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화 〉멈춰버린 발걸음.
주드는 골목길에서 그들과 헤어진 뒤 정처 없이 거리를 돌아다녔다.
"한심하기 짝이 없군."
그는 몇 번째일지 모를 자조를 읊조렸다. 비틀비틀 걸어가는 그의 모습에 시선이 모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그의 고향이었지만 낯설고도 낯설었고 그가 발을 붙일만한 곳도 보이질 않았다. 이전에 머물렀던 여관이 있었지만 그 여관은 헬레나와 벨카가 나가면서 그도 함께 나갔다고 생각하는 중이었기에 그들의 기억을 지우고 자신의 물건만을 챙겨 나온 상태였다. 자신이 벨카에게 그리고 헬레나에게 사주었던 옷이나 물건들은 원래부터 이 여관에 있었던 것처럼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남아있는 모습에 헛웃음만 나왔다.
간신히 소녀를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한 것뿐이었다니 스스로가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떠돌던 중 그녀를 발견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냥♪ 냥~♪"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깔끔한 여관의 마당에 캐트시 여성이 복슬복슬한 흰색 꼬리를 흔들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이불들을 널고 있었다. 그녀는 주드도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퍼레이드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서서 사람들에게 꽃을 나누어주던 모습을 보기도 했으니까. 그는 생각보다 먼저 여관의 대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러자 소리를 듣고 귀를 쫑긋거리며 뒤를 돌아보는 그녀.
"냥? 손님이냥?"
그녀는 즐거운 기색으로 빨래를 널다 말고 대문으로 다가왔다. 연한 갈색빛의 피부와 푸른 눈동자가 그녀의 모습을 더욱 생기가 넘치게 만들었다. 축제에서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마차로 다가올수록 미묘해지는 표정과 함께 꼬리의 움직임이 줄더니.
"미안하지만 지금은..."
거절의 말을 내뱉으려 했지만 이내 움직임이 멈추었다.
"뭐라고 했지?"
"어서 와라냥! 마침 손님도 없었다냥!"
주드가 못 들었다는 듯이 다시 묻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환영하는 그녀. 그의 손은 이미 빛을 그리고 있었다. 그녀가 문을 열어젖히고 그는 안으로 발을 들였다.
"정말 이 세상은 나를 비참하게 만들어."
여관의 팻말을 문을 닫았다는 표시로 돌려두고서.
"평소에도 이렇게 생선이 빨리 팔리는 겁니까?"
헬레나는 조금 과장해서 크리칼료프가 드바야카를 팔기 위해 자리를 잡자마자 순식간에 팔려나가 돈주머니와 빈 통발만 남은 상황에 놀라서 물었다.
"드바야카가 보양식으로 인기가 있는 건 사실인데 평소에 이렇게 팔리진 않지."
드바야카가 몇 마리 없었다고는 해도 마리당 기본적으로 은화 5전이나 하는 비싼 값을 생각하면 정말 빨리 팔린 것이다.
"운이 좋으면 점심쯤에 집에 가는 거고 운이 없으면 해지기 직전까지 죽치고 있어야 하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이렇게."
"몰라서 묻는 거라면 본인의 외모에 대해 좀 생각하는 게 어떻수?"
크리칼료프는 자신의 옆에서 갈 준비를 돕는 헬레나를 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곁에 벨카를 두고 다녀서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그녀는 어디에 있던 눈에 확 띄는 미인이었다. 분홍색과 자주색 사이에 있는 머리카락과 언뜻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밝은 갈색 눈동자. 행동 하나하나에 절도와 기품이 느껴지는 그녀의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지 않을 래야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만 그 이상으로 큰 이유가 있다면 그녀의 가슴 때문이겠지만 그는 그 사실을 굳이 입 밖에 내놓지는 않았다.
"대부분 나랑 무슨 관계냐고 묻거나 아가씨한테 먼저 말을 거는 경우가 많더만 뭘."
그런 그녀가 장사를 하는 그의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으니 자연스레 드바야카가 팔려나간 것뿐이었다. 특히 다가오면 앉아 있는 그녀를 자연스럽게 내려다보게 되니까. 드바야카가 정력에 좋다는 소문을 생각해 보면 어떤 의미에선 대단한 홍보 효과였다.
"덕분에 집에 빨리 가는구먼."
"어쩐지 기분이 나쁩니다만."
크리칼료프는 헬레나의 말을 못 들은 척 외면했다. 그렇게 그들은 점심이 채 되기 전에 다시 파르즈의 외곽으로 나올 수 있었다.
"유배지라고 하기엔 꽤나 활기찬 곳이군요."
