상처를 위로받고 사랑을 얘기하는 것이다.
양자성의 미친 짓을 맞닥뜨린 이후로 그녀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확고하게 굳혔다.
‘나에게 힘을 주세요……!’
퉁!
그녀의 신형이 다시 미끄러지듯 전진했다.
황사열은 다가오는 그녀를 마주 보며 내공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슈악!
캉!
검격과 도격이 주먹 하나 정도의 간극을 두고 서로 허공을 갈랐으나 검기와 도기의 충돌로 강철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백호군왕도 호군난도(虎群亂刀).
좌우 횡보의 변화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참격의 변화가 펼쳐졌다. 팔방으로 펼쳐지는 도광과 그 뒤를 쫓아오듯 날아오는 도기의 바람들이 순식간에 천서은을 에워쌌다.
‘강대강(强對强)이라면 내가 이긴다!’
백호군왕도법으로 펼쳐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변화였으며 강력한 내공을 바탕으로 도격 하나하나에 일격필살의 힘을 담아냈다.
이쯤 되면 비무가 아니라 생사결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
격렬해지는 비무에 초반 걱정했던 사람들도 팽팽하게 부딪치는 흐름으로 인해 이제는 기대를 하고 장내를 바라본다.
“흐읍!”
천서은이 한 호흡 깊이 담아내며 두 눈을 빛낸다. 고도로 끌어낸 집중력에 몸을 맡긴 채로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사내의 모습을 바깥으로 끄집어내었다.
‘……진도건!’
내공은 오로지 파손을 막을 수 있는 정도로만 검에 담아내었다. 보법은 계산된 위치가 아니라 검로(劍路)의 자유로움을 찾아주기 위한 해방의 방법으로 밟는다.
도세의 전체를 관조하고 그 흐름을 낚아챈다.
정교하게 파고드는 검광이 황사열의 칼날과 뒤따르는 도기의 기류를 뒤로 흘려보냈다.
황사열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닿았다고 생각했으나 닿지 못하고 흘려져 버렸다. 마치 그녀의 주변에 왜곡된 공간이 펼쳐진 것처럼 그의 초식이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고 해체되어 버렸다.
강공에 대해 강공으로 대응하던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꺼내든 그녀의 수는 초식이라 부를 수도 없고 사술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검무를 추었다.
전력을 다한 초식이 해체되는 순간 남아 있는 것은 무방비로 드러난 육신뿐이다.
슈악!
급히 몸을 뒤로 활처럼 당기는 순간 천서은의 검이 솟구쳐 지나갔다. 그러나 온전히 피하지 못하니 가슴팍 옷자락이 갈라지며 수직으로 긴 검상을 그려냈다. 살짝 튀어 오르는 핏방울과 그 위로 지나치는 천서은의 신형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신형이 사라지자마자 급히 튀어 오르며 몸을 바로 세웠다. 그리고 호패도(虎覇刀)를 버렸다.
우웅!
암연소혼신공을 끌어올려 두 주먹에 집중했다.
등을 보이던 천서은이 몸을 돌리자마자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그의 신형이 쏜살같이 달라붙으며 좌권은 아래에서 위로, 우권은 위에서 아래로 마치 호아(虎牙)를 연상시키는 듯한 쌍권의 권경(拳勁)을 방출시킨다.
호악파금강(虎齷破金剛).
파앙!
경지에 다다르면 금강석조차 두부처럼 부숴 버릴 수 있는 권경이 허공을 찢어 발겼다.
두 주먹이 허공을 가른 순간, 황사열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뒤에서 나타난 천서은의 존재감.
이형환위(移形換位)로 착각할 정도로 어느새 황사열의 뒤에 나타난 천서은은 이미 검을 땅에 박아넣은 채 두 손에 이미 파천신공의 기운이 집약한 상태였다.
흐름을 파악하면 적의 다음 선택도 예측할 수 있는 법.
그의 돌진을 예상한 천서은이 몸을 돌리면서 황사열이 접근한 순간에 맞춰 보법을 밟아 잔상을 남긴 것이었다.
‘이겼다!’
