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1화 〉가을의 잔향 (121/220)



〈 121화 〉가을의 잔향

"제, 제가 아는 건 그게 전부에요! 그러니 제발!"


그녀는 생각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던 걸까? 그녀는 평소처럼 장을 보기 위해 거리에 나왔을 뿐이었다. 그다지 외진 길로 다닌 것도 아니었다. 더 빠른 길로 다닐 수도 있었지만 두 달 전부터 들려오는 소식에 넓은 길로만 다녔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두컴컴한 골목이다.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골목은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어째서 이곳에 있는가? 어째서 이 자를 만났는가?

그녀의 앞에는 골목에 스며든 칙칙한 로브의 남자는 어둠 속에서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녀는 이 골목에 온 순간 이 남자와 마주쳤다. 그리고 그녀는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그가 내지른 주먹에 복부를 얻어맞았던 것이다. 그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녀가 일어나지도 못하고 땅에 쓰러졌을  남자는 말했다. 마녀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라고. 정말 뜬금없는 말에 답하지 못하자 그에게서 날아드는  주먹이었다.


"말할게요! 마, 말해드릴게요! 때리지 말아 주세요!"

그녀는 그의 말에 마녀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음에도 스스로가 아는 모든 이야기를 억지로 끄집어 내었다.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만한 마녀에 대한 이야기였다. 음침한 곳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살며 마법으로 사람을 홀리고 조종하며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부터 성지나 귀족들이 이런 마녀를 잡아들여 처치한다는 사실과 현재 여인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마녀의 짓일지도 모른다는 소문까지.


"호오, 그런 소문이 나돌고 있었나? 이건 좀 새로운 소식이군."


남자의 흥미로워 하는 목소리에 그녀는 공포에 몸을 떨면서도 깨달았다. 요 두 달간 계속되는 실종 사건의 범인은 마녀 같은  아니라 이 남자였다는 걸. 대체 어떻게 하면 방금 전까지 대로를 걷고 있던 그녀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런 골목에 와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녀와 같은 이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던 것일 터였다.

"사, 살려주세요. 제가 아는 건 전부 말했어요!"

실종된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처음부터 없던 사람처럼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린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그녀들은 모두 이 남자에게 죽어버렸다는 사실을.

"제가 잘못한  있다면 사과할게요! 그러니 목숨만은! 집에는 제가 돌봐야 할 아이들과 남편이 있어요!"


그녀는 손이 발이 되도록 손을 비비며 어느 때보다 필사적으로 빌었다.


"흐음."

남자의 고민하는 듯한 소리에 그녀의 애간장은 더욱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여자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의 절박한 표정을 구경하고 있었다. 일부러 닮은 여인들을 골라 이런 일을 해오긴 했지만 이번 여자는 특히 그가 아는 이와 닮아 있었다. 그에게 이번 사냥감은  마음에 들었다.


"정말로 아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이상 쓸모도 없으니. 누구에게도 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풀어줄 수도 있다."
"저, 정말인가요?!"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그러자 날아든 주먹이 그녀의 어깨를 때렸다.

"끄읏!"
"시끄럽다."


남자의 주먹질은 매서웠지만 그래도 바로 전에 힘을 아끼지 않고 그녀를 무자비하게 구타하던 것에 비하면 약한 힘이다. 그 느낌에 그녀는 살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약속한다면 살려주마. 원래는 이런 자비를 베푸는 일도 드물지만 지금은 내가 기분이 좋아서 말이지."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는 화색이 도는 여인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그래, 기분이 나쁠 리가 닮은 얼굴인데.


"하지만 조건이 있지."


그는 로브의 틈을 열고 옷을 내려 그녀에게 제 물건을 보였다.


"내가 뭘 원하는지 알겠지?"
"하, 하지만 제게는 남편이, 아이가..."

그녀는 그가 그 흉물스러운 것을 드러낸 순간부터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지만 그녀는 망설였다.

"못 하겠다면 어쩔 수 없군."
"할게요! 하겠습니다!"

하지만 망설임도 잠시. 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는 순간 거부할  없다는 걸 깨닫고 그녀는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인적이 드문 골목이라 해도 이런 곳에서  손으로 옷을 벗는다는 것이 수치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살기 위해선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녀가 결국 옷을 전부 벗어놓았을 때 그가 손짓했다.


"내 앞에 꿇어앉아라."


