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화 〉떠나가는 길.
다음날 아침, 하늘에는 회색빛의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비가 내리지는 않았다. 마침 딱 좋다고 생각하며 주드는 어젯밤에야 도착한 영지를 익숙한 것처럼 거닐고 있었다.
"읏, 저."
벨카가 그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소녀는 지금 그의 팔 위에 앉아 주드의 품에 기대어 있었다. 어제 하루 종일 그를 받아들인 그녀는 혼자 일어설 수도 없었으니까.
"왜?"
팔에 느껴지는 소녀의 부드러운 감촉과 저 혼자 중심을 잡아보려다가도 떨어지기라도 할까 어쩔 수 없이 그의 품에 기대는 벨카의 행동을 즐기며 되묻지만 그녀는 입을 열지 못했다. 무어라 하고 싶은 말은 있는 것 같았지만 작은 입술만 우물거리다 다무는 모습에 그는 웃음을 흘렸다. 말하지 않아도 소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뻔했다.
"마차에 두고 온 녀석이라면 걱정하지 마. 힐디스비니는 낯선 자가 다가오는 걸 용납하지 않으니."
"...응."
그가 부드럽게 이야기하자 벨카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그들은 영지를 돌아다니고 있었고 헬레나도 그가 데리고 다니고 있었으니. 어셔를 걱정한 것이겠지만 힐디스비니가 지키는 마차에 함부로 다가갈 멍청이들은 없었다. 웬만한 몬스터들도 상대하기 꺼리는 힐디스비니를 괜한 좀도둑이나 잡배들이 건드리려 했다간 뼈도 못 추릴 테니. 마차 안에는 어셔 말고도 캐트시가 있었지만 그 녀석은 없느니만 못했다.
"하지만 나와 데이트 중에 그런 녀석을 걱정을 하는 건가?"
이제는 그 사실이 딱히 기분 나쁘지도 않았지만 부러 목소리를 낮게 가라앉히자 겁을 먹는 소녀.
"흣! 하으."
그가 남는 손으로 벨카의 아랫배를 살살 쓰다듬자 그녀를 받치고 있던 그의 팔에 축축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렇게 작은 자극만으로도 소녀는 파르르 떨며 속옷을 적신다.
"이거 참 섭섭하군. 아직도 네가 누구의 아내인지 자각이 없다니."
"흐우우!"
벨카는 어떻게든 새어 나오는 신음을 참아보려 하지만 쾌락의 기색만큼은 숨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소녀를 자극하며 골목에 들어섰다.
"여기는 왜 들어온 겁니까?"
잠자코 그들을 따라오던 헬레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려는 것이 보였디만 그녀 또한 늦은 밤까지 그의 정을 받아낸 몸이었기에 발걸음이 늦었다.
"다른 건 아니고 우리 아가씨가 실례를 저질러서 말이지."
그가 안고 있던 벨카를 천천히 내려놓자 벽에 기대어 서며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는 그녀. 그는 그런 소녀의 다리 사이로 손을 뻗어 손바닥으로 그녀의 보지 둔덕을 통통 두드렸다.
"힉?! 히긋!"
그러자 허리를 비틀며 안 그래도 젖어있던 속옷을 전부 적셔버린다. 스타킹과 가터벨트는 벗어둔 상태라 약간은 아쉽지만 소녀의 하얗고 얇은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투명한 액의 모습이 참 야했다.
"칠칠치 못하기는 자 벗겨주지."
"하지만."
벨카는 원피스 자락을 꾹 누르며 그의 손을 막으려 했지만.
"어서. 치마를 들어."
주드의 재촉에 결국 그녀는 원피스 자락을 들어 꿀물로 푹 젖어버린 속옷을 그에게 보였다. 그가 속옷을 잡고 끌어내리자 강해지는 향기, 쭉 늘어나는 실들과 속옷이 지나간 피부가 발갛게 물드는 모습이 애욕을 자극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는 소녀에게서 벗겨낸 속옷을 그대로 자신의 주머니 속에 넣어버렸다.
"자, 이제 찝찝하지 않지?"
"그런..."
벨카는 그에게 속옷을 돌려달라는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때였다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 건.
"어디의 도련님인지는 몰라도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잖아?"
소녀가 그 목소리에 놀라 황급히 제 원피스 자락을 눌러 내린다. 주드는 그 모습을 구경하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후줄근한 차림의 껄렁한 남자들이 실실 웃으며 골목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혼자만 즐기지 말고. 우리도 좀 껴주지그래?"
저런 것들이 꼬여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직 우기가 끝나지도 않았고 이른 시간이라 거리에는 많은 사람이 나와 있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소녀를 인형처럼 안고 다니며 예쁜 하녀를 거느리고 다니는 모습은 눈에 띄었으니.
