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6화 〉결단.
주드는 갑자기 방으로 쳐들어 온 그녀가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 오래간만에 벨카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방해받았다는 사실이 더욱 짜증 났다.
"요즘 성기사는 방에 들어올 때 노크를 하는 예의도 모르나 보지?"
"그러는 마법사는 타인의 방에서 정신이 없는 여자를 범하는 게 예의라도 되나 보죠?"
그녀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주드는 문밖을 살폈다. 분명 문밖에는 5명가량의 경비가 있었다. 한 명이 아닌 여럿을 상대로는 간단한 명령밖에 내릴 수 없고 그에게 주어지는 리스크 또한 크기 때문에 그와 시타가 지나간 일이 없는 정도로 여기게끔 해두었었으니 당연히 이 성기사를 막았어야 했다. 또한 시타 또한 문밖에 있었을 텐데.
"냐아아..."
아니나 다를까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는 시타가 보였다. 성기사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해도 그의 힘에 비하면 미약하기 때문에 혹시나 그를 알아채더라도 시간 벌이 정도는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성기사의 실력이 만만찮았던 모양이다.
"정말이지 결국 직접 처리해야 하는 건가."
"헤구읏!"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벨카의 몸을 잡아 그녀의 안쪽으로 좆을 푹 찔러 넣었다. 소녀가 뱉어내는 쾌락에 절여진 신음이 방안을 울리고 푸른 여인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당신! 이런 상황에서도 잘도 그런 짓을!"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소리치는 푸른 여인의 모습에 주드는 킥킥 웃었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성지에도 골치를 썩이는 몬스터들이 제법 많을 텐데."
언제고 어디든 다양한 형태로 넘쳐나는 것이 몬스터였다. 몬스터들은 인간의 개체 수가 많은 만큼 그들을 숙주로 삼아 불어나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어릴 적부터 경험을 하지 않은 이상에야 마을 안으로 숨어든 몬스터들이 대부분의 여자들에게 첫 경험을 선사하게 된다. 그만큼 철저하게 인간을 몰아붙이는 게 몬스터들이니까. 하지만 가끔 운 좋게 그런 일을 겪지 않는 일이 있었는데.
"읏, 그건."
"호오, 설마 이런 건 처음 보나?"
푸른 여인이 벌건 얼굴로 소녀와 주드를 보면서 애써 동요를 억누르는 모습에 주드는 그녀가 그런 경우라는 걸 눈치챘다. 그건 꽤 희소한 일이었기에 그는 유쾌해졌다. 란투아에 생각보다 오래 머물렀던 것도 그곳에는 그런 여자들이 많아 처음을 가져가는 일들이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범해진 이들은 몬스터에게 범해진 것이라 기억하고 있겠지만.
"그럼 잘 봐두라고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을 만큼 기분 좋은 일이니."
"에후욱!"
주드는 자신의 좆이 벨카의 보지로 파고드는 것이 훤히 보이도록 소녀의 몸을 다시 돌려 두 다리를 벌려 보이고 자지를 깊숙이 찔렀다. 벨카의 신음이 터져 나오고 균열이 자지를 꼭 물고 투명한 꿀물을 줄줄 흘리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담기는 것이 보였다. 그의 좆을 삼킨 보지가 꿈틀대며 찔극찔극 물소리를 내는 것이 이미 소녀의 몸은 남자의 물건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헤웅, 앙. 하웃."
"하, 인정하긴 싫지만 도둑고양이가 조교를 잘해뒀군."
이미 자신의 영향이 남은 상태에서 넘쳐나는 성욕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벨카를 범하며 가지고 놀았을 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후읏, 히으."
"이런 짓을 벌이고도 멀쩡히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소녀가 흘리는 야릇한 신음에 동요할 법한데도 여인은 오히려 그 모습에 냉정을 되찾은 것 같았다.
"꽤 의외인데. 그대로 주저앉아 아래를 적실 것 같더니."
이 방에는 몬스터의 미약이 증발하며 안개처럼 그윽하게 갇혀 있어서 그녀에게도 영향이 갔을 텐데도 푸른 여인의 눈은 냉정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심지어 그 안에 담긴 미미한 분노를 눈치챈 주드는 다시 불쾌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당신은 지금 그녀의 모습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가요?"
"대체 뭐가 문제인 거지?"
