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7화 〉떠나가는 길. (157/220)



〈 157화 〉떠나가는 길.

가게의 주인이 가져온 속옷의 종류는 정말 다양했다. 반투명한 재질의 슬립부터 캐미솔까지 헬레나도 본 적이 없는 것들이 있을 정도로. 벨카의 경우엔 주드가 원하는 대로 종류별로 속옷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헬레나의 경우 문제가 있었다.


"사이즈가 없다니. 크다곤 생각했지만 그 정도라."


헬레나는 감탄하는 그의 모습에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평소에도 자신의 속옷을 따로 주문해서 입어왔던 그녀였으니까. 사실상 그녀에게 맞는 속옷은 없었다. 그마저도 꽉 끼는 편이라 주인이 놀라며 주문 제작을 하겠냐 물었었지만.


"제작 기간을 기다릴 만큼 여유롭지는 않아서."

라는 말을 하며 다른 옷들을 살피더니.


"이렇게 된 김에 옷도 사지."


소녀의 옷까지 사는 것으로 만족하고 가게를 나온 것이다. 값을 치른 옷들은 가방에 담아 그가 들었다.  모습에 헬레나는 무어라 말하기 힘든 위화감을 느끼면서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주드를 따라 거리를 걷던 중 벨카가 신고 있던 구두 한 짝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잠깐."

소녀는 구두를 주우려는 듯 그의 품에서 내려오려 했지만 그녀가 내려가지 못하게 주드가 그녀를 막는다. 그리곤 그녀가 신고 있던 나머지 구두 한 짝도 직접 손으로 벗겨 떨어트리는 것이 아닌가?


"마침 잘 됐군. 구두도 새로운 것으로 살까."

그러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벨카를 데리고 가게를 찾으러 가는 그의 모습에 헬레나는 바닥에 떨어진 구두를 주웠다. 약간은 닳아 보이지만 작은 구두는 흠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했다. 그녀는 잠시 구두의 옆에 새겨진 장인의 이름을 바라보다 조용히 그 구두를 챙겼다. 그리고 곧 그들이 찾은 곳은 란투아에서도 여러 곳에 지점을 둔 유명한 구두가게였다.


"이건 너무 작고. 이건 너무 밋밋하군."

그곳에서 주드는 그곳에 마련된 의자에 벨카를 앉혀두고 무릎을 꿇고선 직접 그녀의 발에 구두를 하나하나 대조하고 있었다. 마치 다정한 연인과도 같은 모습에 점원 몇이 꺅꺅거리지만 벨카는 초조한 기색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결국 그녀의 사이즈에 맞으면서도 마음에 든 디자인을 찾았는지 소녀에게 구두를 신긴다.

"이걸로 하지."

구두는 벨카의 발에 딱 맞았지만 길이 덜든 억센 가죽은 소녀에게 아플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애써 티를 내진 않았지만 그가 벨카에게 억지로 신긴 구두가 발목을 꽉 조이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불편해 보였다. 그는 구두의 값을 치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도달한 곳은 아까와 같은 골목이었다. 헬레나가 아까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했을 때였다. 주드가 아까와 같은 벽에 벨카를 내려놓은 것은.

"팔을 들어."


벨카가 그의 말을 따라 팔을 위로 들자 그는 그대로 그녀의 원피스를 들어 벗겼다. 지금 이곳이 아무리 골목이라 해도 바로 근처에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대담한 행동이었다.


"하으."

원피스가 거칠게 벗겨지는 것만으로도 자극을 받았는지 벨카는 신음을 흘린다. 주드는 그렇게 가게에서 새로 산 속옷을 입은 그녀의 모습을 감상했다.

"역시  어울리는군. 마음에 들어."

지금 벨카가 입은 것은 속옷의 위아래가 이어져 일체화된 형태의 속옷이었다. 레이스와 자잘한 장식 역할을 하는 무늬가 가미된 모습도 모습이지만 반쯤 투명한 재질로 이루어져 소녀의 우윳빛 피부가 비치는 모습이 뇌쇄적이다.  아래로 이어진 가터벨트와 스타킹은 더더욱. 그는 손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쓸어내리며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하우으!"

끝내 주드의 손가락이 소녀의 가장 아래, 은밀한 계곡에 닿자 바로 진득하게 새어 나오는 꿀물이 속옷과 손가락을 적신다.


"물이 너무 많군. 방금  속옷까지 이렇게 더럽히다니."


책망하는 어조지만 그의 얼굴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누구를 위해 이렇게 물아 많은 거지? 말해볼까?"
"흐으읏."


벨카는 그의 말에 답하는 일 없이 거친 숨을 내쉬며 어떻게든 쾌락을 삼킨다.