그와 함께 돌아가며 헬레나는 시끌벅적한 마을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 캐트시들에게 어떤 이유로든 쫓겨난 이들일 텐데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냥 어디에나 있는 마을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이곳도 나름 다른 나라와 교류가 활발하니까. 그래도 평소보다 떠들썩하긴 하지. 곧 상단이 만들어진다니까."
상단은 보통 두 가지 의미로 쓰였다. 상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돌아다니는 무리를 말하던가 혹은.
"파르즈를 떠나려는 겁니까?"
"그렇지."
이곳저곳에 힐디스비니나 스바딜페리들이 보이는 것을 보면 확실해 보였다. 이곳도 분명 살기 좋은 곳으로 보이는데 어째서인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곳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테니. 그들은 어느덧 그 마을을 벗어나 제레미아의 움막이 있는 한적한 길목에 섰다. 조금만 더 가면 어셔와 벨카가 있는 곳이었지만 크리칼료프는 그곳에서 멈춰 섰다.
"또 볼 일이 있습니까?"
"그런 건 아니고. 묻고 싶은 게 있다며? 다른 곳에서 말하기 곤란한 거 아니여?"
그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과연 그녀가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는 마법사였으니까. 심지어 벨카가 주드의 경우처럼 마법을 없앤다고 해서 가능성을 점쳐 볼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녀들이 무슨 수를 써도 저항이 불가능한 자였으니까.
"음, 혹시 묻기 곤란한 거냐? 내 쓰리 사이즈를 물으면 나도 곤란하다만."
"그런 건 물을 생각도 없습니다! 애초에 당신은 남자가 아닙니까?!"
"그럼 왜 그렇게 뜸을 들이는 겨?"
헬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그가 마법사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가 원래 묻고자 했던 의문들은 대부분 해결된 상태였다. 그가 주드가 마법사라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는지부터 벨카가 마녀라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배려하던 모습들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의문은 남아있었다.
"저희를 구해주신 이유가 뭡니까?"
헬레나는 크리칼료프가 두려웠다. 혹시라도 그 이유를 물었다간 그가 돌변해서 그녀들을 괴롭힐까 봐.
"아니, 그럼 가는 길에 사람이 험한 꼴을 당하고 있으면 도와줘야지. 내버려 둬?"
그가 황당하다는 듯 말하자 그녀는 겨우 두려움을 누를 수 있었다.
"설령 도와준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저희를 보호하고 배려해 줄 필요는 없지 않았습니까?"
그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크리칼료프는 그녀들에게 너무 친절했다. 그동안 그저 수상하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가 마법사라는 걸 알게 된 순간 그의 호의가 공포스러워졌다. 그가 혹시 주드처럼 그녀들을 노리고 그에게서 빼앗기 위해 접근한 것이 아닐까? 그녀들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려는 함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서. 크리칼료프는 공포에 질린 아이처럼 덜덜 몸을 떠는 그녀를 보고 머리를 긁적였다.
"아가씨가 마법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뿐이지 결국 사람이라고."
"...사람이 꼭 호의적이진 않습니다."
"꼭 악의적인 것도 아니잖아."
헬레나는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걸. 하지만 결국 그에게 기대어야만 소녀를 지킬 수 있는 자신이 너무 초라해서 또 다른 마법사에게 구원받았다는 사실이 너무 비참해서 그녀는 견딜 수 없었던 것뿐이었다.
"또 마법이군요."
또 마법이었다. 그렇게나 간절히 원했던 힘이었는데. 그 마법이 그녀를 멋대로 나락으로 밀어 떨어트리고 멋대로 끌어올렸다. 그 사실이 그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저는 어째서 선택받지 못한 겁니까? 대체 왜."
대체 뭐가 다르기에 마법은 그녀를 선택하지 않았는가? 주드와 크리칼료프.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선택받았는데. 그녀와 다른 점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선택받은 게 아니야. 멋대로 결정된 거다."
헬레나가 비참한 마음에 무너지려는 순간 크리칼료프의 말이 들려왔다. 그 말이 그녀의 속을 뒤집었다.
"당신은 모릅니다! 마법이 얼마나 사람을 괴롭고 비참하게 만드는지! 선택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지가 없는 인형처럼 다루어지는 그 기분이 어떤지 아느냔 말입니다!"
"그래, 모르지."
그는 그녀의 격한 말에도 담담하게 답했다.
"그래도 이거 하나는 알겠네. 그 개자식보다는 아가씨가 훨씬 좋은 사람이라는 거 말이야. 아가씨는 그 꼬마 아가씨를 지키고 싶었던 거뿐이잖아."
