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화 〉나아가야 하는 이유.
"흐아아암."
마틴은 오늘따라 더 피곤하게 느껴지는 몸을 강제로 일으켰다. 일을 하는 건 언제나 힘들어서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더 귀찮게 느껴졌지만 어쨌든 돈을 받을 수 있는 일이었고 그에겐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있었으니까. 몸을 일으켜 보면 그의 옆에 엎드려 누워 잠든 하얀 머리카락과 귀, 그와 대비되는 구릿빛 피부가 인상적인 자신의 아내, 시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제가 한창 발정기였던 탓에 격한 교미를 해댄 탓인지 평소라면 진작에 일어나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을 텐데도 그녀는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시타, 좀 일어나 봐. 밥 좀 해줘."
"흐냐아아. 그냥 자기가 해먹으면 안 되는 거냥?"
그녀는 귀찮다는 듯 말하면서도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러자 이불이 흘러내리며 드러나는 관능적인 곡선,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햇빛에 구릿빛 피부가 언뜻 은은하게 빛나는 모습은 그녀의 남편인 그 혼자만이 매일 아침마다 감상할 수 있는 절경이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매끈한 몸과 구릿빛 피부, 적당한 크기의 가슴까지. 캐트시들의 이상형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그녀를 자신의 암컷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경쟁자를 쳐내야 했던가?
그와 비슷한 나이대에서 머리가 좀 커지고 성에 대해 어렴풋이 알아갈 무렵부터 시타를 대상으로 상상하며 자기 위로를 했을 이들이 적지 않았을 정도였다. 때문에 그녀는 어릴 적부터 많은 이들에게 고백을 받아왔다. 또래의 아이들은 물론이요 동네 형이나 동생, 좀 심하면 나이 차이가 나는 아저씨에게도 고백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꽤 별난 캐트시였다. 한 번쯤은 받아줄 법한데도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고백을 걷어차버리곤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곤 했으니까.
심지어 그녀는 결혼을 하기 아슬아슬한 나이까지 어디서 데려왔는지 모를 야생 힐디스비니를 길들여 타고서 사냥을 즐기고 홀로 있는 것을 즐기는 고고한 성정이었으니까. 그 모습을 지켜보다 못한 그녀의 어머니가 사정한 끝에서야 그녀는 자신의 남편을 구하기로 했는데. 그 조건이라는 것도 참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 조건이란.
"누구라도 좋으니 나와 결혼하고 싶다면 자기가 누구보다 강하다는 걸 보여봐라냐!"
그 말대로 그녀는 아예 자신을 상품으로 건 투기 시합을 열어버렸다. 남자들의 참가 조건은 딱히 정해져있지도 않았다. 종족도 불문 그냥 싸움을 좀 한다 싶고 성인이라면 무조건 참가해 마지막으로는 그녀와 직접 싸워서 이기면 된다는 야성적인 면이 넘치는 캐트시들도 경악할만한 조건이었다. 그래서 누가 과연 참여할까 싶기도 했지만 그를 포함해서 참가자는 차고 넘쳤다. 종족마저 가리지 않으니 캐트시건 하피건 인간이건 그녀의 외모와 성격에 혹한 이들이 많이 몰려들었으니까.
그 사이에서 그는 우승하기 위해 노력 끝에 끝내 결승전까지 올라갔다. 다만 결승전에서 마주친 상대는 그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지만 어이없고 황당한 이유였어도 그는 결승전에서 이긴 것으로 시타와 겨룰 수 있게 되었다.
"흐응, 쪽팔리지도 않냥?"
"큭! 어쩔 수 없잖아! 나는 그래도 너와 결혼하고 싶다고!"
시타는 그런 그를 좋게 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가 그녀와 싸워 이기면 그녀는 자신의 암컷이 되었다. 그렇기에 그는 비겁하다는 말을 들어도 그녀를 이겨야 했다. 그녀와의 싸움은 투기 시합의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그녀를 차지하려던 자신과 같은 경쟁자들과의 싸움보다도 훨씬. 시타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활용해 그를 압박해왔다. 본인의 안위조차 안중에도 없이 그에게 달려들어 이기고자 하는 그녀의 광적인 모습이 오히려 그의 욕구를 들끓게 만들었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치열한 접전 끝에 그는 시타를 간신히 이길 수 있었다. 이후로는 밤에는 침대 위에서 그녀를 누르고 그녀가 만든 식사를 먹으며 아침에는 일을 하러 나가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왔던 것이다. 동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일하는 것은 그의 낙이기도 했다. 그녀가 기지개를 피자 움푹 들어가는 등골과 강조되는 가슴에 아침부터 그의 물건이 부풀어 오르지만 그녀는 적어도 낮에는 그를 상대해 주지 않기에 아쉬움만을 삼켜야 했다.
"자, 먹으라냥."
"뭐야. 오늘 아침은 너무 대충 한 거 아니야?"
시타가 아침으로 가져온 것은 드바야카를 큼지막하게 잘라 구운 생선 스테이크였다. 물론 그가 캐트시인만큼 드바야카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너무 대충이라는 생각이 들어 항의하자 이어지는 그녀의 행동에 입을 다물었다.
