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칼의 귀신-28화 (28/432)

28화 - 제6장. 작별 (2)

진도건의 바로 뒤에 하늘에서 떨어지듯 한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천무경이었다.

천무경은 곧장 진도건의 등에 장심을 붙이고 내력을 불어넣었다. 그의 엄청난 내력이 물밀 듯이 들어가며 양자성의 진기를 밀어내고 바로 그의 체내를 침략했다.

진도건이 그러했듯이 양자성의 팔뚝에 핏줄이 크게 불거지고 두 눈이 충혈되며 코와 입가에서 검은 피가 새어 나왔다.

그때 강정학도 양자성의 뒤에 나타나 등에 손을 대고 내력을 밀어 넣었다.

좌중의 소란이 크게 출렁거렸다.

천하오절의 두 사람이 등장한 것만으로도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데 두 사람이 진도건과 양자성의 몸을 매개로 내력 대결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론 그들의 대결이 과열로 치달으면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있는 진도건과 양자성의 몸은 망신창이가 될 것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내력을 조절하면서도 자칫 밀리면 진도건이나 양자성 누구 한 사람은 큰 내상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에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천무경과 강정학이 눈을 마주 보았다.

이 상황을 오래 끈다면 두 사람은 당분간 팔을 쓰지 못할 것이었다.

금태하를 바라보니 그는 악랄한 미소만을 지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다른 사람을 찾았다.

“치상 형께서 도움을 주실 수 있겠소?”

그의 외침이 쩌렁쩌렁 장내에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칠성파 사존 구치상이 나타났다.

“늦어서 미안하오.”

그는 양자성과 진도건의 손목을 동시에 잡고 내력을 불어넣었다. 양대 내력이 충돌하는 것을 중간에 개입하여 그 흐름을 끊기 위함이었다. 마침내 두 사람 사이로 작은 기풍이 터져 나오면서 진도건과 양자성의 손이 밀려나듯 떨어져 나갔다.

“쿨럭쿨럭!”

진도건과 양자성이 동시에 검은 피와 함께 기침을 토해 냈다. 두 사람의 왼손바닥은 무려 세 가지 기운을 동시에 받아내느라 화상을 입은 듯 붉게 달아올랐으며 군데군데 물집이 생기고 피부가 터져 있었다. 천무경이나 강정학 모두 두 사람의 내상을 다스리기 위하여 그들의 등에서 손바닥을 떼지 않고 날뛰는 진기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강정학이 구치상을 보며 입을 열었다.

“도와줘서 고맙소.”

구치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천무경이 장이풍을 바라보았다.

“규율 위반이 벌어졌는데 이를 방관한 것은 장 계수, 자네의 뜻인가?”

장이풍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표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송구합니다.”

장이풍이 구룡문의 장로급에 해당하는 인물이었지만, 감히 함부로 입을 놀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금태하의 전음이 있었다는 것을 떠들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이렇게밖에 대답할 수 없음을 답답해하는 표정이 얼굴에 드러났다.

천무경도 그의 표정과 말에서 속내를 읽고 더는 추궁하지 않았다.

“천 방주, 이 상황에 대해 내 먼저 사과를 하지. 어찌 됐든 내 제자도 자네 손에 대가를 치렀으니 서로 간에 불만은 잠재우길 바라는데.”

“제 성질이 과했는데 총수께서 먼저 이해해 주시니 제가 더 송구하지요.”

“고맙네.”

천무경은 진도건의 진기가 안정되자 손을 떼었다. 당장 내상이 모두 회복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진기가 안정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연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더욱 정순한 파천신공의 진기가 들어갔기 때문에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었다.

진도건은 바로 몸을 세우고 입가에 흐른 피를 소매로 훔쳤다. 그의 시선에 아직 힘겨워하는 양자성의 모습이 잡혔다. 여전히 강정학의 다스림을 받고 있었는데 그는 천무경이 직접 내부를 뒤집어 놓았던 탓에 오히려 진도건보다 내상이 더 심했다. 게다가 진도건의 부서진 목검을 박아 넣은 것 때문에 팔꿈치 관절에 손상을 입어 장기간 요양이 불가피했다.

“걸을 수 있겠지?”

“예.”

천무경의 물음에 진도건이 대답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스승이 누군가?”

몸을 돌려 비무대를 내려가려던 진도건은 강정학의 질문에 걸음을 멈췄다.

“저도 사부님의 이름을 모릅니다.”

