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5화 〉결단. (215/220)



〈 215화 〉결단.

"당신이 성기사라니..."

주드의 말에 헬레나는 의아함을 감출  없었다. 그녀가 알기로 그는 마법사였으니까.

"아저씨, 그게 무슨 소리예요? 성기사들이 왜 벨카를 데리고 가요?"

하지만 어셔는 그가 성기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야 그에게 성기사가 될 기회를 준 게 바로 크리칼료프였으니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냥! 네가 그 아이를 숨기고  소리를 하고 있는  아니냥?! 성기사들은 이번에 찾아온 손님들일 뿐이었다냐!"

레니는 화를 내며 오히려 주드에게 소리쳤다. 그녀의 말은 타당했지만 그 말에 고개를 저은 건 크리칼료프였다.

"그건 아닐 거다. 나도 혹시나 싶어서 곳곳을 살펴봤지만 꼬마 아가씨의 반응은 보이지 않으니까."

그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할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무엇보다 녀석들이 잠들어있는 꼬마 아가씨를 데리고 가는 걸 확인했다."

성기사들이 정말로 벨카를 데리고 갔다는걸.

"말도  된다냥! 아무리 성지가 다른 나라에 관심이 없다지만 왕족이 숨기고 있던 아이를 다짜고짜 데리고 가버린단 말이냥?!"

레니는 그들이 나라 간의 관계는 무시하고 갑자기 벨카를 데려갔다는 사실을 이해할  없었다. 성지가 단순한 나라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해도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일부러 악화시키는  그들에게도 그리 좋은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리스크가 있는데 아무 관계도 없는 소녀를 굳이 데리고 간단 말인가? 그러자 지금까지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던 주드가 입을 열었다.

"벨카가 마녀라면?"

그 말에 레니가 굳어버렸다.

"마, 마녀? 그게 사실이냥?"

그리고 그들을 향해 묻는 레니의 모습에 헬레나는 입을 다물고 어셔는 시선을 피했다. 크리칼료프는 가만히 있었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사실을 몰랐던  그녀뿐이었다는 건 쉽게 알아챌  있었다.

"...그렇다면 아무리 태자의 부탁이라지만 백부가 그 아이를 강제로 끌고 온 것도 이해가 간다냥."
"벨카가 그런 일을 겪는 게 당연하다는 거예요?!"

때문에 어셔가 욱해서 그녀에게 화를 내자 레니는 움츠러들었다.

"그런 뜻은 아니었다냐. 백부는 딱히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냥."

그만큼 마녀라는 존재의 힘은 대단한 것이었다. 단순한 힘만으로는 마법사는커녕 성기사에게도 비교가 되지 못할 정도로 미약한 마녀지만 그럼에도 그녀들은 많은 이들이 원하는 씨받이였다. 피를 섞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핏줄이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다니 귀족들이나 왕족에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마법은 그저 부가적인 것일 뿐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헬레나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청거리며 주저앉았다. 그녀는 귀족들이나 왕족이 마녀를 원하는 이유를 그녀들의 마법이라고만 알고 있었으니까.

"그 말대로다. 마녀마다 주어지는 지식과 분야는 조금씩 다른 모양이지만 그녀들에겐 지식이 주어지거든. 한없이 금단에 가까운 지식이."

그것은 나라의 운영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농사를 짓는 것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마도구를 다룰  있는 지식일 수도 있었다.

"오히려 피를 섞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마법은 덤에 불과하고 왕족이나 귀족들이 원하는 건 그 지식이지.  그러나?"
"...."

레니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그녀를 비웃듯이 주드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아직도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군. 정말 아이슨이란 녀석이 벨카를 마녀라는 이유로 잡아온  같나?"
"그게 무슨 소리냥."

그녀가 고개를 들고 그를 노려보자 그는 못 참겠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 우습기도 하지. 아무리 그래도 가족이라는 건가? 자, 아이슨 사실대로 말해봐라. 벨카를 잡아온 이유가 뭐지?"
"아들이 정말 그 소녀를 원하는 것 같아서 죄를 만들어 사로잡도록 했습니다."

주드의 명령을 듣기 무섭게 계속 멍하니 서있던 아이슨이 말했다. 자세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입만 열었다 닫으며 말하는  모습이 소름 끼칠 정도였지만 그보다 충격적인 건 그의 말이었다.