"아읏?!"

그러나 그녀의 균열 안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굵직한 손가락에 더욱 많은 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는 보란 듯이 그녀의 안쪽을 헤집어 꿀물로 덮여 있던 손가락을 빨아내고는 몸을 숙여 소녀의 허벅지를 부근을 팔로 감싸 올린다. 그로 인해 벨카는 벽에 기댈 수밖에 없었고 그의 얼굴은 그녀의 고간에 파묻는 모습이 되었다.


"어쩔  없지. 마침 목도 말랐으니."
"흐읏! 하그읏! 히으읏!"

츄릅, 츕, 그의 혀가 균열을 핥고 입으로 빨아 꿀물을 마실 때마다 질척한 소리와 함께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런 행위가 얼마나 지났을까? 소녀의 신음이 거칠어지다 못해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워할 무렵에 주드는 그녀를 내려놓았다. 벨카가 자신의 배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물건의 존재감에 흠칫거리며 그를 올려다보자 그는 그녀에게 다시 옷을 입혔다.


"...아?"

벨카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주드를 바라보자 그는 그녀를 안아 올리며.

"이제 좀 더 마을을 돌아보지."

그대로 골목을 나서는 그의 행동에 헬레나도 당황하며 주드의 뒤를 따랐다. 그 뒤로 그들은 다시 거리를 걸어 다니며 마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마치 평범하게 나들이를 나온 것처럼. 그리고 저녁 식사까지 식당에서 해결한 그들은 밤이 되어서야 마차로 돌아왔다. 헬레나는 도저히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떠오르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맞는다면 그녀는 더욱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돌아온 마차의 안은 변한 것이 없었다. 어셔는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고 캐트시는 구석에서 그들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주드는 그 모습을 확인하더니 캐트시의 곁에 소녀를 내려놓았다. 헬레나가 도저히 알 수 없는 그의 행태에 의문을 품은 찰나. 주드가 그녀에게 다가와 손목을 잡아채었다.


"윽... 읍!"

그리곤 다짜고짜 헬레나를 껴안으며 키스하는 그의 행동에 입이 막히고 말았다. 그녀의 입안으로 파고드는 그의 혀가 역겨워 당장이라도 이빨을 닫아 끊어버리고 싶었지만 헬레나는 그의 행위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의 입에서 소녀의 달큼한 향기가 풍겨오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머리가 어질해졌다.


"파하! 하아."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녀는 어느새 앞섬이 풀어헤쳐져 가슴을 주물러지고 있었다. 그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엉덩이 아래로 파고들어 다리 사이에 끼워진 커다랗고 뜨거운 말뚝의 감촉이 앞으로의 일을 가르쳐 주었으니까. 그러나 헬레나가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앞으로 자신이 당할 일이 아닌 그녀를 바라보는 벨카의 시선이었다. 이윽고 그녀의 균열 속으로 그의 물건이 파고들었다.


"흐윽, 하."


어제 하루 종일 소녀와 그녀를 범했으면서도 아직도 여력이 남았던 것일까. 헬레나는 자꾸만 아래쪽으로 파고드는 쾌락과 불쾌함 속에서도  가지만큼은 확실하게 느낄  있었다. 주드가 그녀를 범하고 있으면서도 벨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소녀가 그 시선을 마주하고 그에게 다가가려 하자 주드가 그녀를 멈춰 세웠다.

"가만히 있어."
"흑! 하악!"

벨카로부터 전해진  기운에 취한 헬레나의 보지를 푹푹 찌르며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

"거기서 옷을 벗어."


소녀가 원피스를 벗고 속옷 차림이 되자 헬레나를 찌르는 주드의 허리 짓은 더욱 격해졌다.


"학! 앙! 하윽!"


찔꺽찔꺽, 격렬한 행위가 이어지는 것을 직접 보고 있으면서도 벨카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멍하니 있었다.

"하아악!"

결국 그가 헬레나의 안에 정을 쏟을 때까지 말이다. 겨우  행위가 끝나나 싶었던 때.


"이제 속옷도 벗어."
"읍! 학!"

그렇게 말한 그는 그녀가 속옷을 벗는 모습을 보며 다시 헬레나는 푹푹 찌른다. 그리고 속옷을 벗는 손이 아래까지 내려갔을 때. 벨카는 그제야 제가 입은 속옷이 푹 젖은 상태라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속옷을 놓쳐버렸다. 소녀는 믿기지 않는 듯 자신의 아래를 바라보았지만 이제 가로막을 것조차 사라진 그녀의 균열에선 끈끈한 꿀물이 그녀의 다리를 타고 계속 흐르고 있었다.

