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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화 〉기만. (42/220)



〈 42화 〉기만.

이미 무너져버린 이성이라는 댐은 쏟아져 나오는 충동을 막기엔 너무나 나약했다. 가끔씩 생겨나는 잠깐의 망설임조차도 소녀의 살 내음에 계속 무너져 버렸다. 로기는 정신을 차리고 보면 소녀의 사타구니에 처박았던 머리를 들어 어느새 소녀의 가슴을 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군침이 멈추지 않는 입으로 소녀의 작은 가슴을 물고 쪽쪽 빨고 있었다. 비단 가슴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소녀의 몸은 그 어디를 만지고 핥아도 부드럽고 향긋해서 도저히 제정신을 찾을 수가 없었다. 로기가 저도 모르게 소녀의 몸에 제 몸을 비비고 있을 때였다.


"좋은 건 알겠는데. 슬슬 그만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하지그래?"

소녀의 몸에 얼굴을 묻고 물고 빨기 바빠 별 진전이 없는 로기의 모습에 남자가 따분함을 느끼며 말했다.


"뭐, 뭘?"


소년이 조금이나마 제정신을 차린듯 묻는 것이 남자는 하나하나 가르쳐 줘야 하는 것이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일이 더 즐거운 것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일단 벗어 봐. 더 좋은 걸 알려줄 테니까."

로기가 남자의 말대로 옷을 벗자. 남자는 뻣뻣하게 서서 붉게 달아올라 스스로 껍질을 벗고 투명하고 끈끈한 쿠퍼액을 뚝뚝 흘리는 소년의 남근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이것 봐라, 사용하지 않는 걸 보고 혹시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나?"
"누, 누가 문제가 있다는 건데?!"

남자가 일부러 도발했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하고 로기가 소리쳤다. 소년의 물건은 그가 보기에 꽤 훌륭했다. 당연히 성인 남성에 비할만하지는 않았지만 제 또래 중에서는 제법이겠지.

"그럼 증명해 봐."


로기도 그가 무엇을 시키는지 아는지 망설이는 기색이 엿보였다.

"아니면 내가 한다?"
"할게! 한다니까!"

결국 그의 부추김에 로기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소녀의 위에 올라탔다. 하지만 좀처럼 소녀의 은밀한 구멍에 자신의 물건을 집어넣지 못하는 모습이다.


"뭐해? 잘 됐잖아? 네가 좋아하는 애 아니었어?"
"하지만 이건."


로기는 자신의 물건과 소녀의 은밀한 계곡을 바라보다 벨카를 보았다. 여전히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가슴 한편이 계속 괴로웠다. 정말로 하고 싶었지만 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그녀가 깨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아름다운 소녀는 소년이 그렇게나 몸을 탐했는데도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좋아하는 여자애가 이렇게 무방비하게 코앞에 있잖아. 이런 상황에서 거부하면 넌 남자도 아니야."
"빌어먹을!"

결국 로기는 그의 계속되는 부추김과 도발을 이기지 못하고 커다란 버섯처럼 부풀어 오른 자신의 물건을 소녀의 국부에 갖다 대었다. 그러자 소녀의 은밀한 구멍을 가려주던 도톰한 살이 소년의 침과 끈적한 액체에 젖어있었던 탓일까? 남근의 끄트머리를 거부하기는커녕 미끄러지듯 벌어져 갓 부분까지 저항 없이 삼켜버렸다.

"허업?!"

그 순간 물건의 끄트머리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쾌락에 로기는 전율했다. 간신히 되찾았던 이성은 급하게 쌓아 올린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고 소녀의 은밀한 구멍에 자신의 물건을 전부 찔러 넣었다.

"읏!"


소녀의 괴로운 신음과 함께 소년과 소녀의 사타구니가 밀착되고 이윽고 소녀의 은밀한 구멍은 소년의 물건을 전부다 삼켜버렸다.


"아, 아아."

