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방랑자들.
어셔는 도나르가 이야기한 파시페니아에 대해 떠올렸다. 파시페니아라면 역시 기사로 유명한 국가였다. 그런데 그곳에서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겪었던 것일까? 다행히 도나르는 딱히 신경 쓰는 기색은 아니었지만 어셔는 무언가 잘못한 것 같아서 찜찜한 기분으로 걷고 있을 때였다.
"이거 신기하게 생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말을 찾을 수 있었지만 그 말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어째 말 주변은 계속 소란스러운지 속으로 불평했다.
"이 녀석들아! 남의 말 주변에서 뭘 하고 있는 거냐?!"
아이들로 이루어진 벽 때문에 덩치가 작은 어셔가 말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으니 도나르가 소리쳤다.
"도나르 아저씨다!"
"하지만 여기 처음 보는 게 있어서."
아이들은 그의 호통에 놀라며 말 주변에서 멀어지고 몇몇 아이들은 그를 반기며 다가오다가 어셔의 모습을 발견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이 애는 누구예요?"
"이런 애가 있었나?"
그 부담스러운 눈빛에 그는 도나르의 손을 잡아당기며 빨리 말을 데리고 마차에 넣자며 재촉했다. 어셔는 이렇게 많은 아이들은 난생처음 보았다. 이곳의 사람들이 마을 사람들보다 많은 걸 보고 예상했어야 했는데. 이 숫자는 너무 부담스러웠다.
"우선 이 말부터 화물차에 데려다줘야 하니까. 질문 같은 건 나중에 하라고."
"그거 이름이 말이에요?"
"씨이! 더 구경하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말을 좀 더 구경하고 싶다며 그에게 떼를 썼지만 그는 단호하게 아이들을 제치고 말에게 다가갔다.
"얌전히 따라가! 같이 데려가려는 거잖아!"
순간 말이 경계하는 모습이 보여 어셔가 외치자 그제야 경계를 푸는 말의 모습에 안심했다. 이제 말만 마차에 타면 되는데. 그의 외침 때문이었을까?
"넌 누구야?"
"한 번 만져봐도 돼?"
"저거 네 거야?"
"저런 건 어디서 구하는 거야?"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집중되어 버렸다는 게 문제였다. 어셔와 비슷하거나 좀 더 높은 곳에서 수많은 눈동자가 일제히 그를 쳐다보는 광경은 무서울 정도였다.
"하아, 겨우 빠져나왔네."
어셔는 간신히 아이들 사이를 빠져나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재빠르기는 했지만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아무리 재빨라봐야 붙잡히기 때문에 곤란해하던 어셔를 도와준 것은 말이었다. 아이들은 말을 신기하게 생각하면서도 커다란 덩치를 들이밀며 다가오자 놀라며 비켜섰다. 어셔는 그 틈에 말이 짊어지고 있던 가방을 붙잡고 말의 등에 올라타는 것으로 아이들 사이를 빠져나왔던 것이다.
덕분에 그는 말에 대해서 조금은 기분이 풀렸다. 그들을 힘들게 태우고 다닌 것을 생각하면 고맙기도 하여 말의 갈기를 부드럽게 쓸어주고 있으니 도나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의외다?"
"뭐가요?"
그의 목소리에 돌아보면 말이 갈 곳을 유도하던 도나르의 투구가 보였다. 어셔가 말위에 올라타고 있어서 시야가 비슷해진 것이 이유였다.
"아니, 네가 로기를 대하는 걸 보면 아이들 사이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활개치고 다닐 거 같았거든."
"하라면 못할 것도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애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고요."
어셔는 수많은 아이들의 눈빛 공세를 떠올리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말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그 아이들 사이에서 꼼짝도 못 하고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거냐며 질린듯한 도나르의 중얼거림이 들려왔지만 그는 무시했다.
"아, 그런데요."
"왜?"
그러다 문득 떠오른 사실이 있었다.
"귀찮게 화물차에 넣을 필요 없이. 이 녀석도 마차를 끌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마차는 말이 이끌기 때문에 마차라 부르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단순한 생각으로 말하면.
