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고대로부터.
맥은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으며 쓰러져있던 몸을 비틀비틀 일으켰다. 머리가 이상할 정도로 아팠다. 술을 주량을 넘겨서 마신 뒤의 숙취도 이만하지는 않았다. 작은 생각조차 하기 힘든 두통을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떨쳐낸 그는 자신이 어째서 이런 오두막 안에 쓰러져있었는지 떠올렸다.
"그 마녀 년이...!"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 오두막에서 살고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마녀였다. 분명 마법을 쓰지 말라고 협박했었는데 그가 방심한 사이에 사용한 것 같았다. 쓰러진 몸을 일으킨 그는 자신의 몸을 살펴보고 자신의 몸이 온통 상처투성이에 붉고 푸른 멍 자국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통이 너무 심했던 탓에 상대적으로 그 고통이 적게 느껴져서 늦게 알아차렸다.
"크으, 이건 어셔가 한 건가."
단순히 머리가 아프다고 기절했다고 보기에는 정신을 잃기 직전에 그의 뒤통수에서 뒤통수에 둔탁한 것을 맞은 느낌이 있었다.
"좀 더 일찍 죽였어야 했는데!"
다시 그의 손에 잡히면 손과 발을 잘라버리고 그 앞에서 마녀를 범해버릴 것이라 이를 갈며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섰다. 뒤룩뒤룩 살이 찐 그의 몸에 크고 작은 멍과 상처까지 얼룩덜룩 묻어있자 안 그래도 보기 흉한 그의 몸은 더욱 못나 보였다. 나름대로 세게 친다고 쳤던 모양이지만 감정에 휩쓸려 아무렇게나 휘둘렀던 것인지 겉보기에만 아파 보일 뿐 치명적이라고 할만한 상처는 없었다. 그는 뻐근한 몸을 쉬고자 침대에 잠깐 걸 터 앉자 푹신한 감촉과 함께 달큼한 꽃향기가 풍겨왔다. 이건 마녀에게서 나던 것과 같은 향이었다.
"방심하지만 않았다면 질리지 않고 써먹을 수 있었을 텐데."
아무리 그 사랑스러운 마녀의 처음을 뺐지 못해 열이 받아 오기가 생겼다지만 그가 평가해도 자신은 너무 이성을 잃고 있었다. 어셔가 아무리 묶어 놓은 줄을 있는 힘을 다해 풀어내었어도 다시 제압해 묶으면 그만이었다. 그놈에게 신경 쓸 시간에 미리 마녀가 허튼짓을 못하도록 묶어놓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그는 이 오두막에 지금도 마녀를 가둬두고 좋을 대로 범하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렇게 아쉬운 마음이 진하게 드는 이유는 역시 지나치리만큼 아름다운 마녀의 모습 때문이었다.
"좀 더 철저하게 계획을 짜야 했어."
킁킁, 마녀의 것과 같은 향을 풍기는 침대에 코를 묻으며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그가 성노예로 부리던 양딸, 릴리를 통해서였다. 사실 고아인 릴리를 양딸로 들인 건 마을 사람들이 자신과 같이 지내도 이상하지 않게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였을 뿐이었지만 마스카피르가 열리기 전날 뜻밖의 소식을 가져왔다. 어셔가 마을 밖의 느티나무에서 생전 처음 보는 여자아이와 만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릴리의 망상이라 생각하고 그날도 제 물건을 넣어주었지만 느티나무를 캐던 날 어셔가 보인 모습에 정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셔가 마스카피르에 참여했을 때 파트너로 데려온 여자아이를 확인하고 같은 표식을 새긴 가면을 준 릴리와 바꿔쳤다. 상으로 당분간 건드리지 않을 테니 그와 마음껏 섹스를 해도 좋다고 말하며. 그리고 그는 마녀의 모습을 처음 본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그 마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다홍빛 머리카락은 강렬했지만 불꽃처럼 뜨겁다기보다 꽃잎처럼 부드럽고 차갑게 보였고 그 새하얗고 순결한 피부가 먹음직스러웠다. 그녀의 눈동자는 아찔한 금빛으로 반짝이고 그 조그만 입술은 삼켜버리고 싶을 만큼 촉촉했다. 그야말로 절세의 소녀의 모습을 본 그의 심장은 쿵 내려앉고 말았다.
