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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8화 〉결단. (208/220)



〈 208화 〉결단.

찌급찌급, 남자의 물건을 닮은 파시틸라의 머리가 제집처럼 여인의 구멍으로 파고들어 찐득하고 추잡한 소리를 흘린다. 뚝뚝 점액들이 흘러넘쳐 여인들의 살결을 타고 아래로 떨어지는 광경은 야릇하지만 그녀들에게 한 몸처럼 달라붙은 파시틸라들이 꿈틀거리는 모습은 불결하다.

"후읏."

흐트러진 여인들의 신음이 새어 나오는 가운데 파시틸라들이 꾸물거리며 살결을 드러내고 있는 그녀들에게 눌어붙었다. 냄새라도 확인하듯 여인의 살결을 더듬으며 하얀 표피가 벗겨지며 속에서 천천히 드러나는 피처럼 새빨간, 남자의 물건과도 같은 모양의 생식 기관을 치대고 투명한 점액으로 덧칠한다. 그 불결한 것들이 자신들의 몸에 치대고 있음에도 여인들의 반응은 적었다.

"흥읏, 하악."

그저 신음을 흘리며 육벽 속에서 드러난 발을 꼼지락거리는, 의미조차 알기 힘들어진 움직임만이 전부다. 파시틸라 하나가 그런 여인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균열을 벌리고 제 머리를 꽂고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듯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다 끝내 가장 안쪽으로 스며들어가 안쪽에 백탁을 뱉어낸다.

"하윽, 읏, 앙!"
"웁, 끕."

뿐만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여인의 균열을 발리고 파고들어 씨앗을 뿌리는 것만이 아니라 항문에도 파고들어 몸을 꿈틀거리고 여인의 입까지 탐하는 것들이 보였다. 여인들의 가슴에는 하얀 표피가 자라나지 않은 붉은색 일색의 작은 파시틸라들이 들러붙어 꽉 붙잡고 젖을 빨아마신다.  명이나 되는 여인들을 붙잡은 분홍색의 점막에서 피어오르는 생물의 것과 다름없는 열기. 몸을 섞으며 뱉어내는 끈적한 땀과 액체의 불쾌한 냄새.

"훗! 학."

육벽에 붙잡혀 은밀한 부분만을 드러낸 채 신음을 흘리는 여인들. 상반신만 드러내고 파시틸라에게 젖을 먹이거나 입으로 그것들을 삼키는 여인이 있는가 하면 분홍색 점막에 몸이 파묻혀 엉덩이와 음부만을 드러낸  범해지는 여인도 있다.  광경에 머리가 새하얘져 보고만 있으면 문득 한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분홍빛 점막 속에서 잔뜩 부풀어 오른 배와 함께 드러나 있던 여인의 균열이 벌어지는 듯하더니. 그 사이로 작은 지렁이처럼 보이는 붉은 파시틸라들이 기어 나온다.

촤라락, 여인의 균열에서 빠져나온 그것들이 수면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흐르고 전부 빠져나왔는지  이상 나오지 않았을 때였다. 커다란 파시틸라 하나가 찔급 하고 방금 새끼들이 빠져나온 균열로 곧바로 파고든 건. 찔걱찔걱, 여인의 균열은 그대로 벌어져 파시틸라를 받아들이고 겨우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던 배를 조금씩 부풀리고 있었다. 분명 맹그로브 숲의 안쪽임에도 풀과 잎새의 쌉싸름한 냄새가 아니라 불결하고 끈끈한 냄새가 물의 짠내와 함께 스며들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여긴, 뭐예요?"

놈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이 목적인지 이미 알고 있음에도 저절로 그런 물음이 튀어나왔다.

"뭐긴 파시틸라 놈들이 마을에서 여자들을 납치해서 숙주로 만든 거지."

어셔가 휘청이며 넘어지려 하자 크리칼료프가 그를 붙잡는다.

"정신 똑바로 차려. 여기서 조금이라도 실수했다간  녀석들의 먹이가 된다."

어셔는 그의 도움으로 나무에 기대어 나무뿌리 아래에 가득한 놈들 사이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분홍빛의 육벽에 둘러싸인 구덩이에는 수많은 파시틸라들이 서로 뒤엉켜 꿈틀대며 헤엄치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헤엄치는 웅덩이에 고여있는 물을 다른 곳과 같이 보아도 되는 걸까? 수면이 번들거리며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꿈틀 대는 모습이 물보다는 점성이 강한 액체 같았다. 아무튼 확실한 건 저 아래로 떨어지면 끝이라는 것이었다.

"보아하니 중기까지 진행된  같구만."
"중기라고요?"
"놈들의 둥지도 나름 진행 단계가 있어. 그런데 이런 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우선 내려간다!"
"자, 잠깐만요!!?"

