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8화 〉떠나가는 길. (158/220)



〈 158화 〉떠나가는 길.

"하아, 방향을 다시 찾아야겠군요."


쓸데없는 일로 하루를 낭비한 탓에 위치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평소라면 그냥 구름 지대가 있는 방향을 향해 가면 될 일이었지만 지금은 하늘이 구름으로 뒤덮인 상태라 어디가 동쪽인지 찾기가 힘들다. 때문에 헬레나가 꺼내든 것은 반투명하고 네모난 돌이었다. 돌의 중앙에 검은 점을 그려놓은 이 돌은 구름에 가려진 태양의 위치를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 돌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반투명한 돌을 통해 보이는 점의 상태를 확인하던 그녀는 두 점이 동시에 흐려진 곳을 확인하고 동쪽을 찾았다.

흔히 태양의 돌이라 불리는 이 돌은 초록 난쟁이들이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우기가 되면 물이 차오르고 태양이 구름에 가려졌을 때 초록 난쟁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정확하게 방향을 찾고 배를 타고 다녔다. 구름 지대 아래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지금은 충분했다. 그렇게 찾은 방향으로 마차를 몰았다. 한 번 방향을 잡으면 마차를 모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심심해서 중간에 잠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할 정도니까.


그렇게 마차를 몰던 중 헬레나는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마차의 안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쯤이라면 진작에 주드가 벨카에게 손을 댔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녀는 주변에 마을이나 장애물 같은 게 없다는 걸 확인하고 마부석의 문을 열어 마차의 안을 확인했다.

"무슨 일이지?"


마차 벽에 기대어 있던 주드가 헬레나를 바라본다.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있는 모습이 얄미웠다. 그리고 벨카를 보면. 차게 식힌 묽은 죽을 어셔에게 먹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소녀의 차림새가 문제였다.

"어째서 속옷 차림으로..."


원피스는 어디에 벗어 두었는지 속옷과 가터벨트, 스타킹만을 입고 있었으니까.

"어차피 마차 안에는 우리뿐인데. 아무 문제 없지 않나?"

아니나 다를까 주드의 태연한 말에 헬레나는 빠득 이를 갈았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그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섣불렀다. 그녀는 다시 마부석의 문을 닫아버렸다. 주드는 닫혀버린 마부석의 문을 바라보다 어셔에게 죽을 먹이고 있는 벨카의 뒤로 다가갔다.

"하녀 주제에 건방지기도 하지. 씨를 준다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할 것을. 안 그래?"


그가 뒤에서 껴안자 움찔거리면서도 그녀는 어셔에게 죽을 먹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주드는 그런 소녀의 몸을 만지작거렸다. 일체형이라 몸을 감싸는 면적은 넓지만 피부가 비칠 정도로 얇은 재질로 이루어진 속옷은 돈을 주고 산 보람이 있을 정도로 벨카에게 잘 어울렸다.

"하으."


그러다  손으로는 말캉한 가슴을 쥐고 남은 한 손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스윽스윽 문지르자 신음을 흘리는 벨카. 그의 손이 더 내려가자 끈끈하게 젖어있는 얇은 속옷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래서 언제쯤이면  마실  있지?"


헬레나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사실은 어셔를 먹이고 있던 소녀의 아래는 이미 꿀물로 넘쳐흐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젖었다간 스타킹까지 전부 젖어버릴  같으니 지금 마셔야겠군."

주드는 그녀를 붙잡아 그대로 자리에서 일으켰다.

"읏!?"
"그대로 계속하고 있어."

그는 그대로 앉아 벨카의 엉덩이를 마주 보고 만지작거렸다. 헬레나처럼 크지는 않지만 부드럽고 탄력 있는 감촉이다. 특히 검은 속옷과 하얀 피부의 대비가 주는 느낌 하며 속옷의 테두리에 작게나마 도드라지는 살은 그를 끝없이 유혹하고 있었다. 그대로 속옷을 옆으로 젖히자 달콤한 꿀물을 줄줄 흘리는 소녀의 꽃잎이 뻐끔거리며 무언가를 요구한다. 당장이라도  요구를 들어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당장의 욕구는 해결한다 해도 그래서야 보람이 없다. 그는 대신  혀를 길게 뻗어 흘러나온 꿀물을 먼저 닦았다.


"하읏!"

곧바로 신음을 터뜨리지만 그럼에도 떨리는 손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어셔에게 죽을 먹이는 벨카의 모습에 그는 균열 속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양볼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을 즐기며 쯔읍 안쪽에 가득한 꿀물을 빨아 마신다.