“그렇다면 자네 검술의 이름은 무엇인가?”

“원류검결이라고 합니다.”

“……그래. 이만 가 보게.”

진도건이 그에게 포권지례로 인사를 건네고 비무대를 터벅터벅 내려왔다. 그 뒷모습을 보던 강정학의 머릿속엔 진도건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처음 들어 본 검술, 처음 본 검초와 그 방식들, 이름조차 모르는 사부라. 이 내가 모르는 검술 공부가 있을 줄이야. 천하가 참으로 넓구나.’

강정학은 양자성의 등에서 손을 그만 떼고 비무대에서 내려갔다. 그 뒤를 양자성이 오른팔을 붙든 채 비틀거리며 따라갔다.

“쿨럭! ……죄송합니다, 사부님.”

“당분간 자숙하거라. 오늘은 네가 진 것이다. 그 패배의 원인이 너의 자만심일 터. 그리 경계하라고 일렀거늘.”

양자성은 차마 대답도, 반박도 할 수 없었다. 대답을 할 수 없는 것은 강정학의 지적이 틀린 것이 아니었음이며 반박을 할 수 없는 것은 스스로 추해지는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제기랄!’

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그저 참는 것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끊임없이 속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가 그리던 승리는 패배로 뒤바뀌었고, 규칙을 위반하면서까지 진도건의 목숨을 취하려 했던 것이 자승자박이 되어 오른팔에 심한 상처를 입게 되었다. 또한 내력 싸움으로 끌고 가 심한 내상을 입히려던 행동은 앞선 규칙 위반까지 겹쳐 천무경이 직접 나설 빌미를 주고 말았다. 힘겹게 걸음을 옮기면서도 여전히 날뛰는 내공을 억누르느라 그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었다.

[꼴사납군.]

귀에 박히는 전음에 양자성이 고개를 들었다. 경기장 출구 근처에서 벽에 기댄 채 조소 섞인 웃음으로 그를 바라보는 황사열의 모습을 보고 이를 까득 갈았다.

황사열은 양자성의 패배를 비웃으면서도 속내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양자성이 팔을 다치는 바람에 본선에 출전하고 싶어도 불가능할 거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또 양자성이 자신 앞에서 거들먹거리던 모습이 선한데 그의 무공이 생각 이상이었기 때문에 내심 조금 놀랐다. 무엇보다 더욱 놀랐던 것은 상정 외였던 진도건의 실력이긴 했다. 만약 두 사람 손에 들린 것이 목검이 아닌 진검이었다면 내공에서 밀린 진도건은 목숨을 잃었겠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서라도 그가 보여 준 검술은 충분히 찬사를 보낼만했다.

한편 진도건은 비무대에서 내려와 천서은으로부터 핀잔을 듣고 있었다.

“저 사람 하나 이기지 못하면 어디 호위무사 직을 맡길 수 있겠어요?”

“……죄송합니다.”

천서은이 진도건을 세워 놓고 훈계하고 있는 모습을 보던 천무경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넌 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느냐?”

“뭐, 뭘요?”

“괜찮냐고 먼저 물어봐야지. 후후후! 먼저 들어가서 쉬어라. 난 단맹전에 다녀오마.”

천무경은 두 사람을 내버려 두고 먼저 걸음을 옮겨 비무경기장 밖으로 향했다. 물끄러미 천무경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천서은은 거리가 좀 멀어지자 진도건을 힐끔 돌아보았다. 그리고 걸음을 이끌면서 상태를 물어보았다.

“괜찮아요?”

“내상이 있지만, 방주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좀 나아졌습니다.”

“손은 어때요?”

그녀의 얘기에 무심코 왼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빨갛게 달아오르고 물집과 터진 살에 진물과 핏물이 뒤엉켜 굳어 있었다.

“큭!”

막상 상처가 눈에 들어오자 신경이 몰리면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천서은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면서 차마 직접 만지진 못하고 그의 손목만 쓰다듬었다. 막대한 내력이 강제로 침투된 탓에 전완에 힘줄들이 과하게 불거져 있는 것이 느껴졌다.

“가까운 곳에 의방(醫房)이 있으니 거기로 가요.”