벽뢰장의 장력이 황사열의 거대한 등을 두들겼다.
콰쾅!
폭음과 함께 두들긴 황사열의 등에서 반탄진기(反彈眞氣)기가 튀어나왔다. 암연소혼신공의 공능으로써 수련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발동된 것이었는데 천서은의 준비된 장력은 그것을 뚫어 내어 충격을 주었다.
“커헉!”
황사열이 피와 함께 신음을 토해 냈다. 벽뢰장과 반탄진기의 충격에 밀려 그의 신형이 앞으로 붕 뜨며 밀려 나갔다. 정신을 수습하며 급히 몸을 바로 세웠다. 몸을 돌리는 순간 어느새 다가온 천서은의 발이 그의 가슴에 꽂히며 뒤로 자빠졌다.
황사열이 두 팔을 휘둘러 저항했지만, 다시 한번 그녀의 발이 그의 가슴을 짓눌렀다. 그리고 어느새 들고 왔는지 검을 그의 목에 겨누었다. 한발 늦은 그의 손은 어설프게 공중에 머물러 있었다.
“내가 이겼나요?”
“마지막 검술은 대체 뭐였지?”
황사열은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른 궁금증을 물어보았다.
백호군왕도를 정면으로 맞서서 그 위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상대는 여태껏 없었지만, 마지막 순간처럼 무력화되는 느낌을 받은 적은 처음이었다.
천서은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제 호위무사의 검술인데 괜찮았나요?”
“하! 그 녀석의 검술이라고?”
황사열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나니 지난주에 오늘처럼 치열했던 양자성과 진도건의 비무가 생각이 났다.
‘양자성이 그렇게 밀렸던 것이 이것 때문인가. 직접 맞붙어 봐야 느낄 수 있는 것이었어.’
황사열은 어설프게 들고 있던 두 팔을 툭 내려놓고 대자로 뻗었다. 그는 천서은을 보며 씩 웃었다.
“네가 이겼다. 날 패배시킨 상대가 일개 호위무사가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군. 크크크!”
“후후!”
진도건을 떠올린 천서은도 웃음을 터뜨렸다. 황사열이 양자성과 대치했던 모습이 떠올랐던 터라 그의 이런 소회가 이해가 되었었다.
천서은은 검을 거두고 그의 가슴에서 발을 치우며 뒤로 물러났다.
마침내 최후의 승자가 탄생했음을 알리는 북이 울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관중석을 비롯한 사방에서 열렬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눈앞에 상승무공이 펼쳐지고 손에 긴장으로 땀을 쥐게 만드는 치열한 대결에 뭇 사람들의 정열을 폭발시켰다. 또 이번 비무제의 우승자가 여성이라는 사실과 줄곧 화제가 되었던 아름다운 미모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사람들을 더욱 열광하도록 만들었다. 이 비무제에서 만들어진 백봉천녀라는 별호가 연방 터져 나왔다.
금태하는 공개적으로 천서은의 우승을 치하하고 그녀에게 상금으로 금원보(金元寶) 50관과 은원보 50관이 담긴 커다란 상자들을 실은 수레를 선사하였다. 또 사패련이 수집한 무림의 가치 높은 무구(武具) 2종의 하사를 약속하였다.
백봉천녀 천서은의 승리를 축하하는 축제가 열렸다. 사패련과 관군은 상호합의하여 허창 도시 전체에 선포하였다. 그 내용인즉슨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술과 음식을 팔 수 있는 모든 점포들에게 5할의 단가를 보장해 준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도시에 모여든 모든 무림인들이나 백성들이 환호와 함께 사패련을 칭송해 마지않았다.
한편 천서은과 천무경은 금태하를 비롯한 사패련의 나머지 기둥 오주(五柱)인 강정학, 구치소, 구치상, 항연과 함께 사패련의 무고(武庫)에 도착했다.