"흠, 그렇군. 혼자서 즐기는 것도 꽤 심심하지."
"당신, 무슨 생각을!"
그의 말에 무덤덤하게 세 남자들을 노려보던 헬레나가 소리쳤지만 남자들은 씩 웃으며 다가왔다.
"오오, 제법 말이 잘 통하잖아?"
"나는 저 여자애로. 아까 신음 흘리는 게 겁나 꼴리더라."
"킥킥, 난 이 여자로 한다. 저 빨통 좀 보라고."
헬레나는 그들이 다가오자 자신만이라도 벨카를 지키기 위해 단검을 꺼내들려 했지만 주드의 낮은 목소리가 골목을 울리는 게 먼저였다.
"'페이휴'"
그와 동시에 그들에게 다가오는 자세 그대로 굳어버린 남자들. 마치 시간이라도 멈춘 것 같은 모습에 헬레나가 놀라고 있으면 주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가 너희 같은 것들에게 언제 그런 것까지 허락했지?"
남자들이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그는 헬레나의 뒤로 다가와 그녀의 하녀복 아래로 손을 넣고 주물 거린다. 그가 주무르는 대로 형태를 바꾸는 커다란 가슴이 그녀의 옷 위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흣!"
"이런 가슴을 잔뜩 흔들며 유혹하니까. 저런 것들이 꼬이는 거 아닌가?"
"그건 당신이! 으읏."
헬레나는 억울했다. 이런 가슴을 가지고 싶어서 가지게 된 것도 아니거니와 그녀가 브래지어를 입지 못하게 만들어서 흔들리는 모습을 타인에게 보이게 된 것도 주드 때문이었으니까.
"네놈들의 더러운 손으로 내 것을 만지게 할 수는 없지 그곳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어라."
그는 곧 헬레나의 치마를 그들에게 잘 보이도록 들추며 그녀의 균열에 손을 집어넣었다.
"흡?!"
헬레나는 겨우 신음을 참아냈지만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쾌락은 그대로 그녀를 괴롭혔다. 어젯밤부터 맛이 간 듯 주드의 손길을 받는 대로 쾌락을 느끼는 몸이 원망스러웠다. 원인은 알고 있었다. 조금만 생각하면 소녀의 꿀물을 먹은 것이 영향을 주었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지금, 움직이지는 못해도 낯선 남자들이 핏발이 선 눈으로 그녀의 은밀한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 수치심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아! 하윽!"
주드가 그녀의 균열 속을 헤집으니 결국 헬레나가 신음을 내뱉고 남자들이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보려는 듯 몸이 움찔거린다. 그제서야 그가 만족한 듯 그녀의 균열에서 손을 빼낸다.
"네놈들에게 보여주는 건 여기까지다."
주드가 이어서 허공에 라이도우를 그리자 그들의 눈이 탁하게 물들었다.
"어때 꽤 즐겁지 않았나?"
"멍청한 소리도 작작! 흐윽!"
"하지만 여기는 솔직하지 않나?"
그가 다시 헬레나의 균열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는 행동에 그녀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이제 너도 속옷을 벗어라."
헬레나는 분한 마음을 풀길도 없이 그에게 속옷을 내주어야 했다. 주드는 그가 내려놓았던 곳에 그대로 주저앉아 있던 벨카를 다시 안아들었다.
"이런, 옷이 더러워졌군."
"하긋!"
그녀의 치마를 털어주며 엉덩이를 두드리자 역시 소녀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남자들을 내버려 두고 골목을 나왔다. 그의 팔에는 이제 소녀의 은밀하고 촉촉한 꽃잎의 감촉이 방해하는 것 없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가끔씩 뻐끔거리며 그의 팔에 닿으며 쪽쪽 뽀뽀를 할 때마다 주드도 보답하듯 그녀의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읏!?"
"이런 떨어질 뻔했잖나."
소녀는 전보다 더 저 혼자 중심을 잡으려 애썼지만 부질없는 노력이었다.
"빨리 와라. 그 가슴이 어지간히 무겁긴 한가 보군."
"윽!"
헬레나도 전보다 더욱 느려진 발걸음으로 그들을 따라왔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옷을 전혀 입고 있지 않은 그녀들의 모습은 어색하고 음란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 증거로 지나가는 남자들마다 그녀들을 육욕이 가득한 눈으로 훑고 지나가고 있었다. 아마 그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어디 한구석으로 끌려가 강간당했을 것이 뻔했다.
"신경 쓰지 말고 당당하게 걸어라. 내가 걸어둔 마법 때문에 우리가 시야에서 벗어나면 우리를 봤다는 걸 잊게 만들었으니까."
