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7화 〉해야만 하는 것. (167/220)



〈 167화 〉해야만 하는 것.

벨카의 스푼에 수프가 담겨 주드의 입에 닿았다.


"나에게 주는 건가?"
"응."

그가 입을 벌리자 그녀가 그의 입안에 스푼을 넣어 주었다. 소녀는 누군가를 먹여주는 것이 제법 익숙한 듯 불편한 일은 없었다. 이제는 그 대상이 자신이 되었다는  알면서도 꽤나 불쾌한 기분이었다.

"햐읏! 우우."


그를 먹여준 벨카가 수프를 먹을 때 그녀의 안쪽을 차지한 자신의 물건에 힘을 주자 쿡 찔려오는 속살의 감촉에 놀라 울상이 되어 올려다보는 소녀. 그는 알았다는 듯 미소 지었지만 그 이후로도 벨카가 수프를 입에 담을 때마다 그녀를 자극했다. 헬레나는  모습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들의 행위를 빤히 지켜보고 있었다.


"후그, 헤우으."


때문인지 어느새 달아올라 달콤한 신음을 흘리며 애달픈 얼굴로 주드의 품에 찰싹 달라붙어 기대어왔다. 그의 물건을 삼킨 소녀의 균열은 질척한 꿀물을 흘리며 그의 좆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고 때때로 꿈틀거리며 꾹 조여온다.

"하우. 하앙."


사방이 확 트여있는데도 옴찔옴찔 허리를 움직이는 벨카의 허리를 감싸 안고 본격적으로 즐기려던 찰나. 똑똑 누군가 옥상 문을 두드리곤 문이 열렸다.


"테브라니 구이 나왔습니다."

문을 열고 다가온 것은 이 여관의 주인이었다. 그가 직접 음식을 들고 온 것이다.

"생선?"

헬레나는 자신들의 앞에 놓인 접시 위에 두텁고 커다란 원통형의 몸집을 가진 생선의 모습에 놀라 말했다. 생선 요리 자체는 그리 놀랄만한 것이 아니었지만.


"파르즈에는 구름 지대가 없지 않았습니까?"


그야 파르즈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가 구름 지대를 이웃으로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으니까. 생선은 구름 지대 속에서 살아가다 가끔 주변으로 나와 날아다니기 때문에 파르즈에서 생선구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지는 못한 것이다.

"예, 파르즈에 처음 오신 분들은 놀라곤 합니다만  녀석은 좀 별난 녀석입니다."

그는 헬레나에게 친절하게 설명했다. 테브라니는 파르즈의 주변에 있는 넓고 얕은 습지에서 살아가는 생선으로 대부분의 생선들과는 달리 물에서 살아가며 때때로 땅 위를 걸어 다니기도 하는 어류  하나라고 한다. 비슷한 종 중에서도 기름기와 육질이 풍부해 맛이 뛰어나기에 소금과 향신료를 버무려 바짝 구운 것이라고.

"그리고 여기."


헬레나에게 설명을 끝낸 여관 주인이 벨카를 보자 그녀는 바짝 굳어 긴장한듯하면서 그의 눈치를 보았다. 그야 지금도 소녀는 보지 속에 주드의 자지를 담고 있었으니까.

"아가씨께서 생선이나 육류를 못 드신다고 하셔서 바클라잔을 튀겨왔습니다."

그는 벨카의 앞에는 어느 정도 두께가 있는 칩 형태의 튀김을 놓아주었다. 그녀는 주드가 여관 주인에게 미리 그 사실을 가르쳐 줬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그를 보았다.

"바클라잔은 파르즈에서 나는 식물의 열매로 튀기면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입니다."

하지만 소녀는 그의 설명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현재 다른 사람이 있음에도 주드가 몰래 느긋하게 물건을 움직이며 그녀를 쾌락으로 몰아넣고 있었으니까. 벨카는 신음을 감추려는 듯 자신의 잔에 따라져 있던 주스를 마시기도 하며 버텼다. 다행히 펑퍼짐한 치맛자락이 주드와 벨카의 결합부를 가리고 있었기에 쉽게 들키진 않겠지만 주스는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히긋, 헤으."

소녀가 야릇한 신음을 흘리며 헐떡이는 것을 코앞에서 보고 있는 여관 주인이 모를 수가 없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요리를 설명하고 있었지만 쾌락에 물든 요염한 금빛과 그녀가 풍기는 색기에 참는 것이 한계라는 것이 주드에겐 보인 것이다. 가히 절세의 소녀를 지금도 뻔뻔스럽게 좆집으로 사용하는 그가 부러워 미칠 지경인듯했다. 때문에 바지 위로도 여관 주인의 물건이 부푼 것이 보일 정도다.


"후읏. 후으."

