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운명.
"구름 지대를 지나갈 방법이라. 그런 건 나도 몇 가지 정도는 알고 있어."
구름 지대를 지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그 증거로 도나르와 그의 동료들이 구름 지대를 건너 란투아에 도달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중에 확실한 방법 같은 건 없단 말이다."
그렇기에 더욱 절망스러운 것이었다. 도나르를 비롯한 이들이 구름 지대를 지나올 수 있었던 것도 어디까지나 운이 좋았을 뿐이다. 다시 하라고 해도 할 수도 없는 도박이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기사단 규모의 이들도 전멸을 각오하고 운에 맡겨야 하는 곳이 구름 지대였으니까. 치료제를 얻기 위해서라지만 그런 곳을 지나가려 했다간 어셔는 물론이고 멀쩡한 벨카까지 목숨을 잃을 것이 뻔했다.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구름 지대를 건널 수 있을 겁니다."
"뭐라고?"
"이 자는 마법사니까요."
헬레나의 말에 도나르가 놀라서 그를 보았다.
"처음 뵙는군. 그녀의 말대로 나는 마법사. 주드다."
도나르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어도 그는 도나르를 알고 있었지만 그는 내색하는 일 없이 자신을 소개했다.
"혹시 마법사라는 걸 증명할 수 있나?"
주드가 그의 말에 별것 아니라는 듯이 손가락을 허공에 슥슥 긋자 빛무리가 뒤따른다. 그것만으로도 마법사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룬이 완성된 직후 그의 손에 방 안을 환히 비추는 빛 덩어리가 떠오르는 모습이 주드가 마법사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었다.
"확실하군."
그가 함께라면 구름 지대를 건너는 것도 손쉬운 일이리라. 마법사란 사람의 몸으로 재앙을 휘두르는,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존재였으니까. 이전에 도나르는 샬비와 오두르와 함께 마법사인 판을 제압한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철저한 기습과 마법을 캔슬할 수 있는 벨카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러한 조건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는 것이 마법사였다.
"그런데 당신 같은 자가 뭐가 아쉬워서 파르즈까지 가는 걸 도와주겠다는 거지?"
하지만 도나르는 미심쩍은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헬레나가 어떻게 마법사와 아는 사이인지는 둘째치더라도 왜? 어째서? 마법사처럼 대단한 자가 어셔의 병을 치료하는 데 도와준단 말인가?
"그건."
"헬레나와는 제법 오래 알고 지낸 사이지."
헬레나가 도나르에게 무어라 말하기 전에 주드가 가로챘다.
"당신 무슨 생각을...!"
"대충 말을 맞추는 게 너에게도 좋을 텐데?"
그녀는 작게 무어라 하려 했지만 그가 속삭이는 말에 입을 다물었다.
"개인적으로 파르즈에도 볼일이 있었으니 겸사겸사 데려다 주려는 것뿐이다. 서로 돕고 사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 않나?"
주드의 능청스러운 거짓말에 헬레나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조용히 서있는 것뿐이었다. 도나르는 그의 말을 듣고 고민하는 듯 헬레나와 주드를 쳐다보았다.
"그래도 대가는 충분히 지불해야 할 거다. 등가교환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테지?"
"...어쩔 수 없나."
결국 도나르는 그의 말에 설득당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마법사도 사람이니까. 판이 유독 좋지 않은 경우였다고 억지로나마 납득해야 했다. 아무리 수상해도 그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도나르도 마음 같아선 직접 구름 지대를 건널 방법을 모색해 보고 싶지만 책상을 움켜쥐듯 짚은 손만 떨렸다.
"그럼 잘 부탁하지. 영주."
그에겐 또 다른 의무가 있었으니까. 그리하여 도나르를 설득한 헬레나와 주드는 그의 집무실을 나와 복도를 걷고 있었다. 서로 무어라 하는 말도 없이 발걸음 소리가 복도를 울리는 가운데 먼저 입을 연 것은 주드였다.
"등가교환이라.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나?"
"연금술의 기본은 마법사인 당신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아아, 근본부터 어긋난 학문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
헬레나가 쌓아온 것을 모두 부정하는 그의 말에 그녀는 당장이라도 단검을 빼내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마법사에게 고작 단검으로 상처를 입히려는 시도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으니까.
"왜? 이른 아침부터 다짜고짜 쳐들어와선 내 목에 나이프를 들이대던 패기는 어디로 사라졌지?"
그녀가 인상을 찌푸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놀리듯 헬레나의 앞에 서서 그녀의 이마를 손으로 툭툭 밀었다.
"정말 꼴이 말이 아니군. 설마 나를 이런 식으로 이용할 줄이야."