사패련이라는 집단 특성상 수요가 많아 주변에 의원들이 많았다. 두 사람은 성문을 나서자마자 가장 가까운 의방에 들어갔다. 나이든 의원과 어린 의생이 때마침 있어서 그들에게 손의 상처를 보였다. 의원은 곧장 손을 소독하고 화상을 치료할 때 사용하는 일황고(日黃膏)를 손에 바르고 붕대로 마지막 의료처치를 끝냈다.

“2주 뒤엔 붕대를 교체하면서 이것을 발라 주십시오.”

“고마워요.”

의원의 처치가 끝나자 의생이 자운고(紫雲膏)라 적힌 납작한 연고통을 건네주었다. 천서은이 웃으며 감사를 전하자 의생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두 사람은 바로 의방을 나와 숙소를 향해 걸었다.

“잘했어요.”

“예?”

“양자성 실력이 생각보다 강했어요. 그런데도 진 위사가 몰아붙였으니 솔직히 놀랐어요.”

“……흐음.”

“왜요?”

“잘했으면 상을…… 아닙니다.”

평상시라면 천서은이 앞서 걸어가고 진도건이 뒤를 따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말에 천서은이 휙 돌아봤을 때 진도건은 그녀를 지나쳐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스쳐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진도건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본 천서은의 얼굴에 짓궂은 웃음이 떠올랐다.

그녀가 바짝 뒤를 쫓으며 진도건의 옷자락을 잡은 채 쿡쿡 건드렸다.

“무슨 상을 원하는데요? 말해 봐요.”

“아닙니다.”

“뭐가 아니에요? 어서 말해 봐요.”

“아닙니다.”

천서은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눈을 마주치려 하자 진도건이 고개를 돌려 피했다. 피식 웃은 천서은이 조금 떨어져 바로 걸으며 입을 열었다.

“다시 담을 수 없는 말이면 꺼내질 말아야죠.”

“죄송합니다.”

사람이 많은 시가지에는 그만큼 보는 눈이 많았다.

‘안고 싶은데……, 입을 맞추고 싶은데…….’

그렇기에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그때의 느낌과 황홀감이 문득 다시 떠올라서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를 쓰면서 속으로 웃음 지었다.

단맹전.

안으로 들어서던 금태하는 원탁 모서리에 팔짱을 끼고 걸터앉아 있는 천무경을 발견했다.

그가 왜 기다리고 있었을지 어림짐작하지만, 이미 그것에 관한 관심이 떠나갔던지라 그저 피식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곧장 이곳으로 왔나 보군. 따질 것이 있나 봐?”

“장이풍 계수에게 나서지 말라 하였나?”

“그랬었던 것 같기도 하고. 클클!”

딱히 부인하지도 않는 모습에 실망스러울 것은 없었다.

금태하의 인성이 원래 그러했고 자기 일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을 유희로서 즐기는 성격이라 사패련주로서의 공정성을 기대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었다.

금태하가 원탁의 상석으로 가 앉으며 입을 열었다.

“그놈 이름이 진도건이라고 했지. 다음 주는 출전이 가능하겠나?”

천무경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회복에 집중시키려고 하네.”

“이런. 그럼 7명으로 비무제를 마무리해야 하겠구먼.”

“이거 사과라도 한마디 들을 수 있을 줄 알고 왔는데 괜한 걸음을 했군.”

“클클! 나와 놀아 주면 생각 한번 해 보지.”

“쉬시게나.”

“크흐흐흐!”

천무경은 더 미련 갖지 않고 단맹전을 빠져나왔다. 사실 애초부터 사과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애초부터 진도건의 다음 본선 참가가 불가하다고 통보하러 왔을 뿐이었다.

진도건과 양자성의 비무를 떠올렸다.

목검을 사용해야 하고 내력이 제한되는 상황 자체는 어찌 보면 진도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검림에서 그것도 백령신검 강정학이 가장 아끼는 셋째 제자인 양자성과 겨뤄 우위를 점하는 것을 확인했으니 큰 성과였다. 거기다 양자성이 전력을 다하면서 그 유리한 조건이 깨졌을 때조차 쉽게 밀리지 않았었다.

상상을 넘어서는 검에 대한 실력.

상대의 초식을 마치 해부하는 듯한 감각.

그 잠재력이 가진 가치를 파천신공은 더욱 빛나게 해 줄 수 있었다.

주말 간 직접 돕는다면 내상을 대부분 가라앉혀서 몸 상태의 구할 이상은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비무제의 남은 대진들을 참가하면서 실력을 시험해 볼 좋은 기회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천무경은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진도건을 좀 더 험난한 시험에 던져 보고 싶었다.