"아우읏!"


소녀는 병든 소년에게 죽을 먹이면서 아랫도리로는 그에게 마실 것을 흘려주었다. 잠깐의 맛보기를 끝내고 주드는 어셔에게 죽을 먹이던 벨카의 몸을 잡아 돌려 자신을 마주 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 벌려낸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는다.

"으읏! 하윽!"

그가 꿀물을 마시면서 잠시나마 갈증을 채우고 소녀의 다리 사이에서 고개를 들어 보면 텅 빈 죽 그릇을  손과 제 가슴으로 간신히 받쳐 들고서 멍하니 그를 마주 보는 흐릿한 금빛과 마주쳤다. 그 안에는 그가 그녀에게 심어 놓은 열기가 조금씩 꿈틀거리며 벨카를 혼란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그 감각을 천천히 음미하라고."
"하으."

주드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녀의 눈꺼풀 위에 가볍게 키스하자 눈을 감았다 뜨며 저도 모르는 열기를 품은 끈끈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는 소녀. 하지만 그는 자각하지도 못한 애원에 응할 생각이 없었다. 대신 주드는 마차가 이동하는 동안 벨카의 다리 사이로 꿀물이 흘러넘칠 때마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흐응! 흐읏!"


그가 소녀의 꽃잎과 진한 키스를 나누며 안쪽의 꿀물을 게걸스럽게 삼키면 삼킬수록 벨카의 신음은 더욱 짙은 쾌락에 잠겨가고 있었다.


"후으읏."

마차 안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에 헬레나는 자신이 괜히 안을 들여본 탓이라 생각하며 괴로워하면서도 계속 마차를 몰았다. 다행히 두 번째 대장벽을 하나 지나갈 수 있었지만 첫 번째 대장벽을 만나기도 전에 해가 저무는 모습을 발견한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필이면 우기가 겹쳐 란투아를 벗어나는 것조차 예정보다 더 늦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저 멀리 길목에 마을이 보였다. 저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나면 내일 중으론 란투아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마부석의 문을 열었을 때.

헬레나는 코 끝에 닿는 공기가 무거울 정도로 달콤한 향을 맡을  있었다. 그리고 발견한 것은 속옷 차림으로 주드의 품에 기대어 다리를 벌리고 안쓰럽게 몸을 떨고 있는 벨카의 모습이었다. 그는 소녀의 균열 속에 손가락을 깊이 넣었다 빼며 휘젓고 있었다. 헬레나가 보고 있는데도 그는 손가락으로 벨카의 속살을 휘젓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히으으."
"밤을 지낼만한 마을은 찾았나?"
"...직접 보시길."


헬레나는 마부석의 문에서 조금 물러났다.


"쯧, 초록 난쟁이의 마을인가.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마차에서 자야겠군."


헬레나가 발견한 마을은 초록 난쟁이들이 만들어낸 마을이었다. 평소 땅속에 숨어지내는 그들이지만 이렇게 우기가 찾아오면 그들은 우기가 되기 전에 준비해둔 짚을 모아 흙과 섞어서 주변보다 높은 고지대를 만들고 그 위에 간단한 집을 지었다. 우기 동안 몬스터가 공격하는 일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이 다가가자 초록 난쟁이들이 창이나  따위를 들고 경계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그것으로는 마차를 이끄는 힐디스비니에게도 상처 하나 입히기 힘들었다.

"뭐, 뭔 일이심꺼? 이런 곳에 무슨 일로."

그들도  사실을 알기에 촌장으로 보이는 자가 그들이 만든 지대로 올라온 그들에게 물었다.

"이곳에 볼 일은 없습니다. 그냥 하룻밤만 이곳에 마차를..."

하지만 헬레나의 말이 끝나기 전에 주드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먼저였다.

"일일이 저런 것들을 상대할 생각인가? 마차로 돌아와라. 저것들이 우리를 기억하는 일은 없을 거다."


헬레나는 오늘도 그가 벨카와 그녀, 둘 중 한 명은 건드릴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쩐 일인지 먼저 잠이 드는 그의 모습에 미묘한 기분을 느끼며 마차에 마련된 잠자리에 누웠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헬레나는 소녀를 옆에 눕혔다.

"괜찮으십니까?"
"흐으, 모르... 겠어. 몸이 뜨거워."