불쾌하다는 듯 말하고 있긴 했지만 주드는 상관이 없었다. 예상외의 상황이긴 했어도 그가 벨카를 손에 넣는 일에 지장이 가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유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주드는 헬레나가 꽤 마음에 들었다. 평범한 하녀라고 생각하기엔 연금술사인 동시에 의술에도 조예가 있고 단검을 다루는 솜씨 또한 예사롭지 않다. 그의 목적을 이용하는 강단까지. 하지만 그렇다고 불쾌함이 전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각오는 하고 저지른 짓이겠지?"
주드가 그녀의 가슴에 손을 뻗자 헬레나는 날카로운 인상을 더욱 찌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꽤 먹음직스러운 몸이 아닌가?
"크읏."
"옷 속에 이런 음란한 몸을 숨기고 있었군."
펑퍼짐한 하녀복 위로도 은근히 드러나는 모습에 크다고는 생각했지만 직접 쥐어보니 한 손에 전부 담을 수 없을 만큼 크다. 안쪽의 속옷이 스치는 느낌과 희미한 돌기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그녀의 가슴을 주물 거리며 농락하고 있으니 헬레나가 말했다.
"이대로 계속할 작정입니까? 천박한 자식 같으니."
그녀는 그를 도발하고 있었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주드는 기꺼이 그 도발에 넘어가기로 했다.
"이곳은 빈방이겠지?"
그는 헬레나의 말을 듣기도 전에 그녀의 뒤에 있던 문을 열어젖히고 그곳으로 밀어 넣었다. 정말로 빈방이었는지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실 누가 있든 없든 그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였지만.
"하녀는 하녀답게 손님을 모셔야 하지 않겠나?"
헬레나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그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주드는 그녀를 그렇게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하녀라면서 시중을 들 줄도 모르는 건가?"
주드가 거추장스러운 로브를 벗어 그녀에게 건네자 버릇처럼 받아든 헬레나는 그가 원하는 것을 알아챘는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성실하게 구석 즘에 자리한 옷걸이를 찾아 걸어두었다. 그의 본래 모습을 직접 눈에 담았으면서도 신경 쓰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면 신경 쓸 정신도 없던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주드는 침대에 걸 터 앉았다.
분명 오랫동안 비어있던 성이라 관리가 되어 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침대는 뼈대만 낡았을 뿐 천과 내용물은 새것으로 갈아끼워져 있었다. 아마 헬레나의 솜씨겠지 그 점이 더 마음에 들었다.
"내 앞으로 와."
"일일이 명령하지 마십시오."
그러면서도 그의 앞에 서는 그녀의 모습이 참 우스웠다.
"내게 그런 말을 할 입장이 아닐 텐데? 이제 꿇어."
이제야 그가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챈 듯 헬레나는 망설이다 결국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자, 시중을 계속 들어야지. 이런 것까지 일일이 설명해야 하나?"
그가 부러 바지를 슬쩍 내리자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바지춤을 잡아내렸다.
"윽."
그러자 바깥으로 튀어나온 그의 물건을 보고 입술을 짓씹는 헬레나의 모습에 주드는 진하게 미소 지었다.
"어때? 꽤 크지 않나? 나름 자랑거리인데."
"퍽이나 자랑스러우시겠군요."
"뭘, 이제부터 네가 핥을 물건인데."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이를 가는 헬레나의 모습에 그는 충고했다.
"허튼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마법은 네 생각 이상으로 편리하거든."
결국 헬레나는 느릿느릿 그의 물건에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남자의 물건은 붉은 육질로 이루어진 거대하고 흉측한 버섯 같았다. 도저히 감출 수 없는 지린내와 비린내가 거부감을 부추겼지만 주드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지켜보고 있었다. 헬레나는 결국 눈을 꾹 감으며 그것에 혀를 갖다 대었다.
"하녀치고는 솜씨가 영 별로군."
어느덧 헬레나는 그의 물건을 입에 머금고 쪽쪽 빨고 있었다. 보이지는 않아도 열심히 혀를 써서 그의 귀두 아랫부분을 혀끝으로 쓸어내리는 감촉과 요도를 살짝씩 넓히려는 것 또한 느껴졌다. 물론 전부 그의 지시대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남자를 상대하는 것이 처음인 듯 일일이 지시해야 하는 것이 귀찮았지만 그의 물건을 억지로 빨며 노려보는 시선과 물건에서부터 느껴지는 감촉은 아무리 못해도 확실한 쾌락을 주고 있었기에 만족스러웠으나 그는 오히려 불만스럽다는 듯 행동했다.