소녀의 은밀한 구멍에 기어코 자신의 물건을 전부 넣어버린 로기는 정신이 날아가 버릴  감당할 수 없는 쾌감에 머리가 흐릿해졌다.


"하아하아."

로기는 물건을 소녀의 그곳에 집어넣은 뒤로 쉽사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낯설고 격렬한 쾌감이 자꾸만 남근을 자극해서 금방이라도 오줌 같은  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뭐 해? 혹시 쌀 것 같아서 그래? 그럼 안에다 마음껏 싸버려. 어차피 이 애는 네가 이런 걸 한 것도 모를 거라고?"

그때 다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가 소년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이성의 끈을 놓게 만들었다. 로기는 참는 것을 멈추고 소녀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자신의 팔을 벨카의  밑에 걸듯이 껴안았다. 소녀의 부드러운 살결이 자신의 살결에 밀착되고 로기는 벨카의 얼굴이 자신의 턱 아래에 있는 것이 보였다. 그때 소년의 물건이 요동치며 소녀의 안쪽에 로기가 오줌이라 생각했던 뜨거운 액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소년은 고목에 달라붙은 매미처럼 소녀의 몸에 딱 달라붙어서 그녀의 안에 정액을 쏟아냈다.

"으읏."

깊은 잠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모른 채 침범당하는 소녀가 불편한 신음을 흘리며 작게 입술을 벌렸다. 그때 로기는 자신마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겹쳤다.

"읍."


벨카의 신음이 그의 입에 막혀 울렸다. 그것마저 기분이 좋아 소녀의 입안을 혀로 훑고 빨았다. 키스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소년이었지만 소녀의 아래를 탐할 때처럼 그 입으로 그녀의 입안을 탐했다. 그러다 정액이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로기는 허리를 움직여 소녀의 안에 꽂아두었던 물건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그의 물건은 딱딱했다. 지식으로나마 알고 있던 일에 본능이 끼어드니 어떻게 해야 할지 놀랍도록 쉽게 알 수 있었다.


 소녀의 안쪽 따스하고 축축한 살과 그의 것이 스치면 스칠수록, 비비면 비빌수록 쾌감은 강해졌고 그럴수록 정액을  때의 느낌은 강해졌다. 그리고 그 정액이 하는 일은 소녀의 임신.

"흣. 하으."

이 아름다운 소녀가 자신의 아이를 가진다는 생각까지 닿자 로기의 허리놀림이 거세지고 소녀의 숨소리도 조금이나마 거칠어졌다. 그렇게 로기는 자신의 물건을 벨카의 안에 꽂아두고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어 그녀의 안에 정액을 쏟아붓기를 반복했다.

"하, 발정  개처럼 쉬지도 않고 잘도 싸댔군."

시간이 지나 로기가 모든 일을 끝냈을 때. 남자는  일이 끝났다며 소년을 마차 밖으로 쫓아냈다. 로기는 불만과 혼란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지만 남자는 그의 귀에 이런 말을 속삭이는 것으로 불만을 잠재웠다.


"착각하지 마 이제 너도 공범이라고? 누구한테 말하면 너도 끝인 거야."

그때 소년이 지은 절망 가득한 표정이 어찌나 좋던지. 그렇게 로기를 완전히 쫓아낸 그는 지금 소녀의 안에 가득한 소년의 정액을 처리하려는 중이었다. 어찌나 많이 쌌는지 소녀의 균열에서는 지금도 허여멀건 백탁액이 흘러나오려 하고 있었다. 남자는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민하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금발의 소년, 어셔를 발견하고 좋은 장난을 떠올렸다는  웃었다. 남자는 벨카를 들어 올려 어셔의 얼굴 위에 그녀의 은밀한 곳이 오도록 만들었다.


마침 어셔는 입을 벌리고 있어서 귀찮게 입을 벌려줄 필요도 없었다. 그는 소녀의 다리까지 같이 들어 올려 정액이 허벅지를 타고 흐르지 않도록 만들고 그의 입에 대었다.

