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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화 〉골목을 따라서. (109/220)



〈 109화 〉골목을 따라서.


"끄응, 여기 어디쯤이 우리 방이었는데."

어셔는 류드밀라를 찾는다고는 했지만 일단은 방을 찾는 것이 먼저였다. 화장실은 따로 있었지만 그곳까지 가기엔 거리가 너무 멀다. 이대로 바지에 지릴 수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밤의 성은 어두워서 분명 간단한 길인데도 찾기 힘들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참기 힘들어지는 것이 더욱 고역이었다. 하지만 그가 먼저 발견한 건 그의 방이 아닌 류드밀라였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방문 앞에 서서 기웃거리며 안쪽을 살피는 수상한 모습에 급한 것도 잊고 물었다.

"너, 여기서 뭐해?"
"읏!?"

바로 근처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은 그녀가 흠칫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류드밀라는 그의 목소리에 당황하다가도 마침 잘 됐다는  그에게 다가왔다.


"잠깐만 이리 와 봐."


그러면서 오히려 그의 손을 붙잡고 그녀가 기웃거리던  앞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왜?"

빨리 화장실에 가서 시원하게 싸고 싶은데 끌고 가니 어셔는 죽을 맛이었다. 급한 마음에 커진 그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리자 류드밀라는 검지를 입술에 대며 쉿 소리를 내었다.

"조용히 해! 잘못하면 들킨단 말이야."


들키면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하긴 누군가 봐도 상관없는 일이었다면 문틈으로 방 안을 엿볼 것이 아니라 대놓고 보고 있었겠지. 그래도 그녀가 뭘 보고 있었는지 궁금하기는 했기에 문틈을 들여다본 순간. 어셔는 헛숨을 들이켰다. 문틈으로 들여다본  안에는 벌거벗은 남녀가 서로의 몸을 섞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흣, 아아!"


남자의 모습은 침대에 누워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위에서 쾌락으로 가득한 신음을 흘리며 몸을 흔드는 여자는 어셔도  적이 있었다. 시프 누나가 일하는 주방에 가면 가끔 만나볼 수 있는 샬럿이란 하녀다. 정말 어른이라기엔 무척 어려 보여서 그들 또래로 보이는 그녀는 또래의 아이보다도 친근한 면이 있어서 기억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슴이 크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앙! 아흐!"


그녀의 몸이 흔들릴 때마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그녀의 가슴은 지금까지 그가 보았던 어떤 여자들보다 크다는  비교해 보지 않아도 알  있었다. 어셔는 뭘 하려고 했는지도 잊고 어떻게 저런 걸 지탱하는지 모를 허리 아래로 그녀의 둔부가 들썩이며 균열이 살짝씩 드러났다 숨으며 남성의 기둥을 삼키는 모습에 집중했다. 분명 직접 해보기도  일인데도 그 모습에 시선이 가는 것과 부풀어 오르는 물건을 멈출 수 없었다.

문틈을 잠깐 들여다봤을 뿐인데 방안에 가득한 열기와 함께 진득하고 끈끈한 냄새가 그의 코를 자극했다.


"야! 야! 왜 그러는데?"


그의 옆에서 작게 소리치며 한 손으로 그를 콕콕 찌르는 류드밀라가 없었다면 아마 그들의 행위가 끝날 때까지 보고만 있었으리라.

"왜 그러냐니.  이런 걸 훔쳐보고 있었으면서."

이어지는 그녀의 말이 아니었다면 그는 류드밀라를 뻔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윽, 훔쳐봤다고 하니까. 더 이상하잖아. 아무튼 너는 저게 뭐 하는 건지 알  같아?"
"...뭐?"

어셔는 자신이 제대로 들은 건지 확실한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신음만 아니라면 무척이나 조용한 이곳에서 말을 잘못 들었을 리가 없었다. 혹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못 들었어? 저게 뭐냐니까?"

그녀는 정말  행위가 무엇인지 궁금한 듯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그에게 묻고 있었다. 때문에 오히려 곤란해진 건 어셔였다. 그는 저 행위가 무엇을 뜻하는지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그런 걸 또래의 어여쁜 여자아이에게 설명하기엔 너무 민망했다.

"그, 알고는 있는데."
"알면 가르쳐주면 되잖아?"
'알아도 못 가르쳐주니까 문제지!'


이대로 시간을 끌자니 그를 바라보는 류드밀라의 시선은 점점 더 이상해졌다. 그러다 잘못하면 오줌을 지릴 듯한 느낌에 겨우 변명이 떠올랐다.

"나는 화장실에...!"
"조용히! 숨어야 해!"

