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 제5장. 검객 (2)
* * * *
비무제 이틀째가 되었다.
사패련주 금태하의 지시로 비무제 운영을 맡은 인선에선 더욱 적극적으로 대진을 구성했다. 명성과 실력이 익히 알려진 인물들을 최대한 분산 시켜 놓고 상대적으로 하수라 분류되는 자들을 그 상대로 배치했다.
예측과는 다른 결과가 펼쳐진 대진도 있었지만, 대부분 운영위가 예측한 결과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반대의 결과를 만들어 낸 출전자의 실력을 인정하면서 그 위상을 참고해 재배치를 반복하면서 3일 차 일정도 모두 수행하게 되었다.
실력의 간극이 줄어들면서 차츰 비무도 일방적인 승부보다 치열하게 다투는 대진들이 조금씩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주목받는 이름들이 군중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뒤이어 이어지는 비무들에 대한 기대심리가 끓어올랐다.
수많은 비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빠르게 치러지면서 나흘째에 이르러서 64명이 추려졌다. 대진표상으로는 여전히 실력의 상하에 대한 우열이 대부분 분명했다. 하지만 모두 한 차례씩 비무가 끝나고 오후가 되어 32명으로 추려지자 도박꾼들의 배당이 7대3, 6대4 정도로 좁혀지는 대진들이 만들어졌다.
그 대진 중 하나에 진도건과 도태무의 비무가 있었다.
“드디어 만났군.”
뚜둑! 고개를 꺾으며 긴장을 풀어내는 도태무가 기세등등한 눈빛으로 진도건을 쏘아보았다.
판관을 담당하는 금파창(金波槍) 기조번(期早煩)이 들고 있던 봉으로 두 사람 사이를 가르며 땅을 한 번 퉁! 내리쳤다. 무가인 기씨세가 출신의 낭인으로 금태하에게 직접 발탁되면서도 개인의 성격을 고려하여 4개 단에 소속되지 않은 특이한 이력의 창술 고수였다.
“규칙은 모두 기억하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빨리 시작하시죠.”
“시작!”
후욱!
탕!
기조번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태무의 거대한 목도가 좌하단으로부터 솟구쳤다. 공기를 강제로 찢는 듯한 무거운 파공음의 뒤로 자단목 도검이 부딪쳤다 떨어졌다.
뒤로 물러나는 진도건을 쫓아 도태무의 거대한 목도가 덮친다.
상붕도법(翔鵬刀法) 엽야도(獵野刀).
탕!
낙하하는 기세를 따른 참격을 비스듬히 쳐 내며 물러나는 진도건.
그를 쫓아 도태무가 지면에 가깝도록 낮게 돌진하면서 동시에 회전하며 참격을 날린다. 공중으로 공중제비를 돌며 회피하는 진도건의 아래로 거대한 도신의 질주에 의한 풍압이 몰아친다.
‘전심전력(全心全力) 선발제인(先發制人)!’
주태소로부터 들은 조언은 이 두 단어로 귀결된다. 기세에 틈을 보이지 않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며 초식마다 강점과 약점을 모두 성찰하여 선제적으로 공간을 장악하라는 소리였다.
커다란 목도의 크기와 회선참의 대반경을 선보이는 엽야도의 일초로 비무대의 한 측으로 몰아낸 다음 진도건의 회피하는 경로의 선택지를 좁혀 낸다. 그것으로 예측되는 것은 자신의 머리 위를 뛰어넘어가는 것.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상붕도법의 절초를 꺼내 든다.
상천도(翔天刀).
충만한 내력과 강력한 완력, 거도를 섬세하게 다룰 수 있기 위한 유연함까지 최대치로 끌어낸다. 전개하는 보법부터 허리, 어깨, 손목으로 이어지는 조절력으로 크고 작은 참격을 연속적으로 퍼붓는다.
마치 대붕이 거대한 날개를 펼쳐 감싸 안아 발톱과 부리를 드러내는 형국.
타타타탕!
능공허도(凌空虛道)의 초상승 경신법의 경지가 아니라면 그 도세를 빠져나갈 수 없다는 생각.
그것은 들어맞았으나 놀랍게도 진도건은 대붕에 잡아먹히지 않았다.
짓쳐 드는 참격들을 목검으로 흘리고 쳐 낸다. 동시에 그의 장족(掌足)이 좁은 투로를 찾아 참격을 건너 넓은 도신을 때리고 밟으며 공중에서의 안정성을 유지한다.
전력을 다한 연참의 마지막에 달했을 때, 진도건이 그의 도신 위로 일보(一步) 밟으며 일섬뢰참을 쏘아 냈다.
쐐액!
“큿!”