"자, 친구의 몸에 들어갔던 거다. 깔끔하게 마시라고?"

동시에 남자가 소녀의 아랫배를 꾹 눌렀다.

"윽!"


벨카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는 가운데. 소녀의 균열에서는 소년의 정액이 흘러나와 어셔의 입으로 들어갔다. 그것만으로는 정액을 빼내는 속도가 느려서 그는 소녀의 균열에 직접 손가락을 넣어 안쪽을 긁어냈다.

"아읏."


안쪽을 긁어내는 이물감 때문일까? 소녀가 흘리는 신음에 그의 물건도 잔뜩 부풀어 오른 상태다. 아니, 이건 아까부터 이런 상태였다. 남자에게 여자를 공유하는 취미는 없었지만 소년의 순정을 더럽히는 건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누군지 모를 것들과 내가 먼저 사용했다는 것도 모르고 실컷 싸댔지."


킥킥킥 남자의 비웃는 소리가 마차 안을 울려 퍼졌다.


"자, 이제 슬슬 다 빠져나갔나?"


그가 벨카를 다시 침대에 눕히고 어셔의 입안을 살펴보니 소녀의 애액과 소년의 정액이 뒤섞인 것이 한가득이다. 아무래도 입으로 숨 쉬는 버릇은 없는 것 같고.

"조금 도와주마."


그는 어셔가 얼굴을 틀지 못하게 붙잡고 그의 코를 막았다.

"읍! 으으! 끅."

그러자 숨을 쉬지 못하고 몸부림치던 어셔는 입안에 가득한 애액과 정액이 뒤섞인 것들을 모두 삼켜버리고 입으로 숨을 쉬었다.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녀석이 가장 먼저 소녀를 맛보았으리라는 걸 직감한 그가 질투해서 한 일이었다. 소년이  삼켰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원래 하려던 일을 하고자 벨카의 위에 올라탔다.


"자,  또래 아이의 자지 맛은 어땠니? 맛있었어?"

남자는 소녀가 대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짓궂게 물었다.

"하지만 역시 이게  좋지?"

다 빼내지 못하고 소녀의 안쪽에 남아 있을 소년의 정액은 남자가 이 소녀를 범하는 것으로 빼내며 자신의 것으로 대신 채워주기로 하면서. 시프에게 명령도 해놨으니 그는 내일 아침까지 느긋하게 즐기다 일어나면 될 일이었다.


시프는 마차의 작은 창문 너머를 보았다. 그 너머 새벽하늘에는 커다란 달이 자신의 절반을 감추고 있었다. 아무리 황야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있는 시간이 아침과 저녁뿐이라 일찍 일어난다고 해도 너무 이른 시간에 그녀가 매번 일어나는 것은 이 광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사람이 고개를 들면 늘 볼 수 있는 것이 하늘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꼭 그런 건 아니었다. 그녀가 저 하늘을 다시  수 있게   이제야 2년을 좀 넘은 시기였으니까.


시프는 10살쯤 되던  갑옷을 입은 군인들에게 끌려갔다. 처음에는 그들이 무서웠다. 대체 왜 자신을 데리고 가냐고 도와달라고 엄마를 소리쳐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음에도 그녀의 어머니는 시프를 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손에 쥐어진 돈을 보고 웃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때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어쩌면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군인들에게 끌려간 곳에서 시프는 엄마에게 보내 달라며 그들이 시키는 일들을 모두 거부했다.


그렇게 하면 엄마가 찾으러 올 거라 믿고 있었다. 실제로 군인들은 그녀의 행동에 어쩔 줄 모르며 곤란해했으니까. 그러나 실제로 어머니가 시프를 만나러 온 날, 그녀의 그런 희망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엄마...! 꺄아악!"

처음 시프는 그녀를 만나러 온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드디어 자신을 데리러 온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니가 그녀의 뺨을 강하게 내려치기 전까지는.

"어, 엄마? 왜?"