"에흐읏!"
벨카의 몸을 꾹 눌러 가장 깊은 곳에 씨앗을 들이붓자 소녀의 몸이 쾌락으로 휘며 부들부들 떨었다. 수컷이 주입하는 정액을 반기는 암컷의 반응만큼 솔직한 것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것 보라고. 이게 좋아하는 게 아니면 뭐지?"
그렇게 쾌락에 빠진 소녀를 그녀에게 보여도 여인의 시선에서 힘이 빠지는 일은 없었다.
"...당신, 정말 어처구니 없이 불쌍한 사람이네요."
오히려 동정마저 섞여드는 하늘빛 눈동자에 주드는 속에서 들끓던 검은 감정이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 지금 누가 누굴 동정하는 거냐?!"
"헤우."
그는 곧바로 자신의 좆에서 벨카를 뽑아들어 침대에 두고 일어섰다.
"어차피 나의 몸에는 칼끝 하나 대지 못할 년이!"
성기사는 확실히 성가신 상대였다. 하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성기사가 아무리 노력해 본들 마법사의 피부에 상처 하나 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성기사와 마법사가 사용할 수 있는 힘의 용량은 애초부터 비교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직접적인 간섭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한계. 마법사 끼리는 서로의 간섭이 충돌되어 둘 다 사용할 수 없게 되지만 상대가 성기사라면 마법사는 일방적으로 성기사의 마법을 억누를 수 있었다.
그게 격의 차이였다. 푸른 여인이 벨카를 탐하는 주드에게 일방적으로 공격할 기회가 있음에도 칼끝 하나 들이밀지 못한 건 그에게 상처를 입힐 수단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사가 항상 몸에 두르고 있는 방호 마법을 무시할 수 있는 성기사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허리춤에 미리 준비해두었던 물건들을 꺼내들었다.
"그건!"
그러자 동요하는 푸른 여인의 모습에 주드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너도 어쨌든 기사라면 이것들의 용도가 뭔지 잘 알고 있겠지?"
그가 양손에 든 건 철로 만든 갈고리와 날 대신 여인들이 사용하는 빗처럼 삐죽삐죽한 빗살이 대신 자리하고 있는 소드 브레이커였다.
"원래 네년 때문에 준비한 물건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쓰게 되는군."
그건 크리칼료프에게 된통 당하고 혹시라도 다시 싸울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 준비한 것들이었다. 원래라면 이따위 것들을 준비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도 아까웠지만 사정이 바뀌었으니.
"네가 연습 상대가 되어줘야겠어."
그가 갈고리를 들어 그녀를 향해 내려찍자 여인은 장검을 들어 막는 대신 팔로 갈고리를 쥔 그의 손목을 쳐올려 그의 공격을 쳐냈다.
"흥미롭군. 검으로 막으면 빼앗길 것이 뻔하니 그런 식으로 막아내는 건가?"
확실히 훌륭한 판단이었지만 그녀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마법을 봉인 당했지만 그는 여전히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법으로 강화된 힘으로 내려친 그의 손을 쳐낸 것만으로 그녀는 고통스러운 듯 제 손을 쥐었다 핀다. 건틀릿으로 보호하고 있는 팔이 무색하게도 그의 힘이 주는 충격을 어찌할 수도 없었다. 여럿이라면 그도 골치가 아팠겠지만 지금 그녀는 혼자다.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장난감이나 다름없었다.
당장이라도 깔끔하게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성지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었다. 일반적인 군대는 아무리 때로 몰려와도 기꺼이 쓸어버리겠지만 성기사로 이루어진 군대는 마법사라도 고전을 피할 수 없었다. 그 이전에 성지의 아래에 잠들어 있는 것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을 할 수는 없었으니까. 이렇게라도 그녀가 돌아가야 할 시간까지 어울려줘야 했다.
"크으읏."
"싱겁군. 나름 의미는 있었지만 심심풀이라 쳐도 재미가 없어."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여인의 몸으로 마법으로 강화된 그의 힘을 오랫동안 버틸 수는 없었으니까. 기사의 기술이 다양하다는 건 알 수 있었지만 고작 이런 것으로 크리칼료프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성지의 사절이 떠나가기로 한 시간도 꽤 남아있었다.
"그냥 이대로 죽여도 나쁘지는 않을 것도 같은데."