무고의 전각 자체는 크기가 작았지만, 문을 열자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등장하였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두터운 현철(玄鐵門)이 등장하였다. 이 현철문의 자물쇠는 특수한 구조로 가공되어 문에 파묻혀 있었는데 총 다섯 개의 열쇠를 넣고 돌려야만 열 수 있는 구조였다. 그리고 구치상을 제외한 다섯 명의 수장들이 모두 품속에서 사패금시(邪覇金匙)를 꺼내 들었다. 다섯 사람은 현철문 중앙의 열쇠구멍에 각자 들고 있는 사패금시를 들고 천천히 돌렸다.
철컹! 차르르르……, 쿠쿵!
거대한 기관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현철문 가운데가 갈라지며 스스로 약간의 틈을 만들어 내었다. 금태하는 직접 두 손으로 현철문의 양측일 밀어젖히기 시작했다.
쿠쿠쿠쿠……!
“아!”
백여 평에 이르는 넓은 공간의 벽을 따라 각종 무기와 방어구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거치되어 있었으며 중앙부에도 진열대와 서장(書欌)이 있어서 그곳에서 각종 보물와 무공 비급들도 있었다.
“여기 있는 것 중 팔 할은 무림맹에서 노획해 온 것들이고 나머지 이 할은 사패련에서 수집해 온 것들이지. 원하는 것 두 개를 골라 가져가라. 무엇이든 상관없으니까.”
중앙 진열대의 보물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공 비급도 큰 관심이 없었다. 파천신공은 당대 최강의 무공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무구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살펴보았다. 한참을 살펴보던 천서은은 마침내 한 벌의 옷과 한 자루의 검을 가져왔다.
“한철천잠보의(寒鐵天蠶寶衣)와 무극검(無極劍)이구나.”
천무경이 흥미로운 눈으로 보며 말하였다.
한철천잠보의는 천잠사(天蠶絲)를 이용하여 촘촘하고 정교하게 바느질해서 짠 상의의 내측에 입는 보호의였다. 충격 흡수가 탁월하며 수화(水火)에 내성이 강하여 쉽게 타거나 젖지 않았다. 여기에 만년한철(萬年寒鐵)을 아주 작고 얇은 고리들이 엮인 사슬 형태로 가공하여 그 위에 덧댐으로써 도검에 대한 방어력까지 높인 방어구였다. 두 팔을 제외한 상반신만을 보호할 수 있는 보의였으며 벌어진 옆구리를 조임 끈으로 묶어 체형에 맞게 착용할 수 있었다.
무극검은 무당파에서도 무당제일검(武當第一劍)의 이름을 잇는 도사들을 통해 전승되었던 신검(神劍)이었다. 그 상징성뿐만 아니라 탄성, 강도, 예기 모두를 갖추었으며 무당검파의 명성과 가치가 녹아든 만큼 손에 쥐었을 때 그 균형감이 매우 뛰어났다.
금태하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킥킥! 아가야, 그 무극검 들고 다니다가 무당파 도사라도 만나면 어쩌려고 그러냐? 분명히 문파의 보물을 되찾겠다고 설칠 텐데?”
“실력이 있다면 뺏어갈 수 있겠죠.”
“크크크! 당돌한 년.”
천무경은 거침없이 말을 뱉어 내는 금태하를 흘겨보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짝짝짝!
항연이 손뼉을 치며 웃었다.
“하하하! 자, 그럼 오늘은 우승자를 축하하며 단맹전 본청에서 축하연을 합시다. 이번에 고생한 판관들부터 주요 출전자들 모두 모셔서 격려도 하고 해야지 않겠소?”
“미안하네만, 나는 불참하겠네.”
“클클! 강 영감, 제자 녀석이 어디서 또 부상당해서 왔다면서?
강정학이 정중하게 사양하자 금태하가 킬킬거리며 물었다. 눈은 천무경과 천서은을 힐끔 보는 것으로 일의 내막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의 짐짓 모르는 척하며 비웃는 모습을 보기 싫었던 강정학은 인상을 찌푸리며 바로 문 쪽으로 걸어 나갔다.
“그렇게 알고 이해들 해 주시게나.”