참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좋은 변명거리였기에 말했지만 그녀의 손에 입이 막혀버렸다.


"그럼 저는 이제 제 방으로 돌아갈게요."
"같이 자도 상관없지 않아?"


 안에서 들여오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아무래도 관계가 끝난 것 같았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동료들과 같은 방을 쓰고 있으니까요. 그랬다간 들킬걸요?"

나중에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며 웃는 샬럿의 목소리와 함께 발소리가 점점  문 앞으로 다가왔다. 심장이 빠르게 울리기 시작했다. 잘못하면 그들이 하던 일을 엿보았던 것을 들킬 수도 있다는 생각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굳어 있었다.


"도, 도망칠까?"


류드밀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소곤소곤 물었지만 그건 안 될 일이었다.


"그러면 들킨다고!"


밖에서 여태껏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갑자기 뛰는 소리가 들려온다면 엿본 것이 그들이라는 걸 들키지는 않더라도 누군가 엿봤다는  확실하게 들킬 것이다. 결국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숨을 죽이는 게 최선이었다. 복도가 워낙 어둡기도 했으며 마침 안쪽에서 문이 열리면 문에 가려지는 곳이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서로 달라붙어서 그곳으로 자리를 옮기자 곧바로 열리는 문에 숨을 참았다.

"그럼 내일 봬요. 샬비."


덕분에 샬럿과 그런 일을 한  샬비라는  본의 아니게 알 수 있었지만 지금 어셔는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문이 닫히는 순간 그들은 정말로 숨이 멎은 것 같았다. 다행히 그녀는 그들을 발견하지 못한  그대로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벌써부터 안심했는지 움직이려던 류드밀라를 끌어안아 강제로 못 움직이게 만들었다.

"아직이야."


아직 그녀는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적어도 그녀가 복도의 코너를 돌기까지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어셔는 본래 목적이었던 화장실로 갈  몸을 숨기기 위해 류드밀라를 끌어안은 채 살금살금 걸어 방으로 향했다. 이곳이 샬비의 방이라면 바로 옆이 도나르의 방이었으니까. 그리고 드디어 닿은 방의 문고리에 손을 뻗어 잡고 소리가 나지 않게 내리며 샬럿이 간 방향을 살폈다.


"어라? 뭔가 있었던 거 같은데."


샬럿은 조금 아쉬운 마음에 생각 없이 샬비의 방을 돌아보았다가 뭔가 스쳐 지나간 듯해서 유심히 살폈지만 복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기분 탓이라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사, 살았다."

안도하는 류드밀라의 목소리에 어셔는 동감했다. 그녀가 돌아보기 직전 문이  열리는 걸 기다리기보다 자신들이 지나갈 만큼 문이 열렸을 때 몸을 던지듯이 들어온 것이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닫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어셔는 자신의 바지를 적시는 뜨뜻한 느낌에 아직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와 딱 달라붙어 있었던 류드밀라도 뭔가 따뜻하면서도 축축한 것이 옷을 적시는 것을 느꼈는지 그를 바라보았다.

"뭐야? 갑자기 따뜻한 게..."

침묵이 흘렀다. 그와 눈을 마주친 그녀가 움찔 몸을 떤다.

"...나 화장실 간다고 했잖아."

결국 어셔는 목적지의 코앞에서 오줌을 지린 꼴이었다. 그것도 류드밀라를 안고 있는 채로. 어셔는 어쨌든 화장실에 가긴 해야 했다. 오줌을 싼 옷도 빨아야 하고 몸도 씻어야 했으니까. 그러나 그 혼자 오줌에 옷이 젖은 것이 아니라 하필이면 류드밀라의 옷까지 젖어버렸다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문제인 건.

"왜 그래? 어차피 너도 씻어야 하잖아. 같이 하면 빨리 끝나는데 굳이 밖에 있어? 감기 걸린다고."


그녀가 성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다. 사실 어셔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고 류드밀라는 모른다는 게 중요했다. 어셔는 욕실 겸 화장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알몸으로 나와 그를 잡아 이끄는 그녀의 모습에 침을 삼켰다. 참을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이미 그의 물건은 잔뜩 부풀어 올라 가라앉을 생각이 없다. 정말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아무나 상관없다는 건지. 자신의 물건이지만 참으로 원망스러웠다.