간신히 허리를 뒤로 젖히며 피해 냈지만, 목검이 종이 한 장 차이로 광대를 스치며 쓰라린 열통(熱痛)을 느낀다.
다시금 고개를 들어 시야를 확보하려는 순간 짓쳐 드는 정강이가 눈이 들어온다.
팔을 들어서 막으면서도 급히 몸을 틀어 흘려 내는데 그것을 눈치챘다는 듯이 기꺼이 흘려지며 일퇴를 도태무 가슴에 꽂아 넣는다.
퍽!
“윽!”
순식간에 당한 일격에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도태무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당황할 새도 없이 땅에 장력을 쳐 내며 벌떡 일어나는 도태무의 눈이 빠르게 진도건을 쫓는다.
슈슈슛!
자줏빛 선영(線影)을 그리는 연속된 찌르기가 땅을 박차 뒤로 물러나며 피하는 도태무의 옷깃을 스친다.
부웅! 쿵!
상체부터 노리고 날아드는 십자횡종(十字橫縱)의 연격에 진도건이 몸을 뉘다 돌리며 피해 낸다. 떨어진 목도를 옆으로 둔 채 참격을 뿌리자 이번엔 도태무가 아슬아슬하게 반응하며 옆으로 몸을 날리며 피했다.
‘씨발! 이게 아닌데…….’
급히 자세를 바로잡지만, 미처 반응할 수 없는 속도로 이미 검격이 지척이 이르렀다.
푹!
“끄윽!”
전심전력 선발제인. 기세를 움켜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진도건의 검격이 너무 빨랐다.
첫 만남에서도 느꼈던 것이 이렇게 마음을 다잡은 비무대에서도 다시 느끼게 될 줄은 몰랐었다.
휘익!
상붕도법 휘익도(揮翼刀).
가슴팍을 찔렸지만, 그대로 물러서지 않고 몸을 회전시켜 충격을 흘려보냄과 동시에 앞으로 돌진한다. 진도건이 찌른 목검을 회수하면서 일권을 날리려 하는 순간 예상보다 빠르게 목도가 날아드는 것을 발견한다.
목도를 끌어당김과 동시에 한 손으로 도신을 붙잡고 회전을 밀어붙이니 비슷한 힘의 회전참격이라도 반경이 작아 더 빠른 속도로 날아드는 것이다.
텅!
보법을 밟아 시간을 벌면서 그사이 목검을 당겼다. 곧바로 목도와 충돌하자 그 충격음이 터지면서 진도건의 신형이 퉁겨져 오른다.
‘어?’
목도에서 전달되는 느낌이 묵직하지 않다 느껴지던 찰나, 오싹한 느낌이 기분을 사로잡으며 그의 좌측 시야를 진도검의 목검이 가렸다. 그 순간이 아주 느리게 느껴지듯 나무의 결과 무늬가 보인다는 착각이 들 때.
빡!
풀썩!
진도건의 목검이 도태무의 두부(頭部)를 때렸다. 그대로 도태무는 두 눈을 흰자위로 까뒤집으며 힘없이 땅에 쓰러졌다.
“그만!”
판관 기조번의 목소리를 도태무는 들을 수 없었다. 그는 도태무의 맥을 짚고는 기절 상태를 깨우기 위하여 운기를 도왔다. 곧 정신을 되찾았지만, 아직 몸을 가눌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가 깨어나자 기조번은 품에서 도태무의 이름이 적힌 표지목을 부러뜨렸다.
“빌어먹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도판수는 들것에 실려 나오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착잡한 마음이 컸지만, 그가 보기에도 진도건의 실력은 분명히 한 수 위였다. 특히 쾌검의 그 속도는 압도적이었는데 단발적으로 검을 뿌려도 중요한 순간순간을 잡아내니까 오히려 흐름을 빼앗기는 것이다.
“어떻게 된 거냐? 응?”
괜히 옆에 있던 주태소에게 으르렁거려 본다.
주태소도 예상치 못했다는 표정으로 장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새 실력이 오른 것인지, 숨겼던 것인지. 판수 형, 태무는 잘 시작했수다. 단지 저놈이 제 수준을 내 눈앞에 다 보여 준 것이 아니었던 것이지. 어쨌든 미안하우.”
“됐네, 됐어. 자네 덕분에 아들 감각이 트였으니까 그것으로 만족해야지. 어쨌건 대별산으로 돌아가면 아주 특훈으로 조져야겠어.”
“쩝! 그 녀석 참…….”
입맛을 다시면서도 속으로 웃음이 나온다.
그의 시선은 다시 비무대를 내려오는 진도건에게로 꽂혀 있었다. 첫 만남에서의 치욕을 얼마 전에 깔끔하게 제압한 것으로는 빚을 반쯤 갚아 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도태무를 통해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는데 역으로 한 방 얻어맞은 꼴이 되어 버렸다.