"너, 이 말을 죽일 셈이냐?"
도나르가 기겁했다. 그리고 가던 길을 멈추고 근처의 마차에 메인 채 쉬고 있는 말을 닮은 생물을 가리켰다.
"지금 이 녀석이랑 저 녀석의 크기부터 비교해 봐라."
생각해 보니 저 생물의 덩치는 무시무시하게 컸다. 저렇게 커다란 마차를 고작 두 마리가 끌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얼마나 힘이 센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저 덩치들 사이에 이 녀석을 끼워 넣어봐. 어떻게 될 것 같냐?"
"어, 치이겠네요."
"치이기만 하면 다행이게. 운 좋게 같이 잘 끌고 가더라도 말이 먼저 지쳐 죽을 거다."
조금 그 생물을 지켜보고 있으니 그것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왜 저러는지 싶어 바라보고 있으면.
"으웩!"
"오, 마침 잘 됐네."
"잘 되긴 뭐가 잘 돼요!"
그 생물이 엉거주춤하게 서서는 그대로 똥과 오줌을 싸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셔는 보고 싶지도 않았지만 도나르는 생각이 다른지 말을 이끌고 그 생물의 근처로 다가갔다.
"왜 가까이 가는데요!"
"뭐, 어때! 괜찮잖아!"
"안 괜찮아요!"
그가 코를 찌르는 구린내를 걱정하며 코를 막고 소리쳤지만 그는 킥킥 웃으며 더욱 그 생물의 근처로 다가갔다. 결국 너무 가까이 다가갔기 때문일까?
-쿠르륵?
마차에 매여 휴식을 취하던 생물 중 하나가 이상을 느꼈는지 머리를 돌려 그들을 발견했다. 거대한 덩치로는 그 정도 움직임만으로도 위압감을 풍겨서 어셔는 움찔 몸을 떨었다. 형태 자체는 말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저 파충류도 새도 아닌 어정쩡한 생김새와 커다란 덩치는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잡아먹히면 어떻게 하려고요!"
"힐디스비니는 저래 봬도 초식이다! ...가끔 동물 시체 같은 걸 먹긴 하지만."
"육식도 한다는 거잖아요!"
"안전하니까 걱정 마!"
솔직하게 못생겼다고 말하고 싶었다. 다행히 그 생물은 그들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관심이 없는 듯 다시 고개를 돌렸다. 도나르는 그 생물이 그러거나 말거나 고개를 숙이며 그것이 싼 똥과 오줌을 가리켰다.
"자, 봐봐."
"그런 걸 왜 봐요!"
"그야 봐야지 내가 말하고 싶은 걸 알 수 있으니까."
어셔는 욕이라도 하고 싶은 걸 꾹 참으며 그가 보여주는 생물의 배설물을 힐긋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상하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그거 똥이랑 오줌 맞아요?"
녀석의 똥과 오줌은 무언가 이상했다. 오줌으로 보이는 액체는 그가 아는 것보다 끈적끈적해서 모래 바닥에 흡수되는 속도가 느렸고 똥 같은 것은 무척이나 건조했다.
코를 막고 있던 손을 떼보면. 엄청나게 구린 냄새가 그의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으웨엑!!! 토, 토할 거 같은데요."
"익숙해지면 괜찮긴 한데 역시 구리지. 그래도 배설물이 이런 건 이 녀석들이 이 덩치로 사막 같은 곳에서 오래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살 수 있는 비법이다. 그런데 말은 이런 게 없거든."
"아."
어쩐지 타고 다니는데 말이 지나치게 힘들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었다. 짐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보다는 환경의 문제였나 보다.
"그래서 말은 보통 마차 끄는데 못 써. 개체수도 적고 희귀해서 귀족들 애완동물 정도로나 인기가 있지."
그런 말을 하는 도나르의 감정이 격해진 것 같아. 눈치를 보고 있으면 그가 민망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미안하다. 그 녀석들과는 별로 좋은 기억이 없어서."