잊고 있던 혐오감이 떠오르기 전에 그는 결국 류드밀라에게 욕실 안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방 자체는 아직 도나르와 시프가 잠들어 있어서 불을 켜진 못했지만 욕실의 안에는 씻기 위해 촛불을 넣은 등불을 켜 놓아서 어둠에 살짝씩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그녀의 나신이 그대로 보였다. 이래선 안 된다는  알고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드러난 류드밀라의 나신을 핥듯이 관찰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얀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그보다 머리  개는 작은 유약해 보이는 여자아이. 오밀조밀한 인형 같은 얼굴에 사람을 더 작게 줄여놓은 것 같은 모습이지만 정말 작은 것도 아니고 신체의 비율이 다른 것도 아니라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오히려 정말 예쁜 아이였다. 가슴의 언덕은 역시 작은 편이지만 저 끝에 있는 작은 돌기 같은 과실은 깨물어 주고 싶다. 다만 이어서 그의 눈에 들어온 건 그녀의 비어있는 팔이었다.


"윽, 너무 빤히 보지 마."
"미안. 그런 건 처음 봐서."

사실 다른 곳들이 눈에 더 많이 들어왔지만 류드밀라의 팔이 없어진 곳이 신기한 것도 사실이었다. 당연히 타고 나야 할 곳인데도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곳처럼 말끔한 그녀의 한쪽 어깨를 살피다 자꾸만 엉뚱한 곳으로 향하려는 시선이 어셔는 괴로웠다. 그나마 그녀와의 키 차이 때문에 가장 은밀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는  다행 아닌 다행이었다.


"그럼 일단 물만 끼얹고 빨래부터 하자."


빨래부터 하긴 해야 했지만 그래도 오줌이 묻었던 몸이 찝찝해 몸을 물에 헹구고 각자 빨래를 하려고 했지만 어셔는 그게 썩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응? 왜?"
"아, 아무것도 아니야."


쭈구려 앉아 있으니 아무리  차이가 난다고 해도 보여선 안 될 곳이 훤히 보였다. 게다가 류드밀라의 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가 젖자 약간의 생기를 더하고 가슴의 융기를 따라 흐르는 물방울까지. 제 은밀한 곳이 그에게 다 보이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자신의 옷을 빨래하기 바빴다. 정작 오줌을 옷에 지린 어셔는 빨래를 하는 둥 마는  대충 해버리고 말았는데. 겨우 빨래가 끝나고 어셔는 아직  젖은 옷을 짜내고 황급히 물을 채워둔 욕조로 들어갔다.

"큰일 날 뻔했다."

부풀어 올라서는 전혀 가라앉을  모르는 물건을 류드밀라에게 보일 순 없었기에 숨기느라 고역이었다. 다리 사이에 감추기도 하고 미묘하게 보이지 않는 각도로 움직이느라  힘들었다. 그녀가 어색하게 움직이는 어셔를 이상하게 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뒤돌아보면 왜 자기를 안 보냐며 물으니 어쩔 수 없이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다음 일어날 일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물에 젖은 옷을 한계까지 짜낸 류드밀라가 그가 들어와 있던 욕조에 들어온 것이다.

"잠깐만 너!"
"같이 씻어도 문제없잖아?"


문제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걸 왜 본인만 모른단 말인가? 욕조가 꽤 넓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들어가면 발만 뻗어도 그녀의 은밀한 곳에 발이 닿을 것 같았다. 그건 정말로 위험했다. 잘 못하면 자신이 류드밀라에게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어셔는 바짝 긴장하며 무릎을 끌어안았다. 그의 행동에 무슨 오해를 했는지 그녀는 고개를 기울였다.


"비좁아? 나는 딱히 비좁은 거 같지는 않은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 자꾸만 엇갈리는 대화에도 어셔는 답답함을 토해낼  없었다. 류드밀라가 그런  알았다면 애초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테니까. 무엇보다 뒤늦게라도 알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더 두려웠다. 하다못해 벨카라도 생각하며 참아보고자 했는데.

'큰일이다. 더 참기 힘들어졌어.'


류드밀라가 아니라 벨카가 그의 곁에서 이러고 있었다면 진작 덮치고 있었을 것이라 확신이 들 정도로. 아니,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술에 취했을 때처럼 잠들어 있는 소녀에게 그런 일을 저지를 것 같았다. 그래도 류드밀라에게서 정신이 멀어진 건 다행이었다.


"좁으면 네 위에 앉을 게. 그러면 더 넓지 않아?"
"뭐?"

다음 순간 그녀가 그의 무릎 위에 앉지 않았다면. 어셔는 물속에서 잠깐 드러났던 그녀의 나신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다시 사라지는 모습에 반응하는 것이 늦었다. 희미하게 풍겨오는 사과 향기와 함께 류드밀라의 몸이 그에게 닿았다.


"어? 뭔가 딱딱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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