"크읍, 퉤. 이 이상으로 뭘 어쩌란 말입니까?"
여러 여자들을 경험한 그의 요구를 일일이 들어주어야 했던 그녀가 입안에 고인 침과 그의 투명한 진액을 뱉어내며 말했다. 그의 물건에서 흘러나온 진액을 실수로 삼킬 때마다 인상을 구기는 얼굴이 참 볼만했는데 말이다.
"그러면 그 쓸데없이 커다란 가슴은 어디에 쓸 생각이지?"
"남의 몸을 대체 뭐라고...!"
"그만."
그가 그녀의 옷을 어깨부터 내려 가슴을 노출시키자 헬레나는 제 가슴을 두 팔로 감싸 안으며 숨기려는 것 같았지만 그는 그녀의 행동을 멈췄다.
"쓸모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 적어도 내 물건을 끼워 놓을 수 있을 테니."
"정말, 별 걸."
그녀는 경멸이 뒤섞인 질린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며 그의 다리 사이로 몸을 밀착했다. 여인의 뭉클한 감촉이 그의 허벅지 안쪽에 닿으며 그의 물건을 그대로 감싸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흐, 기대했던 것 이상이군."
괜히 큰 게 아니라는 듯 그녀의 가슴은 별다른 노력도 없이 그의 물건을 사이에 끼워 놓은 것이다.
"빨리 네 가슴을 쥐고 놀려라. 입도 쉬면 안 되지?"
주드의 재촉에 그녀는 제 가슴을 손으로 눌러 그의 물건을 감싸면서 입으로는 가슴 위로 튀어나온 그의 물건을 빨고 핥았다. 그러다 결국 그가 참아왔던 사정감을 터트렸다.
"큽, 콜록!"
그녀는 그의 씨물을 차마 입에 들이진 못했는지 고개를 돌렸고 결국 그녀의 가슴 위만 허여멀건 액체들로 범벅되어버렸다. 눈물을 찔끔 흘리는 것이 보였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부러 눈을 치켜뜬다.
"이게 끝입니까?"
뻔한 도발이었다. 이쯤 되면 그녀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유감스럽지만 나는 너 같은 여자를 잘 알거든. 놀아주는 것도 끝이다."
"그게 무슨!"
헬레나가 그게 무슨 뜻인지 묻고자 하는 순간이었다. 끼이익 하고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 건. 이곳은 빈방이었다. 이곳에 들어올 만한 사람은 없을 텐데. 그녀가 놀라 뒤돌아본 순간 볼 수 있었던 건.
"헬레...나?"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는 소녀였다. 헬레나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경악하지만 주드는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의 가슴에 흩뿌려진 자신의 허여멀건 씨물을 가슴에 펴 바르듯 쥐고 문지른다.
"이걸로 내 가설이 증명됐군. 마녀는 마법사가 마법을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용하려 하기만 해도 감지할 수 있다는 게 말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헬레나는 자신의 가슴을 쥔 그의 손에서부터 수많은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만 같았다. 잠시나마 그의 물건을 머금고 있었던 입과 그녀의 몸에 흩뿌려진 그의 씨물이 하수구 물처럼 역겨웠다. 그렇다는 건 이 남자는.
"처음부터...!"
그녀의 유혹 아닌 유혹에 넘어가는 척하면서 벨카를 불러들인 것이었다.
"네 생각을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
헬레나가 오늘 마법사를 되지도 않는 단검으로 위협하며 성으로 데리고 온 것은 최대한 빠르게 파르즈로 향할 준비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것을 위해선 어쨌거나 도나르의 허락을 필요로 했으니까. 성급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녀는 최대한 빨리 파르즈로 가서 어셔를 치료하고자 했다. 그녀의 행동이 그의 심기를 건드릴지라도. 때문에 그의 시선이 소녀 대신 자신에게 향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당돌해도 너무 당돌했어. 오히려 속아넘어가 주는 게 우스울 지경이었지."
아, 그래도 네 몸은 꽤 마음에 들었어. 그는 간단하게 평하며 이내 벨카를 보았다.
"이 하녀를 나에게 보냈다는 건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봐도 되는 거겠지? 벨카."
헬레나의 망연자실한 얼굴을 보며 입술을 떨던 벨카는 그를 바라보았다.
"...이건 나와 당신의 일이 아니었어?"
"질투하지 말라고? 멋대로 끼어든 건 이 하녀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벨카에게 손짓했다.
"이리로 와. 하녀의 잘못은 아가씨가 책임져야지?"
소녀가 결국 그에게 다가가자 그의 앞에 있던 헬레나에게도 가까워 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결국 모든 건 그의 손바닥 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