차도살인(借刀殺人)의 거창한 계획까지는 아니었으면서도 나름 좋은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한 것이 우습게 돼 버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호승심이 조금씩 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도태무와의 비무에서도 보았지만, 적재적소를 파고드는 쾌검의 노림수가 정말 절묘하여 볼 때마다 첫 만남에서 당했던 일격들이 떠올랐다.
지금에 와서 그때의 기억이 불쾌감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료한 일상에서 오래간만에 두근거림으로 이어지는 좋은 자극이 되고 있었다.
‘아직 아니야. 좀 더 커야 해.’
지금도 그의 쾌검은 주태소 본인에게도 충분히 위협적이긴 했지만, 그가 생각하기엔 아직 더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길 고대하고 있었다.
직접 상대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비무제가 진행되는 중이라 명분도 부족하고 그가 직접 참가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라 좋은 상대가 나타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적당한 상대로 보이는 자들이 다행히도 몇몇 눈에 들어왔다.
“수고했어요.”
“고맙습니다.”
진도건이 비무대를 내려와 다가오자 천서은이 인사를 건넸다.
지난날 잠시 느꼈던 그녀의 태도가 묘하게 달라졌던 느낌은 조금쯤 완화된 것 같았다.
보여 주는 미소는 여전히 부드러웠으며 눈웃음은 화사했다. 그러나 그녀의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묘하게 느껴지는 전에 없던 약간의 거리감은 그의 마음에 작은 불편함을 만들고 있었다.
이내 천서은을 부르는 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걱정 말아요.”
천서은이 비무대로 오를 때까지 지켜보던 진도건은 구석 대기석으로 돌아갔다. 그의 시선이 오로지 천서은에게로 집중되었다.
비무대에 오른 천서은이 자신을 부른 판관 이현탁을 보았다. 상대를 호명하고 다시 돌아본 이현탁과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이런…….’
이현탁은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어색해질까 조심스럽게 시선을 피했다.
일찍이 양자성을 만나 천서은에 대한 얘기를 듣고 웃어넘겼다. 그의 젊음과 성향을 알기에 그저 미모의 여인이겠거니 했었다. 그런데 불혹(不惑)을 훌쩍 넘은 나이와 여색에 흥미를 잃은 지 오래임을 생각했을 때 이 설렘 비슷한 느낌은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크흠! 양 측 모두 준비되었나?”
천서은의 상대는 삼절곤을 다루는 광향사(廣香寺) 목정(木正)이라는 젊은 승려였다. 다만 말이 불교사찰이었지 실상은 그 종교의 이름만 빌려 온 파계승들의 절이었다. 이들 파계승은 속세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왔다가 비슷한 처지끼리 모이게 되니 그런 유혹들에 더욱 과하게 빠져 버렸다. 그래서 음주와 향락이 자연스럽고 호색과 강도조차 거침없이 행하는 사파로 돌변하였다.
목정도 올바름을 표명하는 법명과 다르게 광향사의 기질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소름 끼치네.’
염주와 함께 합장으로 인사하면서도 반쯤 뜬 눈으로 천서은을 위아래로 샅샅이 훑는 모습에 오한마저 드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차륵!
목정이 합장을 풀고 삼절곤을 쥐자 사슬이 펼쳐지며 쇳소리가 들렸다.
“시작!”
탓!
슈악! 텅!
단 한 걸음으로 파고들면서 횡격을 휘두르자 교차한 쌍곤에 막힌다. 거리가 가까워지며 얼굴과 그 기분 나쁜 눈빛이 더 자세히 눈에 들어온다.
“스읍!”
혀를 내밀며 기분 나쁘게 입맛을 다시는 모습에 천서은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야천유운검 회풍교해(回風攪解).
야천유운검의 상승초식이 단숨에 펼쳐졌다. 종횡으로 파고드는 보법과 신체의 탄력, 관절의 움직임이 다각도에서 파고드는 목검의 잔상을 만들어 냈다. 규칙으로 과도한 내력 사용이 금지되지 않았다면, 이미 십여 개의 검기가 불규칙한 변화를 만들어 내면서 적을 산산조각을 냈을 것이었다.
“이크!”
일부 검영을 양측 쌍곤을 휘둘러 받아치면서 물러난 목정이 복상곤법(伏象棍法)의 초식을 펼쳐내며 반격했다.
챠릉!
사슬의 울음소리. 그의 두 손이 좌우곤(左右棍)을 쥐었다가 다시 중곤(中棍)을 쥐었다가 할 때마다 그의 사정거리가 큰 변화를 일으켰다. 때로는 찌르기의 형태로서 직격으로 날아올 때도 있었고 때로는 원심력을 일으키면서 공방을 동시에 가져가기도 했다.