그녀는 무릎이 돌바닥에 닿아 차갑고 아팠지만 신경 쓸 수 없었다. 그녀의 코앞에 남자의 물건이 꺼덕이고 있었으니까.


"자, 어떻게든 나를 만족시켜봐라."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남편에게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하지만 그녀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 비웃는다.

"허튼짓을 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너와 같은 걸 생각한 여인들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런 이들이 어떻게 됐을지는 너도 알고 있을 거 같은데."

다시 공포로 물드는 여인의 얼굴. 그는 큭큭 웃으며 그녀를 재촉했다. 그러자 그녀는 어설프게 그의 물건을 입에 물었다.


"쯉! 쯔읍! 츱!"


천박한 소리와 함께 그의 것이 핥아지며 절박하게 빨아들여지는 감각이 나쁘지 않다. 그는 여인의 머리를 붙잡고 강제로 흔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사정했다. 여유롭게 해도 상관은 없었지만 그는 본편이  좋았으니. 그는 자신의 입안에 억지로 정을 받아낸 그녀의 머리를 주먹으로 쳐 넘어트렸다.


"켈록! 켈록! 무, 무슨...!"


그녀가 입안의 정을 토해낼 틈도 없었다. 오히려 주먹으로 맞고 쓰러지며 역한 액체를 삼켜버린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국부에서 느껴지는 숨결에 굳어버렸다.

"흠, 혹시나 했는데 다행히 병 같은 건 없는 것 같군."


그 말에 그녀는 울분을 토해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곧 남자의 무거운 몸이 그녀의 몸을 짓눌렀으니까. 그녀의 아래에 묵직한 무언가가 닿아있는 걸 느끼기 무섭게 그것이 그녀의 몸을 파고 들어왔다.

"허억!"

아무런 전조도 배려도 없이 파고든 커다란 불방망이에 그녀는 헛바람을 내뱉었다. 가장 안쪽까지 순식간에 파고든 그것에 그녀는 괴로웠다. 그녀는 이를 꽉 깨물었지만 다행히 그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몇 번을 되뇌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그에게 의문이 들었지만 고통이 점점 줄어갈 때 드디어 그의 물건이 그녀의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윽!?"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남자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비명처럼 들리기를 바랐다. 하지만 억지로나마 주입되는 쾌락에 그녀는 살기 위해서라지만 결국 남편이 아닌 다른 이와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만 했다.

"아아!"


그는 자신의 아래에서 시시각각 다채롭게 변하는 여인의 얼굴을 구경했다. 닮은 모습 덕분에 더욱 그녀를 직접 범하는  같은 실감이 났다. 이 쾌감 때문에 이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결국 그녀의 안에 마음껏 싸질렀다. 임신에 대한 걱정이나 후회 같은  없었다. 지금은 그냥 마음껏 그가 아는 이와 닮은 여인의 보지가 자신의 물건을 감싸고 있는 감촉과 체온을 즐기며 자신의 씨를 받아들이는 감각에 집중하면 됐다.


"허흑. 으."

그리고 여인의 안에 제 씨를 전부 토해내고 그녀의 위에서 일어났다. 여인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았지만 그는 그녀를 기다려줄 생각이 없었다.

"아아악!"

그가 자신의 씨를 받은 그녀의 배를 짓밟자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꽤 괜찮았다. 약속대로 놓아주지."
"가, 감사, 합니다."

그녀는 고통에 몸을 떨면서도 그 고통을 준 이에게 감사해야 했다.

"하지만 빨리  골목을 벗어나는 게 좋을 거다. 나는 변덕스러워서."
"네, 네...!"

그는 고통과 아랫배의 통증 때문에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지만 그저 이곳을 벗어나야만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닥을 기어갔다. 그녀의 유방과 배가 거칠고 차가운 바닥에 쓸리고 있음에도 기어나갔다. 이내 그녀의 눈에 드디어 골목의 밖이 보였다. 그녀는 살 수 있었다. 옷을 입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닿을 수 없었다. 그저 이곳을 벗어날  있다는 생각에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보다 더 앞의 바닥을 짚으며 나아갔다.


그렇게 살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그녀의 앞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지만 않았다면. 그건 로브를 입은 남자의 것이었다. 그녀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그녀를 살려주겠다고 했다.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남자가 아니기를 바랐다. 그런데.


"어째...서?"


그녀의 입에서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위에는 로브를 뒤집어쓴 어둠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남자였다.


"말하지 않았나? 나는 변덕스럽다고."
"커헉!"