다음 순간 어셔는 경악했다. 왜냐하면 크리칼료프가 뭔가 주섬주섬 챙기는 듯하더니 그대로 뛰어 파시틸라들이 가득한 웅덩이 위로 몸을 던졌으니까. 심지어 제 무릎을 손으로 감싸고 뛰어내리는 모습이 처음부터 작정했던 것 같았다. 이윽고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빠져버린 크리칼료프의 모습에 어셔가 기겁하는 찰나였다. 끼리릭! 히고 어쩐지 비명을 지르는 듯한 무언가의 소리가 들려왔다. 때문에 그가 떨어진 곳을 보자 발견할  있었던 건 크리칼료프의 근처에서 파시틸라들이 놀란  발버둥 치는 모습이었다.

"어우, 나가자마자 씻어야지."

정작 그는 난리 치는 파시틸라 사이를 태연하게 가로질러 한 여인에게 다가가더니 그대로 그 여인을 붙잡고 있던 육벽에 검을 찔러 넣었다. 주변을 약간 도려내고 힘으로 여인을 점막에서 떼어낸 크리칼료프는 다시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어셔가 있는 곳으로 올라왔다.

"이제 튄다!"
"잠깐, 그럼 다른 사람들은...!"
"설명할 시간 없어!"

그는 뭐라  새도 없이 어셔를 들쳐매고 땅을 박찼다. 크리칼료프에게 들쳐져 있으면 휙휙 지나가며 멀어지는 풍경 속에서 맹그로브 숲을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맹그로브 나무들의 뿌리 사이로 파시틸라들이 바글바글 기어 나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뭔가 잘못 건드린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튀는 거 아니냐!"

애초에 왜 건드리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반대쪽에 같이 들쳐진 여인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크리칼료프가 달려서 도착한 곳은 기가노토게투스가 있는 곳이었다.

"이번에도 신세 좀 지자!"

다만 이번에 그들은 기가노토게투스의 등에 올라온 상태였다. 슬쩍 아래를 보면 그들을 쫓아왔던 파시틸라들이 기가노토게투스에게 먹히는 모습이 보인다.

"아저씨, 평소에도 이러고 살아요?"
"가끔 어쩔 수 없을 때 하긴 한다만. 그건 왜?"
"여기 위로 올라오는 게 익숙해 보이셔서요."

기가노토게투스가 그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스스로 머리를 숙여 등을 내주는 것을 보면 더욱 의심스러웠다.

"파시틸라에게 쫓길 때 근처에 있는 기가노토게투스에게 가는 건 상식이여. 그러니까  녀석도 먹이가 오는 줄 알지."

아무래도  혼자서 이러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아까는  그런 거예요?"
"남아있던 아가씨들이 신경 쓰이냐?"
"...네."

그야 그 둥지에 있었던  지금 크리칼료프가 데리고 온 여인만 있던  아니었으니까.  점막에 하나라도   몸의 일부만 드러내고 있던 여자들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그 둥지에서 떼어낼 수 있었던 건 이 아가씨뿐이었어."
"무슨 문제라도 있었던 거예요?"
"그렇지."

그러면서 그는 기가노토게투스의 등에 고여있던 작은 웅덩이에 다리를 담그고 닦기 시작했다.

"아까 놈들의 둥지를 봤었지?"
"그 이상한 살점으로 된 곳 말이에요?"

맹그로브 나무의 표면을 뒤덮고 있던 점막들의 모습은 쉽게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 그거 말이다. 넌 파시틸라들이 그걸 어떻게 만든다고 생각하냐?"
"제가 어떻게 알아요."

놈들을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먹이를 먹는 방식을 보면 알어. 놈들은 먹이를 익사시키고 위산을 이용해 서서히 녹여 먹는다."

그는 대충 닦였다 싶었는지 웅덩이에서 빠져나와 어셔의 옆에 앉았다.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상관이 많지. 그 점막은 그 아가씨들의 몸을 천천히 녹여서 만든 거니까."
"뭐라고요?!"

어셔가 화들짝 놀라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한 여인을 돌아보았다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아 그대로 보이는 여인의 살결에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파시틸라는 숙주를 붙잡으면 그런 식으로 서서히 둥지를 만든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부끄러워할 겨를도 사라져버렸다.

"아까 아가씨들 중 대부분은 얼굴이나 다리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숨을 쉬고 있다고 생각하냐?"

어셔는 차마 상상할 수가 없어 그를 보면 크리칼료프가 착잡하게 말했다.

"이미 녹아서 점막이 되어버린 거다."
"그럴 수가..."

그렇게 녹아서 점막이 되면 그건 또 하나의 생명체처럼 활동할 수 있어서 파시틸라들에게 영양만 공급받으면 그만이라고 한다.

"그다음은 더 문제지. 다른 숙주가 잡혀와서 일정 기간 이상 점막에 붙잡혀 있으면 그대로 융합되면서 생체 활동을 공유하게 된다."

