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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화 〉가을의 잔향. (120/220)



〈 120화 〉가을의 잔향.

탈의실 밖이 아니라 안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에 혹시나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문을 살짝 연 벨카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파하는 소리가 들려서."

그녀의 말에 잠깐 잊고 있던 고통이 밀려왔다.

"윽, 이것만 좀."


생각난 김에 살을 집고 있는 지퍼를 어떻게든 열어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고통도 함께 커져서 지퍼를 여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결국 벨카가 안으로 들어와 도와준 뒤에야 그는 고통에서 벗어날  있었다. 사소한 것이었지만 어째서 이런 게 대놓고 맞는 것보다 더 아프게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소녀의 도움으로 그는 보호구를 전부 벗을  있었지만.

"저기, 벨카? 옷은 왜..."

그녀는 그가 보호구를 벗은 뒤에도 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땀에 젖은 그의 옷까지 손으로 붙잡는 것이 아닌가?

"도와줄게."


그러고 보니 메디아가 옷을 갈아입을 때 벨카가 도와준다고 하던가. 언젠가 너무 편해져서 혼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이 불편해졌다는 그녀의 하소연이 떠올랐다. 소녀가 이러는 것도  일의 영향인 듯했다. 하필이면 이럴  그가 몰래 사둔 책들  하나의 내용이 떠오르는 건 결코 우연은 아니었으리라. 마침 벨카는 하녀복을 입고 있는 상태.

"그럼 부탁할게."


그가 상의를 벗으려 하자 벨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거들었다. 그리고 혼자 옷을 벗을 때와는 다르게 금세 벗겨지는 옷에 감탄했다. 편해봐야 얼마나 편하겠냐고 생각했었는데 벗으려고 하면 뻑뻑해서 잘 안 벗어지는 훈련복이 금세 벗겨지는 것을 보면 확실히 편했다. 이내 바지까지 벗었을 때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속옷 한 장으로는 이미 야릇한 생각으로 부풀어 오른 그의 물건을 감추기 힘들었으니까.

"벨카? 더  해?"


하지만 그는 이제 와서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부러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재촉하자 그의 속옷을 붙잡는 소녀.

"아."

벨카가 그의 속옷까지 벗기면서 밖으로 나온 물건은 그녀의 코앞에 있는 상태다. 어셔는 곧 자신의 물건에서 느껴지는 촉촉한 감촉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소녀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작게 혀를 내밀어 물건의 끄트머리를 핥은 것이다. 그녀는 그를 올려다보며 조금씩 정성스레 그의 물건을 핥았다. 훈련을 하고 온 뒤라 땀투성이였는데도 소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그의 것이 따뜻한 감촉에 휩싸이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축축한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딱딱한 감촉과 물건의 아래쪽에서 조금은 까슬까슬하지만 부드러운 것이 조금씩 꾸물거리며 자극하는 느낌까지. 아래를 보면 아니나 다를까 그의 물건을 직접 입으로 머금고 있는 소녀가 보였다. 가끔씩 그가 요구했던 것을 잊지 않고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그의 물건을 머금고 핥아주었다. 그러다 그가 참지 못하고 씨물을 쏟아내자 벨카는 불평하는 일도 없이 입으로 받아내고 이내 꿀꺽 삼켜버렸다.


저런 걸 보고 있으면 겨우 진정되었던 물건도 되살아나 버린다. 결국 그는 욕실까지 그녀를 끌어들였다. 물론 알몸으로 같이 있으니 몸을 씻는 건 뒷전으로 미루고 어셔는 벨카를 탐하기 바빴다. 씻는다는 명목하에 그녀의 몸을 문지르고 매만졌다. 그녀의 가슴부터 팔과 다리, 입술과 민감하고 은밀한 곳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부드럽지 않은 곳이 없어서 자꾸만 손이 움직이는 걸 멈출 수 없었다.

"흣, 후아."

소녀의 달뜬 신음이 욕실 안을 울린다. 그냥 만지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으니까. 자꾸만 들던 음흉한 마음을 벨카에게 쏟아부었다. 그렇게 일을 치른  소녀의 작은 몸을 껴안은 채 욕조에 몸을 가만히 담그고 있으면 평온한 가운데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가슴이 조금 커진 것 같은데."
"읏, 그런  어째서 그렇게  아는 거야."


그야 매번 만지다 보면 모를 수가 없었다. 말랑말랑한 느낌에 버릇처럼 소녀의 가슴을 조물거리고 있으면 여행에 대한 것이 떠올랐다.