"거짓말... 거짓말이다냐! 네가 조종하고 있는 게 아니냥!!"
"거짓말이 아니야. 이 녀석은 내가 시키는 대로 확실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다. 그럼 다시 묻지. 너는 벨카가 마녀라는 걸 알고 있었나?"
"아닙니다. 그 소녀가 마녀라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누군가 말릴 새도 없이 아이슨의 입이 다시 열린다.

"처음엔 저도 들어줄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제이슨이 그 소녀를 찾으며 기운을 잃어가는 모습에 걱정이 되어 생김새를 듣고 수소문하며 잡아들였습니다."

너무나 빠르게, 조금도 생각하는 기색도 없이 그의 입은 자신이 그런 일을 한 이유를 뱉어내고 있었다.

"어째서냥. 좀 더, 좀  온건한 방법도 있었을 거 아니냥? 한 번쯤 만나달라 부탁하고 거절당하면 태자에게 포기하라고 타이를 수도 있지 않았냥!?"

레니는 그가 조종당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물었다. 당연히 아이슨에게서 대답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지만 주드가 어깨를 으쓱이며 손짓하자 그가 다시 입을 연다.

"그게 뭐가 잘못되었다는 건지 모르겠구나."
"뭐라고냐?"
"10년을 넘게 찾았다. 10년을 넘게 찾아헤맨 아들이다! 내 아내와의 결실이란 말이다! 그런 아들이 원한다는데 왜 그 소녀의 사정의 봐줘야 하는 게냐?"

쏟아지는 아이슨의 말은 냉혹하면서도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나는 이 나라에 좋은 왕으로 남고자 노력했다. 앞으로도 그럴 거다. 고작 한 번의 실수로 누가 나를 탓하겠느냐?"

애정이란 탈을 쓴 질척한 감정들이 끝없이 쏟아졌다.

"제이슨이 원한다면 그 소녀는 태자비가  수 있어. 장차 왕비도 될 수 있었겠지. 평생 사치를 부릴  있을 텐데 대체 뭐가 문제인 게냐?"

그 말을 끝으로 주드가 손짓하자 언제 그런 말들을 했냐는 듯 입을 다무는 아이슨. 누구 하나 무어라 말하지 못하고 모두가 침묵하는 가운데 주드의 목소리가 그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자, 시답잖은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본론으로 돌아가자고. 말해 보라고. 성기사. 왜 다른 성기사들이 벨카를 데려간 거지?"
"그건 아가씨가 마녀라서 그런  아니었습니까?"

헬레나는 분명 그가 그런 생각으로 벨카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그 이유를 묻는 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드는 코웃음을 흘리며.

"그래, 다른 나라였다면 이상할 것도 없었지. 하지만 성지라서 문제인 거다."
"대체 무슨 말을..."

어셔는 물론 헬레나와 레니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그의 말을 알아들은 사람이 하나 있었다.

"너는 알려줘도 모를 거다."

크리칼료프의 목소리였다. 다시 그를 보면 그는 따분하다는  팔짱을 끼고 주드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도발에 주드는 인상을 구겼다.

"하, 설마 성지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거봐라. 너도 예상해 둔 게 있으면서  굳이 묻고 있는 거냐?"

그들은 주드와 크리칼료프의 대화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계신 거예요? 성지 아래에 뭐가 있다고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역시 이해할 수가 없어."

어셔가 초조함과 궁금증을 참다못해 크리칼료프에게 묻자 주드가 그를 비웃는다. 어셔는 화가 나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했다.

"처음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번째라는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어."

주드는 크리칼료프를 노려보며 벨카를 고양이에게서 되찾았을 때를 떠올렸다.

"냐앙, 이제 어떻게  거냥?"
"흠, 글쎄. 마음 같아선 당장 왕성을 나가고 싶은데."

그는 처음부터 고양이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일단은 왕족인 이상 이용해먹을 거리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곳에 성지의 사절들이 머무르고 있을 때는 문제가 있었다. 마법사인 그가 마법을 사용하는 상태라면 일부 성기사들에게 감지될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그들은 방식은 다를지언정 같은 곳에서 힘을 받아오기에 어쩔  없는 일이었다. 함부로 왕성을 나가려고 했다간 문제가  가능성이 높았다. 안 그래도 그들에게 들킬 것을 염려해 마법을 자제하고 손님으로 초대받아 온 것이었는데.

"하필이면 성지의 사절단과 함께 초대할 줄이야."