정말로 한 몸이 된다는 말이었다.

"거기 있는 여자들은 이 아가씨를 빼면 이미 대부분의 장기가 녹아서 따로 살 수가 없어."

 광경은 어셔의 생각보다 더 끔찍한 것이었다.

"그게 말기에 이르면 생식 기능만 남아서 파시틸라들을 낳는 하이브가 되는 거지. 그건 그나마 중기라서 구출할 사람이 하나라도 남아 있었던 거다."

기가노토게투스의 등에서 바라보는 파르즈의 광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하나가 된 듯 경계선을 잃은 땅과 하늘, 드문드문 군집을 이룬 맹그로브 숲과 비옥한 땅에 모여든 동물들의 무리가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모습, 기나긴 하얀 절벽 아래에 세워진 도시에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것을 한눈에 담아낼 수 있었으니까. 기가노토게투스의 식사가 끝나기 전까지 그들은  광경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돌아오는 게 생각보다 늦어졌구만."

그들이 제레미아의 움집으로 돌아갈 무렵에는 이미 하늘은 주황색으로 물들어 저물어 가고 있었다.

"그 사람은 어떻게  건데요?"
"어떻게 하긴. 제레미아한테 상태 봐달라고 하고 정신 좀 차리면 어디 사는지 물어보고 데려다줘야지."
"그럼 그 둥지는요?"
"경비대에 신고해야지."

어셔는 굳이 궁금하지 않은 것까지 크리칼료프에게 물어가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파시틸라들의 둥지가 떠오를까 봐. 그런 어셔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크리칼료프는 그의 말을 전부 맞장구쳐주었다. 그리고 겨우 제레미아의 움집에 도착했을 때였다.

-히이이힝!
"그러고 보니 네가 있었네."

이전에 그를 구하고 다쳤던 몸이 이제야 나았는지 평소 가만히 엎드려 있기만 했던 말이 마중이라도 나온 것처럼 서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난 너한테 이름을 지어준 적도 없는데."

심지어 가끔은 있는 것도 까먹었다. 그런데도 반겨주는 하얀 말의 모습에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아 참고 있을 때였다.

"뭐여. 손님이라도 왔나?"

크리칼료프의 말에 고개를 들면 움집 근처에 처음 보는 힐디스비니를 볼 수 있었다. 어셔가 길들이려 했던 검은색의 브랜타 종과는 다른, 도나르의 힐디스비니와 같은 하얀 깃털이 인상적인  종이었다. 그들이 의아해하면서도 움집으로 들어가자 마주친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던 푸른 여인이었다.

"당신들은."

그녀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그들을 바라보다 크리칼료프가 업고 있던 여인을 발견하고 표정을 굳힌다.

"역시 당신은..."
"시방,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오해를 하던가 혀!"

어느새 목소리를 바꾼 크리칼료프가 소리쳤다. 그의 말에 그녀는 뭐라 말하기 힘든 이상한 표정을 짓다가도 아차 하며 고개를 털었다.

"으흠, 실례했습니다."

그녀가 애써 의연한 척하면서도 여인을 살피자 크리칼료프는 고개를 저었다.

"몬스터에게 숙주가  뻔했던 걸 구해온 거다."
"그, 그런 거였나요."

푸른 여인이 부끄러운  얼굴을 붉혔다.

"그런데 성기사가 이곳에는 웬일이지?"
"아, 그건..."

그녀가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그전에 크리칼료프가 무언가 깨달은 기색을 내비친 것이 먼저였다.

"설마, 이교도를 잡으러 온 건가!?"
"네?"

그의 말을 들은 어셔가 더 당황하고 말았다. 그야 이교도 하면 바로 제레미아가 떠올랐으니까.

"이교도면 문제가 되는 거예요?"
"그려, 종교쟁이들이 얼마나 악독한데. 종교가  다르기만 해도 이단 심판관을 데리고 와서 깽판 친다니까?"
"진짜요?"
"자, 잠깐?! 저는 그런 게!"

어쩐지 푸른 여인이 당황하며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하필이면 움집의 문을 제레미아가 열어젖히고 들어오는 것이 먼저였다.

"부탁한 약을 가져왔다. 음? 크리칼료프, 언제 돌아온... 컥?!"
"야, 숨어! 숨으라고! 이단 심판관한테 끌려가고 싶어!?"

제레미아가 움집 사이로 고개를 내밀기 무섭게 크리칼료프가 그의 얼굴을 붙잡다시피하며 밖으로 밀어냈다.

"뭐 하는 짓이냐! 여긴 내 집이란 말이다!"
"아니까 일단 숨으라고 짜샤! 이단 심판관헌티 걸리면 인생  나는 겨!"
"오, 오해예요오!!!"

푸른 여인의 비명 아닌 비명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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