그의 시선이 벨카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것을 구경하며 설명이 끝나갈 즘.


"히으으으!"

주드는 그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사정하며 소녀의 보지 속을 정액으로 채워버렸다. 벨카는 최대한 참아보려 노력한 것 같았지만 자신이 따먹히고 있다는 티를 그렇게 내면서 신음을 내뱉는데 숨길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설명을 마치고 돌아가는 여관 주인을 향해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그는 의아해하다 아래로 내려갔다. 복잡한 세뇌라면 그에게도 부담이 크지만 단순한 암시나 기억을 지우는 거라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


"아우우, 너무해."
"하지만 벨카도 꽤 즐겼잖아? 평소보다 꽉 조여서 기분 좋았는데."

긴장한 탓인지 물건을 꼭꼭 조이는 감각이 남다른 건 사실이었다.


"흐으, 더 노력할 테니까."
"그럼 지금 당장 증명해 봐."


벨카는 그의 위에서 기쁘게 허리를 흔들었다. 남들에겐 잘  보이고 떨어진 위치에 있다곤 해도 대담한 행동이었다. 주변을 힐긋 보면 도시의 이곳저곳에 식사 중인 이들이 보인다. 그들의 대부분은 캐트시이고 가족이었다.


"우리도 가족으로 보일지 모르겠군."
"흣! 응! 흐앙!"


정작 딸처럼 보일 벨카는 그의 좆을 삼키고 허리를 흔들며 신음을 내뱉고 있었고 아내나 하녀로 보일 헬레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슬쩍 제 음부를 문지르고 있는데 말이다.


"후응."

얼마 지나지 않아 벨카가 그의 정을 받아내며 만족하는 것을 보고 그는 테브라니에 나이프를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튀기듯 구워져 거칠거칠하고 약간은 단단한 느낌이 닿는다. 포크로 한쪽을 찔러 고정하고 나이프에 힘을 주자 육즙이 터져 나오며 하얀 살코기를 드러냈다. 자신의 몫을 가져와 레몬을 집어 살짝 뿌리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먹는다. 간이 잘 되어 짭조름하고 담백한 맛과 은근한 허브향이 입안을 채운다.

생선보다는 다른 고기에 가까운 식감을 음미하고 있으니 헬레나도 그것을 함께 맛보곤 놀라는 것이 보였다.

"식사에 제법 공들인 티가 나는군."

본래 그들을 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정도면 합격이었다. 포도주로 입안을 적시면 약간은 부담스러운 기름기가 씻겨나가면서도 테브라니의 담백한 맛을 살렸다. 즐거운 식사 시간이 지나가고 그들은 여관을 나섰다.

"저희끼리 약초를 찾아봐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그럴 수는 없지. 어쨌든 약속한 거니까."

헬레나는 주드가 약초를 찾는 것을 그리 내키지 않는 모습을 떠올렸는지 말했지만 그는 굳이 따라나서기로 했다. 그야 그녀들끼리 두면 꼬일 벌레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는  뻔했으니까. 단순히 거리를 걷고 있을 뿐인데도 벨카와 헬레나를 호시탐탐 노리는 시선이 가득한데 그녀들의 옆에 그가 없었다면 어땠을지  봐도 선했다.

"무엇보다 너희끼리 약초를 구할 방법은 알지도 못할 텐데."
"그건 약초상에 가면..."

헬레나는 그들이 찾는 약초가 다른 약초들처럼 약초상에서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저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녀가 모를 수밖에.

"그랬다간 약초를 얻는 건 고사하고 봉변을 당할 거다."

잘못했다간 파르즈에서 그대로 쫓겨나거나 그녀들의 외모가 외모인 만큼 노예나 첩으로 끌려가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 그녀는 어째서인지 묻는 듯했지만.

"그건 나중에 가르쳐 주지. 여기는 보는 눈이 많아."

주드는 그녀들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우선은 그냥 즐기자고 파르즈의 시장에는  거리가 제법 많으니까."

그렇게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가장 많아 눈에 띄는 것은 과육이 알알이 매달린 보라색과 청록색의 포도들이었다.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포도들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었다.

"포도가 이렇게 많다니."

헬레나가 알기로 포도는 이렇게 많이 열리는 것이 아니었기에 살펴보고 있으니.


"한 알 드셔보라우 아가씨. 아주 달아!"


포도를 팔던 남자가 넉살 좋게 웃으며 청록색 포도를 내밀었다.

"하지만."
"한 번 먹어봐."

헬레나는 거절하려 했지만 그녀의 곁으로 다가온 주드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그가 내민 청록색 포도를 한 알  입에 넣었다.

"달군요."
"그치? 동화 3전만 줘."
"그렇게 싸게 팔아도 되는 겁니까?"
"하하! 얼마든지 사가라우!"

