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화 〉나아가야 하는 이유.
"또 먹고 싶은 게 있느냐? 뭐든 말해다오."
커다란 만찬장, 무척이나 긴 테이블 위에는 온갖 산해진미들이 가득했다. 여태까지 그가 먹어왔던 딱딱한 빵이나 좀 좋아야 맹물 같거나 나쁘면 구정물이나 다름없던 수프와 비교하는 것이 실례일 만큼 맛있고 진기한 음식들이지만.
"이거면 돼요."
고양이가 자신의 앞으로 옮겨오는 건 그 수많은 음식들 중에서 몇 가지가 다였다. 화덕에 구워 쫀득한 빵과 그 빵을 찍어 먹을 트리와비드 수프, 자주색의 포도 향이 진한 포도주. 이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정말 그거면 되겠느냐? 테브라니는 먹지 않고?"
자신처럼 주홍빛의 털과 머리카락, 귀와 꼬리를 가진 덩치 큰 캐트시는 노릇노릇하게 구운 테브라니를 보여도 그가 고개를 저으니 근심 어린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으으음, 입이 원체 짧으니 큰일이구나."
정작 고양이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이곳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만 해도 그는 이 드넓은 식탁 위의 음식들을 전부 집어먹지 못해 안달이었지만 그것도 며칠뿐이었다. 지금은 굳이 많이 먹기보다 적당히 배를 채우면 그만이었으니까. 몸에 달라붙으면서 거칠 거리는 옷의 감촉이 무척이나 불편해서 이 시간을 그리 오래 끌고 싶지 않다는 것도 있었다. 그의 앞에서 귀찮게 끙끙거리는 캐트시는 바로 그의 아버지였다.
"나중이라도 좋으니 무언가 더 먹고 싶다면 말해보거라."
"네."
차라리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끝없이 말을 거는 그가 불편했다. 원래라면 진작에 그에게 일을 배우고 차근차근 따라가고 있었겠지만 어렸을 적에 납치당한 그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나이가 찼는데도 아직 소년처럼 보일 정도였으니까. 의사에게 그 이유를 들어보면 그가 충분히 밥을 먹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먹이려는 것 같지만 안 넘어가는 것을 어떻게 할까? 그보다 그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계속 귓가에 들려오는 지루한 캐트시의 말을 흘리며 생각했다. 대체 언제쯤이면 소녀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사실 그는 파르즈에 돌아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버지에게 부탁한 적이 있었다.
"벨카라는 여자애도 돼요?"
갖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지 주겠다는 그의 말을 듣고 충동적으로 한 말이었다. 그가 곤란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안 될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충동적인 말이었을 뿐이라 큰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의 곁에는 지금까지 그를 낯선 땅에서 떠돌게 만든 마법사, 주드가 있었으니까. 그를 무시하고 소녀를 데리고 올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식사를 계속 이어갈 무렵이었다. 누군가 만찬장의 문을 두드리고 들어온 것은.
"아이슨 님, 병사들이 명하신 일을 완수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는 만찬장의 문을 지키던 캐트시였다.
"드디어 왔나!"
병사들을 동원할만한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그의 말을 듣고 기뻐하는 아버지, 아이슨을 멀뚱멀뚱 지켜보고 있으니 그와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제이슨, 밥을 먹고 방으로 가보거라. 선물을 준비해 두었단다."
제이슨은 고양이의 이름이었다. 그렇게 불리는 이름이 참 낯설다고 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물이라고 해도 별다른 감상은 없었다. 그가 제이슨이 돌아온 뒤로 이것저것 선물이라며 가져온 것들은 무척이나 많았으니까. 이번에도 또 다른 캐트시들이 좋아할 법한 물건이겠거니 생각하며 식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간다. 그가 걸어가는 길목마다 일하고 있던 하녀들이나 경비를 서던 병사들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 보인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다시 돌아오게 되었음에도 그 모든 것들이 참 무의미해 보였다.
매일 같이 진미를 먹고 하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부족했다.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편안하지만 불편한 하루의 반복.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방 앞에 섰을 때. 문득 익숙한 향이 나지 않았다면. 고양이는 멍하니 코로 그 냄새를 쫓았다. 마치 커다란 수목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꿀리지 않고 풍겨오는 진한 꽃향기처럼. 파르즈의 짜고 텁텁한 모래 냄새의 틈 바구니에서도 선명한 향이었다. 고향의 냄새보다도 그리운 그 향기가 지금 그의 방에서 풍겨오고 있었다.
그가 그 향기에 홀린 듯이 손을 뻗어 문을 열자 이제야 조금 익숙해진 그의 방이 드러나고 발견했다.
"아."
그의 커다란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붉은 소녀를. 고양이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본 소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꽃처럼 붉은 머리카락은 침대 위를 흘러내리고 있었고 방금 씻기라도 했는지 그의 비누에서 나던 것과 같은 향과 섞인 분 냄새가 그를 유혹하는 것 같아 손을 뻗으려다 깨달았다. 대체 어떻게 벨카가 자신의 방에 있는가? 그녀는 분명 주드의 암컷으로 살고 있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벨카가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지금까지 그녀가 입어왔던 옷과는 달랐다.