물론 그럴 마음은 없었다. 그저 이 여자가 공포에 질리는 걸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해볼 테면 해봐요."
그녀는 끝까지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때문에 열이 받은 그가 그녀에게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그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 것은.
"으읏!"
그리고 뒤쪽에서 들려온 고통을 참는 소리에 그는 벨카가 깨어났음을 깨달았다. 여인 또한 놀란 눈으로 그의 뒤편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면 그곳에는 침대에 힘없이 누워 있으면서도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벨카가 있었다.
"벨카! 너는 끝까지...!"
주드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여인이 그대로 그를 엎어쳐 벽에 꽂아버린 뒤 침대에 있던 소녀를 안아 들고서 문밖으로 뛰쳐나가버렸으니까. 그가 몸을 추슬렀을 때는 이미 그녀는 사절단에 합류한 뒤였다. 그 잠깐 때문에 그는 벨카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자신이 재워 놓았던 고양이를 향했다. 살과 뼈를 분리하고 내장을 주먹으로 으깨버려도 그치지 않는 분노에 주드는 이를 갈았다.
"처음부터 수상한 게 한둘이 아니었어."
지금으로 돌아와 주드는 크리칼료프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째서 네놈은 평소에도 마법을 마음껏 사용하지 않았는지."
마법사는 같은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더 민감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것으로 위치를 파악하려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마법을 사용하는 느낌이 없었던 것이다. 사용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애초부터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일 터였다.
"네 번째 마법사?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참 뻔하고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이었어."
마법사는 동시대에, 정해진 자리에, 단 세 명이다. 그렇게 밖에 존재할 수 없다. 아무리 금기가 아니라 해도 변치 않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크리칼료프는 마법사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부가적으로 주어진 힘만을 행사할 수 있는 모순을 설명할 도리가 없었다.
"나도 처음엔 꼼짝 못 하고 믿어버렸지. 그야 마법사의 마법을 지울 수 있을 만큼 막대한 권한을 가진 녀석을 성기사라고 볼 수는 없었으니까."
그중에서도 예외가 있다는 걸 깜빡한 그의 실책이었다.
"성기사 중에도 단 하나 있었잖아? 마법사와 한없이 비슷한 권한을 얻을 수 있는 존재가."
"설마."
주드의 말이 계속 이어지자 헬레나는 깨달았다. 알아듣지 못할 말이 대부분이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말하면 모르는 것이 이상했다. 성지에서 군림했던 마왕 바르가제트는 그 본인이 성기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힘은 다른 성기사에 비해서도 압도적이었는데. 만약 그것이 성지의 주인이 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특권이라고 한다면.
"그렇지 않나? 바로 네가 바르가제트를 쓰러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 장본인이니까!"
어셔는 할 말을 잊고 크리칼료프를 보았다. 다른 이들도 그와 그리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레니도 그 사실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착각할 만도 하지. 설마 이번 대에 성지를 관리해야 할 자가 성지를 관리하기는커녕 파르즈에서 한가롭게 사냥꾼 노릇이나 하고 있었다니. 상상도 못했어."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하는 적막 속에서 주드는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웃음이 터져 나와 끅끅 웃어대었다.
"함께 반란을 일으켰던 자들에게 배신이라도 당했나? 그렇게 쫓겨나와서 이곳에서 사냥꾼 노릇이나 하고 있었던 건가? 그런 힘이 있으면서도?"
크리칼료프는 자신을 비웃는 주드를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꼴 떨지 말고 본론이나 말 혀. 뭐 때문에 우리를 이곳에 불러 모은 거냐?"
주드의 웃음소리가 뚝 그치며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 가운데 그가 바득바득 이를 가는 소리가 울린다.
"너희가 벨카를 구해와라. 성지의 잘못이라면 마땅히 네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나?"
어셔는 그걸 대체 왜 그가 결정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벨카를 구하는데 왜 그에게 데려와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주드는 어셔의 생각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말을 이었다.
"미리 말해두지만 거절은 받지 않을 거다. 구해서 돌아오지 않는다면, 난 이 나라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 거거든. 기대해도 좋을 거야. 정 아니면 지금 아이슨을 본보기로 삼아줄까?"
시타의 손에 들린 단검이 이전부터 계속 아이슨을 찌를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닿고 있었다는 걸 이 자리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