주드가 동화 7전을 상인에게 주어 헬레나는 얼떨결에 보라색 포도까지 받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포도만큼 흔한 과일이 없지."

파르즈의 토양은 포도를 기르기에 아주 적합했다 집집마다 안 기르고 안 자라는 곳이 없을 정도로. 때문에 파르즈는 순백의 도시라 불리면서도 집까지 타고 자라는 포도 덩굴들이 차지한 곳이 많아 초록빛의 비중도 많았다. 덕분에 이곳에 오면 포도 정도는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좋다니. 그래도 고향이라는 건가."

그녀들에겐 들리지 않을 말을 중얼거리며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외에도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의 뼈를 조각해 만든 듯한 장식품부터 수공예로 만들어진 액세서리 같은 것들까지. 드문드문 채소를 파는 곳도 있었다.


"벨카, 마음에 드는 건 없어?"
"딱히 보이지 않는걸."

다만 그들과 함께 있는 소녀만큼은 시큰둥한 기색으로 주드에게 딱 달라붙어 있을 뿐이었다. 가면을 쓰고 있는 상태라 얼굴을 보이진 않았지만 시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지나가는 이들마다 그들을 보는 시선이 끊이질 않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다 헬레나는 그들이 먹었던 테브라니와 비슷한 형태의 생선들이 노점상에 늘어져 팔리고 있는 모습을 볼  있었다.

"테브라니와는 조금 다르군요."


처음에 헬레나는 같은 생선인가 싶어서 다가가 보았지만 금세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테브라니의 비늘은 익혀져 있었다곤 해도 남색에 가까웠는데 그녀가 발견한 것은 갈색에 가깝고 형태가   둥글었다. 결정적으로 다리가 발보다는 지느러미에 가까웠다.

"그건 드바야카다. 비슷하지만 다른 종이지. 그리고 테브라니를 이런 곳에서 찾을 수는 없을 거다."
"어째서입니까?"
"먹어봐서 알 텐데."

헬레나는 테브라니의 맛을 떠올리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입을 열었다.


"특별하게 관리될 정도로 귀한 생선이었습니까?"
"정답이다."

파르즈에서 테브라니는 안 그래도 귀한 대접을 받는 비슷한 종류의 어종 중에서도 특별히 취급되는 생선이었다.


"우연찮게 발견하더라도 함부로 다룰 수 없는 녀석이지."

그는 잠시 드바야카를 파는 상인을 보았다. 그는 너덜너덜한 낡은 천을 켜켜이 몸에 두르고 파르즈의 하얀 석벽에 몸을 기대고 그들이 구경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같았다. 아마 파르즈의 외곽에서 낚시를 하며 이곳에 내다 파는 어부일 것이다. 그래도 이곳에 있는 걸 보면 그럭저럭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자이리라. 드바야카는 테브라니보다는 못할지라도 나름 비싼 값을 자랑하는 생선이었다.

그러나 굳이 드바야카를 먹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아 주드는 그녀들을 데리고 돌아섰다. 그렇기에 눈치채지 못했다. 태양을 가리는 천막과 낡은 천이 만들어내는 그늘 속에 숨겨진 그의 시선과 벨카의 금빛이 마주쳤음을. 그는 그들이 인파 사이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끝까지 쫓고 있었다. 시장을 구경하며 어느새 이것저것 사게 된 그들은 파르즈를 타고 흐르는 커다란 강에 다다랐다. 진짜 강은 아니었다.

파르즈의 곳곳을 보면 작은 수로를 따라 내려오는 물길을 흔히 볼 수 있었고 이건 작은 수로들이 모여  수로가  것뿐이었다. 다만 아래까지 훤히 보이는 수로의 바닥에는 하얀 모래들이 쌓여 있었고 테브라니나 드바야카와 비슷한 모습의 생선이 느긋하게 헤엄치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한동안 수로의 위에 세워진 다리에서 노을이 지는 모습을 구경했다.

"아름다운 도시군요."

헬레나의 중얼거림에 주드는 그녀를 따라 난간에 기대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 볼만한 곳이지."
"당신은 이곳이 싫어?"

그런 그에게 문득 벨카의 말이 들려왔다. 아래를 보면 난간의 옆에 선 그녀가 노을을 담은 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싫은 건가. 좋다 싫다를 따지자면 싫은 거겠지."

그렇다고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은 또 들지 않아 이상한 기분을 주는 쓸데없이 하얗기만 한 도시다. 단순히 손짓 몇 번만으로 얼마든지 멸망시킬  있는 별 볼일 없는 나라인데도 그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으니.


"정말이지. 떼어놓고 싶어도 떼어놓을 수가 없군."

노을의 그림자에 가려진 그의 얼굴은 아무도 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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