그는 그동안 마을에서 친근한 아저씨의 모습을 연기하며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도 잊고 마녀를 제 것으로 만들고자 갖은 수를 썼다. 반드시 자신의 손에 넣어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소중히 보관할 가치가 있는. 그는 그 마녀가 어렵지 않게 마을의 이야기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속의 나무꾼이 만난 존재라는 것을 확신했다. 마법을 사용하는 마녀니 수명 정도야 상관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마녀가 마법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모습은 그를 조금 의아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느티나무를 베어냈던 것이 그녀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셔의 반응을 보면 확실했다.
"크흐음!"
그 마녀를 생각하니 맥은 다시 성욕이 차올라 뻣뻣해지는 자신의 물건을 바라보았다. 안타깝게도 마녀를 범하고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그의 육봉에는 그녀를 범했다는 증거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자신의 물건을 손으로 쓸어보며 그녀를 범했을 때의 모습과 감각을 떠올렸다. 꽃향기가 그윽한 소녀의 몸은 어떤 곳을 핥아도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작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젖가슴은 부드러웠고 그 끝의 분홍빛 과실은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그 가녀린 몸 아랫도리에 자리 잡은 은밀한 계곡은 어떠했는지. 그녀의 은밀한 계곡에 혀를 집어넣었을 때. 혀에 닿는 달콤함은 마치 범해지기 위해서 태어난 소녀 같았다.
"후욱후욱!"
이윽고 그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부풀어 오른 자신의 흉물을 가라앉히기 위해 손으로 물건을 붙잡고 위아래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소녀의 은밀한 계곡을 강제로 벌리고 그 안에 집어넣었을 때만큼의 감각은 결코 찾아오지 않았다. 그 소녀의 보지에 자신의 물건을 집어넣었을 때. 어떠했는가? 그 작은 몸에 걸맞게 무척이나 작은 곳이었지만 그럼에도 소녀의 보지는 그의 물건을 어떻게든 받아들였다. 살짝 튀어나온 꽃잎이 그의 물건을 물고는 놓아주지 않을 것처럼 꽉 조여왔다.
고통스럽게 경련하며 끊어질 듯 미약하게 남은 힘으로 필사적으로 그를 밀어내던 소녀의 행동은 오히려 그의 행위를 부추기는 윤활제일 뿐이었다. 그가 몸을 격하게 움직일수록 소녀의 안쪽을 그의 끈끈한 쿠퍼액이 더럽힐수록 그의 행위는 수월해졌다. 그 행위를 이어가면서 그는 실신하여 입을 벌린 소녀의 입속까지 가차 없이 혀로 샅샅이 긁고 혀를 쪽쪽 빨아 음미하며 맛보고 유린했다. 그리고 끝내 소녀의 안쪽에 그의 물건을 더욱 깊이 꽂아 넣으며 자신의 씨가 담긴 정액을 사정했던 것이다.
"흐읍!"
결국 그는 그때를 떠올리며 자위하다 희끄무레한 정액을 그대로 오두막 바닥에 쏟고 말았다. 자위로 빼낸 것치고 상당히 많은 정액의 양에 그는 이걸 그 마녀의 보지 속에 사정했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하며 벗어놓았던 옷을 찾아 입었다. 그리고 기분 나쁜 웃음을 지었다.
"흐흐흐, 여기서 도망쳐 봐야 뻔하지."