귀찮은 손님을 한꺼번에 상대하겠다는 생각이 훤히 보여  짜증 났다. 손님으로 들어온 상태에서 마법을 이용해 나간다는 건 자신이 이곳에 있다고 성기사들에게 알려주는 꼴이었다. 안 그래도 단순히 기억을 지우는 정도로 왕성에 침입했다가는 들킬 염려가 있었다. 심지어 벨카가 깨어있다면 그의 마법을 지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마법이 없다면 시타가 곁에 있어도 캐트시들에게 제압당하는 건 순식간이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왕을 어떻게든 손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침대에 앉았다.

"이곳에서 조금 쉬었다 가는 편이 좋겠군."

차라리 이곳에서 쉬었다 가는 편이 좋았다. 이곳은 사절단이 머무는 곳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고 마법을 쓰고 있어도 성기사들에게 감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조금 즐겨도 되는 거냥?"

그러자 시타는 그의 팔에 달라붙으며 농염한 목소리로 그를 유혹해왔다. 이미 몸이 단듯 축축해진 그곳을 그의 손에 비벼왔지만.

"아쉽지만 지금은 벨카와 단둘이 있고 싶어서 말이야. 조금 나가 있어야겠어."
"한 번만..."
"시타."
"냐아앙, 알겠다냐."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시타는 귀를 축 늘어트리며 방을 나섰다. 그녀는 문을 닫고 나가며 주드를 계속 애절하게 쳐다보았지만 이미 그의 눈에는 자신의 품에 있는 벨카밖에 보이지 않았다.

"벨카, 가엽게도 그동안 만족하지도 못했겠지?"
"후그읏."

그가 좆에 힘을 주어 까닥이자 소녀의 아랫배가 희미하게 솟아오른 것이 보였다. 그가 고양이의 앞에서 그녀를 범하고 계속 꽂아두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벨카는 자신이 지금 누구의 자지를 보관하는지도 모르고 정신을 잃은 채 신음만 흘렸다.

"헤욱! 흣. 하으."
"그동안 더 음란해졌잖아? 응? 음탕한 신음이나 흘리고 내 자지가 그렇게 그리웠어?"

정신이 없을 텐데도 그가 허리를 흔들어 좆끝을 그녀의 자궁으로 밀어 넣으면 밀어 넣을수록 소녀의 몸은 솔직하게 신음을 흘렸다. 이게 자신이 아닌 고양이의 영향도 있다는 것이 괘씸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쓸모도 없는 씨앗을 품어봐야 소녀가 임신할 일은 없었으니까. 어쩌면 기회라고 생각하며 허리를 흔들었다.

"헥, 헤웃! 후긋."
"그동안 못 했던 만큼 실컷 귀여워해 줄 테니. 이번엔 도망갈 생각도 못 하게  거야."

그렇게 앞으로 벨카에게 해줄 일을 생각하며 소녀의 보지를 음미하다 그녀의 속살이 자지를 쪽하고 빨아들이니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벨카의 안쪽에 그대로 정을 쏟아내었다. 소녀가 움찔움찔 몸을 떨며 주인도 모르는 절정을 만끽하는 것이 느껴졌다.

"흐그으으."
"역시 벨카, 네가 최고야."

소녀의 적당하게 달아오른 체온과 말랑말랑하면서도 품에  들어오는 작은 체구는 언제 안아도 느낌이 좋았다. 그는 그녀를 끌어안은  소녀의 몸을 돌렸다.

"헤엑. 흐읏."

자신의 속살이 그의 좆과 스치는 탓에 쾌락에 진탕이 되어 가는 벨카를 지켜보며 곧 그는 그녀와 마주   있었다. 이대로 그녀의 등을 받치고 있는 팔을 풀어버리면 허물어져 바닥에 스러질 여린 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은 적당하게 부풀어 올라 열매를 맺은 상태였기에 그는 참지 않고 그녀의 가슴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쯥, 쯔읍."
"읏, 아."

역시나 스며나오는 달콤한 모유가 그의 입안을 적신다. 그동안 물을 마셔도 가시지 않던 갈증이 드디어 가시는 것을 느끼고 있었을 때였다. 쿠당탕, 밖에서부터 귓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온 건. 분명 밖에는 이곳을 지키던 경비들을 이용해 누군가 오지 못하도록 만들었을 텐데. 그러다 깨달았다. 이 느낌은 성기사였다.  사실을 깨닫기 무섭게 문이 쿵 열렸다.

"혹시나 했는데 설마 진짜로 마법사가..."

그리고 그곳에는 정신이 없는 소녀를 범하는 그를 보고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푸른 여인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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