"오늘은 좀 불편해서 어쩔 수 없다냥."
그녀가 자신의 아랫배를 손으로 쓸어내렸으니까. 발정기이기 때문일까? 평소라면 상상하기도 힘든 그녀의 교태에 그가 꼴깍 침을 삼키자 시타는 샐쭉 웃으며.
"지금은 안 된다냥. 나중에 갔다 와서 보자냥."
그는 그녀의 말에 허겁지겁 식사를 끝내고 일하러 가기로 했다. 그런다고 일찍 돌아올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다녀오라냥."
"그래, 빨리 돌아올게."
그는 오늘 밤을 기대하며 집을 나섰다.
"후냐아앙. 남편 앞에서 너무 싸버리는 거 아니냥?"
"그러는 너도 계속 조이면서 흥분했잖아?"
정작 자신의 아내가 바로 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박히며 정액을 받아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냐아앙. 하지만 좋은 걸 어떡하라냥?"
시타는 스스로 몸을 돌려 좆이 제 속살을 훑으며 돌아가는 감촉을 즐기며 자신의 안쪽에서 울컥울컥 뜨거운 정을 쏟아내는 물건의 주인을 바라보며 그의 목에 자신의 팔을 감았다. 새까만 머리카락과 피처럼 붉은 눈동자를 가진 날카로운 인상의 미남자, 주드였다.
"남편을 앞에 두고도 다른 남자의 씨앗을 받으며 가버리는 꼴이 볼만하긴 했지."
사실 그는 마틴이 스스로 일어났다고 여기고 시타가 잠들어 있었다고 착각할 때부터 계속 그의 곁에 있었다. 시타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엎드려 있었던 건 엎드린 채 주드의 좆을 받아들이며 내뱉는 쾌락 어린 신음을 들키지 않기 위한 것이었고 식사가 단순했던 것도 주드가 계속 그녀를 들이박으며 보지를 사용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요리를 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신음을 참느라 어느 부분은 타고 어느 부분은 설익어 제대로 된 요리가 아니었음에도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마틴의 모습도 우스웠다.
"특히 남편과 마주 보면서 내 정액을 보지에 품을 때 제일 흥분했잖아?"
"흐냐응."
전날에도 그녀와 했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그녀에게 자신의 씨를 뿌릴 생각을 하며 기대하는 그의 표정을 보며 시타의 자궁에 자신의 씨를 뿌리는 쾌감은 상당했다. 사실 어제의 그는 시타의 몸에 손을 대지도 못했는데.
"냐학! 냐앗!"
어젯밤, 마틴은 낯선 남자의 위에서 그에게 보란 듯이 스스로 보지를 벌리고 허리를 움직여 커다란 좆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눈물만 흘리며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다. 주드가 건 마법 탓에 눈조차 깜빡일 수 없던 그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그것뿐이었으니까. 그가 아는 시타는 성행위에 저렇게 적극적인 여자도 아니었다. 그저 가만히 다리를 벌리고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의 위에서 허리를 흔드는 것이 그와의 관계의 전부였으므로.
거기에 더해 주드가 그녀의 임신을 위해 허리를 뒤집어 잡고 좆으로 찍어 누를 때마다 쾌락을 버티지 못하고 마음껏 가버리는 암컷의 얼굴 또한 그에겐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었다.
"크, 또 조이는군."
마법을 통해 들을 수 있었던 마틴의 사정을 떠올린 주드는 차오르는 쾌락에 한 손으로는 시타의 허리를 잡아껴안고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꼬리를 잡아당기며 자신의 좆을 그녀의 안쪽 끝까지 밀어 넣었다.
"냐학?! 꼬리잇! 꼬리느흔 안 된다냐하앙!"
그러자 그녀는 허리를 휘며 쾌락의 끝에 닿았다. 그와 그녀의 배꼽이 만나 약간의 골이 걸려 맞춰지는 느낌은 덤이었다. 마틴의 이야기에서 그녀는 정말 목석같은 여인이었는데. 지금의 그녀는 어떤가?
"후히잇. 이런 거 처음이다냥. 너무 좋아서 배가 녹는 것 같다냥."
"흠, 이렇게 음란한 주제에 남편에게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던 거야?"
"흐뉴. 남편은 이렇게 기분 좋게 하지 않는다냥."
안타깝게도 그녀의 남편은 밤 기술이 최악이었던 모양이다.
"냐아아."
그가 그녀의 자궁에 씨앗을 잔뜩 뿌린 자지를 빼내자 아쉬워하며 그를 올려다보지만.
"빨아."
"냐힛."
그녀가 즐겁게 무릎을 굽히며 그의 좆에 코를 파묻는 모습을 보니 또 못된 호기심이 들었다.
"이런 것도 남편에게 해준 적 없어?"
"그렇게 더러운 걸 어떻게 빠냥. 하지만 쯉."
그녀는 그의 끄트머리를 아프지 않게 물며 눈웃음을 지었다.