그는 그들이 도움을 요청하고자 마을로 향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곳에서 연약한 아이들이 도망가거나 도망칠 수 있는 곳은 마을뿐이었고 그 마을은 이미 어셔의 처리를 그의 손에 쥐여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마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셔를 죽이는데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겠지. 하지만 그건 또 싫었다. 릴리는 입막음용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자주 대여해 주었지만 그 마녀만큼은 자신의 씨를 뿌려서 자신의 아이를 낳게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곧 실현될 것이라 짐작했다. 그 짐작이 오래전에 글렀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 그는 옷을 입고 오두막집의 문을 열었다.
-크르르르.
"어?"
그 순간 그의 눈에 보이는 건 그의 키보다 큰 거대한 늑대였다. 늑대의 자줏빛 눈동자가 그를 응시하자 그의 몸은 고양이 앞의 쥐처럼 굳어버렸고. 그것이 곧 그가 본 마지막 장면이 되었다.
"...."
은색의 늑대, 벨리치예는 피로 젖은 자신의 몸을 무기질적으로 바라보다가 자신의 앞에 놓인 한때 에라스였던 고깃덩어리를 바라보았다. 방금 자신이 엿본 에라스의 추악하고 역겨운 감정들에 그는 자신이 필요 이상으로 그 에라스를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의 몸에 묻은 이 더러운 피들도 그의 것이 아닌 역겨운 에라스의 것이었다. 이 에라스 때문에 아가피아와 어린 에라스가 도망치듯 숲을 빠져나가게 된 원인이라 생각해 더욱 감정적으로 행동한 것일지도 모른다. 숲 밖은 아가피아에게 있어서 독과도 같은 곳이었다.
숲 밖에는 그녀를 에라스들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많은 에라스들이 그녀에게 매료될 것이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녀에게 상처를 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그것을 막고자 하지 못한 것은 그것이 숙명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는 족장의 명령과 그가 물려준 가르침들을 떠올리며 이 깊은 숲속에 자리 잡은 에라스의 마을이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무도 그곳에 살았던 에라스도 심지어 그 마을을 습격했던 역겨운 곤충들도. 왜냐하면 그 모든 것이 철에 의해 철저하게 흔적도 없이 지워져버리고 말았으니까.
역겨운 에라스가 오두막에서 나오기 전까지 기다리며 그 참상을 지켜보았던 그는 그 장면들이 떠오르는 것 같아 그저 눈을 감고 말았다.
새벽의 마을, 축제의 잔향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불청객들은 찾아왔다. 그들은 거대한 곤충과도 같았고 단단한 갑각과 어른들보다 강한 힘으로 사람들을 습격했다. 그들은 말로만 듣던 몬스터였다. 몬스터들의 난입으로 마을과 축제는 엉망이 되었다.
"하악! 하아!"
아니, 정말로 엉망이 된 것일까? 릴리는 자신의 앞에서 거대한 여치 같은 몬스터의 흉물을 받아들이며 헐떡이는 여자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언젠가 자신더러 더러운 창녀라 비웃던 동네 언니였다.
"앙! 항!"
그녀는 아직도 어른들이 태우던 연기에 취해 자신이 어떤 것의 물건을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르는 듯 쾌락 어린 신음을 내뱉었다. 거대한 여치가 끼륵거리며 그녀의 몸속에 한가득 사정했다. 툭툭, 새어 나온 몬스터의 정액이 그녀의 몸속에서 빠져나와 흘러내렸다. 몬스터의 정액은 누렇고 불투명했고 끈적하게 늘어졌다. 놈들의 정액은 액체보다는 점성이 강한 반죽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녀만 그렇게 몬스터에게 범해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끅! 끄윽!"
주변을 둘러보면 마을의 여자란 여자는 거의 전부 이곳에 끌려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곳에 끌려온 여자들은 전부 몬스터들의 물건과 씨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다 들려오는 비명소리.
"꺄아악! 이, 이게 뭐야!"
"사, 살려줘!"
이제야 연기의 기운에서 벗어났는지 벌레에게서 발버둥 치는 동네 언니와 누군가의 도움을 청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벌레의 물건을 받아들이며 쾌락에 신음하던 것들이 처절한 비명을 질러댄다. 그것이 썩 좋은 선택은 아니었지만. 쿵쿵 작지만 지진처럼 땅이 흔들렸다.