검은 원피스는 옷이 맞기는 한 건지 소녀의 속살이 전부 비쳐 보이고 있었고 그 아래로 그녀의 소담한 두 언덕과 열매, 화려한 무늬가 가득한 검은 속옷의 모습까지 전부 보였다. 원피스가 가리지 못하는 가녀린 어깨와 팔을 따라가보니 그녀가 침대에 묶여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제이슨은 벨카가 아이슨이 준비한 선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지 갖고 싶다는 말만으로 그는 그녀를 선물로 준비한 것이다. 대체 어떻게 마법사에게서 벨카를 데리고 왔는지 의문이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이렇게 먹기 좋게 준비된 암컷을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는 곧바로 침대에 올라 가장 먼저 원피스를 들어보았다. 무게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얇은 원피스 아래로 빛이 비쳐들어 소녀의 맨살을 훑는다. 하얀 살갗이 너무나 먹음직스러워 그가 원피스 아래로 머리를 들이 밀자 달큼한 향이 콧속 가득 스며들어온다. 그 향을 음미하며 원피스 아래에서 무방비한 소녀의 맨살을 훑다 눈에 들어온 건 아직까지 은밀한 계곡을 가리고 있는 속옷이었다. 그동안 잊고 있던 수컷의 본능이 먼저 그것을 붙잡았다.
그대로 끌어내리자 털 한줄기 보이지 않는 보송보송한 둔덕이 드러났다. 앙 다물린 도톰한 살점들은 잘 익은 과일과도 같았다. 코를 그곳에 가져다 대니 달큼한 암컷의 향기가 흘러나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 입 가득 베어 물 것처럼 소녀의 균열을 삼켰다.
"쯥, 쯔읍!"
그대로 균열을 빨아 마시며 혀를 균열 사이로 집어넣으니 혀를 조이는 부드러운 속살의 감촉과 달콤한 맛이 느껴졌다. 혀로 그녀의 속살을 핥아 탐닉할수록 뜨뜻한 꿀물이 잔뜩 흘러나와 고양이의 갈증을 채웠다. 소녀의 균열에서 입을 뗐을 때는 고양이의 침으로 범벅된 도톰한 둔덕이 발갛게 달아올라 끈끈하고 투명한 꿀물을 잔뜩 흘리고 있었다.
"흐우. 아으."
고양이는 그 예민한 반응에 누군가 또 그녀에게 미약을 주입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 제이슨을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한 소녀의 몸은 자신을 자극하는 것이 누군지도 모른 채 달아올라 신음을 흘리며 새하얀 다리가 묶여 벌어져 자신의 균열을 훤히 드러낸 상태로 자신의 안으로 들어올 수컷의 물건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의 물건은 이미 한참 전부터 커다랗게 부풀어 있었기에 곧바로 바지와 속옷을 벗어던지고 그 끄트머리를 균열에 갖다 대었다.
"흐그읏?!"
여유롭게 밀어 넣을 생각도 못 하고 강하게 밀어 넣자 푹! 찔끅! 거리며 그의 좆이 그녀의 안으로 파고들고 그 충격으로 간신히 깨어난 소녀의 금빛과 눈을 마주쳤다.
"으극, 너...는."
벨카는 잠에서 덜 깼는지 아니면 캐트시들이 혹시라도 그녀가 그에게 저항해 상처를 줄까 잔뜩 주입한 약들 때문인지 흐릿한 눈으로 자신의 몸 위에서 거칠게 허리를 흔드는 고양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으읏?"
자신이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어째서 몸이 움직이지 못하는지. 자신의 아래로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것의 존재도 눈치채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보는 소녀의 모습에 그는 미소 지으며 그녀의 가슴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쯔읍!"
"읏!? 아...?"
그러자 입안 가득 고이는 모유의 달콤한 맛을 고양이가 즐기고 있자 겨우 이상을 눈치채고 그를 밀어내려던 소녀는 이미 자신의 손발이 묶인 상태임을 뒤늦게 깨달았고.
"으으읏!?!"
고양이가 허리를 꾹 눌러 그녀의 안쪽으로 강하게 파고든 좆이 꿀렁이며 뱉어내는 뜨거운 정액이 가득 흘러나와 뱃속에 퍼져나가는 느낌에 벨카가 눈을 크게 뜨고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그는 그 순간에 잠시 그녀의 가슴을 빠는 것을 그만두고 몸을 들었다. 덕분에 소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침대에 묶여 벌어진 자신의 다리와 그 사이에 자리 잡아 그녀와 맞닿아 있던 제이슨의 몸이었다. 그녀의 몸속에 퍼져나가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듯 한 번 더 허리를 움직이는 그의 행동에 소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방 한구석에서 타오르는 불꽃에 녹아내린 촛농이 방울방울 맺혀 아래로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