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6화 〉해야만 하는 것. (166/220)



〈 166화 〉해야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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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즈를 감싸는 낮은 벽을 지나친 주드는 마차의 속도를 줄였다. 벽의 바로 안쪽은 주택가였으니까. 때아닌 힐디스비니의 모습에 놀란 주민들이 물러나거나 집안으로 숨는 것이 보였다.  모습을 무심히 지나친 그는 주변을 살폈다. 우선은 여관을 위주로 찾고 있었지만.

"길이 바뀌었나."

멀리서 보기엔 그리 달라진 것이 보이지 않아도 세세하게 보면 그가 아는 곳과 달라진 점이 많았다. 주로 건물이 작게 줄거나 건물을 차지하던 가게나 집이 달라진 정도였지만 그런 사소함도 쌓이다 보면 낯익은 곳도 낯설어 보이는 법이다. 그는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이미 몇 개의 여관을 지나쳤지만 그의 마음에 드는 여관은 없었다. 그의 마음에 찰 만한 여관은 상당히 아래로 내려가야 보이리라. 그러다 결정한 곳은 아래쪽에서도 초입에 위치한 커다란 크기의 여관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다른 손님은 없나 보군."
"아이고, 요즘은 손님들이 많이 오시는 때가 아니다 보니."

여관 주인이 변명하는 말을 들으며 그는 내부를 힐긋 둘러보았다. 새하얀 돌을 깎아만든 만큼 더럽혀지기 쉬울 텐데도 하얀색으로 깔끔했고 벽면에 새겨진 조각들은 화려하진 않지만 섬세하게 잘 꾸며 놓았다. 나름 고급스러운 여관임은 확실하지만 완전히 안쪽도 아니고 외곽도 아닌 애매한 자리에 자리 잡은  여관은 평상시에 손님을 유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조금만  내려가도 약간의 웃돈만 주면 이보다 좋은 여관이 많을 테니.

다만 수요가 넘칠 때는 싸구려 여관도 꽉 찰 정도로 넘치는 곳이니 적당히 먹고 살 만하기는 할 것이다. 보다 훨씬  비싼 여관을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 사정을 고려하면 이 정도가 적당했다. 애매한 구간이라 보는 눈도 적고 사람의 숫자도 없다시피하니 마법을 사용하는 데도 제약이 줄어들 것이다.

"그럼  여관 전체를 빌리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여관의 주인이 되물었지만 그는 말로 하기 보다 주머니를 던졌다.

"하루에 금화 8전. 총 32전이다. 더 늘어날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그 정도로 하지."
"허억! 극진히 모시겠습니다!"

주머니 속의 내용물을 확인한 그가 놀라며 고개를 숙인다.

"필요 없으니 되도록이면 우리 방에는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는군."
"으음, 알겠습니다."

그는 잠시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의 뒤를 따르는 헬레나와 벨카를 보고 납득한듯했다. 누가 봐도 자신들이 그에게 따먹혔다고 알려주는 듯한 색기와 페로몬을 풍기고 있는데 이해하지 않을 리가.

"제일 좋은 방으로 안내해."
"예."

여관 주인은 그녀들을 음흉한 눈으로 몰래 훔쳐보다가도 그래도 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고 물러났다. 마차는 이미 여관이 마련된 공간에 세워두었고 말도 그 안에 얌전히 있을 것이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주인을 돌려보내고 헬레나에게 말했다.

"그 녀석은 어디 적당한 곳에 눕혀 둬."

그녀는 바닥에 어셔를 숨겨왔던 이불을 깔고 그 위에 그를 눕혔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덕분에 그리 병이 진행된 것 같지도 않군."

이건 헬레나의 억제제 덕이 크지만 말이다. 주드는 적당히 어셔의 상태를 살피다 흥미를 잃고 침대에 누웠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그를 멍하니 바라보던 헬레나가 물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묻지? 너희가 이곳에 온  그 녀석의 약을 구하기 위한 게 아니었나?"

벨카에게 어셔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맹세하긴 했지만 역시 썩 내키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 그는 괜히 침대에 누워있으려 했다. 침대가 눌리는 느낌과 함께 그의 아래에서 무게감이 느껴진 것은.

"약을 구하러 갈 생각이 아니었나?"

그의 아래에는 벨카와 헬레나가 침대에 올라와 있었다.

"여유롭다면. 오늘 하루 정도는 상관없지 않습니까."

헬레나의 말에 벨카 또한 동의하는 것처럼 그의 다리에 매달리듯 달라붙어왔다.

"흐응."