-카가가가가각!!
그 비명들은 커다란 벌레들 중에서도 유독 커다란 벌레를 불러들이니까. 그 몬스터가 다가오는 것을 본 것일까? 위치상 릴리의 바로 앞에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보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물들었다. 그 벌레는 아마도 암컷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그들의 꼬리 부분에서 튀어나오는 자지 같은 것의 모양도 혼자만 달랐고 무엇보다.
"아아악!!!"
다른 벌레들이 다 정액 같은 것을 쌀 때 그것 혼자만 다른 벌레들이 사용한 여자의 몸속에 자지와 비슷한 생식기로 알을 낳았으니까.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면 이미 겪어보았으니 알 수밖에 없었다. 벌레의 위에 올라탄 상태로 항문 속에서 꿈틀거리던 차가운 곤충의 자지가 곧 끈끈한 액체를 뱉어내 그녀의 뱃속에 들러붙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녀의 보지는 이미 다른 벌레가 사용하고 암컷이 알을 낳아 눈에 보일 정도로 부푼 상태였다. 뱃속에 알이 가득 들어차 있는 건 이상한 기분이었다. 사람의 것과 달리 차갑고 더부룩하지만 그뿐이다.
릴리는 언제나 자신의 양아버지가 된 맥의 성욕 처리를 도맡았고 때로는 그의 명령으로 마을의 어른들이나 아이들의 성욕 처리를 하기도 했다.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 달라졌을 뿐 그녀는 이미 같은 행위를 수없이 많이 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질겁하는 다른 여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신들이 축제 때마다 해왔던 일들과 지금 이 벌레들이 하고 있는 일이 어디가 다른가? 그녀는 앞의 여자에게 알을 낳고 자신을 돌아보는 벌레에게 순순히 다리를 벌려주었다. 암컷은 그녀의 행동이 만족스러운 듯 차가운 더듬이로 릴리의 몸을 더듬다 아직 알을 낳지 않은 항문에 제 생식기를 넣었다.
"윽!"
항문이 강제로 벌려지는 느낌은 조금 아팠지만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일이었다. 꿈틀꿈틀 그녀의 안에 알이 들어차는 것을 느끼며 멍하니 생각했다. 그래도 어셔와 했던 일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었다고. 릴리가 처음부터 이런 신세였던 건 아니었다. 처음엔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 부모가 없는 고아였다는 것이라. 그날도 그런 이유로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날이었다.
"야! 너희! 뭐 하는 짓이야!"
어떤 언니와 함께 찾아온 소년이 그녀를 괴롭히던 아이들을 쫓아준 것은. 처음이었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누군가 도움을 주었던 건. 적어도 그들의 도움을 받았던 날 만큼은 꽤나 즐거웠던 것 같았다. 릴리는 그 소년, 어셔와 친해지고자 노력했었지만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는 자신보다는 그와 함께 지내던 마리 언니나 다른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했고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면 딱히 신경을 쓰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래도 고아라는 별로 좋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는 게 동질감을 주어 안심했던 것 같았다. 한심하게도.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를 몰래 지켜보며 망설이다 다가가지 못하고 마을 사람들이 내어주었던 집으로 돌아가던 길. 릴리는 갑자기 커다란 손에 입을 막혔다. 그녀는 발버둥 쳤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의미는 없었다. 눈까지 가려져 어디론가 향하는 것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그녀가 먼저 지쳐버렸을 때. 눈을 가린 천이 풀어졌다. 그곳은 처음 보는 장소였다. 황폐한 오두막의 거친 나뭇결이 촛불에 그림자를 만들며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곳에 낯이 익은 사람이 있었다. 어셔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에 질투마저 품었던 대상.
마리 언니가 그녀처럼 꽁꽁 묶여 있었다. 릴리에게도 친절히 대해주며 언제나 온화한 빛을 품었던 그녀의 맑은 초록 눈동자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돌아본 곳에는 맥이 있었다. 그때는 그의 실체를 몰랐기에 어째서 그런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 마을 밖에 나오지 말라는 규칙이 있었는데 말이다."