그들은 곧 말을 안전하게 화물 칸에 넣을 수 있었다. 말의 크기가 커서 걱정했지만 마차의 크기가 워낙 커서 말 하나쯤은 여유였다. 그때쯤에는 가만히 있어도 더울 정도로 태양빛이 뜨거워져서 어셔는 당황했다. 해의 위치를 보면 아직 중천에 뜨려면 한참 남았는데. 깔려 있던 천막들은 이미 모두 철거되었고 밖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사라지거나 마차에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모두 출발하려는 기색으로 마부들로 보이는 이들까지 전부 마부석에 타있었다.
"아차, 말을 챙긴다는 게 생각보다 늦어졌나."
"그게 무슨?"
그러나 그는 어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를 데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얼른 마차에 올라타! 그럼 오늘 저녁에 보자! 꼬마야!"
도나르는 뜨루스가 있을 마차 앞에서 어셔를 놓아 주더니 그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바람처럼 사라졌다. 어처구니가 없어 잠시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큼큼!"
"앗, 죄송합니다!"
높은 마부석 위에 앉아서 얼른 타라고 눈치를 주는 마부의 모습에 황급히 마차에 올라탔다. 뜨루스 혼자서 환자를 돌보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어셔는 의외의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시프 누나?"
"왔니?"
한편 도나르가 어셔를 데려다준 후 달려서 도착한 곳은 맨 앞의 행렬을 이끄는 노인의 마차였다.
"조금 늦었구나. 도나르."
"죄송합니다. 어르신."
"내가 시킨 일 때문이니 별 수 있나?"
노인은 인자하게 웃으며 마차 앞의 창문을 두드려 마부에게 출발 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받은 마부는 왼손으로 깃발을 들어 올렸다. 그에 따라 하나둘씩 왼손에 깃발을 올리기 시작하는 마차의 마부들. 도나르와 같은 갑옷과 투구를 걸치고 그 위에 천으로 몸을 싸맨 그들이 일제히 같은 행동을 시작하니 파도를 타는 듯한 움직임이 절제된 군인들처럼 보였다. 원을 그리도록 마차를 세웠던 그들이기에 파도의 끝은 맨 앞으로 다시 돌아온다. 드디어 마지막 마차가 깃발을 들어 올렸을 때. 처음 깃발을 들어 올렸던 마부는 깃발을 세차게 휘둘렀다.
-촤악!
깃발이 깃대와 공기를 후려치는 소리가 울리고 이내 마부도 고삐를 후려쳤다. 마차를 끄는 말을 닮은 이형의 생물은 그와 동시에 달리기 시작했다. 순서대로 깃발을 휘두르며 마차를 모는 그들이 싸맨 천은 이형의 생물이 땅을 박찰 때마다 일으키는 황야의 거친 모래먼지와 부대끼는 통에 붉은 모래색으로 물들어 헤져 있었다.
"그래서 그 아이는 어떻던가?"
움직이는 마차의 안에서 노인이 도나르에게 물었다.
"처음에는 세상 물정 모르는 부유층의 자제라 생각했습니다만, 그건 아닌 것 같더군요."
말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평생에 한 번 보기도 힘든 귀한 동물이었다. 기껏해야 귀족들이 애완동물로 키워 취미 삼아 타고 다니는 모습을 구경하는 정도. 하지만 정작 말을 데리고 있던 소년은 그 말이 얼마나 귀한지 모르는 것 같았다. 오히려 막 대하는 느낌이 더 강했다.
"가장 큰 이유는 상식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정말로 기본적인 것은 알고 있던 것 같긴 했지만..."
아무리 귀하게 자라는 아이들이라도 그 정도로 상식이 부족하지는 않다. 오히려 더 잘 알고 있는 일도 있다. 그런데 그 소년은 그런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귀족이라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신기해하는 것은 정말로 이상한 일이다. 도나르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노인이 입을 열었다.
"그 아이들은 분명 숲의 주민들일 게다."
"숲의 주민 말입니까?"