"있잖아. 벨카."
"응."
"역시 이대로 이곳에서 사는  좋을까?"

어셔도 알고 있었다. 여행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인지. 그걸 알고 있기에 그를 설득하는 도나르와 시프의 말에 그렇게나 고집을 부려 놓고도 이렇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자 벨카는 가만히 그에게 안겨 있던 몸을 돌려 그를  달콤한 금빛으로 마주 보았다.

"어셔는 그렇게 하면 만족할 수 있어?"
"...아니."


이런 생각이 들면 이렇게 소녀에게 묻고 그녀에게서 되돌아오는 물음에 자신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확인하곤 했다. 그래, 만족할 수 없었다. 그의 대답에 항상 쓸쓸하게 미소 짓는 벨카를 알면서도. 그는 애써 따끔거리는 가슴을 무시했다. 그러다 그들이 욕실에 너무 오래 있었다는  깨달았다.

"이제 나갈까?"
"안돼. 아직 몸을 제대로 씻지 않았잖아."


급한 대로 물 칠만 하고 밥을 먹으러 가려고 했지만 소녀가 어셔를 막았다.

"하지만 늦을 것 같은데."
"몸을 씻는  중요해."

안타깝게도 벨카는 그가 대충 씻는 것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적어도 확실하게 비누 칠을 하고 몸을 헹궈야 그를 놓아주었다.

"비누라니. 원래는 이런  없이도 잘 씻었는데."

마을에서는 그냥 그렇게 씻고 말았던 것 같은데 이곳에 온 뒤로는 꼭 사용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냥 좋은 향만 나라고 하는 것 같은데. 사실  비누라는 건 옛날에 마법사들이 사람들에게 보급한 물건이라고 한다. 그들이 대체 왜 그랬는지는  수는 없었지만 마법사들의 말을 들어서 나쁠 것도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모양이다. 어셔도 불만 없이 사용하기는 했지만 저걸로 몸을 씻으면 시간이 더 오래 걸려서 이럴 땐 사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러면 내가 씻겨줄게."
"끙, 알았어."


소녀는 고집스러웠다.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씻겨주길 기다리고 있으면 뭉클하면서 부드러운 감촉이 그의 등에 닿았다. 어째서 벨카가 몸을 그에게 밀착하는지 처음엔 이해할  없었지만 무언가를 바른 것처럼 미끄러지는 감촉에 그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소녀가 제 몸에 비누를 묻힌 것이다. 그것만이라면 문제는 없었지만 그러면서 그 몸으로 남의 몸을 닦아주는 건.

"잠깐만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


그가 놀라서 뒤돌아보자 소녀는 움찔 몸을 떨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게, 어셔가 읽던 책에서."

그 말에 어셔는 쩍 굳어버렸다. 그가 읽는 책은 몇 안 되었는데 그중 몇 개는 그가 숨겨두고 혼자서 몰래 읽는 것들이었다. 그냥 책이라면 그냥 읽어도 상관이 없었지만 그것들은 그렇고 그런 일까지 나오는 책이었으니까.

"...혹시 언제부터?"
"어제 청소를 하다가 침대 밑에서."
"몇 개나?"
"네 개였는걸."

결국 다 들켰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잠깐 생각하다 다시 벨카를 보았다. 책의 내용을 떠올린  얼굴을 붉힌 소녀의 몸은 비누 거품으로 아슬아슬하게 간신히 가려져 있었지만 그의 몸과 부대꼈던 곳은 거품이 꺼져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이제는 봉긋한 티가 많이 나는  언덕은  가리느니만 못했다. 그는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들어 올렸다. 원래도 가볍다고 생각했지만 훈련을 하면서 힘이 강해지긴 했는지 소녀는  가벼워졌다.

"읏! 잠깐, 씻기로 한 게... 흐읏!"

그리고 그녀를 앉힌 곳은 빳빳하게 서 있던 그의 물건 위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소녀가 다급하게 말했지만 그는 이미 멈출 생각이 없었다. 곧바로 미끄러지듯 안쪽으로 파고드는 그의 물건에 벨카는 말을 잇지 못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결국 그들이 욕실을 빠져나온 것은 시간이 좀 더 흐른 후였다. 그가 원망하는 듯한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옷을 갈아입으면 소녀도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냥 간단하게 옷을 입으면 그만인 그와는 달리 벨카는 옷을 입는 것이 조금 오래 걸렸다. 우선 위와 아래로 속옷을 입는 건 물론이고 허리 부근에 속옷의 일종으로 보이는 끈을 매었다. 저걸 가터벨트라고 하던가 이내 하얀 스타킹까지 신은 소녀가  아래의 작은 집게로 스타킹을 고정시켰다.