목정승의 무공은 상당히 뛰어났다. 내공도 높았고 곤술을 다루는 수준도 매우 높았다.
그런데도 공세는 천서은의 몫이었다. 천무방과 광향사의 차이를 설명하듯 천서은의 검공은 압도적이었다.
북천검법 칠성광검(七星光劍).
야천유운검의 변화가 삼절곤의 넓은 반경을 제어하는 것에 막히자 강검세로 전환했다.
탕탕탕-!
목검과 목곤이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자 목정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 소음만큼이나 손에 전달되는 충격파가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검격의 강력함이 삼절곤의 파지교차를 흔들리게 만들면서 그가 만들려던 변화를 차단했다.
타탕! 카륵!
목정이 미처 삼절곤 파지를 전환하지 못하고 좌우쌍곤으로 대응할 때, 칠성광검의 검격이 사슬부를 파고들었다. 천서은은 그 순간을 노리고 목검에 내력을 주입하여 단숨에 사슬을 끊어버렸다.
“이건 반칙……!”
당황한 목정이 소리치려는데 칠성광검의 마지막 변화를 일으키며 그의 눈을 노리고 파고들었다. 큿! 하는 신음과 함께 양손에 쥔 곤을 휘두르면서도 땅에 데구루루 구르면서 황급히 피해냈다.
‘위험!’
목정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두 눈을 질끈 감고 피했지만, 정말 눈썹이 닿진 않았는지 착각할 정도로 목검의 검극이 지근거리까지 접근했기 때문이었다.
방금 천서은의 검격은 정말로 눈을 파내 버릴 심산이었다. 기분 나빴던 눈빛은 그녀의 심기를 강하게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판관 이현탁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그가 미처 말리지도 못할 정도로 빠른 검격이었기에 목정의 실력이 조금만 떨어졌어도 애꾸가 되어 바닥에 뒹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썅년이!”
본래의 삼절곤이 짧아진 좌곤과 오른손의 쌍절곤으로 나뉘긴 했지만, 목정에겐 큰 문제가 안 됐다. 거친 욕설을 퍼부으면서 천서은을 덮친다.
복상곤법 단도절편세(短刀切片勢).
능숙한 솜씨로 좌곤으로는 단타로 견제하면서 우절곤으로 변화를 가져간다.
타탕!
재기를 노리고 공세로 전환했던 목정은 금방 다시 기세를 내어 주었다. 두 합을 주고받은 천서은이 금방 그의 태세에 적응해 버렸다.
북천검법 북문뢰정(北門雷霆).
절편의 변화를 피해 목검의 검영이 파고들더니 그 왼쪽 손목을 때린다. 동시에 오른쪽 손목까지 타격하니 두 손에 든 절곤들을 놓쳐 버렸다. 변화는 그에 그치지 않고 하단으로 쓸어 낸 참격이 무릎 측면을 때리고 날카로운 찌르기가 단전을 한 번, 다시 목을 노리고 한 번 짓쳐 든다.
“윽!”
탕!
“그만!”
복부를 때리면서 그 충격에 목정의 상반신이 수그러든 찰나 이미 그 반작용을 노린 검극의 변화는 그대로 목을 뚫을 수도 있었으나 이번엔 이현탁의 목검이 개입하여 위험해질 상황을 막았다.
“끄윽! 끅!”
목정은 무릎이 뒤틀려 일어나지도 못했지만 이미 목검이 목젖을 누르고 반 치 정도 들어가 버려서 숨을 잇지 못한 채 목을 부여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호흡을 잇기 어려워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천서은이 싸늘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이현탁은 이미 비무를 이어갈 수 없음을 확인하고 목정의 표지목을 부러뜨렸다. 휙 몸을 돌려 버린 천서은의 뒷모습을 힐끔 쳐다보고는 뒹굴뒹굴하는 목정의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주제를 모르고 탐하였느냐?”
목정이 천서은을 색정 어린 눈으로 쳐다봤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간신히 호흡을 붙이면서도 이현탁의 말에 목정이 눈을 부릅뜨고 째려봤다.
“허! 네 눈알이 아깝지 않은 게로구나.”
엄청난 살기가 목정에게로 쏟아졌다. 그는 금세 처지를 깨닫고 부릅뜬 눈을 추스르며 바닥으로 깔아 내렸다. 그 모습에 이현탁이 혀를 찼다.
“쯧쯧! 어서 내려가거라.”
냉정한 말에 목정은 절뚝거리면서 비무대를 내려갔다. 뒤돌아 무슨 표정을 지었을지는 이미 이현탁도 천서은도 관심 밖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