도나르는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것처럼 되물었다.
"자네도 한 번쯤은 들어봤겠지? 먼 옛날의 환경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숲의 전설과 그곳에 자리 잡은 사람들에 대한 것을."
숲의 주민들에 대한 것은 사람에서 사람에게 알음알음 전해지는 신빙성이 아주 없지는 않은 소문과도 같은 것이었다.
"네, 그곳에 작은 마을이 있다는 건 약 이십 년 전, 국가에서 계획한 상행 중에 확인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도나르가 기억하기로 안타깝게도 그때 상행을 주도한 인물은 지금 행방이 묘연했다. 하지만 그가 보고한 내용이 밝혀졌을 때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그 숲에서 정말로 적은 숫자의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그들의 생활방식에는 무척 놀라운 것들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눈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그 길이 영 보이지 않는군."
노인의 흐릿한 눈동자가 그저 창밖 너머 알 수 없는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흔들리는 마차의 안. 어셔가 머리를 부여잡고 울상을 짓고 있으니 시프가 그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욱, 너무 어지러워요."
머리만 어지러운 것이 아니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 그 때문일까? 마차 안에서 환자들을 위해 피우고 있다는 수면향의 냄새마저 역하게 느껴졌고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차라리 토를 해버리면 괜찮을 것 같은데 토를 할듯 말듯 애매한 상태에서 계속 멈춰있어서 더욱 괴롭게 느껴졌다.
"벼, 별다른 이상은 아, 안 보이고. 멀미네."
그런 그의 상태를 본 뜨루스의 말이었다.
"끅, 멀미요?"
"어, 어, 사람마다 느끼는 것도 증상도 다르지만 화, 확실해."
심각한 병은 아니고 주로 마차를 타면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심각한 병이 아니라는 말에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멀미가 오래 지속될수록 그것마저 믿기지 않게 되었다. 너무 어지럽고 숨을 쉬는 것조차 괴로운데.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몸에서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크, 큰일이네. 마차는 이, 이대로 해가 지기 직전까지 계속 달릴 텐데."
마차를 도중에 멈출 수도 없다는 소식에 어셔는 매스꺼운 속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면서도 경악했다. 이렇게 괴로운 감각을 저녁때까지 느껴야 한다는 말인가?
"해결할 윽, 방법은 없어요?"
계속 이런 느낌에 시달리다간 도착하기도 전에 그가 죽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심각한 병이 아니라고 해도 멀미라는 건 도저히 맨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만한 것이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그가 마차를 뛰쳐나가려 몸부림치다가 기절해버릴 것 같았다.
"그, 그럼 마차가 움직이는 시간 동안 자고 있는 게 어, 어때? 조금은 괴, 괜찮을 거야."
"욱, 확실히 그게 나을 것 같네요."
그러면서 그는 품에서 약병을 꺼내 어셔의 입에 입구를 살짝 대어주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지러운 머리에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몇 모금 마시면 어지러운 머리와 숨 쉬는 것이 점점 더 편해지고 대신 희미하게 그를 붙잡던 졸음이 자리 잡았다. 어셔는 멀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찾아오는 졸음을 거부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가 곧 침대에 누워 잠들자 시프는 안도하며 이불을 덮어주었다.
마차가 익숙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그냥 멀미를 많이 타는 것뿐일까? 동향의 사람들과는 어딘가 다른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묘하게 저를 따르는 소년이 시프는 제법 친근하게 느껴졌다. 본인은 숨김다고 숨기는 것 같지만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녀의 앞에서 조금은 경계를 푸는 모습이 보였으니까.
"그 녀석이 마음에 드나 봐?"
그러다 들려오는 뜨루스의 목소리에 시프는 자신을 말로 멈춰 세운 그를 노려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이 잠들자마자 그는 어수룩한 말투를 집어치우고 기분 나쁘게 실실 웃고 있었다.
"하, 당신은 그런 쪽으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겠지."
그녀가 빈정대자 기분이 나빠졌는지 표정을 일그러트리는 그의 모습에 아주 조금이지만 통쾌함도 잠시. 그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웃었다.