"우으."


그는 결국 빤히 지켜보던 걸 들켜버리고 먼저 탈의실을 나가야 했다.

"늦.어.요!"

메디아의 타박이 어셔의 귀를 강타했다. 어찌나 크게 소리치는지 귀가 먹먹했지만 그는 아무런 불만도 말할  없었다.


"미안하다니까."

그들은 늦게나마 아침을 먹기 위해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냥 씻는 건데.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우리처럼 머리 말리는 데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아니, 그냥 뭐."


어셔는 류드밀라의 물음에 애써 얼버무렸지만 메디아의 게슴츠레한 시선만큼은 피하지 못했다.

"됐어요. 또 벨카한테 어리광이나 부리다가 늦으신 거겠죠. 정말, 벨카도 적당히 받아주라구요."

그녀가 대충 모른척해 준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류드밀라까지 알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으니까. 어셔는 앞서 걸어가는 소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따라 걸었다. 어쩌다 보니 이곳에서 그와 가장 친한  벨카를 제외하면  둘뿐이었다. 그도 다른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지 않은  아니었지만 이미 다른 아이들에 대한 이미지는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어났던 일로 엉망이었다.

그래도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보려 하지 않은 건 또 아니었지만 미묘한 분위기와 은근히 겉도는 느낌에 간간이 느껴지는 뾰족한 시선들까지. 그는 차라리 이대로 그녀들과 어울리는 게 제일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숲에서는 남자 중에서도 친구라고 부를만한 녀석들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그냥 서로 있는 듯 없는 듯 무시하며 살고 있었다.


"아버님!"

그러다 만찬장에 도착했을 때 그녀들끼리 대화하던 메디아가 아이올로스를 발견하고 활기차게 다가갔다.

"다른 건 몰라도 저건 아직도 적응이 안 돼."
"그러게."


어셔는 류드밀라의 말에 동의했다. 아이롤로스와 메디아가 저렇게  건 딱 1년 전 그날부터였다. 처음엔 딱히 티를 내는 것 같지는 않더니 언젠가부터 정말 화목한 부녀가 되어버렸다. 분명 축하할만한 일이라는 건 확실하지만 이전부터 그를 아는 류드밀라는 영 떨떠름한 기색이다. 어셔는 그녀만큼은 아니었지만 어색한 기분으로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소녀가 그를 물끄러미 지켜보는 것도 모른 채.

"실전이라구요?"

같이 식사를 하던 중 어셔는 실전에 대한 것을 떠올리고 그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 도나르 아저씨가 슬슬 실전을 치러보자고 하더라."
"실전이라니. 설마 몬스터랑 싸운다는 거야?"


류드밀라가 놀란 듯 그에게 물었다.


"그럴걸. 이번에 몬스터가 쳐들어 오면 같이 가기로 했으니까."
"...도나르 경이 그렇게 판단하셨다면 문제는 없겠지만요."


메디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벨카의 눈치를 보았다. 정작 소녀의 얼굴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는데. 어셔는 그녀가 왜 벨카의 눈치를 보는지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외면했다.


"하여튼 고집불통이라니까요."


메디아가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깐이었다. 만찬장 한구석에서 기사들이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그 소식 들었냐? 또 여자  명이 실종됐다는데?"
"또? 이게 벌써 몇 명째야?"
"이제 8명이었나."


그건 두 달 전부터 시작된 사건에 대한 것이었다.  사건의 내용이란 말 그대로 사람이 실종된다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그 대상이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고 공통점도 없는 묘령의 여성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흔적은 찾았대냐?"
"전혀. 여자가 마지막으로 보였다는 곳 근처를 샅샅이 뒤졌는데 시체는커녕 끌려간 흔적 하나 발견하지 못했다더라."


심지어 아직도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들었는지 류드밀라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요즘 들어 저 이야기뿐이네."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나쁘지만 그녀가 그보다 더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밖에 나간   된 것 같은데. 언제쯤 나갈 수 있을까?"


저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 후로 그들이 사실상 외출금지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실종된 건 전부 묘령의 여성이라 그들에겐 해당되는 것이 없었지만 혹시 모를 일이기에 그들은 성 밖으로 나가는 것이 어려워졌다.

"어쩔 수 없잖아요. 사건이 해결되기를 기다리자구요."

메디아가 류드밀라를 달래었지만 그녀도 사건이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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