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8화 〉가을의 잔향. (128/220)



〈 128화 〉가을의 잔향.

"흐으."

고양이는 혹시라도 깨어날까 귀를 쫑긋 세워 소리에 집중하면서도 소녀의 부드러운 살갗을 혀로 핥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를 깨울 수는 없으니 과감하게 행동하지는 못했지만 혀는 꾸준히 착실하게 소녀의 맨살을 핥으며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봉긋하게 언덕을 만드는 소녀의 하얀 젖가슴이 너무나 먹음직스러워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구석구석에 자신의 흔적을 새기려면 어쩔 수 없이 입을 떼어내야 했다.

그 자그마한 언덕 위에 자리한 작은 과실을 보고 아쉬운 마음에 츄읍 하고 한 번 더 빨아두고 소녀의 몸을 감상했다. 작고 가녀린 몸은 밖에서 새어들어온 빛에 번들거리고 있었다. 당연히 그가 구석구석 핥지 않은 곳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너무 조심스럽게 행동한 탓에 침이 말라버린 곳이 대부분이지만 확인하듯이 계속 물고 빨았던 두 개의 작은 언덕만큼은 그의 침으로 범벅되어 여전히 번들거리고 있었다.

물론 제일 공을 들여야 하는 곳은 따로 있었지만. 소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자 예민한 코를 마비시킬 듯 야릇한 단내가 콧속을 가득 채웠다. 코앞에서 보는 꿀단지의 입구는  개의 꽃잎이 수줍게 감싸고 있었다. 꾹 누르면 튕겨낼듯한 도톰한 모습에 슬쩍 코를 가져다 대자 촉촉한 감촉이 느껴졌다. 도톰한 살점 사이의 균열이 거부하지 못하고 살짝이나마 삼킨 것이다.


고양이는 당장이라도 부풀어 오른 자신의 생식기를 꽂아 넣고 싶은 충동이 거세게 일었지만 겨우겨우 참아냈다. 지금도 아슬아슬하게 소녀가 깨어날까  조심하고 있는데 그런 거친 일을 했다간 다시 팔려가는 신세가 될지 모른다. 그건 이 암컷을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에 더욱 싫었다. 간신히 충동을 참아내고 암컷의 입구 근처를 혀로 핥으며 쓸며 천천히 더욱 천천히 자극했다.

"츄읍 파아."
"읏, 하으."


그리고 드디어 꿀단지의 입구를 삼킬 듯 혀를 최대한 넓게 펼쳐 그녀의 균열을 핥아올렸을 때 드디어 소녀의 입에서 옅은 쾌락을 담은 신음이 작게 튀어나왔다. 고양이가 작게나마 수컷으로서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흐읏, 어셔..."

소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자신이 아닌 다른 수컷의 이름에 고양된 감각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고양이는 머리에 열을 오르는 것을 느끼며 마음을 바꾸었다. 지금 당장 이 암컷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 위해 자신의 물건을 꺼내들었다. 이 순간만큼은 들키는 것이 아무래도 좋아졌다. 하지만 그때 고양이의 귀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잡아냈다.

"쯧."


때문에 이성을 되찾은 그는 아쉬운 마음을 삼키며 내렸던 바지를 입고 소녀의 옷을 원래 자리로 되돌렸다. 그리고 이불까지 덮어둔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을 때 문이 열렸다.


"술을 못하면 못한다고 하지 그랬어?"
"미안해요. 술을 몇 번 마셔본 적이 얼마 없어서."


그를 데려온 인간과  인간의 암컷이 방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의 귀가  곳에 있는 소리까지 들을  있다는  다행이었다. 적어도 그는 제게 좋은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에게 밉보여봐야 좋을  없으니 참기로 한 것이다. 고양이는 아쉬운 마음을 삼키면서도 자는  몸을 뒤척였다. 그들과 같이 있는 한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야 그는 얼마든지 착한 고양이를 연기할 수 있었다.


"경계심이  풀렸나?"


다음날 새벽. 어셔는 도나르와 함께 훈련을 나가기 위해 버릇처럼 일어났다가 자신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소년의 모습을 보고 중얼거리자 도나르는 어깨를 으쓱이며.

"어제는 곧바로 풀려난 직후니까 예민할만하긴 했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밥은 따로 가져다줘라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같으니까."
"네에."

그렇게 어셔가 훈련복으로 갈아입으려 하면 그와 함께 일어난 소녀가 그를 도와주었다.

"그럼 아침 먹고 봐."
"응."