"너, 그 녀석의 옷을 벗겨."
"당신 미쳤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그래?"
시프가 그를 노려보았지만 남자의 말에 뭐라 할 수도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어셔에게 덮어 주었던 이불을 내렸다. 소년은 자신이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도 모르고 푹 잠들어 있다. 그녀는 손을 떨면서도 소년의 옷을 전부 벗겼다. 마침내 소년이 알몸이 되었을 때. 그녀는 그의 말에 경악했다.
"이제 그 녀석과 섹스해."
"그게 무슨!"
"말했었잖아?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앞으로 아무 짓도 안 하고 자유를 주겠다고. 아니면 내 아기를 낳으며 살래?"
시프는 그의 말에 이를 갈았다. 설마설마했지만 이런 요구를 할 줄은 몰랐다. 결국 그녀는 잠들어있는 어셔의 위에 올라탔다. 소년의 물건은 잠들어 있어서인지 축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정말 이런 짓까지 해야만 저 남자에게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녀가 망설이자. 그는 웃었다.
"하, 역시 그런 꼬맹이의 것으론 만족하지 못하겠지?"
"...."
시프는 그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온갖 욕설과 저주를 내뱉고 싶었지만 그렇게 했다간 안 그래도 다른 아이를 끌어들이고 말았는데 또 다른 아이까지 끌어들이게 될까 봐 그녀는 긍정하듯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자, 그 녀석은 내버려 두고 내 옷을 벗겨."
그는 만족스러워하며 그녀에게 손짓했다. 그녀가 시키는 대로 그의 옷을 벗기고 나면 남자는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앉아 있던 침대에 잠들어 있던 소녀의 옷을 벗기고 자신의 위에 앉혔다.
"당신! 진짜로 그 아이를!"
"뭐 어때? 어제 이미 한 번 해봤다고. 심지어 처녀도 아니었어."
잠들어 있는 소녀를 그녀의 앞에서 대놓고 범하려는 그의 행동에 아연실색한 시프가 소리치자. 이미 잠들어 있는 소녀와 관계를 맺었었다는 사실에 시프는 말을 잇지 못했다. 조금 의외인 점이라면 소녀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지만 그녀는 벨카의 모습을 보고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같은 여자인 시프마저도 홀릴 만큼 아름다운 소녀다. 무엇보다 남자에 의해 나체가 된 이 소녀에게는 타고난 색기라는 것이 있었다. 이토록 가녀린 몸이 어떻게 이런 색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을까. 시프는 이 벨카라는 소녀가 좋든 싫든 많은 이들에게 욕정의 대상이 될 것이라 짐작했다.
"자, 이제 옷을 벗고 내 앞으로 와."
결국 시프는 그의 바람대로 자신도 나체가 되어 그의 앞에 섰다. 때문에 깨달은 것이 있다면 소녀의 체향이 무척 독특하다는 것이었다. 마치 나무의 풀 내음과도 같은 마음이 편해지는 향. 그러나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진득한 시선에 시프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흥분했는지 그 흉물스러운 물건을 잔뜩 부풀려서 소녀의 작은 허벅지 사이에 그 남자의 성기가 툭 튀어나온 것처럼 끼워져 있었다.
"이제 빨아."
"어, 어디를?"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이야?"
그는 보란 듯이 소녀의 허벅지 사이에 끼운 성기에 힘을 주어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시프는 욕지거리라도 내뱉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결국 남자의 물건을 빨기 위해 주저앉았다.
"자, 얼른."
오늘따라 남자의 많은 요구에 그녀는 신경질이 났다. 안 그래도 간신히 혐오감을 참고 있었는데. 당연하다는 듯 부추기는 꼴이 역겹기 짝이 없었다. 남자의 물건에 가까이 다가가자 언제 맡아도 적응이 되지 않는 비릿한 냄새가 났다. 처음 남자에게 이런 걸 요구받았을 때는 참지 못하고 토악질을 했었는데. 이제는 참을 만하게 느껴지니 시프는 한탄스러웠다. 그나마 남자의 냄새를 희석하는 소녀의 달콤한 체향은 그녀의 죄책감만 부추겼다. 그녀는 남자의 재촉에 못 이겨 입을 크게 벌려 그의 성기를 감싸듯 물었다.