너무 강하게 맞아 먹먹한 귀와 아픈 뺨을 부여잡고 물었다. 자신이 혹시 무언가 잘못한 것이라도 있냐는 의문을 담아서. 그런 그녀의 물음에 어머니는 씩씩 흥분한 모습으로 말했다.

"기왕 팔려 갔으면 얌전히 시키는 대로  것이지. 귀찮게 사람을 오라 가라 하게 만들어!?"

그 말에 시프는 그제야 제 어머니의 행색이 전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부터 장신구나 고급스러운 옷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때의 그녀는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장신구와 부드러운 모피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뺨을 맞고 쓰러진 그녀를 차는 발에도 고급스러운 구두를 신고 있었다.


"뼈를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마녀 년! 너 때문에 신상품 주문도 미루고 온 건 알아?!"

그녀는  구두만큼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건 그녀의 어머니가 항상 가지고 싶다며 가게 앞을 서성이며 가게 주인에게 자신이 살 때까지 팔지 말라 성화를 부렸던 그 구두였다. 시프가 잡일을 하며 번 돈으로 어머니께 사드리고자 생각했던 물건이기도 했으니까. 그제야 그녀는 인정할 수 있었다. 고작해야 저런 물건 때문에 자신의 어미가 그녀를 팔아버렸노라고. 그렇게 한 번 인정하고 나니 그녀의 삶은 편해졌다.

시프가 얌전히 군인들이 시키는 대로 의미 모를 행동들을 하면 좋은 음식과 물, 방이 주어졌고 그녀의 어미도 더 이상 시프를 찾아오지 않았다. 군인들은 차가운 갑옷을 입고 있어도 그녀를 배려했고 생각보다 무섭지도 않았다. 모든 것이 자유였다.  한 가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제외한다면. 호화롭지는 않아도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지도 못했던 음식, 깨끗한 물, 넓은 방 그러나  이상은 무엇을 요청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녀가 미칠 지경이 되자 요청을 조금 더 많이 들어주기는 했지만 뭐가 그리 까다로운지 들어오는 것들은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 것뿐이었다.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빼앗거나 아예 요청이 무시되기도 일수였다. 그렇게 모든 것이 허무해져 죽은 듯이 살아가던 중. 어느 날이었다. 그녀가 요청한 물건 중에 책 하나가 전달된 것은. 나머지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는지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녀가 그 책을 읽고자 펼친 순간. 한 메모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이런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나?'


그렇다면 환풍구에 불을 지르라는 이야기에 잠시 고민했었지만 그녀는 감시하던 군인이 꾸벅꾸벅 조는 사이에 촛불로 제가 읽고 쌓아두었던 책들을 환풍구에 밀어 넣고 불을 질렀다. 그대로 죽을 수도 있었던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도박은 성공적이었다. 알고 보니 감시자라 생각했던 그 군인은 졸고 있지도 않았고 그 메모지를  장본인이었던 것이다.

"그날도 이런 달이 떴었는데."

그렇게 그분께 구해진 그녀는 이 상단에 끼워져 그곳을 떠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또 다른 지옥이었지만 그래도 그분에 대한 고마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나쁜  그 남자였으니까. 그 남자의 명령을 떠올리자 조금이나마 좋았던 기분이 나락으로 처박혔다. 정말로 싫다고 생각하면서 답답한 마음에 시프가 자리에서 일어나 마차의 문을 열어젖히면 보이는 인물의 모습에 그녀는 놀라고 말았다.

"도나르 씨?"
"응? 시프?"

마침 그녀가 있는 마차 앞을 지나가고 있었는지 그녀의 부름에 걷던 자세로 멈춰 서서 그녀를 쳐다보는 도나르가 있었다.

"이 시간에 혼자서 순찰을 하고 있었던 건가요?"
"그렇지 뭐."


잠시 후. 그와 그녀는 마차와 천막이 세워진 곳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들의 모습은 물론 순찰을 해야 할 마부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너무 일찍 순찰을 하고 있었을 뿐이니까.

"그러는 너는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더 안 자고."
"그냥, 눈이 일찍 떠져서 그래요."


