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화 〉해야만 하는 것.
헬레나는 그를 따라 샐러드로 나온 샐러드와 함께 맹그로브 마류스크를 들어보았다. 포크 위에 희끄무레하고 탄력 없는 몸을 축 늘어지는 모습이 썩 식욕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떨어트린다면 모를까. 그래도 주드가 아무렇지 않게 먹고 있는 모습에 눈을 딱 감고 입에 넣었다. 그러자 약간의 짠맛과 함께 닿는 물컹한 식감은 별로였지만 샐러드로 나온 야채들이 그런 식감을 줄이고 고소한 맛의 드레싱이 부담감을 줄여서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헬레나에겐 익숙하기도 한 맛이었다.
"우스트리차?"
우스트리차는 도나르가 발령받았던 영지의 특산품 중에 하나였다. 돌 같은 생김새지만 조개의 일종인데.
"비슷한 녀석이긴 하지."
단지 맹그로브 마류스크는 조개면서 스스로를 보호할 껍질을 형성하지도 않고 긴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게 특징이었다.
"그러면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없지 않습니까?"
"대신 이 녀석들은 맹그로브 나무를 파고 들어서 그 속에서 몸을 보호하지."
"나무를 말입니까?"
이 녀석들을 잡으려면 맹그로브 나무의 줄기를잘라야 한다. 나무가 무척이나 귀한 자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비효율적이다. 때문에 파르즈에서 이 녀석들을 먹으려면 지금처럼 정말 특별한 때가 아니라면 이런 곳에서도 먹기가 힘들었다. 오죽하면 캐트시들도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일까.
"그리 특별한 맛은 아닙니다만."
헬레나는 미묘한 표정이었다. 맹그로브 마류스크와 비슷한 우스트리차가 그리 보기 쉬운 생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무척이나 귀한 생물은 또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맛과 특이성으로 따지면 테브라니가 훨씬 더 뛰어났다.
"중요한 건 맛이 아니야. 구하기 힘들다는 희소성과 캐트시들이 이 맛을 좋아한다는 거지."
파르즈의 왕도 가끔씩 밖에 못 먹는다는 이것을 이렇게라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캐트시들의 숫자도 상당할 것이다. 그렇게 샐러드가 바닥을 보일 무렵. 누군가 다시 문을 두드리고.
"트리와비드 수프 나왔습니다."
아까 보았던 종업원이 수프를 들고 들어왔다. 이번엔 붉게 익은 껍데기를 접시의 주변에 장식한 갈색의 수프였다. 이번엔 헬레나도 모르는 생물이었지만 갑각류의 일종인 듯했다. 그런 식으로 종업원은 하나씩 음식을 들고 왔고 테브라니 회, 기가노토게투스 바비큐, 구사크 구이라는 헬레나에겐 생소하고 독특한 음식들의 향연이 이어졌다. 처음엔 이것을 어떻게 다 먹을 수 있는지 고민했던 그녀였으나.
"굳이 다 먹을 필요는 없어. 대충 먹을 만큼 먹었다면 밀어두면 돼."
그렇게 음식들을 먹기는 했지만 요리의 양에 비하면 그들이 먹은 음식은 일부분밖에 없을 지경이었다.
"...이렇게 음식을 낭비해도 되는 겁니까?"
디저트로 나온 케이크를 내려다보던 헬레나가 끝내 불편한 표정으로 물었다. 파르즈의 문화가 정말 낯선 모양이다.
"그래, 오히려 우리들이 많이 남기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을걸."
그녀는 주드의 말에 더욱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짓다 입을 열었다.
"그보다 이제 슬슬 말해주셨으면 합니다만."
그러고 보니 이곳에 온 건 조용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좀처럼 음식들을 맛보느라 잠시 잊고 있었다.
"흑목병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있지?"
"저로선 자세한 건 모릅니다. 생각보다 전염성이 약하다는 것과 치사율이 높다는 것밖에는."
"하긴 란투아의 병도 아니니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나."
그는 포크로 접시를 툭툭 두드렸다.
"그 병이 원래 캐트시의 병이라는 건 알고 있겠지?"
"그럼 혹시 그들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그래, 흑목병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한 보균자가 전염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거다."
헬레나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어셔 님이 감염된 건."
"우연은 아니란 거지."
곧바로 핵심을 눈치채는 그녀의 모습에 주드는 역시 쓸만하다고 생각했다.
"말도 안 됩니다! 병이라는 건 조종한다고 조종할 수 있는 게...!"
다만 이렇게 어쩔 수 없이 한계를 보이는 것이 아쉬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마법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설명할 수 있겠나?"