그러자 뜨겁고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짜고 비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대로 이빨로 강하게 물어 불구로 만들고 싶어도 그녀는 그에게 행동을 제어 받는 몸이다. 시프는 눈을 꼭 감고서 남자의 성기를 머금고 맛있는 디저트를 먹는 것처럼 빨며 입안의 혀로 뜨거운 성기의 구석구석을 핥았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또 그의 마법에 고통받을 테니까.
"오, 오오!"
남자는 자신의 물건, 앞머리를 감싼 시프의 축축하고 따스한 입안과 혀의 부드러운 감촉을 마음껏 즐겼다. 그녀가 자신의 성기를 빨며 핥는 감촉은 무척이나 좋았지만 그와 별개로 자신의 아랫배에 부드럽게 맞닿은 소녀의 보송보송한 엉덩이와 남근의 뿌리를 감싼 보드라운 허벅지가 주는 조임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의 성기가 꿈틀거리며 사정을 알렸을 때.
"삼키지 말고 머금고 있어."
"읍!"
시프는 평소와는 다른 그의 말에 의아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그의 정액을 입에 머금었다. 그가 가진 마법 때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고고했던 여인이 자신의 말을 순순히 따르는 모습은 언제 봐도 흥분되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다시 명령했다.
"이 아이와 키스해."
"!"
그녀는 입에 정액을 머금고 있는 탓에 뭐라 말도 하지 못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거부감을 표했으나 그는 기분 나쁘게 웃으며 작게 손짓했다.
"거부하는 거냐?"
"끄으으?!"
그러자 강한 전기에 감전되기라도 한 것처럼 경련하며 고통을 호소하던 시프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고통이 지나친 탓이었을까? 그녀는 그의 정액을 삼켜버리고 만 후였다.
"내 정액이 아무리 맛있어도 다 삼켜버리면 어떻게 해? 다시 빨아."
시프는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지만 아무 말 없이 다시 그의 물건을 물고 빨아 나오는 정액을 입에 머금었다.
"자, 이번엔 실수하지 말고."
그녀는 남자가 원하는 대로 그의 정액을 머금은 입으로 벨카와 입을 겹쳤다.
-츄릅, 츱, 쩌업.
소녀는 워낙 깊게 잠든 탓인지 거부감을 느끼고 고운 아미를 살짝 찌푸릴 뿐 시프의 키스를 제대로 거부하지 못했다. 키스를 통해 머금고 있던 그의 씨물을 탐하고 나누며 타액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여인과 절세의 소녀라니. 이 얼마나 색정적이고 황홀한 광경인가. 이 광경이 천국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소녀와 여성을 제물로 한 그 혼자만의 천국이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그의 정액을 타액과 뒤섞는 그녀들의 키스가 끝났을 때. 그는 시프의 입안에 남은 정액을 확인하고 다시 빨게 해 정액을 머금게 했다.
"한 번 더 해."
-쯉, 츄읍.
외설스러운 소리가 마차 안을 울리며 시프의 입을 통해 다시 소녀의 입안에 허여멀건 씨물이 전해졌다. 소녀가 타액과 뒤섞인 뜨끈한 정액을 숨이 막히지 않게 본능적으로 삼켜버리는 광경까지 감상하면서 남자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시프와 소녀가 그의 씨물을 나누며 키스하는 모습을 보며 어느덧 또 부풀어 올라 껄떡대는 자신의 남근을 느끼고 웃었다. 안 그래도 그의 물건과 계속 맞닿아있던 소녀의 꽃잎이 계속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흐윽!"
그의 침입에 괴로움을 느끼고 작은 비명을 지르는 벨카를 자신의 물건이 가라앉을 때까지 찌르고 또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