"츕, 이렇게 맛있는 걸 알았다면 한 번쯤 미리 해볼 걸 그랬다냥."
"그건 안 되지."
"니히익!"
자신의 것을 빨려던 그녀를 들어 올려 그대로 그의 좆을 아직 흔적이 남아 물을 줄줄 흘리는 암컷의 구멍에 단숨에 꽂아 넣었다.
"너는 이제 내 암컷이잖아. 그럼 내 것만을 사랑하고 받아들여야지 안 그래?"
마음 같아선 그 마틴이란 녀석을 죽여버리고 이 암컷을 독차지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캐트시는 그들끼리의 연대가 상당했고 누군가 이상을 눈치챌게 뻔하기에 그는 적어도 성실하게 일해줄 필요가 있었다. 물론 시타의 몸에 손끝 하나 대지 못하고 밤마다 그와 그녀가 관계를 맺는 것을 지켜만 봐야겠지만 말이다.
"흐냐흐, 알겠다냐학. 그러니 제발 내려 달라냥! 미쳐버릴 것 같다냐하아아앙?!"
그녀가 바라는 대로 손을 놓자 깊숙이 주입되는 쾌락에 전율하는 시타처럼 벨카와 헬레나 또한 이렇게 만들어버리겠다고 다짐하며.
"벨카, 내가 얼마나 잠들어 있었다고 했지?"
"두 달이 조금 넘었을 거야."
어셔는 창문을 통해 낯선 거리를 바라보았다. 그가 이곳에서 처음 깨어났던 곳과는 다른, 벨카가 머물고 있다는 여관, 온통 새하얀 세상. 벌써 그가 깨어난지 일주일이 되어가는 지금 매일같이 본 광경이었지만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가 멍하니 밖을 바라만 보고 있으니 벨카가 그에게 물었다.
"나가고 싶어?"
"어."
아직 몸이 회복하려면 멀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럼에도 어셔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면 벨카가 그의 곁으로 다가와 그를 붙들어 주었다. 그 뒤를 그들의 하녀를 자처하는 헬레나가 따라 걸어오는 것을 느끼며 어셔는 여관의 1층으로 내려왔다.
"앗, 아기 토...!"
그러자 여관의 테이블에 엎드려 앉아 심심한 듯 발을 휘휘 젖던 나우시카가 날개를 파닥 펴며 그들을 보았지만 곧 소녀가 부축한 어셔와 눈을 마주치고 어색하게 눈을 피한다. 그녀의 동글동글한 눈망울이 축 처지는 모습이 그를 더 못나게 만든다는 걸 본인은 알고 있을까? 어셔는 또다시 낯선 것과 마주치고 그녀를 외면해버렸다. 이곳에는 그를 시도 때도 없이 장난스럽게 놀리던 메디아도 한쪽 팔도 없고 몸도 왜소하지만 그 기세만큼은 뒤처지지 않던 류드밀라도 없었다.
결국 인사를 끝내지도 못한 채 그들은 애매한 시선만을 주고받다 여관을 나섰다. 나우시카는 여관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풍겨오는 뜨거우면서도 습하고 습하면서도 짠 풀 냄새. 하얀 모래가 반사하는 뜨거운 태양빛에 눈이 멀 것만 같았지만 곧 익숙해진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건물의 벽돌 하나조차도 하얀 순백의 도시에는 포도가 알알이 매달린 덩굴줄기가 피워내는 초록빛이 가득하다. 조금만 외곽으로 시선을 던지면 이상한 나무들이 엮여 우거진 이상한 숲이 있다.
그가 아는 어느 곳과도 전혀 달랐다. 바람이 불 때마다 목뒤에 닿는 약간 까슬까슬한 그의 머리카락의 감촉이 더 낯선 감각을 부추겼다. 가만히 그 광경을 바라보던 그가 아무런 예고 없이 걷기 시작했지만 벨카와 헬레나는 아무런 불평 없이 그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저 낯선 풍경 속에서 걷고 또 걷기를 반복하는 스스로도 의미가 있나 싶은 행동을 반복하며 거리를 나아간다. 직접 걸으면서도 자신을 받쳐주기는 하는지 의문이 드는 하얀 모래들이 산산이 흩어진다.
저 멀리 바라보아도 몬스터들을 막기 위한 거대한 회색의 벽은 보이지 않고 웬 거대한 몸을 가진 처음 보는 생물들이 무리 지어 기다란 머리를 땅에 대고 무언가를 찾는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마저 변해버린 낯선 세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가장 괴롭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이 낯설고도 낯선 세상에서 단 하나 익숙한 소녀였다. 그렇기에 며칠간 고민 끝에 결심하고 몇 번이나 곱씹었던 말을 입에 담았다.
"벨카, 우리 이제 그만하자."
매말라서 새어나오듯 그만 흘려버리고만 목소리에 곱디고운 꽃을 한 아름 따다 만들어 놓은 듯한 소녀는 무어라 답했나.
"...응."
눈물을 가득 머금고 그저 웃어 보이며 그와의 이별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