주드가 소녀의 턱을 간질이자 길들여진 동물처럼 눈을 감고 가만히 그의 손길을 받아들인다. 그런 벨카의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문득 자신의 물건을 쓸어내리며 자극하는 손길을 느꼈다. 그곳을 보니 헬레나가 유려한 손으로 허락을 구하듯 바지 위로 형태의 일부가 드러난 그의 물건을 자극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 정말 너희를 만난 건 최고의 행운이야."

주드가 벨카의 목을 간질이는 것을 멈추고 그녀의 목에 채워진 초커를 느리게 잡아당기자 소녀는 그대로 그에게 기어서 다가왔다.

"츕, 츠읍."

그리고 입술이 맞대고 서로의 입안을 탐했다. 그렇게 벨카와 키스를 하고 있으면 그의 아래에서도 그의 바지춤이 내려가고 밖으로 드러난 그의 물건이 공기에 닿는 느낌과 함께 뜨뜻한 점막이 감싸 안는다. 주드가 소녀와 키스를 나누며 손으로 내린 허락의 신호에 헬레나가 그의 물건을 빨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암컷의 키스를 충분히 즐기고 난 뒤 그가 누워 있던 침대에는 그녀들이 나란히 엎드려있었다.

그의 선택을 기다리는 암컷들이 동물처럼 엎드린 자세로 그의 물건을 기대하며 탐스러운 둔부를 흔들거린다. 고개만을 살짝 돌려 보이는 눈으로 갈구하는 열기를 감추지 않는 그녀들의 눈이 그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까지. 어느 쪽에 먼저 자신의 자지를 넣어도 아깝지 않은 절경이었다. 그가 먼저 물건을 갖다 댄 것은 여린 다리 사이로 보이는 벨카의 꽃잎이었다. 이미 비슷한 상황에서 먼저 헬레나를 선택한 일도 있었으니까.

"히으읏! 앙!"

넣자마자 조여드는 질척한 감촉. 평소 평이한 어조를 유지하던 소녀가 쾌락에 절여져 내는 높고 진득한 신음은 언제 들어도 최고였다.

"흐읏! 하악!"

한 손으로는 자신의 좆을 기다리던 헬레나도 아쉽지 않게 손가락으로 그녀의 보지를 헤집고 안쪽을 부드럽게 긁어주었다.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는데도 그녀들은 하루 종일 그의 씨를 받아내느라 하루를 그대로 흘려보냈다. 다음날, 그는 약간의 두통과 축축 늘어지는 몸을 느끼며 깨어났다. 그다지 힘을 들이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힐디스비니가 끄는 마차를 몰면서 매일매일 그녀들의 요구를 들어주었더니 그에게도 피로가 쌓인 모양이었다.

"물이..."

그때 물을 찾는 그의 입에 부드럽고 말캉한 감촉이 닿았다. 그와 동시에 다가온 온기에 눈을 뜨니 벨카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그에게 제 젖가슴을 물려주고 있었다. 그가 기꺼이 그녀의 가슴을 빨자 기다렸다는 듯 넘쳐 나오는 달콤하고 감미로운 우유.

"후아아."

벨카는 만족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그의 머리를 껴안았다. 어제 하루 빨아주지 않았더니 그새 쌓였던 모양이다. 자신의 가슴을 남자에게 물려주어야 만족하는 소녀라니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아서 웃음이 나왔다.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게 그 자신이었기에 더욱. 그렇게 소녀의 모유를 마시느라 해가 중천에 떠올랐을 때가 되어서야 그들은 느지막이 침대를 벗어났다. 이제 슬슬 약초를 찾을 마음도 들었으니.

"우선은 점심을 해결하도록 할까."

그전에 먼저 그들은 여관의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 도착하니 하얀 테이블에 세 개의 의자를 배치하고 음식이 든 접시를 덮어둔 것이 보였다. 여관의 주인이 그들을 위해 옥상에 식사를 마련한 것이다. 하나는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벨카."
"응, 후앗!"

그가 자리에 앉으며 소녀를 부르자 그녀는 기쁘게 다가와 그의 위에 앉으며 제 안쪽을 그의 물건으로 채웠다. 그대로 신음을 흘리는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을 정성스레 쓰다듬어 정리해 주었다. 란투아에서의 재현이었다.

"여기가 파르즈."

한편 헬레나는 테이블 옆에 서서 낯선 풍경의 도시를 조심스레 돌아보고 있었다. 경탄하는 듯한 모습이 꽤 의외다.

"...왜 웃으시는 겁니까?"
"글쎄. 우선 자리에 앉지."

그녀는 그의 웃음소리를 듣고 토라진 듯 부루퉁하게 물었지만 그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권했다.