릴리는 지금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답을 하는 것조차 잊었지만 마리는 대답했다. 그건 오해라고 우리들은 단 한 번도 마을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얄궂게도 그는 희열에 찬 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런데 너희들은 왜 지금 마을 밖에 나와 있을까?"
"네? 그, 그럴 리가..."
그는 등 뒤에 있던 문을 열었다. 그녀들의 시선은 저절로 밖으로 돌아갔고 그곳에는 숲이 있었다. 마리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릴리는 그때까지도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녀들을 어떻게 처리하건 자신의 마음대로라며 웃었다. 마리는 애원했다 어셔를 돌봐야 한다며 필사적으로 빌었지만 맥은 가학적으로 웃으며 그녀를 범했다. 그러면서도 다음은 그녀의 차례라 말하는 그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 마리가 범해지며 목이 졸려 죽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릴리는 그에게 뭐든지 하겠다고 그러니 살려만 달라고 빌었다.
그러자 그는 규칙이니 불가능하다고 말하면서도 아쉬운 듯 마리를 보는 모습이 아마도 그녀를 너무 빨리 죽인 것을 후회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본능적으로 기회라는 것을 느끼고 그에게 더욱 매달려 빌었다. 그러자 그는 간신히 설득된 것처럼 그녀를 살려주겠다고 말했다. 대신 자신이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해야 한다는 것과 마을에서 계속 살려거든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며. 릴리는 당연히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은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그가 시키는 대로 자지를 빠는 것이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맛본 남자의 물건은 짜고 비리고 아팠다.
아마도 지금은 이 벌레들에게 잡아먹혔을지도 모르겠지만.
"끄아악! 아파! 아프다고! 차라리 죽여!"
과거에서 빠져나와 저 옆을 보면 산 채로 가죽을 뜯겨 괴로워하는 남자들의 모습이 몇 보였다. 그들은 곧 소원대로 작은 벌레들에게 뜯어먹혀 죽었지만 그 과정마저도 그리 편해 보이진 않았다. 그중에 맥이 없는 것을 보면 살아남은 거 같지만 다행인 것은 어셔의 모습도 없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잘 도망친 것이라 안심하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그는 그녀를 미워할 것이 분명했으니까. 사실 맥으로부터 어셔와 관계를 맺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은 기쁘다고 생각했다. 그가 기뻐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남자들은 모두 이런 일을 좋아했으니까.
처음으로 그 일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어셔는 릴리를 거부했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가 자신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그녀는 맥에게 처음으로 부탁해 어셔의 집에 머물렀고 또 거부하는 그의 뒤를 쫓았다. 어쩌면 그가 자신을 거부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그곳에서 붉은 소녀를 발견했다. 초라하고 많은 이들에게 더럽혀진 자신과는 다르게 너무나 아름답고 깨끗한 눈을 가진 제 또래의 여자아이를. 어셔와 그녀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것처럼 친근해 보였다. 그 사실만으로도 검은 감정에 삼켜질 것 같았다.
더욱이 소녀가 릴리와 같은 행동을 해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에 검은 감정이 끓어올랐다. 그 검고 추악한, 뜨거운 열기를 그대로 뱉어내 저 소녀에게 뒤집어 씌우고 싶었다. 자신은 이토록 더러워진 몸으로 그의 정조차 얻지 못하는데. 저 소녀는 도대체 뭐길래. 그것이 만약 그녀와 달리 더럽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자신과 같은 진흙탕에 빠트려버리겠다는 생각으로 맥에게 일렀고 그의 계획에 동참했던 것이다.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지만. 릴리는 암컷이 다른 곳으로 가버리자 아래쪽에서 다시 흉물을 키우는 벌레의 모습을 바라보며 언젠가 이 지겨운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기분 나빠."
제 안으로 파고드는 벌레의 흉물에 대한 감상이란 그게 다였다.