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9화 〉순례. (219/220)



〈 219화 〉순례.

파르즈의 바깥은 여전히 드넓은 하늘과 같았다. 아직은 완벽하게 떠오르지 않아 어슴푸레한 주홍빛 하늘을 가로지르며 그들은 나아가고 있었다. 나아갈수록 말의 다리를 감출 만큼 올라온 물이 파도치는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물에 녹아든 소금의 짠 내가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아이고야, 기가노토게투스를 끌고 다닐 수도 없고."

크리칼료프 또한 자신의 허리까지 올라온 물에 검이 닿지 않도록 어깨에 걸친 채 나아가며 투덜거렸다. 그의 머리보다도 높이 솟은 검이 휘적휘적 노를 젓듯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어셔는 이내 물었다.

"아저씨."
"왜 그르냐."
"아저씨가 바르가제트를 쓰러트렸다는 게 사실이에요?"

주드가 했던 말은 확실하게 기억에 남아있었으니까. 비록 어젯밤에는 나우시카의 모습에, 오늘 아침에는 채비를 서두르느라 말할 틈을 찾지 못했지만 그건 단순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해서 잊힐만한 일이 아니었다. 성지를 차지하고자 했던 수많은 자들을 공개적으로 학살하고 끝내 다른 나라들까지 멸망시켰던 전적이 있는 자였으니까. 언젠가는 마왕을 쓰러트릴 이가 나타날 거라는 전설이 무색하게도 500년을 넘게 군림해온 이가 바르가제트였다.

"그 자식이 착각하기는 했다만 틀린 말은 아니지."
"정말이라는 거예요? 아니라는 거예요?"

좀 확실하게 말해주면 안 되는가 싶었다.

"바르가제트가 대단한 녀석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마법사처럼 막대한 권한을 부여받은  아니었다."
"네? 하지만 성지의 주인이 되면 그만한 권한을 받는 게 아니었어요?"
"정말로 그랬다면 난 이곳에 없었겠지. 그리고 바르가제트도 이름을 날릴 일이 없었을 거다. 성기사라 해도 마법사를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는  차라리 나아."

마법사가 항상 사용하고 있을 보호 마법을 우연히 사용하지 않았다거나  마법을 가볍게 무시할  있을 만큼 강한 충격을 가한다던가. 마법사가 된 녀석이 아주 간단한 마법조차 사용할 줄 모르는 바보거나.

"꼬마 아가씨 같은 마녀라도 데리고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지."
"...알고 계셨네요."
"그래."

주드와 레니의 대화를 듣고도 놀라지 않았던 모습을 떠올리면 그럴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말이다.

"뭐, 말이 나온 김에 그 자식에 대한 것도 말해보자."

어셔는 당연하다는  벨카를 데려오라 요구하던 주드를 떠올리고 몸을 떨었다. 아직도 그를 떠올리기만 해도 화가 나면서 무서웠다.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그를 죽일 수 있는 자였으니까.

"마법사란 녀석들은 무적으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면 그만큼 무력한 녀석들도 없으니까."
"그런 건 저도 알고 있어요."

처음으로 만났던 마법사는 벨카에 의해 마법을 못 쓰게 된 것만으로 도나르와 그의 일행에게 무력하게 제압되었으니까.

"하지만 꼬마야. 진짜 무서운  그 자식이 마법을 맹신하지 않는 녀석이라는 거다."
"어째서요?"

마법이나 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마음대로 하고 다녀도 이상하지 않지 않은가? 때문에 어셔는 그로부터 벨카를 지키고자 지금도 미약한 마법이라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

"마법사가 마법만 없으면 허무하게 당하는 걸 아는데도 그렇게 생각하냐?"
"그건..."

그러고 보면 그는 주드의 마법을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했었다.

"그럼 혹시 아저씨도 마법사라고 했던 게?"
"그래, 거짓말이 아니었다. 불완전하긴 해도 마법사는 마법사니까."
"불완전하다니. 어째서요?"
"너도 내 몸이 어떤지 봤잖냐?"

어셔는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가 지금도 힐디스비니를 타지 못하고 직접 물길을 헤쳐나가는 이유가. 그의 몸이 골렘과도 같았기 때문이었으니까.

"설마, 아저씨. 진짜 골렘 같은 거예요?"

골렘 또한 마법의 산물이었으니까. 마법사와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그 자리에서 계속 그 자식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자식은 어땠냐?"
"...."

어셔는 그곳에서 주드와 직접 마주했을 때를 떠올리고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면 그는 마법사로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였음에도 자신의 요구를 그들에게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자신이 목숨을 잃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고 곳곳에 폭약을 설치해 두고서.