그때 강한 바람이 둘 사이를 지나쳤다. 아침과 새벽의 끝자락에 걸쳐있는 황야의 바람은 차가웠고 도나르는 어떨지 몰라도 시프는 당연히 추위에 덜덜 떨었다.

"날도 추운데 다시 들어가."

도나르는 그녀를 걱정하며  이야기였지만 시프는 그와 함께 있겠다며 고집을 피웠다. 결국 그녀의 고집을 이기지 못한 도나르는 그녀를 데리고 근처의 마차로 향했다.

"여긴, 단주님의 마차 아닌가요?"


시프가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묻자. 도나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의 마부석에 올랐다. 그리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잡아."


도나르의 말에 따라서 얼떨결에 그의 손을 잡은 시프는 그의 힘에 끌어당겨져 마부석에 올라탈  있었다. 어안이 벙벙한 그녀에게 도나르는 마부석 한구석을 뒤적거리더니 담요 하나를 내밀었다.

"자, 덮어."
"네? 하지만 이건."
"어차피 오늘 나랑 교대하기로  녀석이고 녀석도 별로 신경 안 써. 쿠션 하나는 지독하게 아끼긴 하지만."

그것만 아니라면 다 사용해도 상관없다면서 그는 마부석을 더 뒤지기 시작했다. 시프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주변을 보았다.  보기만 했지 직접 올라와  적이 없었던 그녀는 신기한 기분이었다. 마부석은 마차의 크기만큼이나 높은 곳에 있었고 이곳에서는 마차들이 원을 그리며 멈춰있는 모습이 모두 보였다.

"마부들은 이런 느낌으로 보고 있었군요."
"꽤 괜찮은 경치지?"


도나르는 그것도 오랫동안 마차를 몰다 보면 이 광경도 지루해진다며 덧붙이곤 어디선가 부싯돌과 작은 화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탁탁 부싯돌을 부딪히는 모습에 그녀가 놀라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뭐 하세요?!"

마부석이 생각보다 넓고 수납공간도 넉넉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불을 붙이는 모습에 시프가 기겁하니 그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마부에게 지루함과 졸음은 독이거든. 위험해 보여도 차라리 이런 게 있는 편이 좋아. 다들 이런 거 하나씩은 있다고."

그녀가 할 말을 잃으니 그는 주전자를 화로 위에 두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한동안 주전자 속의 물이 끓어가는 소리만이 마부석을 채웠다. 담요를 덮고 있어도 여전히 차가운 공기가 스며들었지만 작은 화로에서 퍼져 나오는 따스한 공기가 침묵과 함께 하니 그 추위마저 기분 좋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와 함께 있는  순간이 너무 좋았다. 화로에서 나오는 살짝 독한 기름 냄새마저도 좋다고 느껴질 정도로.

그녀가 자신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그에게 들릴까 봐 숨을 죽이고 있으면 물이 다 끓었는지 작은 컵 하나에 붓고 쥐여주었다. 그리고 풍겨오는 맵싸한 향에 시프는 이게 그냥 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거 차,인가요?"
"그래, 생강차지. 높으신 분들이 마시는 귀한 물건은 아니지만 몸을 녹이기엔  좋을 거야."

차라면 갇혀있을 때 마셔본 적이 몇 번 있었지만 이건 색다른 느낌이었다. 조심스레 입에 가져다 대면 향처럼 맵싸한 느낌과 함께 어딘가 달달한 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꽤 괜찮은 맛이라 생각하고 삼키면 그의 말대로 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마부석에 앉아 차를 마시며 바라본 새벽하늘은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도나르 씨는 굳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문득 아무 생각 없이 그에게 묻고 싶어졌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사서 고생한다고 평할 정도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새벽의 순찰도 그러했다. 딱히 대답은 기대하지 않았던 시프였지만.

"...그분께서 나에게  상단을 지켜달라고 하셨으니까. 시프, 너와 함께."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에 그녀는 놀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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