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0화 〉한걸음. (200/220)



〈 200화 〉한걸음.

성배를 기울여 내용물을 마시자마자 가장 먼저 느낀 건 무척이나 달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 시큼한 듯하면서 달달한 맛은.

"포도?"

그가 나우시카의 여관에서 일하다 가끔 간식으로 받았던 포도의 맛이 났다. 원래 성배에 물을 담으면 이런 맛이 나는가 싶어 크리칼료프를 보면.

"포도 주스를 넣어서 그려."
"그래도 되는 거예요?"
"어쨌든 물이 들어가니까 상관없잖냐."

뭔가 다르지 않냐고 묻고 싶었지만 어셔는 한숨을 내쉬고 빈 성배를 내려놓았다.

"그런데 뭔가 달라진 느낌은 안 드네요."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정작 무언가 몸에 변화가 생긴다거나 그러는 일은 없었다.

"너무 그렇게 성급하게 굴지 않아도 된다. 한숨 푹 자고 나면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테니까."
"네? 그게 무슨 소리..."

어셔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점점 멀어져 가는 감각을 느꼈다.

"어이쿠. 머리 조심."

크리칼료프는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어셔를 붙잡아 천천히 눕혔다.

"더 이상 제자를 받지 않기로 한 게 아니었나?"

그런 그들을 지켜보던 제레미아의 말에 크리칼료프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지켜보고 있으면 옛날 생각이 나더라고."
"낙원의 아이와 엮이는  어떤 의미인지 알면서 말이냐?"

그는 제레미아의 말을 듣고 잠들듯 쓰러진 어셔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 오지랖이 너를 죽게 만들 거다."
"그렇겠지."

크리칼료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알면서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너도 잘 알고 있잖냐."

제레미아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꼬마 아가씨를 구해주기로 약속했으니까. 확실하게 들어주어야겠지. 정보를  얻으러 가야 하니까.  녀석은 네가 좀 돌봐달라고."
"...곧 성지의 사절이 왕성을 방문한다더군."

그의 발걸음이 잠시나마 멈추었다.

"그러냐."
"피하고 싶었던  아니었나?"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구만."

그의 등에 새겨진 십자가가 비쳐들어오는 빛에 희미하게 드러났다.

"이렇게 함께 나와 있으니 좋구나."

제이슨은 자신과 함께 밖으로 나온 아이슨의 말을 들으며 포도주가  잔을 기울였다. 그가 처음 포도주를 마시고 그 신맛에 도저히 입을 대지 못하자 아이슨이 가져오라 했던 알싸한 느낌 없이 달콤한 맛만 나는 포도주였다. 아직까지 코를 찌르는 알싸한 향과 신맛이 싫었지만 그럭저럭 참고 먹을만했다.

"옛날에는 너와 이렇게 밖으로 나와 놀곤 했었는데..."
"같이 낚시를 했던 거라면 아직도 기억나요."
"기억하는구나! 그때 잡은 므네그드로이가 참으로 컸었지."

아이슨의 말에 대충 맞장구치며 제이슨은 자신의 앞으로 흘러가는 물줄기를 바라보았다. 언젠가 이곳에 아이슨은 그를 데리고 낚시를 하러 왔었다.  수로에는 사람들이 잡지도 않아서 넘쳐나는 것이 므네그드로이였으니까.

"그때 네가 키우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왔었는데. 1년 전에 죽어버렸더구나."
"그래요?"

제이슨은 자신이 왜 이따위 생선을 키우고 싶어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또 키우고 싶다면 말하려무나. 지금이라도 한 마리 더!"
"필요 없어요."
"그, 그러니? 어쩔 수 없구나."

제이슨의 말에 아이슨은 하인을 시켜 가져왔던 낚싯대를 아쉽다는 듯 접어두었다. 그는 아이슨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크기만  뿐인 쓸모없고 맛도 없는 생선인데. 자신이 이곳으로 돌아오기 1년 전까지도 살아있었다니 어차피 먹지도 못할 생선에게 낭비한 사료와 물이 아깝지도 않았나? 제이슨은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지루했다. 이럴 시간에 지금도 자신의 방에서 보지를 적시고 있을 벨카에게 더 많은 씨앗을 뿌리고 싶은데. 하지만 그는 그런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 아이슨을 따랐다.

어쨌든 이곳의 왕은 그였으니까.

"무언가 따로 하고 싶은 일은 없느냐?"
"딱히 그런 건..."

그러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 애완동물 가게였다. 고양이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산책이나 좀 하죠."

그렇게 아이슨과 그럭저럭 시간을 흘려보낸 제이슨은 저녁쯤이 되어서야 자신의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쫑알 쫑알 더럽게 말 많네."