"하지만."
"그냥 앉으라면 앉으라고."

헬레나는 그의 권유에 겨우 그와 벨카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근처의 건물에는 얼마 보이지 않았지만 대부분 건물의 위에 그들처럼 식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많이 있었다.

"이건 파르즈의 행사 같은 겁니까?"
"행사라. 일주일에  번 있는 게 행사라면 행사겠지."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아직까지 식사를 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드 또한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식기에 손을 대지 않는 모습에 헬레나도 가만히 있었을 때였다.

"왔군."

주드의 중얼거림에 그가 바라보는 곳을 보자 헬레나는 놀라운 광경을   있었다. 그곳에는 깎아지른 듯한 하얀 절벽을 파내고 조각해 만든 거대한 구조물이 있었던 것이다.

"저 구조물은 대체."
"파르즈의 왕성이다."

헬레나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 왕성의 크기는 지상에 세운다면 고개를 꺾어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높고 구조물의 하나하나가 거대하기 짝이 없었으니까. 주변의 하얀 절벽을 타고 오르는 기나긴 초록 덩굴들조차 침범하지 못한 거대한 건물은 장대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주목해야 할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사람...?"

그녀는 뒤늦게 그 구조물의 가장 위의 바로 아래에 위치한 작은 발코니로 사람이 걸어 나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아 헬레나는 겨우 그에게 주황빛의 선명한 고양이의 귀와 꼬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복식도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붉은 옷감과 망토, 멀리서도 반짝이는 것이 보이는 왕관의 존재까지. 그녀의 설마 하는 표정에 주드가 답했다.

"파르즈의 왕, 아이슨이다."

그의 목소리는 무언가를 억누르는 것처럼 낮게 깔려있어서 헬레나가 주드를 바라보자 그는 지독할 정도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저 멀리에 있는 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 하고 있나? 빨리 잔을 들어."

그가 미리 준비되어 있던 와인 잔을 소녀에게도 쥐여주며 함께 들어 보이는 모습에 의아해하면서 그녀가 따라 하니 멀리 희미하지만 잔을 높이  왕이 보였다. 그가 자신의 입에 잔을 기울이자 건물의 옥상에 있는 이들도 따라 하듯 함께 잔을 기울이는 모습에 헬레나 또한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잔 안에 든 것은 달콤한 백색의 포도주였다. 이어서 그가  커버를 열어 식사를 시작하면 다른 이들도 돔 커버를 열고 식사를 시작한다.

"이건 마치."
"함께 식사를 하는  같지."

그들의 애피타이저로 나온 것은 진한 수프였다. 그 수프를 조용히 떠먹고 소녀에게도 먹여주며 주드는 말을 이었다.

"파르즈에선 전통적인 일이지. 매주 주말이나 축제 날이면 저렇게 함께 식사를 하는 시늉을 하는 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겁니까?"
"주변을 잘 봐."

그의 말에 헬레나가 주변을 살피자 파르즈가 아래로 넓게 파인 분지 형태의 지형이라는 것을  수 있었다. 한쪽은 완만한 형태로 계단을 그리고 있었지만 반대편에 있는 저곳은 수직으로 된 절벽에 왕성이 자리 잡은 형태다. 마치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화살이 닿을 길이 없겠군요."
"그래."

아무리 화살을 멀리 날릴 수 있다고 해도 정도껏이다. 아마 도시의 어디에서도 저곳을 노릴 수는 없으리라. 위에서 노린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위쪽의 경비는 한눈에 보아도 삼엄했다.

"웃기지도 않은 쇼지. 사실은 어느 누구에게도 닿지 않을 곳에 있으면서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가는 듯한 시늉을 하니."

파르즈가 아래로 푹 꺼진 독특한 형태의 지역에 자리 잡았기에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다만 효율적이라는 것은 부정할  없겠군. 누구나 그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엔 충분하니까."

거기에 캐트시라는 수인의 친근하고 활발한 인상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했다. 그렇기에 많은 인간과 수인족들이 모이는  나라를 캐트시들이 계속 자신들의 전유물로 남겨 놓을  있었으니. 자신의 수프 그릇이 바닥을 드러내자 주드는 벨카의 몫으로 나왔던 수프 그릇을 자신의 앞으로 옮기며 소녀에게 스푼을 쥐여주었다. 그리곤 다시 잔을 왕을 향해 들어 보였다. 정작 그는 지금 자신의 식사를 하느라 어디를 보고 있지 않음에도.

"이런 모형 정원의 왕은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있을까?"

그의 잔에  와인은 적색의 포도주였다. 작은 왕이 와인잔 속에 담겨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포도주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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