헬레나는 결국 부끄러운 마음에 눈을 감고 말았다.
"그렇다 해도 마법 앞에선 아무 의미도 없단 말입니다."
"그럼 아가씨는 이 꼴이 되어서라도 마법사가 되고 싶나?"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땐 경악하고 말았다. 어느새 크리칼료프가 몸을 붕대처럼 감고 있던 낡은 천의 일부를 풀어 보였고 그곳에서 도저히 믿지 못할 광경을 보았으니까. 커다란 먹구름에 햇빛이 가려졌지만 그럼에도 그가 열어젖힌 낡은 천의 한편은 소름 끼치도록 그녀의 눈에 새겨졌다. 헬레나는 여태껏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본 적이 있을 리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저런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어디선가 싸늘한 바람이 불어들었다.
"...당신은 인간이 맞습니까?"
"그건 내가 묻고 싶구만. 아가씨가 보기엔 내가 인간이 맞나?"
그렇게 묻는 그의 얼굴은 여전히 낡은 천 아래 짙은 어둠 속에 삼켜져 있었다.
"쭙, 쪼옵!"
"어때? 시타. 내 좆맛은 괜찮나?"
주드는 자신의 다리 사이에 앉아 그의 자지를 빨며 새하얀 고양이 귀를 쫑긋거리는 여인의 모습을 지켜보며 물었다.
"쭈읍 푸! 맛있긴 하지만 다른 암컷들이 잔뜩 빨아 놓아서 먹을 게 없다냥."
"흐음, 역시 캐트시라 냄새에 민감하긴 한가. 그럼 이걸 네 냄새로 덧칠하는 건?"
이미 빨아마신 뒤에도 아쉽다는 듯 그의 자지를 핥아대는 그녀에게 물으니 미소 지으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손으로 자신의 균열을 열어젖힌다. 그녀의 보지는 그가 무엇을 하기도 전에 끈적끈적하게 젖어 물을 잔뜩 흘리고 있었다. 그녀가 앉아 있던 바닥도 물을 쏟은 것처럼 흥건했다.
"후히이. 그 말만 기다리고 있었다냥!"
마법으로 걸 수 있는 세뇌는 행동을 유도하는 정도라 보통이라면 저렇게까지 발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더라도 저렇게 물이 넘치지는 않았겠지. 다만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역시 몬스터가 사용하는 미약 덕분이었다. 그가 란투아에서 가져왔던 것들은 전부 벨카와 헬레나에게 사용한 뒤였지만 아예 구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는 문을 열어놓은 화장실 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원래 변기에서 튀어나올 리 없는 무언가가 튀어나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전에 몬스터에게 보지를 쑤셔진 감상은?"
그건 파시틸라였다. 본래 캐트시들이 수로로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지 않겠지만 그가 그 몬스터를 몰래 들여온 것이다. 원래는 다시 벨카와 헬레나의 조교를 위해 쓰려던 것이었지만. 주드는 또 다른 마법사를 떠올리고 이를 갈았다.
"좋았을 리가 있냥! 기분 나쁘다냥!"
그는 진심으로 혐오스러운 듯 치를 떠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손짓했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 내 앞에서 파시틸라의 생식기를 보지에 꽂고 성대하게 가버린 게 누구였지?"
주드가 그녀의 보지에 손가락을 쑤시며 말하자 부르르 몸을 떨면서도 그의 눈치를 본다.
"흐으, 그건."
"사실대로 말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상을 주는 일은 없어."
"후그! 기, 기분 좋았다냥!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안쪽을 쿡쿡 쑤시는 느낌이...!"
"그래, 그렇지."
"그, 그럼 이제 진짜로."
그녀가 기대 어린 눈으로 그의 것을 보는 모습에 그는 싱긋 웃으며 그녀를 화장실로 떠밀었다.
"후냐아아악?!"
-찔끅찔끅!
주드가 파시틸라가 붙잡기 쉽게 시타를 변기에 친절히 앉혀주자 그대로 그녀의 양 다리를 휘감아 들고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생식기로 무자비하게 보지 속을 집 삼아 그대로 들어간다. 파시틸라가 거칠게 드나들 때마다 화장실을 울리는 질척한 소리와 그녀의 신음이 어우러진다.
"어, 어째서허엇! 냐흣! 향!"
"나한테 거짓말을 했잖아? 그대로 몬스터의 씨를 임신하고 싶나 보지?"
"후그흐응?! 시, 싫다냥! 잘못했다냥!"
그녀가 신음 섞인 비명을 지르는 것을 지켜보며 주드는 벨카와 헬레나를 생각했다. 그녀들을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다시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절대 놓아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