그는 그녀의 옆구리를 발로  몸을 뒤집었다.

"흐음, 엉망이군."

그리고는 흙먼지와 피로 엉망이 된 그녀의 몸을 감상하는 듯하더니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예라'"

그와 동시에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그의 손가락 뒤를 따르는 희미한 빛이 무언가를 그림과 동시에 그녀가 느끼고 있던 모든 고통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런 일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은  한 가지 밖에 없었다. 그리고  힘을 사용한다는 건.

"마법사?"
"그래, 그렇게들 부르지."

그녀의 추측이 확신이 되었을 때 그것은 다시 의문이 되었다. 대체 왜? 그가 마법사라는 걸 알리기만 해도 자신의 편이 되기를 원하는 이들은 넘쳐날 것이다. 평민은 꿈도 꾸지 못하는 온갖 부와 명예가 그의 것이 될 것이다. 그녀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는 미인들이 줄을 서거나 바쳐질 것이다.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마법사가 이런 짓을 벌인단 말인가? 그는 그녀의 의문을 알아챈  입을 열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그는 다시 자신의 물건을 내놓고 그녀의 앞에 앉았다. 또다시 그 행위를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손은 그녀의 목을 쥐고 있었다.


"꺼업!"

그는 그녀의 목을 쥔 손에 점점 더 강하게 힘을 주며 허리를 흔들었다. 목숨이 위험하건 말건 여자의 몸은 그의 것을 받아들이며 계속 조여왔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언제 보아도 그녀와 닮은 얼굴이 절망으로 물드는 모습은 더욱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그녀의 안에 다시 사정했을 무렵에는 이미 그녀의 몸은 축 늘어져 있었다. 부릅 뜬 눈에는 이제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죽은 건 아니었다. 아직 맥은 살아있었고 단순히 기절한 것뿐이다. 그는 다시 한번 방금과 같은 룬을 그리고 그녀의 이마에 손가락을 올렸다. 이번에 그려내는 룬은 '라이도우'의 역방향.

"어라?"


그녀는 잠깐 위화감이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이상한 건 어디에도 없었다. 꿈이라도 꾼 것 같은 기분에 그녀는 무언가 잊은 것이 없나 생각해 봤지만 장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걸어갔다. 하반신의 미묘한 느낌을 그저 좋지 않은 날이 가깝기 때문이라 여기며.


"이제 이 짓거리도 슬슬 질리는군."

남자는 이마를 짚고 골목길의 틈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대상은 달랐지만 이 광경도  세 번쯤 보았던 광경이다. 여덟 번은 병이 있거나 그날따라 짜증이 나서 그냥 죽이고 지워버렸다. 살리고 죽이는데 이유는 없었다.

"죽이는  슬슬 자제해야 할 것도 같으니."

웬만해서는 사용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머리를 많이 쓰게 하는 마법이지만 그는 영지 곳곳을 돌아다니는 기사들을 떠올리고 혀를 찼다. 들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영주의 대처가 너무 예민하고 빨랐다. 내키는 대로 죽이면 좋지만 이런 곳에선 조그마한 흔적이라도 남기는 건 좋지 않았다. 마법은 만능이 아니었으니까. 이 일도 심심풀이였다. 굳이 죽이지 않는다고 해도 아무것도 모를 여인이 저렇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즐거웠으니까.


"이곳에 눌러 앉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역시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이 더 좋군."

그녀들에게 마녀에 대해 물은  정말 아무 의미도 없었다. 마녀에 대해 진짜로 알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었다. 다만 다른 나라에 오는 것은 상당히 특별한 경험이기에 그는 어떤 식으로든  나라를 즐기고 싶었다. 여자의 몸도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이었으니. 그때 그는 멀리서도 들려오는 높은 소리를 들었다.

"쯧, 기사 나리들이 행차하시나 보군."


 소리를 멀리서나마 들은 사람들은 상인이건 행인이건 너 나 할 것 없이 길을 비켜서기 시작했다. 몬스터를 상대하러 가는 기사들의 앞길을 막을 바보 같은 이들은 없다. 그들의 앞길을 막았다간 힐디스비니의 거체에 치여 죽는 건 물론 몬스터들을 막으려는데 차질을 주었다는 이유로 같은 영지민들에게 돌을 맞는 꼴이 될 테니. 그는 다시 골목으로 돌아섰다. 나중에 기회를 보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겠다고 생각하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