강정학은 퉁명스럽게 대답하면서 무고를 먼저 빠져나갔다. 그 뒤에서 킬킬대는 금태하의 조소가 이어졌다. 다른 사람들도 강정학의 뒤를 따라 무고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현철문은 다섯 사람의 사패금시로 다시 봉인되었다.
곧 단맹전 본청에서 연회가 만들어졌다. 검림을 제외한 4개 문파의 주요 인사들과 비무제에 참가했던 인원들 가운데 8강에 올랐던 사람들이 모두 참석하였다. 8강에 올랐던 젊은 고수들 대부분은 당대 천하오절 중에서도 세 사람이나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참석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들의 비무에 대한 평가나 조언 한두 마디라도 얻을 수 있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금태하는 그런 일에 관심이 없었지만, 비교적 관대한 시선으로 봐주는 천무경과 구치상이 있었기에 그들에겐 다행이었다.
연회가 어느 정도 끝나갈 무렵이었다. 8강 참가자 대부분은 돌아갔고 그중에 천서은과 황사열 그리고 천무방에 가입한 소문적 세 사람만 남아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각 문파의 인물들이나 판관들도 일부는 돌아가 기존에 40여 명이 참석했던 자리가 절반으로 줄어 있었다.
청검단주 장예찬이 본청으로 들어왔다. 그는 금태하에게 작은 쪽지를 건넸고 곧 금태하가 자리를 일어나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이쯤 마무리하는 것이 어떻소? 모두 충분히 즐겼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좋습니다. 항 가주님 덕분에 아주 즐거웠습니다.”
“구 장문인께서도 만족스러우셨다니 다행이군요. 껄껄껄!”
모두 본청을 하나둘씩 떠나면서 마침내 금태하와 황사열, 장예찬 세 사람만이 남았다. 잠시 기다리자 한 사람이 들어왔는데 비혈단의 사람이었다.
“말해 봐라.”
“일전에 보고드렸었던 홍천환의 위치가 종남산으로 좁혀져 수색 중이라는 보고를 전달 드립니다.”
“진행 상황은?”
“하오문이 앞서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먼저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아무래도 천무방이 은밀히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살문도 노리고 있는 듯합니다.”
“크큭! 천가 능구렁이가 태연하게 술이나 마시면서 뒤에선 몰래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제가 올 때 검림 총수께서 허창을 떠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뭐? 설마…….”
“서문으로 나갔으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영감탱이가 팔공산에 처박혀 있었으면서 어떻게 나보다 정보가 빠를 수가 있지? 황사열”
금태하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얘기했지만, 그는 강정학이 비혈단주 좌영각으로부터 비밀리에 직통으로 정보를 공유받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다.
“예.”
“구룡문 계수들을 움직여 이동하도록 해라. 비혈단 너는 이 녀석을 따라가서 정보가 늦지 않게 도와라. 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패련을 움직여야겠으니……. 그리고 비혈단주에게 전해서 낮과 밤이 바뀔 때마다 상황을 보고해라 그래!”
“예, 대사부님.”
“알겠습니다.”
“장 단주는 백영단에게 종남산 일대까지 인력을 연결해서 비혈단과 따로 정보를 수집해 오도록 전하게. 똑같이 밤낮 바뀔 때마다 전서 띄우라고.”
“예, 련주님.”
황사열, 장예찬과 비혈단 무인이 모두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며 금태하가 의자에 등을 깊이 묻었다. 한 손으로는 턱을 괸 채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겨댔다.
“크크크! 이 영감탱이들이 그깟 환단 쪼가리 하나 먹어 보겠다고 노욕(老慾)들을 부리니……. 그렇다고 내가 빼앗길 수는 없지. 가만! 이거 잘하면…… 천무경과 강정학 둘을 싸움 붙일 수도 있겠는데? 크흐흐, 으하하하핫!”
아주 흥미로운 상상이 머릿속을 지배하면서 절로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흥분되었다. 두 사람이 결전을 벌인다면 어느 한쪽도 멀쩡할 수는 없는 법. 누구 하나 죽지 않는 상황이 벌어져도 그들의 결전이 치열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기에 좋은 판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그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지 금태하의 웃음소리가 한동안 단맹전을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