"어쨌든  몸이 이렇게 되고 마법사와 같은 권한을 얻게 된 것도 바르가제트를 쓰러트리고 난 뒤였다."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건데요?"
"나도 몰러."
"네?"

어셔가 믿기지 않아 크리칼료프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앞을 보고 나아가고 있었다.

"짐작 가는 게 없지는 않았다만, 지금까지 외면하고 있었어."

크리칼료프의 씁쓸한 목소리에 어셔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나우시카 누나 때문이에요?"

그에게서 대답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지만 침묵의 사이로 끼어든 파도 소리가 그의 말을 대신해 주었다.

"후읏, 냐항!"

몸이 얽혀들며 피어오르는 열기가 방안을 후끈하게 데웠다. 여인이 허리를 흔들자 그와 함께 부풀어 오른 구릿빛 가슴이 끄트머리의 첨단을 세우고 출렁이며 달아오른 몸을 뽐내고 쾌락에 찬 숨을 내쉰다. 여인의 균열에서 새어 나오는 끈끈하고 투명한 애액을 한가득 흘리며 그의 배를 적셨다.

"흣, 후냥! 하앙!"

주드는 시타가 허리를 흔들며 그의 좆을 삼키는 모습을 보며 그의 물건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즐기려 했다. 그녀의 모습에 비치는 붉은 소녀의 모습만 아니었다면 온전히  쾌락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하, 빌어먹을."
"흐냐악?!"

그는 그대로 일어나 시타를 넘어트려 침대에 눕히고 그대로 허리를 흔들어 그녀를 찍어누르기 시작했다.

"헤욱! 냐학!"

자신을 깔아뭉개는 그의 거친 움직임에 시타는 괴로워하면서도 쾌락에 차올라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자궁을 쿵쿵 찍어누르는 그의 움직임을 받아들였다. 농염하게 그의 좆을 물고 조이는 보지의 감촉은 더할 나위 없이 황홀하지만 그럴수록 주드의 눈에 비치는 것은 시타가 아닌 벨카의 모습이었다. 그는 이를  깨물고 그녀에게 자신의 무게를 실어 눌렀다.

"냐하악!"

결국 그녀의 두 언덕이 그의 가슴과 맞닿아 쓸리며 그를 받치고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든 좆이 쾌락에 차올라 그녀의 안쪽으로 씨앗을 뱉어낸다. 암컷의 보지에 제 좆을 쑤셔 넣고 자궁에 정을 쑤셔 넣는 감각은 수컷으로서 확실한 만족감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좀처럼 만족할 수 없었다.

"흐냐앙, 오늘따라 너무 격렬한 거 아니냥."

한바탕 뒹굴고 나면 시타는 불평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암컷의 얼굴로 그의 다리 사이에서 그의 좆을 부드럽게 물고 뒤처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액과 그가 쏟아낸 정이 뒤섞여 자지에 들러붙은 질척한 것들을 하나하나 핥아내고 그의 좆끝을 핥아 굴리며 음미하는 여인의 혀가 그에게 쾌락을 주고 있었음에도 그는 다른 생각에서 빠져나올  없었다.

"하필이면 성지로 데려가다니."

그 여자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그의 씨앗을 품고서 좆을 핥아 마시고 있는  벨카였을 텐데 말이다. 주드는 성지로 직접 찾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짜증 났다. 지금 당장이라도 성지로 가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안 될 일이었다. 마법사라면 성지의 아래에 잠들어있는 무시무시한 존재를 모를 수가 없었으니까. 예로부터 세계의 뒤에서 인간을 관찰하고 마법사들이 함부로 행동할 수 없도록 끝없이 경고하며 지하에서 꿈틀거리며  세계를 유지해온 괴물 중 하나를 마법사에게 마주하라는 건 금기를 깨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므로.

"나에게 집중해 주면 안 되는 거냥?"

주드는 곧 그의 자지를 아프지 않게 살짝 깨물며 심술을 부리는 시타에 생각이 끊어졌다. 분명 그녀도 매력적인 암컷이긴 했으니 그의 자지가 다시 부풀어 오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더 할 생각이냥?"

그러자 혀로 그의 좆을 핥아 올리며 기대로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시타의 모습을 보면 동하지 않는  아니었지만.

"시타, 슬슬 새로운 암컷을 구해야겠어."
"냐아아,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거냥?"

그녀는 불만스럽게 그를 보며 자지에 부드러운 입술로 쪽쪽 뽀뽀하며 어필했지만.

"시타."
"냐아, 알겠다냥."