그동안의 파견 임무에서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와 더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 줄 것만 같았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 계획을 바로 세웠다.

숙소로 돌아가는 천무경의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시야에 바로 들어온 인급무사를 불러 노지신과 남궁평, 이혁성을 호출했다. 방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자 그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노 장로님. 얘기는 하셨습니까?”

“예, 전달했습니다.”

“곧 인원을 정리하여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노지신과 남궁평이 그의 물음에 차례로 대답했다. 천무경이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진도건도 데려가시오.”

그의 말에 세 사람 모두 조금씩 놀랐다. 사실 임무가 발생했을 때 진도건을 보내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평상시와 상황이 달랐다.

남궁평이 걱정 어린 기색을 보였다.

“내상 때문에 당장 보내기엔 무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내가 다스려 놨으니 2, 3일이면 운기하는 데는 지장 없을 걸세. 왼손 때문에 검을 다룰 수 없는 것은 아니니 상관없잖아?”

“흐음…….”

“녀석은 역시 비무보다 현장이 더 어울려. 노 장로님, 어떻습니까?”

“방주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하오문을 도와 홍천환을 회수하는 것이 목적이라 쉬운 일일 수도 있지만, 좋지 않은 예감도 듭니다.”

“사교도 준동 때문입니까?”

“하필 시기가 겹쳐서……. 게다가 홍천환이 혈마라는 이름과 관계가 있는데 사교도와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그 정도 이름값이라면 광교도들이 꼬일 만도 하고. 어쩌면 재밌는 상대를 만날지도 모르지요. 게다가 비혈단과 살문의 견제도 있을 텐데 그 정도를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감각이 좋은 녀석 하나 더 데려가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노지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천혼당의 천급 무사들도 신뢰할 만큼 실력들이 뛰어났다. 하지만 이번에 확인한 진도건의 실력은 사실 당주급에 견주어 볼 정도였다. 없는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될 터였다.

천무경이 남궁평과 이혁성을 번갈아 보았다.

“어쩌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지도 모르네. 일단 내 딸의 비무제가 끝날 때까진 사패련이나 다른 문파들이 냄새를 맡지 못하게 조심하고.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고 어느 순간에 알게 될 수도 있으니 잘 주시해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예.”

“아마 금태하는 홍천환의 존재를 알게 되면 반드시 차지하고 싶어 할 걸세. 강 영감도 다르지 않을 거고. 노 장로 편으로만 조용히 처리하되 만약 이상한 낌새가 감지되면 전격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어. 선제적으로 울타리를 쳐 놔야 쓸데없는 벌들이 안 꼬이지.”

어찌 되었건 하오문이 천무방을 돕는 것처럼 비혈단과 살문도 분명 검림과 구룡문에 연결되어 있을 테니 어느 지점에선 적으로 마주칠지도 몰랐다. 따라서 노지신의 행보가 무척이나 중요했다.

“내 딸과 진도건을 부르지.”

이혁성이 사람을 시켜 두 사람을 호출했다. 이윽고 두 사람이 함께 천무경의 방에 들어왔다. 그리고 천무경은 논의된 사항을 두 사람에게 말해주었다.

천서은이 놀라 말했다.

“저도 같이 갈게요.”

“안돼.”

천무경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천서은이 바로 반문하려고 할 때 천무경이 손을 들고 자신의 의견을 계속 이어갔다.

“넌 천무방을 대표해서 비무제에 참가하고 있지 않으냐? 네가 빠진다면 저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천서은의 표정이 조금은 울상이 되었다. 갑자기 전달받은 내용이 그녀에게 이리 최악일 수는 없었다. 진도건도 그녀와 떨어지는 것이 달갑지는 않았다. 큰 욕심 없이 파견 임무를 다녀오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 그의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내색할 수는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입니다.

“알겠습니다.”

천서은도 그를 말릴 수 없었다.

“네 할 일을 준비하거라.”

“알겠어요.”

천무경이 힘주어 말하니까 천서은도 체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노지신이 진도건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미리 준비를 해 두게나. 내일 인시엔 출발해야 하니까.”

“예.”

남궁평은 진도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생각이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렇다면 장학 조장 인원들을 데려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진 위사와도 호흡이 잘 맞는 녀석들이니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알겠네.”

노지신의 대답까지 지켜본 천무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모두 일어나라는 손짓을 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럼 모두 식사나 하러들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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