그는 그에겐  떠오르지도 않는 옛날이야기를 들먹이며 시간을 질질  아이슨이 짜증 났다. 뭐가 그리  말이 많은지 계속 조잘거리는데 그 기름기 가득한 입에 컵을 쑤셔 박아 닥치게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간신히 방으로 돌아온 제이슨은 어떻게 하면 그 입을 닫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며 방으로 들어왔을 때였다. 진한 암컷의 향이 콧속으로 파고든 건.  안에는 발정 난 암컷의 향기가 가득했다. 그 원인을 따로 찾을 필요도 없었다.

"하아하아."

소녀를 향해 다가가자 그의 침대에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벨카가 흐릿한 금빛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녀들이 들어와 방을 정리하고 나간  어질러져 있던 침구는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고 땀과 백탁으로 젖어있던 소녀의 몸도 옷까지 새로 갈아입혀 뽀송뽀송하게 말라붙어 있었다. 하지만 단  곳 아직까지 푹 젖어 다른 곳보다 색이 진하게 물들어있는 곳이 있었다.

"이것 봐라."

그가 그곳에 손을 가져다 대니 샘물처럼 얇은 옷 위로 고여있던 끈적한 꿀물의 감촉이 휘감겨왔다. 슬쩍 손가락으로 그녀의 둔덕을 찌르면 미끈거리는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지만 약에 가득 절여진 소녀는 반응도 없이 숨만 내쉬었다. 옷 위가  정도라면 아래는 어떨까? 그가 그대로 원피스를 위로 젖히자 푹 익어 분홍빛으로 물든 과실과 투명한 과즙의 샘물이 드러났다. 고양이는 그대로 그곳에 얼굴을 들이밀어 그 샘물을 전부 들이켰다.

"흐읏!?"

그러자 겨우 정신을 차린 벨카가 제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박고 있는 그를 보았다.

"얼마나 내 좆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나를 위해 준비한 물이니까. 마셔도 되지?"

소녀는  다리를  끌어안고 제 은밀한 곳에 고개를 파묻고 꿀물을 마셔대는 고양이에게 저항할 수 없었다. 그저 약에 절여진 몸이 강제로 가져오는 쾌감을 떨쳐내려 애써 신음을 참아보려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서 고개를 들었다. 제이슨은 아이슨과 함께 있는 것이 성가셨지만 그래도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짠, 선물을 가져왔어."

그리고 그가 꺼내 보인 것은 빨간 목줄이었다. 목을 감싸는 두꺼운 줄과 그 줄을 붙잡는 기다란 줄은 그것이 도저히 사람에게 쓸법한 물건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었으나 그에겐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거의 평생을 노예로 살아온 그에게 이런 목줄은 익숙했고 소녀 또한 주드에게 이런 목줄을 차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으니까. 때마침 소녀의 목에는 주드가 채워주었던 것도 없으니 딱이라고 생각했다. 벨카는 그의 손길을 피해보려 했지만 역시나 무의미했다. 그녀의 목에는 곧 목줄이 채워졌고.

 목줄에 당겨져 일어나게 된 벨카는 꺾인 다리로나마 일어서고자 했지만.

"꺄으읏!"

그가 그녀의 다리를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소녀가 땅에 손을 짚고 그를 올려다보면 실실 웃고 있는 고양이가 보였다.

"누가  발로 걸으래? 지금부터 산책 나갈 거니까 계속 그렇게 걸어."

제이슨은 그녀를 산책시킬 생각이었다. 그가 문을 열자 밤이 찾아와 어두운 복도가 보였다. 소녀가 나갈 생각을 하지 못하니 다시 그의 발길질이 그녀의 다리를 때렸다.

"우읏!"
"빨리 앞장서!"

결국 벨카는 그의 말대로  발로 기어 복도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여린 살갗이 차가운 공기와 바닥에 쓸려 발갛게 물들어 감에도 고양이의 눈은 자신의 앞에서 기어가는 소녀의 뒤태에 쏠려있었다. 캐트시들이 그녀에게 입혀놓은 원피스는 얇기도 얇지만 무척 짧아서 목줄에 채여 기어가면서 움직이는 두 개의 새하얀 언덕과 끈적한 물을 흘리는 균열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으니까.

"잠깐 멈춰."
"콜록!"

그가 목줄을 잡아당기자 벨카는 목이 조여 괴로워하며 멈춰 서지만.

"으그읏!?"

곧 그녀의 뒤에서 푹 찔러들어오는 좆의 감촉에 신음으로 뒤바뀌는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를 범하지 못해 안달이 난 고양이가 그녀가 제 음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상황 속에서 성욕을 참는 것이 더 이상했다. 질척하게 젖어있던 소녀의 균열은 이런 상황에서도 찔러들어오는 그의 좆을  삼켜버렸다. 그리곤 바로 허리를 거칠게 흔들어대니 그녀의 안에 정을 뿌리는  순식간이었다.