헬레나는 그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따지고 보면 그따위 병보다 그가 사용하는 마법이 더욱 말도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
"어셔 님이 감염된 것은 그렇다 해도 저는 이전에도 흑목병의 감염자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지나치다 잠깐 그 아이를 보았을 뿐이었단 말입니다."
과연 억제제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이미 그 병의 치료를 시도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나. 주드는 물고기를 구경하는 것이 질렸는지 자신의 무릎 위로 올라와 애교를 부리는 벨카에게 케이크를 먹여주며 헬레나의 말을 들었다.
"조절을 할 수 없었다면 란투아는 그 환자와 어셔 님 혼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전염병이 유행했어야 합니다."
"굳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병을 조종하는 녀석이 워낙 미숙했으니까."
무엇보다 캐트시는 본능적으로 병의 감염을 억제하는데 동족으로부터 조절하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떨어진 소년이 그걸 조절할 수 있을 리가.
"너는 란투아에 있는 모든 범죄자가 어떤 병을 앓고 앓았는지 전부 알 수 있나?"
그의 말에 그녀는 결국 입을 다물었다. 노예로 팔려 다니던 특성상 녀석이 감염시킨 건 대부분 노예상이었을 것이다. 언제 어떻게 죽어도 할 말도 흔적도 남기기 힘든. 게다가 란투아는 하나의 나라라기보다는 크고 작은 나라들의 거대한 연맹체다. 무엇보다 란투아가 지옥이 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흑목병은 보균자에 의한 것이 아니면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대신 한 번 앓았다고 해도 면역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보균자가 원한다면 다시 감염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 파르즈에서도 치료제를 구하기 힘든 이유를 알겠나?"
흑목병에 걸렸다는 건. 캐트시에게 밉보였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치료제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겁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흑목병의 치료제에 대해 함부로 말했다간 큰일이 날 수 있다는 말만 들었으니.
"꼭 그런 건 아니지."
과정이 성가시다곤 해도 그에겐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주드는 단지 벨카와 있는 시간을 최대한 방해받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의상을 포함해 금화 52전 하고도 은화 7전, 철전 2전입니다."
그는 금화 53개를 종업원에게 내밀었다.
"잔돈은 필요 없다. 그리고..."
주드는 지금까지 자신들을 안내한 종업원의 하의에 손을 넣고 그녀의 균열에 금화 하나를 끼워 넣었다.
"아앙."
"이건 팁이다."
"개인 서비스를 원하시나요?"
금화가 차가울 텐데도 그런 기색도 없이 신음을 흘린 그녀가 미소 지으며 그의 가슴에 손을 얹고 유혹하는 모습에 꽤 동하긴 했지만. 슬쩍 옆을 보면 그를 빤히 바라보며 손을 잡는 소녀와 불편한 기색으로 바라보는 헬레나가 보였다.
"그냥 팁으로만 받아."
"다음에 오시면 또 모시겠습니다."
종업원은 금화를 빼내는 일도 없이 돌아갔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밖으로 나오면 그들이 식사를 하는 사이 해가 완전히 저문 것이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르즈는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듯 수많은 등불로 도시를 밝히고 그 사이를 사람들이 누비며 호객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렇게 거리를 걷는 중 사람들이 몰려가는 것이 보여 그들을 따라가자 캐트시들이 모여 퍼레이드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퍼레이드라. 시간도 없었을 텐데 잘도 준비했군."
퍼레이드는 캐트시들이 단체로 모여서 벌이는 행진이었다. 화려한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등을 달고 반짝이는 재질의 전통 의상을 입은 캐트시들이 춤을 추고 꼬리를 흔들며 대로를 행진한다. 캐트시들이 입은 의상은 그들이 가게에서 본 종업원의 것보다도 화려하고 노출은 많지만 하늘하늘하면서도 투명한 레이스를 장식한 모습이다. 저마다 개인기를 자랑하고 장난스럽게 주변에 선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다시 행진으로 돌아가는 모습까지.
캐트시 여인들이 주가 되는 퍼레이드는 파르즈에서 인기 있는 행사였으니 귀한 왕족이 돌아온 만큼 시간이 모자라더라도 반드시 할 필요가 있었겠지. 덕분에 퍼레이드의 장식이 조금 수수한 감이 있었지만 오랜만의 축제에 빠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주드는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몰려들어 밀어대는 사람들 때문에 벨카와 헬레나의 어깨를 잡아주며 퍼레이드를 보고 있었을 때였다.