 하고 그녀의 입 맞춤을 받으며 어셔는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가 계속될 거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이곳에 머무르며 이 일상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버렸다. 벨카와 입을 맞추는 그를 형형하게 노려보는 고양이의 시선은 알지도 못한 채.

"캐트시가 들어왔다는  사실이라구요?"
"그거 헛소문 아니었어?"


여느 때처럼 훈련과 마친 어셔는 벨카를 만나 식사를 하고 익숙하게 메디아와 류드밀라를 만났다.


"어, 어. 도나르 아저씨가 맡기로 하셔서."

현재 그녀들의 관심사는 이번에 구출된 캐트시 소년에 대한 것이었다.

"캐트시가 그렇게 희귀해?"

그도 처음 보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 놀랄 일인가 싶었다.


"희귀한 정도가 아니에요. 파르즈에만 살아간다는 수인인데 대체 어떻게 란투아에 있는지 모를 정도라구요."

그러고 보면 도나르도 이상하다고 이야기하긴 했다.


"애초에 그들은 파르즈에서  자체만으로 최대 왕족, 최소 귀족으로 취급받는 종족이라구요."
"그 정도라고?"


아무리 봐도 야생미 넘치는 모습이라 어셔는 그 말이 실감 나지 않았다. 그의 옷을 빌려 입은 모습만 봐도 고양이 귀와 꼬리를 제외하면 평범한 또래 아이였는데.


"캐트시라니 보고 싶다."
"듣기로는 고양이 귀와 꼬리가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메디아와 류드밀라가 그를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며 조르니 어셔는 거절할 수 없었다.


"밥을 따로 가져다주기로 했으니까 너희도 따라오던가."
"고마워요!"
"혹시 우유도 좋아할까?"


그리하여 그들이 밥을 들고 방으로 돌아가면 소년은 경계를 하는 듯 짐승처럼  발로 서서 귀와 꼬리의 털을 바짝 세우고 그녀들을 바라보다 함께 있는 그와 벨카를 발견하고 경계를 멈추는 듯 얌전히 앉았다. 역시 어제 유독 예민했던 것이라 생각하고 어셔는 밥과 수저를 그에게 가져다주었다.


"와, 진짜 고양이 귀와 꼬리가 있어."
"들은 것만큼 사나워 보이진 않네요?"

말을 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들을 힐끔힐끔 바라보면서도 허겁지겁 밥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으음, 아무래도 신경 쓰는 것 같죠?"
"그럼 나가 있을까?"
"밥 먹을 때 누가 보고 있는 것도 좀 그러니까."

그들은 소년이 밥을 먹어치우는 동안 나가있기로 했다.

"그런데 캐트시라고 해서 뭔가 더 있을 것 같았는데 우리랑 별로 다른  없네."
"듣기로는 힘이 좀  강하다는 것 같긴 해요."
"그건 기사 아저씨들도 똑같지 않아?"


류드밀라의 말대로 그들은 소년에게서 특별한 점을 찾지는 못했다. 그들과는 다른 귀와 꼬리가 신기하긴 했지만.

"다 먹고 나면 이름부터 물어보죠."
"그러네 쟤 이름도 모르고 있었구나."

하지만 그들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 그의 이름을 물을 수 없었다. 방 앞에 서있던 그들에게 히스가 다가왔으니까.


"히스?"
"숙부님? 여긴 어쩐 일로."

그의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가씨, 잠시 양해를. 류드밀라, 영주 님께서 부르신다."

아이올로스는 가만히 눈을 감고 책상에 앉아 있었다.

"아이올로스 님 죄인을 잡아왔습니다."
"안으로 들여라."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말에 명령을 내렸다. 언젠가는 이럴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하는 것과 직접 그 상황을 마주하는  다른 이야기였다. 그의 앞으로 온 죄인은 저항하는 일도 없이 그의 책상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그래도 작은 난쟁이의 덩치가 더욱 작아 보이는 것을 보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랬나? 필립."