그들은 마을을 돌아다니다 어느 한 식당에 들어왔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빨리 먹지 않고 뭐 하는 거지?"
주드는 테이블 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보고만 있는 헬레나에게 물었다.
"...마을에 들리자고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헬레나는 한시가 급한 상황에 영지에 들어와 여유를 부리는 그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점심을 먹는 것 빼고는 속옷을 입지 않은 그녀들을 데리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뿐이지 않았나?
"그걸 내가 말해줄 필요가 있나?"
그의 말에 그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앉아 있는 건 2인 테이블이라 그의 무릎 위에 앉은 벨카의 머리에 턱을 기대며 음식 하나를 집어 그녀에게 먹여주었다. 남아있던 자리들은 충분했지만 이를 위해 일부러 앉은 것이었다. 그녀들의 속옷은 여전히 그의 주머니에 있었고 그의 자지는 남몰래 바지에서 빠져나와 소녀의 여린 허벅지와 가랑이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그녀의 치마폭이 가려주고 있었지만 조금만 잘못하면 사람들에게 들킬 수도 있는 상황.
심지어 사람이 많은 곳인데다 그녀들의 미모 덕에 시선마저 몰리고 있다. 그 아슬아슬함 속에서 벨카가 포크로 음식 하나를 찍어 그에게 내밀었다. 물론 그의 요구였다.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스스로 행동하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면 맹세의 의미가 없다고 말이다. 소녀가 먹여주는 것만으로도 그다지 즐기지 않았던 식사가 맛있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보다 즐거운 이유는.
"읏으."
자각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소녀가 제 허벅지와 가랑이 사이에 끼워진 그의 고기 기둥에 대고 제 부드러운 꽃잎을 조금씩 비비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아슬아슬하고도 즐거운 식사를 끝내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옷 가게?"
헬레나가 가게의 간판을 보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것도 주로 여자들의 옷과 속옷을 취급하는 곳이었다.
"설마 고작 이런 것 때문에."
"고작이 아니지. 다른 곳은 란투아만큼 속옷이 다양하지 않아서 말이지."
파르즈가 있는 곳은 사시사철 여름에 가까워서 란투아와 달리 그렇게 옷이 다양하지 않았다. 그것은 특히 속옷에서 두드러졌다. 단순히 따먹는 것도 좋지만 역시 여러 가지 옷들을 입힌 채 따먹는 것만큼 좋은 느낌도 없기에 주드는 구름 지대를 건너기 전에 그녀들의 속옷을 최대한 많이 사려는 것뿐이었다. 그가 소녀를 데리고 가게로 들어가자 헬레나도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랐다.
"어서 오세요. 손님!"
그들을 반기는 여인이 보였다. 벨카와 헬레나, 주드의 모습을 빠르게 훑어보는 모습을 보고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아마 그들을 마을 구경을 나온 귀족과 수행원쯤으로 본 것이리라. 그는 그녀의 착각을 내버려 두고 입을 열었다.
"약혼자와 첩에게 속옷을 사줄 생각인데 종류별로 보여줄 수 있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우선 사이즈를."
헬레나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결국 사이즈를 재는 여인에게 몸을 내주어야 했다. 주인은 위화감을 느꼈는지 잠깐 움직임이 멈추었지만 태연히 그녀들의 사이즈를 재고 옷을 찾기 위해 돌아섰다. 그녀들이 속옷을 입고 있지 않다는 걸 눈치챈 것이 분명했다. 주드가 큭큭 웃고 있으니 헬레나가 그를 노려보았다.
"뭐가 그리도 우스우십니까."
"하하하! 어차피 저 여자는 우리가 나가면 기억하지도 못할 텐데 뭘 그렇게 화를 내지?"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녀의 외침에 그는 웃음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뭐가 문제지? 어셔란 녀석은 네가 억제제를 사용한 덕에 병이 빠르게 진행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한시라도 빨리..."
"구름 지대가 문제일 뿐이지 실제로 란투아와 파르즈의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아. 마법이 있는 이상 이미 치료할 수 있는 병이나 다름없지."
진심으로 뭐가 문제인지 묻는 주드의 말에 헬레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니면 기억을 지우지 않고 속옷만 입은 너의 모습을 다 보여 주고 다닐까?"
그렇게 되면 혹시라도 란투아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처지가 곤란해질 것이 뻔했다. 조금 멀긴 해도 이 영지는 도나르의 영지와 그렇게까지 먼 편이 아니었으니.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다면 그녀에 대한 소문 또한 그곳에 전해지는 것이다.
"그러고 싶은 게 아니라면 얌전히 선물을 받아라."
결국 헬레나는 옷 가게의 주인이 속옷들을 들고 올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벨카의 걱정스러운 금빛만에 조용히 그녀를 위로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