헬레나는 지금 자신의 도구와 재료가 온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분했다. 몬스터의 미약은 그 효과와 후유증이 너무 심각했으니까. 중화제의 재료만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녀는 먼저 잠들어 버린 주드를 노려보았다. 불편하고 기분 나쁜 상대와의 동침이었지만 눈꺼풀을 누르는 잠기운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고른 숨소리만 들려오는 가운데 내일 아침이 밝기 전까지 누구도 일어나지 않을 듯했다. 어둠 속에서 번뜩 눈을 뜬 고양이만 아니었더라면.

달빛조차 먹구름에 삼켜진 칠흑 같은 밤이었지만 그것은 고양이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양이의 눈은 이런 어둠 속에서도 확실하게 빛을 잡아냈고 설령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목표는 지금도 암컷의 향기를 줄줄 풍기고 있었으니까. 고양이는 목표를 향해 살금살금 다가가면서도 귀를 쫑긋 세워 천적과 다른 암컷의 동태를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들이 확실하게 잠들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드디어 목표의 위에 서면.


"히읏, 하으."


채 해소되지 못한 쾌락 탓일까? 벨카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다리 사이에 손을 끼운 채 잠들어 있었다. 어떻게든 달아오른 몸을 식히려 끙끙 애쓰는 모습이 필사적이다. 고양이는 그런 소녀의 몸을 손으로 잡고 바로 눕혔다.

"에읏!"
"...!"

생각보다 힘을 세게 준 탓일까? 커진 신음에 고양이는 바짝 몸을 낮추고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다행히 잠에서 깨어난 기색이 보이지 않아 안심하는 순간. 마주친 금빛에 고양이는 놀라서 물러났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자신을 보았다면 조금이라도 반응해야 할 텐데. 소녀는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얼굴 위에서 손을 흔들어 보았지만 반응하는 일은 없었다. 고양이는 꿀꺽 침을 삼키며 가장 은밀한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흐응...!"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녀. 손에 묻어나는 끈끈한 감촉은 상대가 누구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미끈거렸다. 고양이는 더 이상 참을  없었다. 매번 그들이 관계를 가지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만 했던 데다가 진한 암컷의 향을 풀풀 풍겨대니 참는 것이 고역이었다.

"응, 흣. 흐아!"


제 속에 파고든 손가락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면서 소녀의 속살이 조여든다. 암컷에게서 흘러나오는 신음이 고양이의 행동을 더욱 부추겼다. 고양이는 그녀의 다리 사이를 보았다. 꾹 닫힌 닫힌 다리 사이엔 달콤한 샘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고양이가 그 꿀물에 고개를 들이미는 순간.

"나는 내 것에 손대는 녀석들을 가장 싫어하는데."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양이는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주드의 것이었으므로. 고지가 코앞에 있음에도 이빨이 딱딱 부딪혔다. 암컷에 눈이 멀어 외면했던 본능이 비명을 지른다.


"고양이가 아니라 쥐새끼가 같이 타고 있었군."

고양이가 뻣뻣한 고개를 억지로나마 돌려 돌아보면 주드의 붉은 눈이 형형하게 빛나며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지금 고양이의 귀는 아직도 그가 잠에 들어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는 멀쩡하게 일어서 있었으니까.


"이래서 하등한 미물이란."

고양이의 혼란을 알아차렸는지 주드는 비웃으며 그의 배를 차버렸다.

"카악! 카흑!"

고양이는 벽에 부딪히며 배와 등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지만 벨카와 헬레나는 깨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쥐새끼를 어떻게 처리할까."

그가 그의 앞으로 다가와 천천히 쭈그려 앉자 고양이는 죽음을 직감했지만 주드의 입에서 흘러나온 건 예상 밖의 말이었다.


"이번 한 번만큼은 두고 보지."
"크우윽?"

그에 의문을 품은 찰나 그의 발이 고양이의 배를 짓누른다.

"케으윽!"


그대로 발로 그를 납작하게 밟아버릴 듯한 행동에 버둥거리고 있으니 그의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착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네 미천한 물건이 벨카에게 닿기만 했어도 너는 지금  손에 죽었을 테니."


그의 발이 물러나며 압박감이 사라지자 고양이는 간신히 숨을 쉴 수 있었다. 주드는 더 이상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는 녀석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사실 죽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지만 말이다. 캐트시의 행동은 너무 뻔했다. 그는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흐읏! 아흐."

벨카는 눈을 뜨고 있었지만 딱 봐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건드리지 않아도 신음을 흘리는 모습을 보아하니 아주 조금만 더 기다리기만 하면 농익은 열매가 스스로 굴러들어오리라. 내일이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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