이제는 오래된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의 그는 사샤를 위해 아버지의 자리를 빼앗겠다고 결심했지만 그래봐야 겨우 성년이 된 나이였다. 그에겐 자신의 아버지보다 잘난 것이 없었다. 그나마 힘은 더 강하다고 자신할  있었지만 그래봐야 그에겐 인맥도 자신을 지지해 줄 신하도 없는 그 남자의 아들일 뿐인 존재였으니까. 그런 그가 힘으로  자리를 빼앗는다고 해도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는 허수아비보다도 못한 영주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또 다른 이들에게 먹음직스럽게 보이지 않을 리가. 또한 자신의 자리를 빼앗을 명분도 충분했다. 아마 제 아비를 죽인 악독한 자를 몰아낸다는 이유로 그를 물어뜯으리라. 그렇게 되면 또 누군가 그의 자리를 빼앗게  것이고 또다시 다른 누군가에게 그녀를 빼앗길 것이다. 그래선 안  일이었다. 그는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사람이 되어 그녀를 지켜야만 했다. 그러다 떠오른 것이 그의 아비에게 쫓겨난 가신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끝까지 충언을 아끼지 않았던 그레고리라는 기사를. 그가 후에 어디로 가버렸는지 소식을 아는 자는 없었지만 아이올로스는 알고 있었다. 그와 몰래 대화를 나누던 다른 가신을. 두 사람이 친한 사이일 것이라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아서  없이 구는 모습에 놀랐던 일로 기억하고 있었다.

"히스."
"저를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당시 그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할 일만을 묵묵히 하는 가신이었다. 딱히 문제가 되는 일도 눈에 띄는 일도 없어서 존재감조차 희미했던 그런 인물. 그렇기에 더욱 의외였던 것이다.


"자네는 그레고리 경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
"...!"

그레고리와 친한 사이였다는 것이 말이다. 당시 그에게 그것은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지지기반도 미약하고 주변에 남은 것은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바쁜 간신배들. 그중에서 진짜로 이 영지를 바로 잡기를 원하는 이를 찾을 수 있을까? 설령 찾는다 해도 그들이 자신의 편이 되어줄까? 하지만 그에게 남은 기회는 그것뿐이었다.


"그레고리 경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아버지께서 찾아내지 못하고 행방이 묘연한 기사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겠지."
"그것을 어찌하여 물으시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는 그를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성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을 거라고 보나?"
"단지 아래 것들의 목소리일 뿐입니다."
"그렇게 치부한 목소리가 곧  것이 되어도 말인가?"

기사는 명예와 의무를 잊고 도적떼처럼 영지민을 수탈하고 있다. 그들이 언젠가 비교적 만만하고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상대에게 칼을 들이밀지 않으리라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그는 곧 히스가 노려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려울 것도 없었다. 아버지의 집무실에서 일을 도와주는 척 간신배들로부터 올라온 서류 중에서 몰래 빼온 것을 보여주면 그만이었다. 그런 히스가 소개해 준 것이 현재 그의 앞에 있는 필립이었다.

"역시 아이올로스 님이시군요. 그 끄나풀 하나의 말에서 단서를 잡아 저를 끌어내시다니."

그리고 그가 어제 잡아들인 남자와 끈이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의심하고 있었으니까. 그저 결정적인 증거를 이번에 손에 넣었을 뿐이다."


그래, 의심하고 싶지 않았지만 의심했다. 먼 연맹에서 들고 왔다는 식으로 조금씩 은밀하게 출처를 알기 힘든 몬스터의 부산물이 섞여들어 오거나 채취를 하지 않았는데도 몬스터가 습격한 흔적만이 남고 사람들은 감쪽같이 사라진 비허가 마을들의 황량한 모습이 보고되면서 가장 의심이 가는 건 역시 이 지역의 상권을 붙잡고 있는 그였으니까. 그래도 의심이 갈만한 이들을 차례대로 심문했는데 모든 정황과 증거가 그를 가리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레고리 경을 비롯한 이들을 단순한 상인인 자네가  숨겨주었는지 물었을  자네는 말했었지."

그때의 답을 아이올로스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내 아이가 좀 더 안심하고 살  있는 곳을 바랐다고 말이다."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그를 끌어내는  시간이 걸렸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이유로 눈과 귀를 가려도 언젠가 모난 돌은 주머니에서 튀어나오기 마련이고 아이올로스는 그것을 용납할  없었다. 떠나간 자신의 아내를 위해서라도 메디아를 위해서라도.

"나는 잘 모르겠네. 이것이 정말 자네의 딸을 위한 선택이었나?"
"...."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한 동시에 문이 열렸다. 그리고 들어오는 것은 난쟁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무척이나 작고 왜소한 아이였다. 검은 머리카락과 하얀 머리카락이 조금씩 섞인 모습이 독특한 어여쁜 여자아이.


"저를 부르셨다고."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채 이어지지 못했다. 그녀의 눈이 무릎을 꿇고 있는 필립에게 닿았으니까.


"아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