퍼레이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을 발견한 건. 캐트시들이 이끄는 가마 위에 노출된 커다란 의자 위에 다른 캐트시들보다 화려한 전통 의상을 입은 캐트시 여인이 있었다. 연한 갈색빛의 피부와 푸른 눈동자, 하얀 머리카락과 그와 같은 색의 귀와 꼬리까지.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주드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잘 살고 있었나 보군."
이제는 아무래도 좋을 일이지만 혹시라도 그를 발견할까 가만히 있으면 갑자기 그에게 꽃 한 송이가 날아와 손으로 잡았다.
"달맞이꽃?"
이런 꽃을 던지는 건 가마 위에 앉아 있는 캐트시의 역할이었기에. 혹시 그를 눈치챈 것일까? 활짝 핀 꽃을 들여다보다 고개를 들었지만 그녀는 꽃들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해 꽃을 뿌리며 그들을 지나치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지."
그는 그대로 달맞이꽃을 버리고 돌아섰다. 퍼레이드가 완전히 지나가기도 전인데 돌아서자 벨카가 그를 보았다. 그래, 그에겐 그녀가 있었다. 주드는 슬며시 소녀의 치마 아래로 손을 뻗었다.
"하응."
손가락으로 꽃잎을 쓸자 촉촉한 균열이 쪼옵 하고 그의 손가락을 삼켰다. 그 감각에 오히려 그가 놀라 벨카를 바라보니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그만 볼 수 있게 살짝 블라우스의 앞을 들어 보인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아니나 다를까 속옷을 입지 않아 훤히 드러난 보지가 그의 손가락을 삼키고 있는 광경이었다. 균열이 옴찔거리며 손가락을 삼키는 가운데 허벅지를 가로지르는 가터벨트와 다리를 감싼 스타킹의 모습은 그대로다.
그가 자신의 손가락을 완전히 적실 듯 꿀물을 흘려대는 소녀의 다리 사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으니. 벨카가 까치발을 들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난 당신의 좆집인걸. 언제든지 나를 사용해 줘."
암컷의 숨결이 귓가에 닿았다 떨어지고 소녀의 금빛이 뜨거운 열기를 담고 그를 갈망하는 것이 보였다. 마음 같아선 벨카가 바라는 대로 당장 그녀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하필이면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있어서 주변에 넘쳐나는 사람들 탓에 여의치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인적이 드문 곳도 있는 법이다. 그는 벨카와 헬레나를 데리고 골목으로 향했다. 주드는 소녀의 행동에 흥분한 나머지 낡은 천을 두른 누군가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가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맞추면 그대로 입을 벌리며 그의 혀를 환영하는 소녀.
"읏, 츱, 후아."
서로의 혀를 얽고 탐하고 나면 서로의 혀를 끈끈하게 연결하는 투명한 실이 이어지다 끊어져 내린다. 금세 달아오른 몸으로 그를 유혹하는 그녀를 들어 올려 그대로 좆을 꽂아 넣었다.
"히으으응!"
애무도 필요 없을 정도로 찐득하게 젖어있는 균열은 거리낌 없이 그의 자지를 삼키고 그 모양대로 쪽 달라붙어온다.
"응! 앙! 하우!"
벨카의 입에서 쾌락이 터져 나와 골목을 울리지만 주변에 그 소리를 듣는 이는 없었다. 허리를 흔들어 보지를 찔러댈수록 그녀의 균열에서 흘러나온 꿀물이 쭈븝쭈븝 추잡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휘감겨왔다. 골목 벽에 벨카를 대고 소녀의 뭉근하게 녹아버린 얼굴을 마주하며 다시 키스를 나누었다.
"쫍, 츕, 파하. 웅!"
그리고 사정감에 그녀를 더욱 벽으로 밀어붙이며 끝까지 밀어 넣고 벨카의 보지 속에 정액을 털어 넣었다.
"하응! 하으!"
그녀는 그대로 그의 정액을 자궁까지 쪽쪽 빨아들일 것처럼 자지를 조였다. 그의 허리를 꼭 안고 놓지 않으려는 다리까지.
"설마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렇게 다녔어?"
"헤극, 흐으. 응."
신음과 섞여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그런듯했다. 지금까지 팬티를 입지 않고 그들과 함께 축제를 돌아다녔다니. 정말 그의 물건은 물론이요 정액까지 보관하기에 손색이 없는 소녀였다. 그의 좆이 다시 부풀어 오르고 그녀의 허리도 스스로 움직이며 정을 요구한다.
"앙! 후앙! 앙!"
한동안 사람이 찾아올 길이 없는 골목엔 교미에 빠진 암컷의 교성과 열기가 식을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