시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의 다리 사이에서 일어나 섰고 주드도 침대에서 일어나 외투를 대충 걸치자 그녀는 그대로 문을 열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임에도 당당하게 복도로 나가 앞장서서 걸어나가는 그녀의 모습에 밖에 서있던 캐트시들이 놀랄 법도 하건만 그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역시 수인들만큼 조종하기 쉬운 녀석들은 없지."

수인들의 태생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은연중에 자신들을 인간보다 잘났다고 생각해왔을 것이라 생각하면 우습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맨몸이나 다름없는 그들이 복도를 지나가는 중에도 그 어떤 병사도 하녀도 놀라거나 경계하는 일 없이 고개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가슴이 꽤 크군."
"감사, 읏, 합니다냐항."

그러다 자신을 향해 인사하는 한 하녀의 가슴에 대놓고 손을 대고 주물럭대어도 기분 나빠하는 기색은커녕 신음을 애써 숨긴다. 벨카만큼 오묘한 색감은 아니지만 붉은 톤의 머리카락을 가슴과 함께 한동안 만지작거렸다.

"치마를 들고 다리를 벌려라."
"알겠습니다냐."

그가 명령하자 그대로 치마 앞을 들어 보이고 애매하게 다리를 벌려 서는 캐트시, 치마 아래에는 하얀 스타킹이 속옷을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에도 살짝 들어간 균열의 흔적이 먹음직스럽다. 그대로 균열이 보이는 곳을 잡아뜯자 찌이익 하고 복도를 울리는 소리. 그에 지나가던 캐트시들이 볼 법한데도 불만스레 지켜보는 시타를 제외하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름은?"
"흣, 흐아, 레베카,라고 합니다냥."

찢어진 스타킹 사이로 드러난 속옷을 옆으로 젖히고 보송한 균열에 좆끝을 갖다 대어 비비고 있음에도 말이다. 레베카는 균열을 뻐끔거리며 끈끈한 액을 그의 자지 위에 한 방울 떨어트렸다.

"경험은?"
"흐웃, 없습니다냥."
"그런데도 이렇게 음탕하게 발정을 하고 있다니."
"음탕한, 암컷이라 죄송합니다냐아."

사실은 그들이 벨카에게 사용했던 미약들을 이곳의 여인들에게 똑같이 먹이고 있었다.

"연인은 있나?"
"앨런이... 크우우웃!"

레베카의 입에서 이름이 나오자마자 그는 그녀의 보지 균열을 강제로 열어젖히고 좆으로 끝까지 꿰뚫어 버렸다. 그것만으로 모자라 그녀의 발이 땅에 닿지 않도록 들어 올렸으니 그녀는 꼬챙이에 꿰인 꼴이었다.

"그래서 너의 연인은 지금 어디에 있지?"
"후극, 방금 전에 인사를 나누었, 헤흑!"
"좋군 그 녀석에게는 내 좆집이 되어버렸으니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양육시켜라."
"영광, 입니다냐학!"

그들을 지켜보는 시타의 볼멘 표정은 여전히 그의 오락거리  하나였다. 그렇게 그는 제 자지에 레베카를 끼우고 걸어나갔다. 역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이들.

"아직 본격적으로 장악하기엔 멀었지만 하루 만에 급조한 것치고 꽤 만족스러운 성과군."

정밀한 조종은 한 명 밖에 불과하다고 해도 간단한 암시와 이유를 만들어 차근차근 여럿에게 걸다 보면 많은 인원을 조종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예를 들어서 그는 이미 아이슨의 권력을 이용해 궁정 마법사라는 지위에 올랐다. 마법사들이 간혹 이런 식으로 권력을 잡았기에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었고 그 명분은 그가 태자를 데리고 온 은인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한 번 침투할 수만 있다면 나중에 캐트시들이 그를 배신할만한 틈이 생기더라도 대비할 수 있었다.

설령 크리칼료프와 어셔가 벨카를 데리고 와도 그들이 자신이 마법을 못쓰게 만든다 해도 이미 걸려버린 암시와 세뇌는 풀리지 않으니. 그의 권력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캐트시들의 권력을 온전하게 휘두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벨카를 영원히 구속하는 건 일도 아니리라. 설령 벨카가 망가진다 하더라도 결국 그만을 위해 움직이고 그의 아이를 낳으며 살아가게  테니. 지금 그녀가 어셔를 대하듯이 말이다.

"냐후욱!"

주드는 레베카의 자궁을 자신의 씨앗으로 채우며 어셔와 크리칼료프가 벨카를 구해오는 날이 빨리 찾아오기를 고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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