"으극! 흐아."


더욱 커진 헬레나의 신음에 벨카가 고개를 들면 그런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주드의 눈과 마주쳤다. 정작 범하고 있는 것은 헬레나인데 그 눈은 소녀를 탐하고 있었다. 벨카는 맹수와 마주친 사슴처럼 움직이지도 못한 채 주드의 행위가 끝날 때까지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구석에 숨을 죽이고 있던 고양이만이 주드가 원하는 바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전에 그가 벨카에게 주입한 것이 뭔지는 몰라도 지금 그녀는 발정기였다.

그런 그녀의 몸을 쳐다보며 다른 암컷과 교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유혹이며 도발이었다. 그녀를 저렇게 만들겠다는. 소녀의 다리 사이로 끈적끈적하고 투명한 꿀물이 바닥까지 쭉 늘어지다 툭하고 끊어져 내렸다. 암컷의 향기가 코를 찔렀다. 그날 끝내 주드가 벨카에게 손대는 일은 없었다. 다음날.


"햐읏! 아읏!"

아침부터 마차의 안에는 벨카의 신음이 울려 퍼졌다. 쾌락에 버둥거리는 소녀의 아랫도리에는 주드가 얼굴을 묻고 있었다. 쯉, 쯔읍 찐득한 소리가 그가 그녀의 꽃잎을 빨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주드가 밤사이 벨카의 꿀단지 속에 가득 고인 꿀물을 빨아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소녀의 안쪽에 들어찬 꿀물 한 방울까지 마시고 마무리로 도톰한 꽃잎과 허벅지 안쪽을 넓게 핥아 흘러나왔던 것들마저 마셔버렸다.

"하으. 흐에."

그가 만족스러워하며 벨카의 다리 사이에서 고개를 들자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 흐릿한 금빛과 마주친다. 작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거칠고 여린 신음이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것만 같았지만.


"잘 마셨다. 목이 마르면 또 부탁하지."
"아으으."


주드는 그것만으로 만족했다는 듯 일어나지 못하는 소녀를 내버려 두고 일어났다.

"이제 출발하지."
"...."

헬레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신에게 말을 거는 그의 행동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벨카는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그의 행각에 깨어나자마자 정신이 없었고 헬레나는 아직도 자신의 뱃속에 들어찬 위화감에 속이 더부룩했다. 게다가 앉아있으면 닿는 은밀한 곳이 가려운 것처럼 민감해서 제대로 마차를 몰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어쨌든 마차를 몰아 영지로 들어왔던 입구를 찾았다. 그곳으로 나가려니 들어왔을 때처럼 경비병들이 그들을 막아서려 했지만.

역시 주드가 마법을 사용하면서 그들은 아무것도 기억하지도 못한 채 그들을 밖으로 내보내 주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이제 그러려니 하며 영지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히이이이힝!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 것은. 힐디스비니의 낮고 거친 울음소리와 다르게 높게 울리는 울음소리에 그곳을 돌아보면.

"저 말은..."

저 멀리서 하얀 말이 그들을 바라보며 높게 울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흙탕물에 털이 젖어 살짝 누래 보였지만 그래도 하얀 말을 확실하게 알아볼  있었다. 그리고 저런 말이라면 그들이 두고 왔던 말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지?"


마차의 안에 있던 주드가 마부석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헬레나는 말하는 것을 망설였지만 이미 그는 말을 발견한 상태다.

"어셔 님의 말입니다. 구름 지대를 같이 건너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묶어두고 왔었습니다만."

말은 이미 그들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주드는 재미있다는 듯.

"쫓아오게 내버려 둬 언제까지 쫓아올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니."
"그렇지만 말은 거친 환경을 버틸 수가"
"그게 내 알 바는 아니지."


헬레나는 힐디스비니가 말을 치는 일이 없도록 고삐를 붙잡고 말을 보았다. 주드는 이미 흥미가 가신 듯 마차 안으로 들어간 후였다.

"왜 쫓아오신 겁니까? 영지로 돌아가십시오. 저 너머의 환경은 너무 가혹합니다."


그녀는 이 말이 생각보다 똑똑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람의 말을 귀신같이 알아들으니까. 헬레나는 이렇게 말하는 것만으로 말이 돌아가리라 생각하며 말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얌전히 그녀의 쓰다듬을 받는 모습에 알아들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헬레나는 고삐를 쥐고 흔들었다.


-쿠르륵!

신호를 받은 힐디스비니가 콧김을 내뿜으며 마차를 끌고 헤엄치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그들을 쫓지 않는 듯 제자리에 서서 마차의 뒤로 사라지는 말의 모습을 확인하고 마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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