"하아, 좋네."

그것으로 끝이었다면 좋았으련만 고양이는 그의 거친 행동에 버티지 못하고 팔에 힘이 풀려 쓰러진 소녀의 엉덩이를 발로 차버렸다.

"끄읏!"
"빨리 일어나."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그녀가 쓰러져 있으면 목이 졸리도록 당기는 통에 벨카는 다시 땅을 짚고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차가운 바닥을 기어가다 보면.

"우그으윽!"

그녀의 위로 떨어지는 무게에 벨카는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고양이가 그녀의 위에 올라탄 것이다. 이미 그녀의 보지 속에는 그의 자지가 꽉 들어차 있었다. 제이슨에게 깔려 차가운 바닥에 몸을 맞대게 된 소녀가 몸을 떨어도 고양이에겐 그조차 성욕을 자극하는 요소일 뿐이다. 복도에 깔린 딱딱한 대리석이 주는 차가운 느낌과 그와는 반대로 뜨뜻하게 달아올라 말랑거리는 벨카의 몸과 미끈거리며 그의 좆을 삼키는 뜨끈한 보지의 촉감까지.

"어때, 기분 좋지?"

소녀의 얼굴이 어떤지 보려 하지 않으면서도 고양이는 자신의 좆을 감싸며 쪽쪽 빨아대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보지와 그녀가 흘리는 신음만으로 그녀 또한 즐기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고양이는 또다시 벨카의 안에 씨앗을 심고 산책하다 다시 성욕이 차오르면 다시 그녀를 깔아뭉개고 범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런 행위도 살짝 질려갈 즘 그는 계단에 앉아 소녀에게 제 물건을 빨라 시켰다.

"킥킥, 누가 올지도 모르는데 복도 한가운데서 내 좆이나 빨고 말이야."
"쯔읍, 쯉. 흐븝."

고양이는 그의 다리 사이에서 자지를 빨아마시는 벨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비웃었다. 붉은 머리카락의 감촉은 또 어찌나 좋은지 모른다.

"다 마셔."
"으큽! 쭙."

그가 그녀의 입안에 다시 한번 정을 뿌려주면 그것을 남김없이 삼키는 걸 보며 달빛 아래로 드러난 소녀의 몸을 구경했다. 그들의 땀과 끈적하고 미끈한 것들이 묻어 번들거리는 모습이 볼만했다. 고양이는 이제 느긋하게 그 모습을 감상하고 싶었다.

"이제 네가 움직여."

계단이 조금 불편했지만 그의 위로 올라타는 벨카를 그대로  수 있어서 괜찮았다. 언뜻 반짝이며 떨어지는 것을 본 것 같았지만 고양이에겐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달빛이 비치는 투명하고 새하얀 피부와 봉긋한 두 언덕, 매끈한 곡선을 그리는 고운 선과 그의 물건을 삼키는 쾌감은 다른 걸 신경 쓰고 싶지도 않게 했으니까. 차가운 복도에 뜨거운 열락이 흩어져내렸다. 고양이에게 밤은 길고 길었다.

[결국 이곳으로 찾아와버렸구나.]

어셔는 문득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질척거리는 어둠에는 어울리지 않는 맑고 고아하며 엄숙한 듯 무구한 소녀와도 같은 목소리.

"너는 누구야?"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면서 다른 그녀의 목소리에 그는 먼저 묻고 있었다.

[미안해. 우리에 대한 건 알려줄 수 없어.]

슬픔을 머금은 소녀의 목소리가 짙은 어둠을 타고 들려왔다. 어셔가 때문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으니 다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하지만 손님을 계속 그런 곳에 둘 수는 없으니까. 따라오렴.]

무엇을 따라가야 하는지 물을 필요는 없었다. 그 목소리를 알아듣기 무섭게 그의 눈앞에 나비 하나가 나타났으니까. 그 나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푸른빛을 은은하게 흩뿌리며 작은 날개를 팔랑거린다. 따라오라 손짓하듯 제자리를 한 바퀴  나비는  어디론가 나아가기 시작했고 어셔는 더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 나비를 따라 어둠 속을 나아갔다.

[무섭지는 않아?]

그러는 중에도 소녀의 목소리는 걱정스러운 듯 궁금한 듯 계속해서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불안을 지운다는  아는지 모르는지.

"무섭지는 않아. 왠지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이라."

어셔의 말에 잠시 소녀의 목소리가 멎는다.

[...그런 말은 처음 들어.]
"그래?"
[하지만 그리 좋은 일은 아닌걸.]
"어째서?"

그와 동시였다. 나비가 잠시 반짝이는가 싶더니 어둠이 걷히며 붉게 빛나는 꽃들이 가득한 공간에 들어선 것은.

[여기는 너희가 마땅히 두려워해야만 하는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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